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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2005. 2. 4. 선고 2003가합14448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항소[각공2005.5.10.(21),719]
판시사항

[1]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요건으로서의 '궁박'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화의법 제53조 제2항 이 준용하는 파산법 제277조 에서 화의인가결정 확정 전까지의 특별이익공여 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는 취지

[3]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된 후에도 화의법 제53조 제2항 , 파산법 제277조 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화의인가결정 확정 후 화의채무자가 화의채권자 중 1인에게 화의조건보다 유리하게 변제한 행위의 효력(한정 유효)

[4] 화의인가결정 확정 전에 일부 채권자에게 화의조건에 의하지 아니한 특별이익을 공여하는 약정(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화의인가결정 확정 후에 위 약정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약정(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각 약정의 체결 목적 및 동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특별이익공여 약정으로서 무효인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이나 이행행위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긍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 등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화의법 제53조 제2항 , 파산법 제277조 에서 화의인가결정 확정 전까지의 특별이익공여 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는 취지는, 법정 다수의 화의채권자의 동의를 얻기 곤란한 상황하에서 화의채무자 또는 화의의 성립에 의하여 이익을 받는 제3자가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을 목적으로 일부 채권자에게 화의조건에 의하지 아니한 특별이익을 공여하는 것은 화의 결의의 공정을 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회사정리나 파산절차에서와는 달리, 화의절차에서는 화의가 성립될 때까지는 법원, 정리위원, 관재인 등 공적 기관이 관여하지만 일단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면 그 때까지 진행되어 온 화의절차는 그 목적을 달성하여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그와 같이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되면 법원, 정리위원, 관재인 등 공적 기관도 더 이상 화의절차에 관여하지 못하고 그 화의조건의 이행 여부는 완전히 채무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화의절차에서는 일단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되면 더 이상 화의의 공정이 침해될 여지는 없어지고 그 이후에는 화의채무자에 의한 이행의 문제만이 남게 되는바, 그 경우 화의채무자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의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행위를 할 수 있게 되므로,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된 후에는 특별이익공여 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는 화의법 제53조 제2항 , 파산법 제277조 가 적용되지 않고, 그 경우 화의채무자는 특별히 화의조건에 의해 그 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해 제한을 가하고 있지 않는 한 자유롭게 화의채권에 대한 관리·처분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화의인가결정 확정 후 화의채무자가 화의채권자 중 1인에게 화의조건보다 유리하게 변제하여도 그것이 화의인가 전에 약정된 특별이익의 이행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

[4] 화의인가결정 확정 전에 일부 채권자에게 화의조건에 의하지 아니한 특별이익을 공여하는 약정(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화의인가결정 확정 후에 위 약정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약정(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각 약정의 체결 목적 및 동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특별이익공여 약정으로서 무효인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이나 이행행위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긍정한 사례.

원고

주식회사 태평주택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변태종 외 1인)

피고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 담당변호사 조남대 외 2인)

변론종결

2005. 1. 14.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 주식회사 태평주택에 대한 인천지방법원 98거91호 화의절차개시 사건에서 화의채권으로 신고한 합계 금 247,381,516,359원의 채권과, 원고 하준환에 대한 인천지방법원 98거89호 화의절차개시 사건에서 화의채권으로 신고한 합계 금 99,909,204,125원의 채권에 관하여는 대출원금에 대하여는 연 3%를 초과하는 지연손해금 및 이자 채무가,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채무 및 보증채무 원금에 대하여는 연 1%를 초과하는 지연손해금 및 이자 채무가 각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 주식회사 태평주택(이하 '원고 태평주택'이라 한다)은 아파트의 건축, 분양 등 공동주택사업을 주로 하는 건설회사이고, 원고 하준환은 원고 주식회사 태평주택의 대표이사이자, '태평건설'이라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며 아파트의 건축, 분양 등 공동주택사업을 하는 자이다(이하에서는, 달리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태평건설'이라고 함은 원고 하준환을 의미한다).

(2) 피고는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주택분양에 관한 보증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같은 법 부칙(1999. 2. 8.자 법률 제5908호)에 의하여 주택사업공제조합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 승계한 자이다(이하 주택사업공제조합과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를 포괄하여 '피고'라고만 한다).

나. 이 사건 각 화의절차의 경과

(1) 원고들이 1998.경 부도가 난 후 1999. 3.경 인천지방법원의 각 화의절차개시결정에 의해 원고들에 대한 각 화의절차(원고 태평주택 : 98거91호, 원고 하준환 : 98거89호, 이하 '이 사건 각 화의절차'라 한다)가 개시되었다.

(2) 피고는 1999. 4.∼5.경 이 사건 각 화의절차에서 원고 태평주택에 대하여는 합계 금 247,381,516,359원, 원고 하준환에 대하여는 합계 금 99,909,204,125원의 채권을 각 화의채권(이하 '이 사건 각 화의채권'이라 한다)으로 신고하였는데, 이 사건 각 화의채권의 유형을 보면 크게 운영자금 대출금채권 주1) 과 구상금채권 주2) 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구상금채권은 다시 주채무자인 원고들에 대한 구상금채권 주3) 과 연대보증인인 원고들에 대한 구상금채권 주4) 으로 나뉘어져 있다.

(3) 그 후 1999. 5. 17. 14:00경 위 법원에서 개최된 각 채권자집회에서 최대채권자인 피고와 기타 다른 화의채권자들이 다음과 같은 화의조건에 동의해 줌에 따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각 화의조건(원고들 양자에게 동일한 내용임, 이하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이라 한다)이 가결되어, 같은 날 위 법원은 위 각 화의조건에 기한 각 화의인가결정(이하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이라 한다)을 하였고, 그 무렵 위 각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었다.

<화의조건의 내용(피고와 관련된 부분)>

1. 대출금채권

원금은 2001년 10%,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각 20%, 2005년에 30%를 분할변제하며, 기발생이자 및 장래발생이자는 이자율 연 3%로 지급하되, 1999년도분까지의 이자는 2000. 6. 30.에 변제하고, 2000년부터의 이자는 해당 연도 말에 변제한다. 단, 약정이율이 3% 이하일 경우에는 약정이율에 따른다.

2. 연대보증 및 보증채무

① 주채무자로부터 우선변제받도록 하되, 주채무자가 파산, 청산, 부도 등 변제능력이 상실된 경우에는 보증채무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 보고, 아래 ②항에 따라 변제한다. 다만, 주채무자가 회사정리절차를 수행하거나 화의가 인가된 경우에는 그 정리절차가 폐지되거나 화의가 취소된 경우에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 본다.

② 원금은 지급사유 발생일이 속한 연도 말부터 5년 거치 5년 동안 균등하게 분할 변제하고, 지급사유 발생시까지의 이자와 거치기간 및 변제기간 종료일까지 발생하는 이자는 이율을 연 1%로 하여 지급하되, 1999년도분까지의 이자는 2000. 6. 30.에 변제하고, 2000년부터의 이자는 해당연도 말에 변제한다.

다. 이 사건 각 이면약정 주5) 의 체결 및 그 경위

(1) 피고는 공동주택의 시공 및 분양과정에서 필수적인 분양보증서를 건설사업자에게 발급해주는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이고, 또한 이 사건 각 화의절차에서 원고들에 대한 최대채권자의 지위에 있던 자이다.

(2)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 전인 1999. 1.경 화의인가를 위한 원고들과의 교섭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피고가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대해 동의를 해 주는 대신,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으로 확정된 화의조건에도 불구하고 피고에 대해서는 종전대로의 비율에 따른 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문서에 서명·날인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1999. 1.경 원고들 명의로 된 상환계획서(갑 제7호증), 주6) 원고 태평주택 명의로 된 각서(갑 제8호증)를 각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해 주었는데, 위 각 문서들(이하 위 상환계획서 및 각서를 포괄하여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라 한다)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들의 1999. 1.자 상환계획서(갑 제7호증)>

당사는 당사의 주채무 및 연대보증채무에 대하여 피고가 대위변제한(향후 발생되는 확정채무 포함) 원금 및 이자율에 대하여 화의조건에 우선하여 별도로 별첨의 각서 및 상환예정계획서에 의거 대위변제금(원금 + 이자)을 상환할 것을 확약합니다.

<원고 태평주택의 1999. 1.자 각서(갑 제8호증)>

당사의 화의조건 동의에 대하여 피고가 제시한 변제조건을 인천지방법원 민사11부에 제출한 화의동의서에 우선하여 다음과 같이 수용하며, 본 각서에 서명날인합니다.

1. 대출보증을 비롯한 기타 보증에 대한 피고가 기대위변제 하였거나, 대위변제가 불가피한 경우, 피고 대위변제금(원금 + 이자)의 상환기간 및 이자율에 대하여는, 상환기간은 타 채권자들의 제시조건 중 최단기간으로 하고, 피고 대위변제금의 상환이율은 기대위변제분은 본점 최종 화의조건 승인일, 미대위변제분은 실제 대위변제시점을 기준으로 직전월 최근 3개월간 피고 자금차입 평균이율을 적용함.

2. 연대보증채무도 1.항과 같음.

3. 현재 분양보증사업장의 분양수납금 계좌는 피고 단독 또는 피고와 공동명의로 개설하여 자금을 관리한다.

(3) 그러자 피고는 1999. 2. 2.경 "원고들에 대한 각 화의조건에 동의하고 별제권 행사를 유예해 주되, 화의인가결정 확정 후 원고들로부터 피고가 제시한 변제조건에 의한 별도의 상환계획서를 징구하여 공증할 것. 단, 피고 대위변제금의 상환이율에 대하여는 기대위변제분은 본점 최종 화의조건 승인일, 미대위변제분은 실제 대위변제시점을 기준으로 직전월 최근 3개월간 피고 자금차입 평균이율을 적용하고, 별제권행사는 피고가 제시하는 변제조건을 원고들이 이행하는 경우에만 유예함을 명시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피고의 내부 기안문서(을 제20호증)를 작성하였고, 주7) 이에 기해 1999. 2. 3.경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대해 동의하고 별제권 행사를 유예하겠다는 내용의 '별제권행사 유예의사 및 화의조건 동의 여부에 대한 회신'(갑 제9호증의 1, 2)을 발송하였으며, 위 법원에도 그와 같은 의사를 표시하였다.

(4) 그 후 원고 태평주택은 1999. 말경 자신이 사업을 시행하다 부도가 남으로써 장기간 중단된 상태에 있던 인천 서창지구 건설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피고에 의해 발행된 분양보증서상의 분양보증기간을 연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그 무렵 이를 피고에게 요청하자, 피고는 그와 같은 분양보증기간 연장을 하여 주는 대신 이 사건 각 화의조건과는 달리 피고가 종전에 적용하던 비율에 따라 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계산할 것과 그와 같이 계산한 채무를 위 서창지구에 대한 분양수입금으로 우선 상환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원고 태평주택에게 요구하면서, 그와 같은 내용의 문서 작성을 요구하였다.

(5) 이에 원고 태평주택은 위 서창지구 건설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입게 될 막대한 손실 및 위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경우에 얻게 될 이익 등을 고려한 끝에 피고의 위 요구를 수락하기로 하는 대신 피고에 대한 운영자금 대출채무의 변제기 유예를 요청하기로 하고, 2000. 3. 27.경 피고에게 '운영자금 대출채무에 관해 기발생 이자의 납부기한을 2000. 12. 31.로 연장하고 원금의 상환조건을 3년 거치 12년 분할 상환으로 변경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을 제13호증의 1), 그와 함께 같은 날 피고에게 "당사가 시행하고 고려산업개발(주)에서 시공하는 서창 현대모닝사이드의 분양이 임박함에 따라 귀사에서 동 부지에 근저당설정한 65억 원과 운영자금 이자를 별첨의 계획에 의해 화의조건과 상관없이 변제할 예정이오니 업무참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분할상환계획서 제출건'이라는 제목의 문서(을 제36호증의 1)를 피고에게 발송하면서 위 문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상환각서(을 제36호증의 2)를 첨부하였다.

<원고 태평주택의 2000. 3. 27.자 상환각서(을 제36호증의 2)>

당사는 귀사에 대한 당사의 주채무(운영자금 포함)에 대하여 귀사에 제출한 화의상환계획서와는 별도로 서창 현대모닝사이드 분양수입금으로 별첨과 같이 분할상환계획서 주8) 를 제출 상환코자 하며, 동 상환계획서대로 이행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귀사가 공동관리하고 있는 동 아파트 분양금 통장에서 임의인출 회수하여도 이의 없음을 확약합니다.

(6) 원고 태평주택의 위 변제기 유예 요청에 대해, 피고는 2000. 3. 30. 원고 태평주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약정서(을 제13호증의 3)를 작성받은 후, 같은 날 원고 태평주택의 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는 내부결정을 하였다(을 제13호증의 2).

<원고 태평주택의 2000. 3. 30.자 약정서(을 제13호증의 3)>

피고(이하 '갑'이라 함)와 화의인가업체인 원고 태평주택(이하 '을'이라 함)은 운영자금대출금 및 이자(연체이자, 약정이자)와 관련하여 상호 합의하에 다음 사항을 약정한다.

① 운영자금 원금에 대해서 을은 갑의 관련 규정에 의한 3년 거치 12년 분할상환계획서를 갑에게 제출하여 갑의 승인하에 동계획서에 의거 성실히 상환한다.

② 을은 연체이자 및 약정이자(납입일 기준)를 갑의 관련 규정에 의거 인천 서창3차사업 분양수익금으로 2000. 12. 31.까지 상환완료하며, 만약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는 갑이 분양대금 통장 관리를 하고 있는 서창3차사업 수익금에서 을 동의 없이 우선충당하여도 을은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③ 융자이율은 갑의 관련 규정에 의거 처리한다.

(이하 생략)

(7) 또한, 원고들은 2000. 3. 30. 피고의 요구에 따라 앞서 본 <원고 태평주택의 1999. 1.자 각서(갑 제8호증)>와 동일한(단, '별제권행사는 위 1, 2, 4항이 이행될 시 별제권행사를 유예함'이라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내용의 각서(을 제2호증)를 작성해 주었고, 같은 날 다시 앞서 본 <원고 태평주택의 2000. 3. 27.자 상환각서(을 제36호증의 2)>와 동일한 내용의 상환각서(을 제24호증)를 작성한 후 2000. 4. 3. 이를 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에서 인증받았다.

(8) 그에 따라 피고는 2000. 4. 초경 서창지구 건축사업에 대한 분양보증서상의 분양보증기간을 2000. 11. 30.에서 2003. 12. 31.까지 연장해 주었고(갑 제10호증), 이에 따라 원고 태평주택은 2000. 4. 6. 서창지구 현대모닝사이드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아 2000. 4. 7. 입주자 모집공고를 마쳤다.

(9) 그 후 원고 하준환은 2000. 6. 20.자로 피고에게 앞서 본 <원고들의 1999. 1.자 상환계획서(갑 제7호증)>와 동일한 내용의 상환계획서(을 제1호증)를 작성해 주었다{이하 원고들 작성의 위 상환계획서 및 각서(을 제1, 2호증)를 포괄하여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라 한다}.

(10) 한편, 원고 태평주택은 그 무렵 역시 자신이 사업을 시행하다 부도가 남으로써 장기간 중단된 상태에 있던 시흥 연성지구 건설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 기존에 피고에 의해 발행된 분양보증서상의 분양보증기간을 연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2000. 5.경 이를 피고에게 요청하자, 피고는 다시 위 분양보증기간 연장을 하여주는 대신 이 사건 각 화의조건과는 달리 피고가 종전에 적용하던 비율에 따라 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계산할 것과 그와 같이 계산한 채무를 위 연성지구에 대한 분양수입금으로 우선 상환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원고 태평주택에게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태평주택은 2000. 12.경 피고에게 상환 금액 20억 원을 위 연성지구 분양수입금에서 우선 상환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화의채권 상환계획서(을 제25호증)를 작성해 주었다.

(11) 그 후, 2002.경 원고 태평주택이 사업을 시행하게 된 인천 경서지구 건설사업에 관하여 원고 태평주택이 피고에게 분양보증을 신청하자, 피고는 원고 하준환의 이 사건 화의채무를 원고 태평주택이 모두 인수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들은 2002. 5. 8.경 원고 하준환의 이 사건 화의채무 전부를 원고 태평주택이 인수하되 그 채무금액은 이면약정 주9) 의 내용에 따른다는 취지의 중첩적 채무인수계약서(을 제14호증)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12) 또한, 위 경서지구 건설사업과 관련하여 피고는 원고 태평주택에게 위 경서지구에 대한 분양수입금으로 원고 태평주택의 채무를 우선 상환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태평주택은 2002. 5. 13.경 피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채무약정서(을 제26호증)를 작성해 주었다.

<원고 태평주택의 2002. 5. 13.자 채무약정서(을 제26호증)>

당사는 귀사에 대한 당사 및 태평건설의 주채무(운영자금 포함), 연대보증채무 일체를 변제함에 있어, 인천 서구 경서동 샹베르 태평아파트 신축공사의 분양대금으로 다음과 같이 변제할 것을 확약하며, 만약 동 약정서상의 채무상환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귀사가 보관하고 있는 당사의 분양대금 통장에서 임의로 인출, 회수조치하여도 이의 없음을 확약합니다.

라. 피고의 이 사건 각 이면약정에 따른 변제 요구

피고는 위와 같은 이 사건 각 이면약정들에 기하여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 이후에도 계속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의 내용과는 달리 종래 피고가 적용하던 비율(7%∼16%)에 따른 이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14호증, 을 제1∼45호증(이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권용환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의 내용에 따라 원고들이 피고에게 지급해야 할 이 사건 각 화의채권에 대한 이자 및 지연손해금 비율이 대출금채권에 관해서는 연 3%, 연대보증 및 보증채권에 관해서는 연 1%를 초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궁박한 상황에 처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의 내용과 달리 종전대로의 비율에 따른 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내용의 이면약정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작성된 이 사건 각 이면약정을 근거로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반하는 내용의 채무 이행을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바, 위와 같이 체결된 이 사건 각 이면약정은 화의법상 금지하는 특별이익공여 약정에 해당되어 무효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민법 제104조 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이 사건 각 화의채권에 관하여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서 정한 비율을 초과하는 이자 및 지연손해금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한다.

3. 쟁점 및 판단 순서

가. 쟁 점

먼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반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각 이면약정이 체결되었고, 피고가 위 이면약정들에 기해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반하는 내용의 채무 이행을 계속적으로 구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각 이면약정(특히,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과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의 효력 여부이다.

나. 판단 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화의채권은 크게 대출금채권과 구상금채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은 그 중 구상금채권에 관해서만 다루고 있으므로, 주10) 판단의 편의상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 부분과 구상금채권 부분을 나누어, 각 해당 부분에 관한 이면약정의 효력을 화의법적 측면 주11) 과 불공정행위의 측면에서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4. 대출금채권 부분에 대한 판단

가. 특별이익공여 약정 주장

(1)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 부분에 관한 이면약정들도 화의법상 금지되는 특별이익공여 약정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2) 먼저, 화의법 제53조 제2항 에서 준용하고 있는 파산법 제277조 는 법정 다수의 화의채권자의 동의를 얻기 곤란한 상황하에서 화의채무자 또는 화의의 성립에 의하여 이익을 받는 제3자가 화의개시신청시부터 채권자집회시까지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을 목적으로 일부 채권자에게 화의조건에 의하지 아니한 특별이익을 공여하는 것은 화의 결의의 공정을 해한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하여 무효로 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정리나 파산절차에서와는 달리, 화의절차에서는 화의가 성립될 때까지는 법원, 정리위원, 관재인 등 공적 기관이 관여하지만 일단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면 그 때까지 진행되어 온 화의절차는 그 목적을 달성하여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어서, 주12) 원칙적으로 그와 같이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되면 법원, 정리위원, 관재인 등 공적 기관도 더 이상 화의절차에 관여하지 못하고 그 화의조건의 이행 여부는 완전히 채무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것이다. 주13)

따라서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된 후에는 앞서 본 화의법 제53조 제2항 , 파산법 제277조 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그 경우 화의채무자는 특별히 화의조건에 의해 그 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해 제한을 가하고 있지 않는 한 자유롭게 화의채권에 대한 관리·처분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화의인가결정확정 후 화의채무자가 화의채권자 중 1인에게 화의조건보다 유리하게 변제하여도 그것이 화의인가 전에 약정된 특별이익의 이행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볼 것이다.

(3) 이 사건에서 보건대,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 전에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에 관한 이면약정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에 관한 이면약정들 주14) 은 모두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 이후에야 비로소 체결된 것임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화의인가결정 후에 체결된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에 관한 이면약정들이 화의법에서 금하는 특별이익공여 약정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대출금채권 관련 이면약정의 적용대상에 대한 주장

원고들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대출금채권과 관련해 체결된 제반 약정들은 이 사건 각 화의채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각 약정 당시를 기준으로 장래 발생할 대출금채권에 관한 것이거나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 이후에 비로소 발생한 채권(비화의채권)에 관한 것에 불과하고, 달리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에 관해 화의조건에 반하는 내용의 채무 이행을 요구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에 관한 위 이면약정들의 각 문언, 산출된 상환금의 액수, 작성 시점 및 작성 경위, 작성 전후의 당사자들의 태도 등 앞서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대출금채권에 관한 위 각 이면약정들은 당연히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에 관한 것임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반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불공정행위 주장

(1) 원고들은, 피고가 우월적인 지위에서 당시 중단된 사업을 재개하여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피고의 협조가 절실했던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반하는 내용의 이면약정 체결을 강요하였던 것이므로, 이와 같이 체결된 이 사건 각 이면약정은 민법 제104조 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2) 살피건대, 먼저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 등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참조).

(3)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앞서 본 바에 의하면 건설업을 영위하던 원고들이 화의절차에 직면하여 부도난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종래 시행하다 중단된 건설사업의 재개를 위한 필요에서 부득이하게 피고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각 이면약정을 체결한 측면이 있음은 충분히 인정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대출금채권에 관한 위 각 이면약정을 체결해 준 시점은 이 사건 화의인가결정이 이미 확정된 후인 점, 주15) 원고들은 자신들이 시행하던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입게 될 막대한 손실 및 위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경우에 얻게 될 이익 등을 고려한 끝에 피고의 요구를 수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위 각 이면약정을 체결해 준 것으로 보이는 점, 그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피고의 요구만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라, 원고들도 그 대가로 변제기 유예 등을 요청하였고 이를 피고가 수차례 받아들여 준 바 있는 점(을 제13호증의 1∼3, 을 제16호증), 그처럼 피고도 가급적 원고들의 회생을 위해 원고들의 편의를 봐 주었던 흔적이 엿보이는 점, 일반적으로 거래관계에서 열세에 있는 자가 우월적 지위를 가진 자와의 원활한 거래를 위하여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이를 모두 불공정행위라고 볼 수는 없는 점, 위 각 이면약정의 내용은 결국 원래 원고들이 당연히 지급해야 할 채무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에 불과하고 그 이상을 피고가 요구한 것은 아니어서 이를 두고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라고는 보기 어려운 면이 있는 점, 그 밖에 당시 원고들의 지위나 경력, 원고들의 대체수단 선택 가능성, 원고들이 처한 상황의 급박성,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가지는 영향력의 형태나 정도 등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가 화의조건과 달리 원래의 채무 내용에 따른 변제를 요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불공정행위에 해당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역시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대출금채권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구상금채권 부분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각 이면약정 중 구상금채권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약정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갑 제7, 8호증)과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을 제1, 2호증)이므로, 위 두 이면약정의 유효성에 관해 차례대로 살펴본다.

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의 유효성

(1) 먼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의 유효성에 대해 판단하기에 앞서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의 내용에 위 구상금채권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 즉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반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해 살피건대,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의 문언상으로는 대출금채권과 보증 및 연대보증채무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 다루고 있는 피고의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채권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으나, 피고가 이 사건 각 화의채권으로 신고한 내역에는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채권도 포함되어 있는 점,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관한 갑7, 8호증상에도 '화의조건에 우선하여', '화의동의서에 우선하여'라는 표현이 있어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채권도 당연히 이 사건 각 화의조건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각 이면약정의 내용, 당사자의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의 표현이 다소 애매하게 되어 있기는 하나 그 내용에는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채권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의 유효성에 관해 살피건대, 이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은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 전에 체결된 화의조건에 반하는 내용의 약정이므로 화의법 제53조 제2항 , 파산법 제277조 에 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은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의 유효성

(1) 독립된 법률행위성 결여 및 무효행위 추인 관련 주장

(가) 원고들은 먼저,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과 동일한 내용의 것으로서 그와 독립하여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고, 설령 독립한 법률행위의 의미를 가진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대한 단순한 추인행위에 불과한데,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그 작성 시점 및 작성 행위의 측면에서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과는 별개의 시점에 별개의 행위로 체결된 것임은 명백하고, 그 내용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양자가 대체로 동일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나,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에는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없던 '별제권행사 유예조항'이 들어가 있는 등 그 내용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닌 점, 그 밖에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원고들이 서창지구 사업재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입게 될 막대한 손실 및 위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경우에 얻게 될 이익 등을 고려한 끝에 피고의 위 요구를 수락하기로 하는 대신 피고에 대한 운영자금 대출채무의 변제기 유예를 요청하여 위 요청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이루어지게 된 약정으로서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과는 그 목적 및 동기도 다소 상이한 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면약정의 체결시점이 화의인가결정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서 그 이면약정의 효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약정이 가지는 법률적 의미에도 중대한 차이가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과는 별개의 새로운 법률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독립된 법률행위로서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원고들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다음으로,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대한 단순한 추인행위에 불과한데,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 살피건대, 우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과는 별개의 독립된 법률행위라고 볼 것이지 이를 단순히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의 추인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설령 이를 추인행위로도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추인으로 인해 그 행위가 유효하게 될 수 없으나, 당해 강행법규 위반의 원인이 이미 소멸한 이후에 재차 동일한 내용의 별개 법률행위 또는 추인이 이루어졌다면 그와 같이 강행법규 위반성이 제거된 이후에 이루어진 별개 행위는 새로운 법률행위로서 그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주16)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됨으로써 특별이익공여 약정을 둘러싼 강행법규 위반의 원인이 이미 소멸한 후에 새로운 법률행위로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와 같은 경우에는 단지 종전에 강행법규 위반 행위가 존재했고 그 후의 새로운 행위가 내용상으로는 종전 행위와 동일하다는 사유만으로 그 새로운 행위 자체를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주17)

(라)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특별이익공여 약정 주장

(가) 원고들은,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특별이익공여 약정으로서 무효인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이나 이행행위에 불과하므로 그 역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나) 먼저, 화의법 제53조 제2항 , 파산법 제277조 에서 화의인가결정 확정 전까지의 특별이익공여 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는 취지는, 법정 다수의 화의채권자의 동의를 얻기 곤란한 상황하에서 화의채무자 또는 화의의 성립에 의하여 이익을 받는 제3자가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을 목적으로 일부 채권자에게 화의조건에 의하지 아니한 특별이익을 공여하는 것은 화의 결의의 공정을 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정리나 파산절차에서와는 달리, 화의절차에서는 화의가 성립될 때까지는 법원, 정리위원, 관재인 등 공적 기관이 관여하지만 일단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면 그 때까지 진행되어 온 화의절차는 그 목적을 달성하여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그와 같이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되면 법원, 정리위원, 관재인 등 공적 기관도 더 이상 화의절차에 관여하지 못하고 그 화의조건의 이행 여부는 완전히 채무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화의절차에서는 일단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되면 더 이상 화의의 공정이 침해될 여지는 없어지고 그 이후에는 화의채무자에 의한 이행의 문제만이 남게 되는바, 그 경우 화의채무자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의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된 후에는 앞서 본 화의법 제53조 제2항 , 파산법 제277조 가 적용되지 않고, 그 경우 화의채무자는 특별히 화의조건에 의해 그 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해 제한을 가하고 있지 않는 한 자유롭게 화의채권에 대한 관리·처분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화의인가결정 확정 후 화의채무자가 화의채권자 중 1인에게 화의조건보다 유리하게 변제하여도 그것이 화의인가 전에 약정된 특별이익의 이행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볼 것이다.

(다) 그렇다면 화의인가결정 확정 후에 체결된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의 유효성에 관해서는, 위 약정이 특별이익공여 약정으로 무효인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의 단순한 재확인이나 이행행위에 불과한 것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건대, 다음에 드는 여러 사정들 및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 체결을 전후한 제반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특별이익공여 약정으로서 무효인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이나 이행행위에 불과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에 불과하였다는 취지의 갑 제15호증의 기재는 이를 믿지 아니한다).

① 일반적으로, 제2약정이 제1약정에 대한 단순한 재확인에 불과하다고 하려면, 제1약정에 관한 계약서의 분실 등으로 인한 단순한 재작성의 경우 또는 제2약정의 내용이 '제1약정이 체결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와 같이 계약의 구속력의 근거가 제2약정이 아닌 제1약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제2약정이 제1약정에 대한 이행행위에 불과하다고 하려면, 제1약정 자체에서 제2약정의 체결을 예정하고 있는 경우 주18) 와 같이 제2약정의 체결 행위 자체를 제1약정의 이행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②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먼저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그 작성 시점 및 작성 행위의 측면에서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과는 별개의 시점에 별개의 행위로 체결된 것임이 명백하다.

③ 특히, 작성 시점의 측면에서 볼 때, 만일 피고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의 강행법규 위반성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 또는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관한 단순한 재확인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통상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이 난 후 곧바로 또는 단시일 내에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을 체결함이 보통일 것이나, 실제로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 체결된 때로부터 약 14개월, 이 사건 각 화의인가결정일로부터는 약 10개월 후에 비로소 작성되었다.

④ 그 내용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에는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에 없던 '별제권행사 유예조항'이 들어가 있는 등 그 내용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아니하다.

⑤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원고들이 서창지구 사업재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입게 될 막대한 손실 및 위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경우에 얻게 될 이익 등을 고려한 끝에 피고의 위 요구를 수락하기로 하는 대신 피고에 대한 운영자금 대출채무의 변제기 유예를 요청하여 위 요청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이루어지게 된 것으로,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과는 그 목적 및 동기도 다소 상이하다. 주19)

⑥ 특히,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은 구상금채권에 관한 것인데, 원고들은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을 통해 위 구상금채권에 관한 이면약정을 다시 체결함에 그치지 않고, 같은 날 대출금채권에 관해서도 이면약정(을 제13호증의 3)을 체결해 주었다.

⑦ 그 후에도 원고들은 위 연성지구, 경서지구 건설사업과 관련해 피고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마다 피고의 요구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이면약정을 체결해 준 바 있다.

⑧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면약정의 체결시점이 화의인가결정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서 그 이면약정의 효력이 달라질 수 있는 점에서 두 약정이 가지는 법률적 의미에 있어 중대한 차이가 있고, 당사자들로서도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체결되었다. 주20)

⑨ 그 밖에,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의 단순한 재확인이나 이행행위에 불과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체결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그러한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21)

⑩ 만일, 피고가 우월적 지위에서 부당하게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의 체결을 강요하여 원고들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위 약정을 체결해 준 것이라면, 이러한 사정은 특별이익공여의 문제가 아닌 강박 또는 불공정행위의 문제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라)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불공정행위 주장

이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 및 그 판단 내용은 위 4. 다.항에서 본 바와 동일하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이 무효라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각 화의채권 중 구상금채권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6.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창보(재판장) 전영준 이창현

주1)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 대출해 준 운영자금에 관한 것.

주2) 피고가 보증인으로서 주채무자(원고들 및 제3자)를 위해 대위변제한 금원에 관한 구상금채권.

주3) 피고가 보증인으로서 주채무자인 원고들을 위해 대위변제한 금원에 관한 구상금채권.

주4) 원고들이 주채무자인 제3자(타 건설회사)의 피고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연대보증한 것에 관한 것.

주5)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의 내용에 반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별도로 체결된 아래의 모든 약정들을 이하에서는 '이 사건 각 이면약정'이라고 한다.

주6) 갑 제7호증에는 원고 하준환의 날인만 되어 있을 뿐 그 앞 부분에 원고 하준환의 기명이 누락되어 있기는 하나, 원고 하준환이 원고 태평주택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고, 원고 태평주택의 대표이사 하준환의 기명은 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갑 제7호증은 원고 하준환 명의의 문서이기도 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주7) 피고는 이에 관해,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갑 제7, 8호증)이 법적인 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아 화의인가결정 후 새로이 그와 같은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기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주8) 위 분할상환계획서에는 이 사건 각 화의조건의 내용과 달리 종래 피고가 적용하던 이율에 따른 상환금액이 기재되어 있다.

주9) 화의조건에 반하는 내용의 종전 이면약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10) 그 외의 이 사건 각 이면약정들은 대출금채권이나 구상금채권 중 어느 하나만 그 대상으로 하는 것도 있고, 양자를 모두 그 대상으로 하는 것도 있다.

주11) 특별이익공여 약정의 효력 문제를 말한다.

주12) 이 경우 회사정리나 파산절차와는 달리 새로 화의종결결정을 할 필요도 없다.

주13) 다만, 채무자가 반기별로 화의조건 이행상황을 법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화의법 제62조의2).

주14) 앞서 본 '원고 태평주택의 2000. 3. 27.자 상환각서(을 제36호증의 2)', '원고 태평주택의 2000. 3. 30.자 약정서(을 제13호증의 3)', '원고들의 2000. 3. 30.자 상환각서(을 제24호증)', '원고 태평주택의 2000. 12.자 화의채권 상환 계획서(을 제25호증)', '원고들의 2002. 5. 8.자 중첩적채무인수계약서(을 제14호증)', '원고 태평주택의 2002. 5. 13.자 채무약정서(을 제26호증)'가 이에 해당한다.

주15) 따라서 피고의 화의조건에 대한 동의는 이미 획득한 이후이다.

주16) 물론, 그 경우에도 당초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행위 자체는 소급하여 유효로 될 수 없다.

주17) 화의인가 전 특별이익공여 약정의 강행법규 위반에 대하여는 화의불인가 또는 양보의 취소 등의 문제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주18) 가령, 예약과 본계약의 관계가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주19) 이에 관해, 서창지구 사업재개를 위한 분양보증기간 연장을 받기 위한 필요에서 어쩔 수 없이 피고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을 체결해 준 것임은 원고들 스스로 주장하는 바이다.

주20) 이에 관해, 피고는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아 화의인가결정 후 새로이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의 체결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21) 다시 말해, 전후 사정으로 보아 '이 사건 화의인가 전 이면약정'이 없었더라도 '이 사건 화의인가 후 이면약정'은 체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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