판시사항
가. 유책배우자의 유책성 판단기준
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할 수 있는 유책성의 정도
판결요지
가. 유책배우자라고 하는 경우의 유책성은 혼인파탄의 원인이 된 사실에 기초하여 평가할 일이며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뒤에 있은 일을 가지고 따질 것은 아니다.
나.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경위는 대체로 복잡 미묘하여 그 책임이 당사자 어느 한 쪽에만 있다고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부간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혼인청구인에게 전적으로 또는 주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유로 그 파탄의 원인이 조성된 경우가 아닌 이상 혼인청구는 허용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청 구 인
상고인 청구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종무, 신정철
피청구인
피상고인 피청구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청구인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증거에 의하여 1978.12.22 결혼식을 올린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결혼한 얼마후 청구인의 누이동생 결혼준비에 관하여 청구인의 부모와 피청구인 사이의 의견충돌로 약간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고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도 여러가지 언동때문에 불화가 있었지만 그로 인하여 혼인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는 볼 수 없는 상태이었는데 청구인이 1983년 봄경부터 결혼전에 사귄 일이 있고 미국에서 결혼하여 살고 있는 청구외인과 다시 교제를 시작하여 피청구인으로부터 약간의 의심을 받아오던 터에 그해8월경 청구외인이 청구인에게 보낸 편지가 발각되고 그 내용에 "자기가 이곳에 와서 산다해도 이혼서류가 있어야 다시 결혼을 하던지 하지"또는 "내년 여름에 내 한국에 한번 나가지, 그때는 무슨 또 다른수가 나던지 아니면 그땐 자기 옆집에 세를 들던지 기다려 봐, 좋은 수가 다 있을테니까"라든지 "내가지금 자기 보고싶은만큼 자기도 그렇겠지만 정말 상상도 못할 만큼이야"등의 표현이 있어 점점 그 관계에 대하여 피청구인으로 하여금 오해와 깊은 의심을 자아내게 되어 두사람 사이가 급속히 악화되었고 그 이후 청구인은 종종 피청구인에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이를 들어주지 않는 피청구인을 구박하고 폭행하였고 피청구인도 이에 대하여 욕설을 하는 등 두사람 사이에 갈등이 점점 더 심하게 되어 청구인이 임의로 집을 떠나 여러달씩 본가에 가서 지내다가 돌아왔으며 이에 따라 피청구인도 청구인과 그 부모에게 다소 거칠게 대하고 나아가 가정일을 소홀히 하게 되고 끝내는 청구인이 1985.7.6부터 피청구인과 자녀를 두고 자기 부모집에 들어가 현재까지 별거함으로써 혼인관계는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피청구인이 그의 시부모에게 다소불손하게 대하였다 하여도 그 경위에 비추어 볼 때그것만으로는 이혼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청구인과 피청구인과의 혼인의 파탄도 한편으로는 피청구인이 다소 천박한 언행을 하고 미신을 신봉하며 가정에 소홀히 한 점에도 일말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는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청구인이 청구외인과 자주 연락하며 짙은 애정의 표현이 담긴 편지를 받는 등으로 피청구인에게 심한 갈등을 갖게 함과 동시에 그로 인하여 생긴 불화를 가장으로서 이해와 사랑으로 해결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피청구인을 구박, 폭행하고 임의로 가출하는등 해서 더 악화시킨점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혼인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청구인의 혼인파탄을 이유로 한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혼인관계의 파탄원인에 관하여 청구인의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며 친구들이 왔을 때 인사도 하지 않고 나가버린 일이 있다는 것, 결혼후 2년간 임신이 되지 않자 결혼을 중매한 청구인의 이모에게 청구인이 조루증이라는 말을 한 일이 있다는 것, 미신을 신봉하여 1983.9.경 아파트에 촛불을 여러개 켜고 문밖에 부엌칼과 음식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낸 일이 있었으며 청구인의 아버지가 지어준 아들의 이름이 점을 쳐본 결과 좋지않게 나타났다는 이유로 그 이름을 임의로 바꾸어 부른다는 것 등 혼인생활에 있어서의 피청구인의 비정상적인 성격행동을 인정하면서 혼인관계의 파탄에 결정적원인은 청구인과 청구외인이라는 여인과의 심상치 않은 관계에 있는 것이며, 그 이후로 부부관계의 갈등이 악화되어 서로 싸우게 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직장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청구인을 비방하고 그렇게되자 청구인은 피청구인과 이혼하려는 생각을 굳히고 같이 살던 아파트를 나와 부모가 사는 본가로 들어가 생활하는 등 부부관계의 파탄과정을 인정하고 있다.
요컨대, 원심은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임을 인정하면서 청구인에게 그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이혼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청구인과 청구외인과의 관계만으로 부부관계의 파탄을 자아낸 주된 책임이 청구인에게 있다고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원심은 청구인이 청구외인을 대학재학당시 사귄일이 있는 사이라는 것, 청구외인은 1973.4.10경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가서 1976.5.경 외국인과 결혼하여 1남을 낳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1983.4.경 그가 일시 귀국하였을 때 여러차례 만나 교제한 일이 있고 미국에 돌아간 뒤에도 빈번히 국제전화를 통화하고 서신을 주고 받았다는 것과 청구인 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앞서 본 바와 같은 청구외인의 편지를 피청구인이 꺼내어 보고 그들의 심상치 않은관계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나 이 편지대목만 해도 두사람의 관계가 학교친구처럼 가깝다는 감을 주는 것 말고는 얼핏 무슨 사연을 전달하는 것인지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고 청구외인도 원심증언에서 학창시절의 친구이상 아무것도 아닌 두사람의 관계와 편지내용에 대한 상세한 해명을 하고 있거니와 그 정도의 사연을 가지고 청구인에게 가정파탄의 책임을 묻는 중요단서로 삼는다는 것은 편지내용을 근거없이 불륜의 방향으로 읽은 결과에 다름없다 할 것이다. 그밖에 원심은 위의 편지사건을 고비로 하여 청구인 이 피청구인에게 이혼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을 구박하고 폭행하였다 하여 유책배우자로 단정하는 근거로 삼는 듯한 판시를 하고 있으나 청구인 이 피청구인을 어느 정도로 또는 어떤 형태로 구박하고 폭행하였다는 것인지 청구인의 책임으로만 몰아세우기에는 미흡한 사실인정을 하고 있다.
또 청구인이 가출하여 부모가 있는 집에 가서 거주한다는 문제에 대하여서도 단순히 그 사실만으로 혼인관계 파탄의 요소로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유책배우자라고 하는 경우의 유책성은 혼인파탄의 원인이 된 사실에 기초하여 평가할 일이며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뒤에 있은 일을 가지고 따질 것은 아닌 것이다.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평소 시부모를 불손하게 대하고 천박한 언행을 하기 일쑤고 가정생활에 소홀히 하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청구인으로부터의 애정상실의 원인이 될 것이며, 나아가 가정파탄의 책임에 한 몫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라고 하면 그 파탄에 관하여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주된 원인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경위는 대체로 복잡 미묘하여 그 책임이 당사자 어느 한쪽에만 있다고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이 사건의 경우도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미루어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성격불일치, 상호이해력의 부족과 애정의 상실, 배우자, 친족의 행위 등 여러가지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청구인에게 전적으로 또는 주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유로 그 파탄의 원인이 조성된 경우가 아닌 이상 이혼청구는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은 민법 제840조 제6호 의 해석적용을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논지는 이유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청구인이 유책배우자인지 여부를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