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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7418 판결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포괄일죄에서 공소사실의 특정 정도

[2] 포괄일죄의 공소시효 기산점 및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 에서 정한 가격 결정 등의 합의에 따른 실행행위가 있는 경우, 같은 법 제66조 제1항 제9호 위반죄의 공소시효 기산점(=실행행위가 종료한 날)

피 고 인

피고인 1 주식회사 외 4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외 2인

주문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인들을 포함한 여러 유화업체의 대표이사들의 결의에 따라 그 임직원들이 1994. 4. 28.경 합성수지 제품에 대해 매월 위 업체들의 영업팀장이 모여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 등을 협의하여 정하기로 합의한 후, 이를 토대로 하여 피고인 1 주식회사의 경우 2004. 9. 30.경까지, 나머지 피고인들의 경우 2005. 4.경까지, 각 피고인들의 영업팀장 등이 다른 유화업체들의 영업팀장들과 모임을 갖거나 그 밖의 다른 방법으로 고밀도폴리에틸렌 또는 폴리플로필렌 제품의 매월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협의하고, 이에 근거하여 피고인들의 거래처에 대한 위 제품의 매월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결정하여 실행하는 방법으로, 피고인들의 대표이사 또는 임직원이 1994. 4. 28.경부터 2004. 9. 30.경( 피고인 1 주식회사) 또는 2005. 4.경(나머지 피고인들)까지 피고인들의 업무에 관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이하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라고 한다)를 하였다는 취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법원의 심판 대상을 한정하거나,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만큼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공소장에는 개별합의의 범행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고,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 합의의 내용, 즉 그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밝히고 있지 아니하며, 각 개별합의의 참가자나 개별합의 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여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회사들이 매월 같은 모임을 가졌다는 것인지, 각 대상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별로 매월 모임을 가졌다는 것인지도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범행이 포괄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나. 이 사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죄(이하 ‘이 사건 공정거래법 위반죄’라고 한다)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에 따른 행위를 현실적으로 하였을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공정거래법 위반죄의 공소시효는 위와 같은 합의를 한 때부터 진행되고, 포괄일죄로 평가되는 이 사건의 경우에는 최후의 개별합의 시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 2007. 9. 28.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 1 주식회사의 경우, 1994. 4. 28.자 기본합의를 토대로 한 포괄일죄의 범행이 2004. 9. 28. 이후까지 지속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면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최후의 개별합의가 전혀 특정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공정거래법 위반죄의 공소시효 기산점 및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제대로 판별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설령, 피고인 1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으로 보더라도,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직원인 공소외인은 2004. 9.경 이 사건 영업팀장 모임에 불참한다고 통보하였고, 공소외인이 영업팀장 모임에 마지막으로 참여한 시점도 2004. 9. 초경이며,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바, 어차피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실체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2007. 10. 31. 공소가 제기된 나머지 피고인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위 피고인들이 ‘위 공소제기일로부터 소급하여 3년 이전에 이미 가격결정에 대한 합의가 종결되었다’거나, ‘1994. 4. 28.경 기본합의와 2005. 4.경 합의 사이에 단절된 시점이 있어 적어도 그 이전의 합의 부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개별합의의 일시, 방법 등이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정거래법 위반죄의 공소시효 기산점 및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제대로 판별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도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특히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된다 ( 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8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또한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종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하고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참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가격 결정 등의 합의 및 그에 기한 실행행위가 있었던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은 그 합의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그 합의에 기한 실행행위가 종료한 날을 의미하므로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두2852 판결 참조),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가격 결정 등의 합의에 따른 실행행위가 있는 경우 공정거래법 제66조 제1항 제9호 위반죄의 공소시효는 그 실행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진행한다 할 것이다.

나. 포괄일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그 범행의 시기(1994. 4. 28.)와 종기(2004. 9. 30. 또는 2005. 4.경)가 특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이 그 대표이사들의 결의를 거쳐 그 임직원들을 통하여 1994. 4. 28.자로 기본합의를 하고, 이를 토대로 피고인들의 영업팀장급 직원들이 매월 다른 회사들의 영업팀장과의 모임이나 기타의 방법으로 고밀도폴리에틸렌 또는 폴리플로필렌 제품에 대하여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며, 참석한 내수영업담당임원 또는 영업팀장들의 성명이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포괄일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의 공소시효는 가격 결정 등에 관한 최종합의에 따른 실행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기산된다 할 것이고, 공소사실은 그 최종합의에 따른 실행행위가 피고인 1 주식회사의 경우 2004. 9. 30.경, 나머지 피고인들의 경우 2005. 4.경 종료되었다는 취지이므로, 위와 같은 공소사실의 기재로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의 공소시효 기산점 및 공소시효 도과 여부를 제대로 판별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아야 함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아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포괄일죄에 있어서 공소사실의 특정 및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에 있어서 공소시효의 기산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제1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주심)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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