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상법 제399조 에 의하여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사유가 되는 '법령에 위반한 행위'의 의의 및 이에 대하여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2] 보험회사의 임원이 보험계약의 유치를 위하여 보험계약자가 발행한 회사채를 유통금리보다 싼 표면금리에 의하여 매입하였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하여 주는 것과 동일하여 구 보험업법 제156조 제1항 제4호 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별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상고인
파산자 현대생명보험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양상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준서 외 2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치영)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 1이 소외 조선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전무이사로 재직할 당시인 1998. 6. 17.부터 1998. 7. 24.까지 단체보험을 유치하면서 단체보험 계약자들에게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하여 그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증권회사 등을 통하여 표면금리로 매입한 후 이를 당일 매입금리보다 높은 유통금리로 매각 처분하여 소외 회사에 금 75억 8,600만 원 상당의 매각손실을 발생시킨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1이 보험계약을 유치하면서 구 보험업법 제156조 제1항 제4호 에 위반함으로써 소외 회사에게 금 75억 8,6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당시 소외 회사는 누적된 적자와 IMF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보험계약의 해지 등으로 인해 유동성 부족 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소외 회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불가능하였고 경기불황으로 인해 신규 보험유치에 의한 자금조달 역시 곤란하여 소외 회사의 유동성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위 단체보험 계약을 유치한 점, 결국 위 회사채 거래로 인한 매각손실의 실질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유치한 단체보험 계약의 보험료를 통해 소외 회사가 조달한 자금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볼 수 있는 점, 또한 위 회사채 거래로 인한 매각손실은 금 75억 8,600만 원인 반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소외 회사가 지급받은 순유입 보험료는 금 424억 1,400만 원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1의 위 회사채 거래로 인한 매각손실은 소외 회사가 처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달리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보험금 지급불능 사태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회사의 경영자로서 요구되는 합리적인 선택의 범위 안에서 판단하고 업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 1이 소외 회사의 이사로서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다거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상법 제399조 는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에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유가 되는 법령에 위반한 행위는 이사로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법 등의 제 규정과 회사가 영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위와 같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구 보험업법(1998. 1. 13. 법률 제5500호로 개정되고 2003. 5. 29. 법률 제689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법률) 제156조 제1항 제4호 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그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하여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업자에 대하여 특별한 이익의 제공을 약속하거나 보험료의 할인 기타 특별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218조 제5호는 위 규정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고 있는바, 원심의 사실인정과 같이 피고 1이 소외 회사의 임원으로서 보험계약의 유치를 위하여 보험계약자가 발행한 회사채를 유통금리보다 싼 표면금리에 의하여 매입하였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하여 주는 것과 동일하여 위 보험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별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1로서는 위 법규정 위반으로 인하여 소외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피고 1의 위와 같은 법규정 위반행위에 대하여까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여 선관주의의무를 해태하지 않았음을 사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법 제399조의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 1이 소외 회사의 누적된 적자와 IMF 금융 위기 이후의 급증한 보험계약의 해지 등으로 인해 유동성 부족 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태에서 소외회사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단체보험계약을 유치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러한 방법으로라도 소외 회사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지 아니하였다면 IMF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보험계약의 해지에 따른 보험료환급요청에 대처할 수 없어 곧바로 파산되는 등의 위기에 직면하였을 터인데 피고 1의 위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이를 면할 수 있었다는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 1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에도 불구하고 소외 회사에 단체보험계약자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매각손실 이상의 무형의 이익을 가져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이렇게 보게되면 피고 1의 행위로 소외 회사에 어떠한 손해도 입힌 것이 아니어서 결국 피고 1의 손해배상책임을 배척한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그렇다면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