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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2013.5.22.선고 2012나4558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2나4558 손해배상(기)

원고항소인

1. A

2. B

3. C.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영환

피고피항소인

대한민국

제1심판결

**지방법원 2012. 8. 14. 선고 2011가소70988 판결

변론종결

2013. 5. 1.

판결선고

2013. 5. 22.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50. 9. 1.부터 이 사건 지급명령정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국민보도연맹 결성 경위

국민보도연맹은 대한민국 정부가 좌익 관련자들을 전향시키고 전향자들을 관리 · 통제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는바, 대외적으로는 전향자들로 구성된 좌익 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하였으나 국민보도연맹의 총재는 내무부장관이, 고문은 법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이 맡았고, 검찰과 경찰 간부들이 하부 지도위원장 또는 지도위원을 맡아 조직을 관리하여 실제로는 관변단체의 성격을 띠었다. 1949. 4. 15. 국민보도연맹 창립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1949. 4. 20. 서울시 경찰국 회의실에서 국민보도연맹 창립식을 거행하였으며, 1949. 11. 13. 경남 본부 발기대회가 개최되었고, 1949. 11. 20. 선포대회를 개최하였으며, 경남도연맹을 직상급기관으로 하여 **군연맹이 조직되었고 그 산하로 읍·면 단위 연맹이 결성되었다.

나. 한국전쟁 발발 및 예비검속

1950. 6. 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장은 전국 각 도의 경찰국장에게 전국 요시찰인과 국민보도연맹원 등을 즉시 구속하고 형무소 경비를 강화할 것을 내용으로 한 전국 요시찰인 단속 및 전국형무소 경비의 건을 경찰무선 전보로 긴급하달하였고, 이어 1950. 7. 8. 전남·북을 제외한 남한 전역에 포고 제1호로 계엄이 선포되어 헌병사령관 D은 1950. 7. 12. 계엄지역에서는 예방구금을 할 수 있다는 체포·구금특별 조치령을 발령하였다.

이에 계엄사령관의 관장 하에 계엄군의 주도로 군과 경찰이 합동하여 예비검속을 진행하였는바, *경찰서 사찰계 경찰들과 피고 국군 정보국 소속 **지구 CIC 대원들 및 각 관할지서 경찰들은 1950. 7.경부터 1950. 8. 초순경까지 **군연맹 국민보도연맹원들의 자택 혹은 직장을 방문하여 연맹원 명부를 확인한 다음 직접 연행하거나 지부 연맹원들에게 소집통보를 하여 지서나 국민학교, 면사무소 등에 출두시켜 그곳에 일시 구금하였다가 다시 **경찰서 내 유치장, 연무장 및 차고(창고) 등에 좌익 사상 정도에 따라 갑, 을, 병(또는 A, B, C) 등급으로 구분하여 갑, 을 등급은 유치장에, 병 등급은 연무장 등에 각 분리 구금하였고, 그곳에서 국민보도연맹원들은 좌익활동 경력에 대하여 조사를 받았다.

다. 학살경위 **군연맹 국민보도연맹원 및 예비검속자들은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경찰서 사찰계, 경찰들과 피고 국군 정보국 소속 **지구 CIC 대원들에 의해 좌익사상 정도에 따라 처형대상자로 분류되어 유치장에 따로 구금된 후 1950. 8. 5.경부터 1950. 8. 26.경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밤에 트럭에 실려 경남 **군 온양면 **산 골짜기와 경남 **군 청량면 **고개로 이송되어 집단 총살되었다(이하 '** 국민보도연맹 사건'이라고 한다).

라. 그 후의 경과

위 국민보도연맹원들의 유족들은 희생자들이 예비검속되어 **경찰서 또는 그 지서에 구금된 이후 희생자들의 사망 여부, 사망일 및 사망 장소에 대한 소식을 일체 알지 못하였는데, 1960. 4. 19. 혁명 이후 유족회가 결성되어, 1960. 6. 7. **경찰서 정보계장 E과 당시 희생자들을 수송했다는 운전수 F 등이 함께 학살 현장을 확인키 위해 온 양면 **산 골짜기를 탐색하여 그곳에서 17개의 구덩이를, 청량면 **고개 골짜기에서도 6개의 구덩이를 발견하였으며, 1960. 8. 20.부터 1960. 8. 21.까지 온양면 **산과 청량면 **고개에서 유해 발굴을 한 결과, 두골 825구, 철사줄, 금이빨, 도장, 처녀의 머리털 등이 발견되었다.

유족들은 1960. 8. 24. 희생자들의 합동위령제를 지낸 다음 함월산 소재 백양사 앞에 희생자들의 합동묘를 만들고 추모비를 세웠으나, 1961. 5. 16.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5·16 군사혁명정부에 의해 피학살자 유족들이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위반죄로 처벌받기도 하고, 위 합동묘가 해체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는 1948, 12.경 좌익계열자명부를 작성하였고, 1975년경 대공인적위해요 소명부(이하 '처형자명부'라고 한다)를 그때까지의 각종 자료를 기초로 작성하였는데, 처형자명부는 1975, 5, 31., 좌익계열자명부는 1976. 1. 29.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의하여 3급 비밀로 지정되었다.

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결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고만 한다)는 2005. 12.경부터 2006. 11.경까지 G 외 216명으로부터 1950. 7. 내지 1950. 8.경 **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 국민보도연맹원들을 집단적으로 구금, 학살한 사실에 대한 진실 규명 신청을 접수하여, 2006. 10.10.경 전체 회의에서 직권조사를 의결하여 조사를 개시하였고, 그 조사과정에서 비로소 피고가 비밀로 지정하여 보관하여 온 처형자명부 및 좌익계열자명부를 열람한 다음 2007. 11. 27. 위와 같은 경위로 1950. 8. 5.경부터 1950. 8. 26.경까지 희생된 **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 관련 희생자 총 407명을 확정하였다.

바. 당사자들의 관계

원고들은 **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인 망 H의 여동생들이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1, 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소속 경찰들과 군인들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1950. 8. 5.경부터 1950. 8. 26,경까지 사이에 단지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망 H를 예비검속한 후 정당한 이유 및 절차 없이 구금, 살해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할 것인바, 망 H의 유족들인 원고들이 이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그 소속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피고는, 망 H가 **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2007. 11. 27.경 명확해졌는바, 그 무렵 원고들은 피고의 불법행위의 존재, 손해의 현실적 발생과 그 인과관계를 알았다고 할 것이고 객관적인 권리행사 장애사유도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 완성으로 이미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고, 가사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원고들의 조카인 소외 I, J이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2008. 6. 17.경에는 원고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11. 8. 25. 이 사건 지급명령신청이 있은 이상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모두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나 **유족회로부터 망 H가 **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로 확정된 사실을 통보받지 못하였고, I, J으로부터도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하여 고지받지 못하여서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진실을 은폐하여 온 국가가 희생자의 유족들에게 개별적 통보 등의 노력도 하지 않고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발표가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되었다.는 이유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지만,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에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다7259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54709 판결 등 참조).

한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 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에 비추어 피고의 마지막 불법행위일인 1950. 8. 26.경으로부터 5년이 경과한 1955. 8. 27.경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응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나, 앞서 본 사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전시 중에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원고들로서는 사법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확정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인 점, 전쟁이나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 절차에 의하여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까지는 피고가 원고들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원고들의 권리 행사가 불가능한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진실 규명 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부터는 위와 같은 장애사유가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고, 원고들로서도 그때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한 데(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다4091 판결 등 참조), 채무자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었다고 하여 그 사유가 해소된 후에도 채권자가 영구히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저지하며 권리행사가 가능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로서는 위 2007. 11. 27.부터 적어도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 이내에는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어야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었다.고 할 것임에도, 이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11. 8. 25. 비로소 이 사건 지급명령신청을 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고, 한편 원고들이 위 진실 규명 결정 사실을 몰랐다거나 다른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사실을 몰랐다는 사정은 권리행사의 주관적인 사실상의 장애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거나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문춘언

판사손주희

판사이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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