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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2004. 2. 13. 선고 2002구합33943 판결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항소[각공2004.4.10.(8),516]
판시사항

[1]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2]한일회담 문서 중 일부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문서의 공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의 내용을 이루면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이 되는 기본권이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헌법 제1조 , 제10조 , 제21조 , 제34조 제1항 참조)와 관련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에 근거하여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이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제한은 위와 같은 알권리의 성격에 비추어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고, 그러한 한도를 결정하기 위하여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국민이 입게 되는 구체적 불이익과 보호하려는 국익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야 하는 것인바, 공공기관이 같은 법(2004. 1. 29. 법률 제712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정보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으려면 그 비공개로 인하여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으로서의 알권리에 포함되는 일반적인 공개청구권을 넘어 정보의 공개에 관하여 특별히 가지는 구체적인 이익도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커야 할 것이고, 과연 그러한지 여부는 정보의 내용, 공개를 필요로 하는 사유 및 그에 관한 정보공개청구권자들의 구체적 이익 등과 공공기관이 공개를 거부할 사유로서 드는 외교관계 등에의 영향, 국가이익의 실질적 손상 정도 등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한일회담 문서 중 일부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2004. 1. 29. 법률 제712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문서의 공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1 외 98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내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진국 외 1인)

피고

외교통상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문강배 외 1인)

변론종결

2004. 1. 9.

주문

1. 피고가 2002. 9. 23. 별지 공개허용원고목록 기재 원고들에 대하여 한 별지 공개청구목록 기재 문서들의 정보공개거부처분 중 별지 공개대상목록 기재 문서들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 및 그 밖의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2. 9. 23. 원고들에 대하여 한 별지 공개청구목록 기재 문서들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원고들이 우리 나라에 대한 일본의 강점기에 군위안부, 근로정신대, 군인, 군속, 노무자 등으로 강제동원되거나,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의 일본기업에서 강제근로를 함으로써, 또는 우키시마마루호 폭침, 원자폭탄으로 인하여 생명, 신체, 재산상의 피해를 당한 사람들 및 그 유족이라고 하면서 2002. 9. 5. 피고에게 1952.부터 1965.까지 사이에 있었던 우리 나라와 일본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회담 관련 회의록 등 별지 공개청구목록 기재 문서들(이하 '이 사건 문서'라 한다)의 공개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문서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로서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2. 9. 23. 그 공개를 거부한(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당사자의 주장 내용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이 일본과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거나 제기하려고 준비중인데, 일본과 일본기업은 원고들이 입은 피해가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함과 아울러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1965. 6. 22. 체결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청구권협정'이라 한다)에 의하여 우리 국민의 일본이나 일본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에 관한 그러한 주장이 과연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문서를 통하여 청구권협정의 경위 등을 검토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를 공개할 의무가 있으니, 이에 반한 피고의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피고의 주장

본안전 항변으로 원고들은 이 사건 문서의 공개를 통하여 보호받을 이익이 없거나 이 사건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없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고, 본안에 관하여는, ① 이 사건 문서는 한일회담의 최종결론에 이른 의사결정과정과 내부검토단계의 정보로서 기본적으로 공개대상이 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여부는 청구권협정 및 그 부속서인 합의의사록에 의하여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며, 청구권협정이 있은 후 정부가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민간청구권에 관하여 보상을 마쳤으므로, 이 사건 문서의 공개가 불필요하거나 원고들이 그에 의하여 실제로 보호받을 이익이 없고, ② 이 사건 문서는 일본에 대한 민간청구권 외에 어업 및 평화선, 문화재, 재일 한국인의 법적지위에 관한 협의사항들도 포함하고 있고 여기에는 양국의 심각한 입장 차이와 유리한 협상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 등이 담겨져 있어 이를 공개할 경우 양국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반일, 반한 감정을 일으킬 수 있으며, 상호주의에 입각한 국제외교관례상 이와 같은 문서는 당사국 간에 협의를 통하여 공개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문서에 관하여는 같은 내용의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일본 정부도 이를 비공개대상으로 하고 있음은 물론 북한과의 수교교섭에 장애가 될 수 있음을 들어 우리 정부에 비공개를 요청한 바 있어 우리 나라가 이를 공개할 경우 국제관계에서 국가적 신뢰가 크게 실추되는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 사건 문서는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제1조 , 제6조 제1항 ), 이와 같은 입법목적 및 규정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라 할 것이므로, 국민이 공공기관에 대하여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가 거부처분을 받은 것 자체가 법률상 이익의 침해에 해당하고 공공기관에 대하여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였다가 공개거부처분을 받은 국민은 행정소송을 통하여 그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두8050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문서의 공개를 통하여 실제로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와 관계없이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다음의 사실은 공지의 사실 또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5호증의 1, 2, 을 제2호증의 1 내지 3, 을 제7, 8, 10호증의 각 기재, 증인 유의상의 증언, 이 법원의 비공개문서검증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한일회담의 경과 및 이 사건 문서의 구성

1951. 10. 21. 예비회담을 거쳐 1952. 2. 15. 제1차 한일회담 본회의 개최로 우리 나라와 일본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7차례의 본회의와 이에 따른 수십 차례의 예비회담, 정치회담 및 각 분과위원회별 회의 등을 거쳐, 1965. 6. 22.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청구권협정, 어업에 관한 협정,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한 협정,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 4개의 부속협정이 체결되었는데, 이 사건 문서는 그 과정에서 작성된 각 회의록, 양국의 교신서류, 우리 정부와 주일 대표부의 교신서류, 교섭방침에 관한 지시 및 훈령, 교섭내용이나 전략에 관한 각종 보고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청구권협정의 주요 내용

청구권협정은 제1조에서 일본이 우리 나라에 10년간에 걸쳐 3억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행하기로 한다는 내용과 아울러 제2조에서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1.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 9. 8.에 샌프런시스코우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2. 본조의 규정은 다음의 것(본 협정의 서명일까지 각기 체약국이 취한 특별조치의 대상이 된 것을 제외한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a) 일방체약국의 국민으로서 1947. 8. 15.부터 본 협정의 서명일까지 사이에 타방체약국에 거주한 일이 있는 사람의 재산, 권리 및 이익

(b)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로서 1945. 8. 15. 이후에 있어서의 통상의 접촉의 과정에 있어 취득되었고 또는 타방체약국의 관할하에 들어오게 된 것

3. 2의 규정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로서 본 협정의 서명일에 타방체약국의 관할하에 있는 것에 대한 조치와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또한,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은 위 제2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a) "재산, 권리 및 이익"이라 함은 법률상의 근거에 의거하여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모든 종류의 실체적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양해되었다.

(g) 동조 1에서 말하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되는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에는 한일회담에서 한국측으로부터 제출된 "한국의 대일청구 요강"(소위 8개 항목)의 범위에 속하는 모든 청구가 포함되어 있고, 따라서 동 대일청구요강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게 됨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위 합의의사록에 적시된 대일청구 8개 요강에는, 일본으로 반출된 지금(지금) 및 지은(지은), 조선총독부 체신국에 대한 각종 저금, 채권 등, 1945. 8. 9. 이후 일본인이 한국의 은행으로부터 인출해간 예금액, 대체 또는 송금된 금품, 한국 법인의 재일 재산, 한국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던 일본의 유가증권, 은행권 등과 함께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전쟁에 의한 피징용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 한국인의 대 일본국정부 청구 은급(은급)관계, 한국인의 대 일본인 또는 법인 청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3)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관한 논란

청구권협정 제2조와 합의의사록이 위와 같이 정하고 있음에 관하여, 우리 정부의 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한 것인지, 혹은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도 포기된 것인지(그리고 그것이 포기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어 왔는데,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우리 국민에 대한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상정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는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것이거나 혹은 우리 정부의 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한 것일 뿐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은 포기되지 않은 것이고 포기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입론하여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입장과 그와 달리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우리 국민의 일본이나 일본기업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은 모두 소멸하였다고 해석하는 입장이 대립하였고, 우리 정부는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되었던 원고 51, 60 등이 2000. 9. 18. 미국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일본을 피고로 하여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담당 재판부에 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에 의하여 위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하는 등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4) 정부의 보상조치

정부는 1966. 2. 19. '청구권자금의운용및관리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1945년 8월 15일 이전까지의 일본국에 대한 민간청구권은 이 법에서 정하는 청구권자금 중에서 보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5조 제1항 ), 1971. 1. 19. '대일민간청구권신고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보상대상이 되는 청구권의 범위와 신고기간, 증거조사방법 등을 규정하였으며, 1974. 12. 21. '대일민간청구권보상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보상 금액 및 방법 등을 규정하였는데, 위 각 법률규정상 피징용사망자와 재산권을 보상대상으로 할 뿐 피징용부상자, 군위안부, 원자폭탄 피해자 등은 그 보상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신고기간도 대일민간청구권신고에관한법률 시행 60일 경과 후부터 10월 이내로 한정되었으며, 보상금은 피징용사망자에 대하여 1인당 30만 원, 예금·채권 등 재산에 대하여는 일본국 통화 1엔당 30원으로 하여 보상하도록 하였는바,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피징용사망자 8,552명에 대하여 약 25억 7천만 원, 예금·채권 등 재산 74,967건에 대하여 약 66억 2천만 원, 합계 약 91억 9천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였고, 위 각 법률은 1982. 12. 31 모두 폐지되었다.

정부는 그 후 1990. 원폭피해자복지기금을 조성하여 원자폭탄 피해자들에 대한 진료비, 장제비 등을 지원하고 있고, 1993. 6. 11. '일제하일본군위안부에대한생활안정지원법'을 제정하여 생존한 일본군위안부에 대하여 생활안정지원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5) 이 사건 문서의 공개 여부에 관한 피고의 내부결정

1993. 7. 28. 제정된 '외교문서보존및공개에관한규칙'에는 생산 또는 접수된 후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는 피고가 외교문서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0년이 경과한 해의 다음해 1월에 일반에게 공개하되, 다만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 국가이익의 중대한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 개인의 이익이나 사생활의 명백하고 부당한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고( 제4조 제1항 , 그 후 정보공개법이 시행됨에 따라 1998. 7. 6. 위 규칙이 개정되어 비공개 대상을 위 심의회가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것으로 결정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는 1993. 10.경 이 사건 문서의 공개 여부를 검토하면서 외교관례에 따라 당사국인 일본 정부의 의견을 물었는데, 일본 정부가 장기간에 걸친 교섭기록이므로 일반 국민의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하여 하나의 안건으로 일괄 취급하여 공개 여부를 결정하되 일본의 외교기밀에 관한 중요 사항이 담겨 있어 일본 정부도 공개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상호 신뢰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공개 여부를 신중히 심사하고 공개하는 경우에도 가급적 양국이 동시에 공개함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내 오자, 피고는 공개로 인하여 일본과 외교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1994. 1.경 이 사건 문서를 공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결정하였고, 그 후 1997. 1.경 일본정부는 북한과 일본의 수교교섭에 장애가 된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문서를 당분간 공개하지 말 것을 다시 요청하였으며, 그러한 입장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6) 원고들의 손해배상소송

일부 원고들은 아래 표 내역과 같이 일본과 일본기업을 상대로 군위안부, 근로정신대, 군인, 군속으로 강제동원되거나 일본기업에서 강제근로를 함으로써 또는 우키시마마루호 폭침 등으로 인하여 생명, 신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제기하였다.

본문내 포함된 표
제소 원고 제소일 제소 법원 상대방 사유
원고 51, 60 2000. 9. 18. 워싱턴 D.C연방지방법원 일본 군위안부
원고 62, 63 1999. 3. 1. 나고야지방재판소 일본,미쓰비시중공업(주) 근로정신대
원고 64, 65, 66, 70 2003. 4. 1. 도야마지방재판소 일본, (주)후지코시 근로정신대

본문내 포함된 표
제소 원고 제소일 제소 법원 상대방 사유
원고 71, 72 ,73, 74, 75, 78, 80 1992. 8. 25. 교토지방재판소 일본 우키시마마루호폭침
원고 94, 95 1995. 12. 11. 히로시마지방재판소 일본,미쓰비시중공업(주) 강제징용
원고 91, 92, 93, 94, 95 2000. 5. 1. 부산지방법원 미쓰비시중공업(주) 강제징용
원고 1, 2 1997. 12. 24. 오사카지방재판소 일본,신일본제철(주) 강제징용
원고 3 1995. 9. 22. 도쿄지방재판소 일본,신일본제철(주) 강제징용
원고 11 1995. 5. 10. 도쿄지방재판소 일본 B,C급 전범 으로 몰림
원고 59 1992. 12. 25. 야마구치지방재판소시모노세키지부 일본 군 위안부
원고 12, 13, 14, 16, 17, 31, 32, 33, 34, 35, 36, 37, 40, 47, 79 2001. 6. 29. 도쿄지방재판소 일본 군인, 군속
원고 38, 39 2003. 6. 12. 도쿄지방재판소 일본 군인, 군속
원고 18, 19, 20 2000. 11. 28. 서울지방법원 대한민국 군인, 군속사망자유골인도청구
원고 41, 42, 43, 44, 45, 46 1993. 6. 30. 도쿄지방재판소 일본 군속

나. 판 단

(1)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를 모든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제3조 , 제6조 ), 이 사건 문서가 한일회담의 최종결론에 이른 의사결정과정과 내부검토단계의 정보라 하여 비공개대상으로 할 법률상의 근거나 합리적 이유는 없다(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5호 에서 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한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은 그와 같은 단계의 정보의 공개로 인하여 장차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거나 외부의 부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하여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미 최종결론이 난지 30여 년이 경과한 이 사건 문서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청구권협정 및 합의의사록의 내용만으로는 원고들의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여부에 관한 합치된 해석이 어려워 많은 논란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조약의 해석에 관하여는 조약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그 문언의 의미를 밝힘으로써 당사국의 의사를 확인하여야 하고 여기에 조약 체결시의 역사적 상황이 고려되어야 하며 조약 문언의 해석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조약의 준비문서도 해석을 위하여 이용되어야 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협정 해석의 보충적 수단으로서 이 사건 문서를 이용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문서의 공개가 불필요하다고 할 수 없다.

또 정부가 앞서 본 보상 관련 법률에 의하여 이미 마쳤거나 현재 실시하고 있는 일본 강점기의 피해에 대한 보상은 피해 국민 일부에 대한 그리고 피해의 일부에 대한 보상에 그친 것이므로, 그러한 보상이 행하여졌다고 하여 그 보상대상으로 정하지 않은 피해를 입은 국민이나 신고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못한 국민이 더 이상 일본이나 일본기업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되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니, 그러한 보상 등을 이유로 원고들이 이 사건 문서의 공개를 통하여 보호받을 실제의 이익이 없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다만, 이 사건 문서를 보충적 수단으로 삼아 청구권협정의 의미를 해석하는 경우에도 원고들의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장차의 판단 사항일 뿐이다).

(2) 한편, 이 사건 문서에는 한일회담 교섭과정에서 제기된 양국의 여러 현안에 관한 구체적 주장 및 대응 내용, 교섭방침에 관한 지시 및 훈령, 교섭전략 등 우리 나라와 일본의 외교적 비밀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와 일본은 국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또 장래에도 그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여야 하며 공개를 보류하여 달라는 일본정부의 요청 자체가 외교관계상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외교관례에 따르거나 국제적 신뢰관계 유지를 위하여 당사국인 일본의 요청을 존중하는 것도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고,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은 특히 전문적 판단을 요하므로 이에 관하여는 피고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함께 감안하여 보면, 이 사건 문서는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의 내용을 이루면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이 되는 기본권이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헌법 제1조 , 제10조 , 제21조 , 제34조 제1항 참조)와 관련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에 근거하여 정보공개법이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제한은 위와 같은 알권리의 성격에 비추어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고 그러한 한도를 결정하기 위하여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국민이 입게 되는 구체적 불이익과 보호하려는 국익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야 하는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문서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으려면 그 비공개로 인하여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으로서의 알권리에 포함되는 일반적인 공개청구권을 넘어 원고들이 이 사건 문서 공개에 관하여 특별히 가지는 구체적인 이익도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커야 할 것이고, 과연 그러한지 여부는 이 사건 문서의 내용, 공개를 필요로 하는 사유 및 그에 관한 원고들의 구체적 이익 등과 피고가 공개를 거부할 사유로서 드는 외교관계 등에의 영향, 국가이익의 실질적 손상 정도 등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피건대, 이 법원의 비공개문서검증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문서 중 순번 36번 '제6차 한일회담 청구권 관계자료'에 1963. 3. 5.자 외무부의 '한일회담 일반청구권문제'라는 문서가 포함되어 있고 여기에는 제1차부터 그때까지의 한일회담 경과, 우리 정부가 제시한 청구항목, 이에 대한 일본측의 반응, 청구권협정의 세목에 관한 토의 등이 정리되어 있는 사실, 그 이후에 작성된 순번 48번 '속개 제6차 한일회담 : 청구권위원회 회의록 및 경제협력 문제', 순번 55, 56번 '제7차 한일회담청구권관계회의 보고 및 훈령'(전2권), 순번 57번 '제7차 한일회담 청구권 및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내용 설명 및 자료'에도 우리 국민의 개인적 청구권의 해결에 관한 양국의 인식을 표시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 사실(순번 48, 55, 56, 57번 문서에는 개인적 청구권의 해결과 무관한 사항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나, 순번 36번 문서와 달리 관련 부분을 따로 특정하기 어렵다), 그 외의 문서들에도 우리 국민의 개인적 청구권에 관한 사항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그 내용은 대부분 순번 36번 문서 중 한일회담 일반청구권문제에 정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순번 36번 문서 중 한일회담 일반청구권문제와 순번 48, 55, 56, 57번 문서들은 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들의 일본이나 일본기업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유력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이고(그 외의 문서들은 따로 공개하지 않더라도 위 문제의 판단에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의 나이가 매우 많아 그들에게 개인적 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는 기간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으며, 위 문서들은 생산된지 30년이 훨씬 지나 당시의 외교 기밀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비공개 대상으로 하여 그 비밀성을 유지하여야 할 객관적 필요성이 크게 감소하였다고 볼 것인 데다가(외교기밀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비공개 문서로 유지하여야 한다면 생산 또는 접수된 후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정한 외교문서보존및공개에관한규칙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 위 문서들의 공개로 인하여 일본과의 외교관계에 있어 다소의 불편이 따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일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에 비추어 이는 국가적으로 수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그렇다면 원고들 중 소송의 방법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일본 강점기에 입은 피해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 또는 이에 준하는 권익의 보호를 구한 사람들은 그 소송에서의 청구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위 순번 36번 문서 중 한일회담 일반청구권문제와 순번 48, 55, 56, 57번 문서들의 공개에 관하여 특별하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지는 한편 이를 비공개함으로 인하여 보호되는 국익은 그들의 위와 같은 이익을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크지는 않다고 볼 것인바, 결국 피고는 위 원고들에 대하여 정보의 부분공개를 정한 정보공개법 제12조에 따라 위 문서들을 공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 문서들 부분에 한하여 위법하고, 다만 그 밖의 원고들은 일본 강점기의 피해자라고 주장할 뿐 위와 같은 특별하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진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으므로 그들에 대한 이 사건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별지 공개허용원고목록 기재 원고들의 별지 공개대상목록 기재 문서들에 관한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위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와 그 밖의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행정소송법 제8조 , 민사소송법 제98조 , 제99조 후단(전부 패소한 원고들에 대하여), 제101조 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영호(재판장) 김관중 조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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