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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6도788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외국환거래법위반·대외무역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재산국외도피죄를 규정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 및 ‘재산의 은닉’의 의미

[2] 국내회사가 수출대금을 외국의 유령회사 명의로 개설한 비밀예금구좌에 예금한 후 다시 외국의 피고인 명의 계좌로 수출대금을 이전한 사안에서, 외국의 유령회사 명의의 예금계약을 피고인 또는 국내회사의 행위로 보아 위 행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재산국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범죄수익 등의 은닉·가장죄를 규정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에서 말하는 ‘범죄수익 등의 가장행위’의 의미

[4] 재산국외도피죄의 범죄수익은 법령에 의하여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재산이므로, 재산국외도피 범행에 관한 수사 도중 외국의 피고인 명의 계좌로 은닉한 자금을 국내회사 명의 계좌에 수출대금 명목으로 송금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에 정한 범죄수익 등의 가장행위에 대한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하만영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외국환거래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이 사건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와 같은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종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것이 당원의 확립된 견해인바(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등 참조), 이와 달리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초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기산되어야 한다거나 포괄일죄를 구성하는 개개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각각 공소시효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 3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법령에 따라 설립한 유령회사(paper company)인 ○○인더스트리스 명의로 홍콩 소재 홍콩상하이은행에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그 계좌에 자신이 국내에서 운영하는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의 수출대금을 예금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는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비거주자인 ○○인더스트리스와 다른 비거주자인 홍콩상하이은행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인더스트리스의 위 예금계약은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거주자임이 명백한 피고인 또는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의 행위로 봄이 상당하고, 한편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1년 중 상당기간을 외국에 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을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5호 (가)목 또는 (다)목 소정의 비거주자에 해당하거나 외국환거래규정 제7-11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외국에 체재하고 있는 거주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계 법령과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다. 상고이유 제4점

관계 법령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외국환거래법 위반의 공소사실 가운데 건당 미화 5만 달러 이상의 예금거래만이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 대상이 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이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에서 드는 외국환거래법의 입법 취지와 외국환거래법 제7조 , 동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 외국환거래규정 제7-11조 제3항의 규정 등에 근거하더라도 피고인의 위 주장과 같은 해석을 도출해 내기는 어렵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의 점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5점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이하 ‘재산국외도피’라고만 한다)의 공소사실에 ‘외국환거래법령에 위반하여’라고만 기재되고 그 구체적 위반 조항이 적시되지 않았음은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그 공소사실과 적용법조, 심리의 경과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외국환거래법령 위반행위는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의 장에 대한 신고 없이 비거주자인 홍콩 소재 홍콩메릴린치사와 외화예금거래를 하고 또 중국에 소재한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행위로서 외국환거래법 제18조 제1항 에 위반한 것임을 특정할 수 있어,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위 공소사실에 외국환거래법령의 어떤 조항을 위반하였는지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공소제기가 효력이 없다거나 그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 위 공소제기의 적법성에 관한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은 “법령에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에 이동하거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익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킨 때”를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바, 위 규정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이라 함은 법령에 의하여 거주자가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의미한다 (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참조). 따라서 위 규정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이 대한민국의 재산만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이를 전제로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죄사실이 위 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죄사실에 포함된 외국환거래법령 위반의 사실이 이 사건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범죄사실과 모순된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독단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므로, 이에 관한 상고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6, 7점

특경법 제4조 제1항 소정의 재산국외도피죄에서 말하는 ‘재산의 은닉’은 재산의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고, 재산의 소재를 불명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의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도735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인더스트리스 명의 계좌에 예금하였던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의 수출대금 중 100만 달러를 인출하여 홍콩 소재 홍콩메릴린치사에 개설한 피고인 명의 계좌에 이를 예치해 둔 행위가 재산국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재산국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리고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의 수출대금을 ○○인더스트리스 명의 계좌에 예금한 행위가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그 후 ○○인더스트리스 명의 계좌로부터 위와 같이 피고인 명의 계좌로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의 수출대금을 이전한 행위가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원심판단도 수긍할 수 있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상고이유 제8, 9점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점에 대한 공소제기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그 공소사실에 포함된 외국환거래법령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외국환거래법 위반죄로 별도의 공소가 제기되어야 한다거나 위 외국환거래법령의 위반행위는 그 자체로 외국환거래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므로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행은 위 외국환거래법령 위반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행이 이 사건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상고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이 사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규제법’이라 한다) 위반의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죄의 범죄사실과 같이 국외에서 도피한 재산인 범죄수익을 수출대금인 것처럼 국내로 송금하여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함과 동시에 도피한 재산이 아닌 것처럼 가장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명의의 홍콩메릴린치사 예금계좌를 관리하고 있던 공소외 2에게 예금계약을 해지하여 그 계좌에 있는 돈을 모두 인출한 후 정상적인 수출대금인 것처럼 가장하여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할 것을 지시하고, 그에 따라 공소외 2가 피고인 명의 계좌에 은닉되어 있던 범죄수익 중 미화 합계 501,799.43 달러를 출금한 후 정상적인 수출대금인 것처럼 가장하여 위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함으로써 범죄수익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다’는 것인바,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범죄수익규제법 제3조 제1항 제1호 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범죄수익 등의 가장행위’라 함은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의 원인이나 범죄수익 등의 귀속에 관하여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행에 의하여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의 수출대금 중 미화 100만 달러를 홍콩메릴린치사에 개설한 피고인 명의 계좌에 은닉하여 두었는데,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재산국외도피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위 피고인 명의 계좌에 예치하여 둔 자금의 잔액을 모두 인출하여 위 공소사실과 같이 이를 국내의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 명의 계좌에 수출대금 명목으로 송금한 다음 바로 수사기관에 그와 같은 자금의 예치 및 국내반입 경위를 사실대로 밝히고 그에 관한 자료도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죄의 범죄수익은 원래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의 수출대금으로서 국내로 반입되어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재산임이 분명하므로, 이를 공소외 1 ○○물산 주식회사의 국내 계좌에 수출대금 명목으로 송금하였다고 하여 이를 가지고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원인이나 그 귀속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범죄수익 등의 국내반입 경위와 그 전후의 정황까지 더하여 보면 그 범죄수익 등의 가장행위를 인정하기 더욱 어려우며, 피고인에게 그에 관한 범의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수사 도중에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죄의 범죄수익을 국내로 반입한 이유는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죄사실이나 그 범죄수익을 숨기기 위함이 아니라 사후에라도 이를 국내로 반입하면 재산국외도피의 혐의를 벗어나거나 선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임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위와 같이 범죄수익 등을 국내로 반입한 사정을 들어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일시 부인한 바 있다고 하여, 이로써 피고인에게 그 범죄수익 등 가장행위에 대한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범죄수익규제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범죄수익규제법 제3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범죄수익 등 가장행위의 구성요건과 그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범죄수익규제법 위반의 점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은 판시 각 죄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1개의 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의 점에 대한 나머지 상고이유의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박시환(주심)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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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6.10.26.선고 2006노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