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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동부지법 2004. 7. 15. 선고 2003고단3650 판결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 항소[각공2004.9.10.(13),1339]
판시사항

[1] 상호이자 영업표지인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나)목 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한 사례

[2]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18조 제3항 제1호 가 정한 형사처벌 대상과 관련하여 주지성 취득 여부의 판단 시점(=침해행위시)

[3] 주지성 있는 타인의 영업표지를 선의로 선사용한 자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피고인들이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으로 원숭이 공연을 시작할 당시 피해자의 상호가 주지성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들에게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1] 상호이자 영업표지인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이 비록 보통명사로만 구성된 기술적 서비스표로서 상표법상 보호받지 못하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특정인의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주지성을 획득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나)목 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한 사례.

[2]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4조에 규정된 민사상의 침해금지청구에 관하여는 사실심변론 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영업표지의 주지성 취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지만, 같은 법 제18조 제3항 제1호 가 정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련하여서는 침해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주지성 취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3]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4조 에 의한 금지청구와 관련하여 주지성을 획득한 상호의 존재를 모르는 선의의 선사용자의 행위도 부정경쟁행위를 구성할 수 있으나, 부정경쟁행위의 주관적 요건과 관련하여 고의·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민사적 측면과 형사적 측면을 구별하여 검토하여야 하는바, 형사적 측면에 있어서는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원칙 및 형법의 범죄론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구성요건요소인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인식 즉, 고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하여야 하므로, 주지성 있는 타인의 영업 표지를 선의로 먼저 사용한 자는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고의가 없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

[4] 피고인들이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으로 원숭이 공연을 시작할 당시 피해자의 상호가 주지성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들에게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양석조

변호인

법무법인 이지 담당변호사 장재호 외 2인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대한민국 원숭이학교"를 실제로 운영하고, 피고인 2는 위 피고인의 처로서 위 업체의 조련사인바, 누구든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호와 동일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모하여

가. 2002. 8. 6.부터 2002. 9. 22.까지 대구에 있는 밀리오레 공연장에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피해자 주식회사 원숭이학교의 상호인 "원숭이학교"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원숭이학교"가 포함된 "대한민국 원숭이학교"라는 상호를 이용하여 원숭이 공연을 함으로써 피해자의 영업상의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하고,

나. 2002. 12. 17.부터 2003. 2. 4.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국종합무역센터 인도양관에서 같은 방법으로 원숭이 공연을 함으로써 피해자의 영업상의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하고,

다. 2003. 4. 17.부터 2003. 5. 25.까지 마산시에 있는 종합운동장 내 특별전시관에서 같은 방법으로 원숭이 공연을 함으로써 피해자의 영업상의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

2.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의 요지

피고인들이 위 일시 장소에서 "원숭이학교" 또는 "원숭이공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원숭이를 이용한 공연을 한 사실은 피고인들도 시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인 윤태술, 정희원의 법정 진술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라고 주장한다.

첫째로,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은 보통명사가 결합된 관용어구로서 원숭이를 이용한 공연업을 나타내는 일반 명칭일 뿐, 식별력(특별현저성)이 없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둘째로, 피고인들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피해자보다 먼저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원숭이 공연 영업을 시작하였으며 피해자의 "원숭이학교"라는 상호가 주지성을 가진 상태도 아니어서, 피고인들은 위 명칭을 선의로 선사용하였을 뿐,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영업상의 표지를 침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행위는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다.

3. 인정되는 사실

피고인들 및 증인 윤태술, 정희원의 각 법정 진술, 검사와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고인들과 고재기의 각 진술 기재,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윤태술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진술 기재, 수사기록(48~91쪽)에 첨부된 신문보도자료 및 인터넷게시물 등의 각 기재, 수사기록(236쪽)에 첨부된 판결문의 기재 등을 종합하면, 아래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1990.경 일본에서 설립된 닛코사루군단(일광원군단)은 원숭이들이 교실 등에서의 사람의 단체생활을 흉내내는 공연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국내에서도 1997.경부터 방송, 신문 등을 통하여 위 닛코사루군단의 공연이 '일본닛코원숭이학교' 또는 '일본원숭이학교' 등의 이름으로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나. 피해자는 원래 파충류, 보석 등의 전시이벤트사업을 해 오다가 2001. 9. 20.경(당시 상호는 주식회사 하이불임) 위 닛코사루군단 사업을 하는 일본국 유한회사 몽키프로모숀과 사이에 계약기간을 2005. 9. 19.까지로 하여 명칭의 독점사용, 조련사 파견 등을 포함하는 원숭이공연사업(가칭 닛코사루군단 코리아)에 관한 제휴계약을 맺고, 2001. 6. 8.경 원숭이학당 등을, 2002. 3. 22. 원숭이학교 등을 각 상표출원하는 등 2002. 9.경까지 원숭이학교와 유사한 18가지 명칭에 대하여 상표출원을 하였다. 피해자는 또한, 2001. 말경부터 신문 등을 통하여 위 공연장 개장 내용을 '국내 최초 원숭이학교 개장', '일본 닛코원숭이군단 출동' 등의 내용으로 광고하는 등 사업준비를 하여 왔으며, 2002. 1. 19.경 위 일본 몽키프로모숀이 국내에서 주최한 원숭이공연사업에 관한 조인식을 체결하였는데, 위 사실은 국내 언론을 통하여 널리 보도되었다. 그 무렵 국내 언론에 피해자가 2002. 5.경부터 전북 부안군에 약 118억 원을 들여 '원숭이학교' 공연장을 개장할 것이라거나 닛코사루군단의 원숭이공연 사업이 국내에 진출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여러 차례 보도되었고, 피해자의 원숭이공연 사업이 여러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소개되었는데, 그 빈도는 2004. 원숭이 해를 맞아 2003. 하반기 이후에 70% 이상 집중되었다.

다. 그 후 피해자는 2002. 6. 29.경에 이르러 일본 닛코사루군단에서 공연하고 있는 원숭이 12마리를 포함한 100여 마리의 원숭이를 수입하여 전북 부안군에 면적 39,670㎡, 건평 3,966㎡, 공연장과 전시관 면적 2,975㎡, 원숭이 공연장 1동 등의 규모를 갖춘 원숭이공연시설과 악어동물원 등을 개장하였고, 2002. 8. 12.에 이르러 상호를 "주식회사 하이블에코디"에서 "주식회사 원숭이학교"로 변경등기하였으며, 위와 같은 개장사실이 국내 최초의 원숭이학교, 일본 원숭이학교 등으로 언론에 보도되거나 광고되면서 위 공연장에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여 공연을 관람하여 왔다.

라. 한편, 피고인들은 1998.경부터 보유하고 있던 소수의 원숭이를 훈련시키면서 공연 사업을 구상하다가, 2001. 11.경 원숭이 15마리와 2002. 1.경 10마리를 일본에서 추가로 수입하여 조련하는 한편, 2001. 12. 20.경 'monkeyshow.co.kr'이라는 도메인을, 2002. 4. 6.경 'monkeyschool.co.kr'이라는 도메인을 각 등록하고 원숭이 공연을 준비하여 왔으며, 마침내 2002. 5. 31. 피고인 2 명의로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한국 원숭이학교"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주식회사 애니랜드가 운영하는 물개쇼장에서 원숭이쇼 훈련을 하는 등 사업준비를 진행하였다.

마. 그런데 위 애니랜드가 부도가 나고 공연에 관한 업무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자, 피고인들은 위 장소에서의 공연사업을 포기하고 그 대신 2002. 8. 6.경부터 9. 22.까지 대구에 있는 밀리오레 공연장에서 "대한민국 원숭이학교"라는 상호로 원숭이 공연을 시작하였다. 피고인들의 이러한 사업 준비 과정과 공연 내용도 2001. 12.경부터 대구지역 및 서울의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하여 수십 차례 보도, 광고되었다.

바. 피고인들은 그 후 2002. 12. 17.부터 2003. 2. 4.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관에서 "대한민국 원숭이학교"라는 표지를 사용하여 원숭이들을 이용한 공연을 하면서 서울에 있는 여러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광고도 하고 보도도 되던 중, 피해자로부터 2003. 1. 6.경 "원숭이학교" 상호를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받게 되었고 피해자의 제소에 의하여 2003. 1. 28.경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상호사용금지 가처분결정이 내려지고 위 상호를 사용한 광고와 팸플릿 등에 대한 강제집행을 당하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그 무렵 처음으로 피해자가 "주식회사 원숭이학교"로 상호를 변경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 피고인들은 위 가처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함과 동시에 위 가처분결정의 효력은 서울 공연에 한정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2003. 4. 17.부터 5. 25.까지 마산시 종합운동장에서 다시 같은 명칭으로 원숭이 공연을 하던 중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2003. 5. 12. 서울지방법원의 상호사용금지 간접강제결정이 내려지자, 그 무렵부터는 "대한민국 원숭이공연"이라는 명칭으로 변경하여 원숭이 공연을 하였다.

아. 피고인들은 현재는 사업자등록 명칭과 홈페이지 초기화면을 "대한민국 동물학교"로 변경하여 동물공연업을 하고 있는데, 원숭이 24마리를 이용하여 학교 수업을 흉내내는 내용뿐만 아니라 강아지를 이용한 공연도 포함되어 있어 공연의 내용이나 전개 방식에 있어 피해자의 공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또한 피해자는 전북 부안군 변산에 있는 고정된 공연장 시설 내에서 원숭이 100여 마리를 이용하여 대규모로 상시 공연을 하고 있음에 비하여, 고소인들은 주된 사업장을 대구에 두고 대구, 서울, 전주, 마산, 대전 등을 순회하면서 공연하는 등 영업 방법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4. 판 단

가. "원숭이학교" 명칭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의 보호대상인지 여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상호·표장 기타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이와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정의하고 있다.

먼저, 피해자의 상호이자 영업 표지인 "원숭이학교"가 위 규정에 의한 보호대상인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는 보통명사인 '원숭이'와 '학교'가 결합된 것으로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는 이를 '원숭이들이 모여 학습 또는 훈련하는 곳' 또는 '원숭이를 이용하여 공연을 하는 곳'으로 쉽게 직감되어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에 해당하므로, 동물훈련업이나 동물공연업의 서비스표로 등록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보통명사로 된 명칭은 특정인의 영업에 관한 자타구별기능과 출처표시기능 즉, 식별력을 가지지 못하므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이 금지하는 부정경쟁행위는 상표권 침해행위와는 달라서 반드시 등록된 상표(서비스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는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기타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비록 보통명사로만 구성된 기술적 상표나 서비스표이어서 상표법상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들이 어떤 특정인의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인식하게 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영업 표지에 해당하며, 두 영업자의 시설이나 활동 사이에 영업상, 조직상, 재정상 또는 계약상 어떤 관계가 있는 것으로 오인될 경우에는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9. 4. 23. 선고 97도322 판결 ).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위 첫째 번 주장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3항 제1호 같은 법 제2조 제1호 (나)목 에 해당하는 부정경쟁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의 영업 표지인 "원숭이학교"가 주지성을 획득하였는지 여부 및 피고인들의 행위가 처벌대상인 침해행위를 구성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 판단을 위하여 주지성의 의미와 기준, 주지성의 취득 시기, 주지성에 대한 침해자의 인식 필요 여부에 관한 법리를 순차로 살펴본다.

(1) 우선 영업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것, 즉 주지성의 정도는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지역적 범위 안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정도로써 족하고, 그 여부는 그 사용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영업 범위와 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느냐의 여부가 일응의 기준이 된다. 그렇지만 영업 표지가 단순히 사용되고 있다는 정도로는 주지성을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계속적인 사용, 품질개량, 광고 선전 등으로 우월적 지위를 획득할 정도에 이르러야 주지성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7. 2. 5.자 96마364 결정 , 2001. 9. 14. 선고 99도691 판결 참조).

(2) 다음으로 주지성 취득의 시기에 관하여 본다.

상표권 등 침해금지청구 소송에서 그 상품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 여부는 사실심변론 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13782 판결 ). 그렇지만 이러한 해석은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에 규정한 민사상의 침해금지청구에 관한 것일 뿐이며, 같은 법 제18조 제3항 제1호 에 정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련하여서는 침해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주지성 취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선언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의하여 형벌법규는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일반인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될 것이 요구되고, 헌법 제13조 제1항 에서 선언한 형벌불소급 원칙에 의하여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야 하기( 형법 제1조 제1항 ) 때문이다. 만일 위 부정경쟁방지법의 처벌규정 해석과 관련하여 주지성의 취득 시기를 사실심변론 종결시로 보게 되면, 사실상 행위시 이후에 발생한 사정에 의하여 소급 처벌하는 셈이 되는바, 이는 죄형법정주의 및 형벌불소급의 대원칙에 명백히 반한다.

(3) 마지막으로, 주지성의 취득 및 그 침해행위에 대한 침해행위자의 인식 즉, 고의가 필요한지에 관하여 본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에 의한 금지청구와 관련하여 주지성을 획득한 상호의 존재를 모르는 선의의 선사용자의 행위도 부정경쟁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2다9011 판결 참조). 그러나 부정경쟁행위의 주관적 요건과 관련하여 고의·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민사적 측면과 형사적 측면을 구별하여 검토하여야 한다. 민사적 측면에 있어서는 저작권 침해금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침해로 인한 위법 상태의 금지와 그 제거를 위해서는 부정경쟁행위자의 고의 또는 과실은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되며, 다만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과실이 필요한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5조 ). 반면, 형사적 측면에 있어서는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원칙 및 형법의 범죄론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구성요건요소인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인식 즉, 고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주지성 있는 타인의 영업 표지를 선의로 먼저 사용한 자는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고의가 없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을 토대로 하여 앞에서 본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인들의 행위가 과연 형사상 처벌 대상인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핀다.

(1) 먼저, 피고인들이 2002. 8. 6. "대한민국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으로 대구에서 원숭이 공연을 시작할 당시 피해자의 상호가 주지성을 취득하였으며 피고인들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에서 인정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피해자가 원숭이 공연 사업을 위하여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하였고 신문과 방송에 광고와 보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은 원숭이를 이용한 공연을 직감하게 하는 보통명사에 불과하여 그 자체로는 영업 표지로서의 식별성이 없고, 피해자와 피고인들은 2001.경 거의 비슷한 시기에 원숭이를 이용한 공연업을 위하여 준비하여 오던 중, 피해자가 일본 업체로부터 '닛코사루군단' 또는 '닛코사루군단코리아'의 독점사용권을 취득한 후 2002. 3.경 먼저 '원숭이학교'라는 서비스표에 대한 등록신청을 하였지만,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실을 모른 채 2002. 5. 31. 먼저 "대한민국 원숭이학교"라는 사업자등록을 마쳤고, 피해자는 3개월 뒤인 2002. 8. 12.에 이르러 "주식회사 원숭이학교"로 상호를 변경하였으며, 그 무렵부터 피고인들의 원숭이 공연 사업도 국내의 여러 신문이나 방송 등 매체를 통하여 수십 차례 광고되거나 보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02. 8. 6. 대구 공연 당시에 피해자의 상호인 "주식회사 원숭이학교"가 과연 계속적인 사용, 품질개량, 광고 선전 등으로 국내의 수요자들에게 피고인들의 영업 표지에 비하여 피해자의 영업 표지로서 현저하게 우월적 지위를 획득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2002. 8. 6.에는 아직 피해자가 "원숭이학교"라는 상호를 사용하기 전이어서, 피고인들로서는 그것이 피해자의 영업 표지로서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음을 알고서 일부러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여 위 공연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인들에게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도 없다.

(2) 다음으로, 피고인들이 2002. 12. 17.경에 한 서울 공연과 2003. 4. 17.경에 한 마산 공연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핀다.

앞에서 판단한 내용과 피고인들이 위 서울 공연 도중 피해자로부터 "원숭이학교"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말 것을 통고받고 비로소 피해자가 상호를 변경한 사실을 알게 되었던 점, 피고인들의 위 서울 공연에 관하여 여러 신문과 방송에 여러 차례 광고와 보도가 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서울 공연이나 마산 공연 무렵에도 여전히 "원숭이학교"라는 명칭이 일반 수요자들이나 제3자에게 피해자의 영업 표지로서 현저하게 우월적으로 인식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로서는 2003. 1. 28. 서울지방법원의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고 그 무렵 비로소 '원숭이학교'가 피해자의 상호임을 알게 되었는데, 위 상호는 보통명사에 불과하여 독점적인 영업 표지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가처분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다투면서, 위 가처분결정의 효력은 서울 공연에 한정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같은 명칭으로 마산 공연을 시작하였지만, 공연 도중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위 서울과 마산 공연 당시 피해자의 상호가 주지성을 획득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일부러 동일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영업의 혼동을 초래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밖에 피고인들에게 부정경쟁행위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자료도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대구, 서울 및 마산에서 각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3항 제1호 , 제2조 제1호 (나)목 에 의하여 금지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부정경쟁행위를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문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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