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수탁계약준칙에 정하는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수탁계약의 효력(유효)
나. 대위변제약정이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아니라고 한 예
판결요지
가. 증권거래법 제110조 , 제115조 , 제116조 의 각 규정에 의하여 재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제정되고 그 감독을 받는 수탁계약준칙은 거래원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고객에까지 그 구속력이 미치나 이 준칙에 정한 계약방식에 따르지 아니하고 거래원과 고객간에 수탁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여도 이를 이유로 위 수탁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나. 대위변제약정이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아니라고 한 예
참조조문
가. 증권거래법 제110조 나. 민법 제104조
원고, 피상고인
김순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이조
피고,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제형, 방순원, 이석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방순원의 상고이유 제1, 2점을 함께 본다(같은 변호사 이석조의 상고이유 보충서는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판단한다).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피고 회사영업부장 사무실에서 영업부장이며 지배인인 소외 1에게 같은 소외인이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주식을 원고의 계산으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매입하여 줄 것을 부탁하고, 그 소요자금으로 1977.12.5 20,000,000원, 1978.1.10 15,000,000원(원심판결에 5,000,000원으로 기재된 것은 오기이다), 합계 35,000,000원을 교부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원심이 위 사실인정에 거친 증거취사 과정을 살펴보면 정당하여, 소론과 같이 경험칙에 위반하였거나 증거가치판단을 그르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위와 같이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 대리인인 소외 1을 통하여 원고와 피고 회사 간에 주식매매위탁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으니, 이와 같은 취지로 판시한 원판결은 정당하고 아무런 위법이 없다.
소론 증권거래법 제42조 는 증권회사의 임ㆍ직원에 대하여 본인의 계산으로 유가증권의 매매거래 또는 그 위탁을 금지한 규정이므로 위 원심 확정사실과 같이 원고가 자기의 계산으로 소외 1을 통하여 피고 회사에게 주식의 매매위탁을 한 이 사건의 경우는 여기에 저촉될 여지가 없는 것이고, 또 소론 증권거래법 제52조 제 1 호 는 증권회사의 임ㆍ직원이 고객에게 그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것을 약속하고 매매거래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 사건에서 원고가 소외 1에게 같은 소외인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주식을 원고의 계산으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매입하여 줄 것을 부탁하고 이 사건 주식매매위탁을 하였다고 하여도 이것을 일임매매거래의 위탁이라고 볼 여지는 있을지언정 위 부당권유행위와 같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증권거래법 제110조 와 같은 법 제115조 , 116조 의 각 규정에 의하여 재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제정되고 그 감독을 받는 수탁계약준칙은 거래원이 고객과 매매거래 수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에서 거래원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고객에까지 그 구속력이 미치는, 이른바 보통약관의 성질을 띈 것이긴 하나, 거래원과 고객간에 체결된 수탁계약이 위 수탁계약 준칙에 정한 계약방식에 따르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무효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주식매매 위탁이 증권거래법 제42조 , 제52조 제 1 호 및 제110조 의 각 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적법한 주식매매 위탁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거나,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법 제42조 , 제52조 제 1 호 의 규정에 위반한 반사회질서행위로서 무효라는 논지는 모두 이유없으며, 소론 각 판례는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2. 같은 상고이유 제 3 점을 본다.
논지는 원·피고 간에 매매위탁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하면 주식매도, 매수시의 수수료를 공제한 현재의 투자결과를 정산하여 그 잔액을 청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투자결과 손익관계 등을 석명하여 심리함이 없이 위탁금 전액청구를 인용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나, 원심 확정과 같이 원고는 소외 1을 통하여 피고 회사에게 매매주식의 종류, 매매시기, 매매가격 등을 일임하여 매매거래위탁을 하고 현재 당초 위탁시의 금액 상당액이 잔존하고 있음을 전제로 그 반환을 구하는 취지이므로, 소론과 같은 투자결과로 정산한 잔액이 위 위탁금액에 미달된다면 위 위탁금반환채무의 일부 소멸을 주장하는 피고측이 이를 주장 입증하여야 할 것인바, 사실심변론종결시까지 이와 같은 주장 입증이 제출된 흔적이 없으니 원심이 이 점에 관한 석명이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하다는 논지는 이유없다.
3. 같은 상고이유 제 4 점을 본다.
민법 제104조 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을 뿐 아니라 주관적으로 약자적 지위에 있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요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원고가 1978.2.9 대위변제취급장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에서 피고 회사의 대주주인 소외 배민홍, 양재봉, 임철수 등으로부터 6,500,000원을 피해보상금으로 대위변제받으면서 피고에 대한 나머지 위탁금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약정하여 그 자리에서 피고가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과, 원고는 증권거래나 이로부터 파생되는 법률문제에 관하여 전혀 경험과 지식이 없는 가정주부로서 소외 1의 말만 믿고 동인의 지시에 따랐을 뿐인데 동인이 구속되고 피고 회사에서는 원고의 위탁금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칫하면 위탁금 35,000,000원을 송두리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급박한 상황에 이르러 위 6,500,000원 지급제의에 불응하면 한푼도 변제받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원고 채권액의 20% 미달금액을 수령하고 위 포기약정을 하게 된 사실을 인정하고, 위 포기약정은 피고가 원고의 궁박상태와 무경험을 이용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심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피고 측에서 이 사건 위탁금의 일부만 소송비용조로 받고 나머지는 소송으로 찾아가라고 하여 위 6,500,000원을 수령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어 위 대위변제금 6,500,000원만이라도 받지 않으면 위탁금 35,000,000원 전액을 송두리째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급박한 상태에 있었다는 원심 인정과 어긋나고, 그밖에 원고의 궁박상태를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 3 호증의 1, 2 같은 제 4 호증 기재와 1심 증인 박덕준의 일부 증언에 보면 원고를 포함한 투자자 수십명은 피고 회사에서 농성하면서 집단적으로 피해변상을 요구한 결과 피고 대표이사 및 전무 등으로부터 피해변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의 각서를 받아낸 다음, 소외 박덕준을 위 투자자들의 대표자로 선정하여 피고 회사측과 피해변상을 절충하여 오다가 그후 위 원심 인정과 같은 대위변제 약정을 하기에 이르른 사정이 엿보이므로 위 대위변제 약정 당시 원고가 경솔하거나 무경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 대위변제약정에 이르게 된 저간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대위 변제약정이 피고 회사 주주측에서 약자인 원고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한 폭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불공정 행위의 요건에 관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어 파기를 면치 못하므로 논지는 이유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케 하고자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