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노673살인,사체유기,아동복지법위반
2014 전도 148(병합) 부착명령
피고인겸피부착명령청구자
A
항소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와 검사
검사
이선녀(기소), 심재계(공판)
변호인
변호사 AE(국선)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14, 11. 7. 선고 2014고합202, 2014전고30(병합)
판결
판결선고
2015. 4. 30.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한다.
2.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3.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은 무죄.
4.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가) 살인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손으로 피해자의 명치 부분을 때린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은 없다.
나) 아동복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전기와 난방이 공급되지 않는 집 안에 홀로 남겨둔 채 PC방에 간 사실은 있으나,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집에 들어가 매일 2회 피해자에게 밥을 먹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 보호·양육을 소홀히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 없다.
2) 양형부당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등에 비추어 원심의 형(징역 1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피고사건 부분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그 결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
피고인은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이 사건 범행 후의 태도, 피고인에 대한 한국형 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KORAS-G),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결과 등에 따르면, 장래에 다시 살인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 원삼은 위법하다.
2. 살인의 점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3. 6. 20:33 경부터 2014. 3. 7. 04:25 경까지 PC방에서 인터넷게임을 하고 피고인의 집(구미시 아파트 101동 617호)으로 귀가하여 잠을 자고 일어나 분식집에서 음식을 구입하여 아들인 피해자 G(26개월)에게 먹인 후 2014. 3. 7. 13:00경부터 14:00경 사이에 다시 인터넷 게임을 하러 외출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잠을 자라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잠을 자지 않고 누워서 장난을 치자, 원심 판시 범죄사실 첫머리의 기재와 같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하던 중 피해자가 잠을 자지 않자 순간 격분하여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오른쪽 손날로 누워 있는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1회 내리쳤고, 이에 피해자가 숨을 헐떡이며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하였음에도 그 이후에도 2차례 더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세게 내리쳐 피해자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헐떡거리는 것을 보고도 계속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비구폐색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피해자의 사인이 '비구폐색으로 인한 질식'이라고 인정한 다음, 손으로 피해자의 명치 부분을 3회 내리친 사실이 있을 뿐이라는 피고인의 변명을 배척하고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비구폐 색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다. 이 법원의 판단
1) 이 사건의 쟁점
이 부분 공소사실을 간단히 축약하면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비구폐색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①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았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하고, ② 그러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유력한 증거로는, "피고인이 피의자로 조사받는 과정에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진술하는 것을 피고인에게서 들었다"는 취지의 원심 및 당심 증인 Q(피고인에 대한 제1, 2, 4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경찰관이다)과 원심 증인 R(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를 작성하고, 피고인에 대한 제3회 피의자신문 당시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경찰관이다)의 각 진술과 피해자의 시체를 부검한 의사인 원심 증인 0의 진술 및 위 0이 작성한 부검감정서의 기재가 있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위 각 증거를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해 위와 같은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되었는지를 살펴본다(피고인에 대한 경찰 제2, 3, 4회 피의자신문조서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살해하 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진술이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이 원심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따라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 원심도 그러한 이유로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 및 당심 증인 Q, R의 각 진술의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라고 함은 그 진술을 하였다는 것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피고인도 경찰 제2, 3, 4회 피의자신문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그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을 들었다는 위 증인 Q, R의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이 증거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그와 같은 진술을 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인이 한 위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그 밖의 자료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한 위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의 위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심 및 당심 증인 Q과 원심 증인 R의 진술 중 '피고인에게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하였다는 자백을 들었다'는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원심도 이 부분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은 제1회 경찰 조사 당시에는 피해자를 방치하여 굶어 죽게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Q이 피해자에 대한 부검에 참여하였던 동료 경찰관으로부터 피해자가 굶어 죽은 것이 아니라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는 피고인에 대한 제2회 조사를 하였다. 피고인은 제2회 경찰 조사 시 처음에는 제1회 경찰 조시 시와 같이 피해자를 굶어 죽게 하였다고 진술하다가 Q이 피해자가 굶어 죽은 것은 아니라는 부검결과를 알려주며 추궁하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명지 부위를 3회 때려 죽게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다시 Q이 피해자의 사체에 장파열의 흔적이 없고,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부검의의 소견을 제시하면서 '수건으로 막았느냐, 침대보로 막았느냐, 손으로 막았느냐'는 등의 말로 반복적으로 추궁하자 처음에는 피해자를 때려서 죽였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후 제3회 및 제4회 경찰 조사 시에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검찰과 원심 법정 및 당심 법정에서는 다시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때려 죽게 하였다는 기존의 진술로 번복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경위에 대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진술을 번복하여 일관성이 없다.
② 피고인은 제2회 경찰 조사 당시의 진술 경위에 관하여, Q이 부검결과를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때려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였다는 진술을 믿지 아니하면서 손이나 수건 등으로 피해자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하여 살해한 것이 아니냐며 반복적으로 추궁하였고, 피고인은 계속하여 피해자의 입을 막지는 않았고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때려 사망하게 하였다고 진술하면서 Q에게 화를 내기도 하다가 종국에는 "어차피 저로 인해 죽은 것은 맞으니까 그냥 입으로 막았다고 하든지 제가 때렸다고 하든지 똑같은 것 아닙니까"라고 말한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그럼 제가 입을 막아서 죽였다고 진술하겠다. 그렇게 적어 달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Q도 자신이 피고인에게 수건이나 손 등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할 때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를 때려 죽게 한 것이 맞다면서 화를 낸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점, 4차례의 경찰 조사 모두 진술녹화실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도 처음 자백 진술을 한 2회 경찰 조사만 영상녹화를 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변호인에게 자신이 2회 경찰 조사 당시 자백 진술을 한 경위에 관해서도 진술녹화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이를 확인하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려서 사망하게 한 것이나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것이나 별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여 부검결과를 근거로 한 Q의 추궁에 맞춰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③ 피고인은 위와 같은 경찰 조사 당시에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살해한 일시를 2014. 3. 7. 21:00 경이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의 PC방 로그기록 등에 의하여 위와 같은 범행 시각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그 범행시각이 2013. 3. 7. 13:00경부터 14:00경 사이라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④. 피고인은 제2회 경찰 조사 시 "세 번째 아들의 명치를 내려쳤을 때는 아들이 이전과 다르게 훨씬 심하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아들이 누워 있는 상태에서 오른손 손바닥으로 아들의 입과 코 부위를 막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하였는데, 그때 아들이 잠시 버둥거리다가 갑자기 반응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들의 가슴을 안고 'G아 정신 차려라'라고 말을 하면서 흔들어 보았는데,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팔다리가 힘이 없이 축 처져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너무 놀라 아들을 안고 화장실로 가 샤워기에 물을 틀고 손에 물을 묻혀 아들의 얼굴이랑 손과 발을 닦아주었고, 샤워기로 머리를 적셨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 다시 안고 방으로 돌아와 수건으로 젖어 있는 몸을 닦아서 침대에 눕혔습니다. 그때까지 아들의 배와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아 아들 옆에서 양손으로 아들의 가슴을 2~3회에 결쳐 심폐소생술을 하였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서 다시 인공호흡을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진술한 이유에 관하여 "제가 G이를 죽인 것은 맞기 때문에, 경찰관이 계속 질식사로 질문하기에, 이렇게 죽인 것이나 저렇게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그렇게 진술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545~546쪽, 581~582쪽).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때린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잠을 자지 않고 장난을치는 것에 화가 났기 떄문이라고 하였다. 피고인이 당시 처외 불화로 멸거하고 있었고, 지인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상태에서 부모로부터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있었던 것으로 인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피해자를 방치한 채 인테넷 게임에만 몰두하였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어린 아들이 잠을 자지 않고 장난을 치는 것에 화가 났었다는 것은, 피고인의 주장처럼 손날로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세 차례 때리는 정도의 동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이를 넘어 명치 부위를 맞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여 심하게 헐떡이고 있는 어린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서 죽이겠다는 살의를 일으킬 만한 동기로서는 너무나 미약하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하였다는 것은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서까지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이 그 범행 직후에 취하는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하다(피고인이 실제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시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하였다는 진술과 함께 이루어진 위와 같은 진술이 서로 조화되지 않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피고인의 자백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에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무럽인 2014. 3. 7. 13:56경 자신의 휴대폰으로 쇼크상태'라는 단어를 검색한 사실이 있고, 이는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가 '쇼크상태'에 빠진 것으로 인식할 만한 상황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인데, 피고인이 경찰에서 한 진술처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음으로써 피해자를 질식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 쇼크상태라고 인식할 만한 신체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은 좀처럼 상정하기 어렵다(피고인의 주장처럼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때린 것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예상치 못한 신체변화가 발생하였고, 이를 피고인은 '쇼크상태'라고 인식하고 위와 같은 검색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위와 같은 사정들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경찰에서의 잔술 내용의 산성과 암의성에 의심을 일으카게 하는 사정이다.
⑤ 피해자의 시체를 부검한 의사 0은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위와 같은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대한 추정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
서 위와 같은 사망원인에 관한 부겸의의 의견이 피고인의 경찰 자백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하는 정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⑥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로 보이는 2013. 3. 7. 14:14경부터 같은 날 14:34경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아버지 유아살인', '아버지 살해', '유아살인형량', '유아 실인', '유아살해', '아버지가 아들 살해', '유아살인법' 등의 검색어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 고의로 사람을 살해한 것이다.
폭행치사 등과 같이 고의 행위와 과실이 경합하여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것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귀속되는 행위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양자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그와 같은 경우 모두에 대해 '사람을 죽였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사용한 검색어에 '살인' 또는 '살 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하였 다'는 취지의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만한 정황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⑦ 피고인은 피해자의 행방이나 피해자의 사망 원인 등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진술을 번복하였고, 피고인이 내세우는 주장이나 변명에 석연치 않은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 때문에 피고인의 자백 진술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이 담보된다고 할 수도 없다.
3) 피해자 사망원인에 대한 부검감정서의 증명력
가) 관련 법리
부검은 사망 이전의 질병 경과나 사망을 초래한 직접 혹은 간접적 요인들을 자세한 관찰 및 검사를 통하여 규명하는 것으로서, 사망원인의 인정 내지 추정을 위하여는 단편적인 개별 소견을 종합하여 최종 사인에 관한 판단에 이르는 추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부검의가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후 어떤 것을 유력한 사망 원인으로 지시한다고 하여 그 밖의 다른 사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가볍게 배제하여서는 아니 되고, 특히 형사재판에서 부검의의 소견에 주로 의지하여 유죄의 인정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능한 사망원인을 모두 배제하기 위한 치밀한 논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더구나 사체에 대한 부검이 사망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실시되고 그 과정에서 사체의 이동 보관에 따른 훼손 변화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판단에 오류가 포함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나)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대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부검의 0은 피해자의 사망원인으로는 '비구폐색으로 인한 질식'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그 밖의 자료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부검의의 설명에 의하더라도,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은 신선한 시체의 경우에도 특별한 부검 소견이 없는 경우가 많아 부검에서 내부 손상의 증거로서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 부검의는 피해자의 시망상황과 피고인의 진술, 즉 '피고인이 명치 부위를 떄리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오른손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하였다'는 진술을 고려할 때, 비록 부검으로 입증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을 설명할 수 있는 원인으로는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부검의 스스로 설명하다시피 피해자의 사체 부검 자체에서는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이라고 단정할 만한 특징이나 직접적 증거가 나타난 바는 없고, 단지 부검의는 통상 생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망원인인 사고사, 자살, 교살, 질병사 등의 가능성을 배제한 다음, 피해자의 사망상황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 즉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진술을 근거로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부검의의 설명처럼 피해자의 사체 부검을 통하여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이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된 바도 없다. 피고인이 경찰 조사 시에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하였다는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을 부검의가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②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사망하였음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해서도 증명된다. 따라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와 무관한 사고로 사망하였다거나 자살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타당하다. 그리고 피해자의 사체에서 좌우측 구강 점막하 출혈이 식별되지 않고, 양쪽 귓바퀴 후면에 점상출혈, 기관 점막에 식별되는 일혈점이 없으며, 설골이나 갑상연골의 골절 역시 없고, 경부 목 근육에도 국소적인 근육출혈이 없으며, 목에 식별되는 삭흔이나 표피박탈 역시 없다는 점에서 경부압박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도 타당하다. 그밖에 피해자가 굶어서 죽었을 가능성, 기관지에 이물질이 유입되어 질식하여 사망할 가능성을 배제한 깃도 타당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망원인이 배제된다고 하여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 외의 다른 사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③ 부검의는 어른의 경우 가슴 부위를 주먹으로 가격한다든가 속도가 빠른 야구공이나 아이스하키 퍽과 같은 물체에 가슴을 맞는 경우, 격투기나 유도, 태권도를 하면서 가슴 부위를 강하게 압박하는 경우에 드물기는 하지만 갑자기 호흡이 멎고 부정맥이 발생하여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면서, 아이들의 경우는 위와 같은 경위로 사망하게 되는 가능성은 어른에 비해 낮아진다고 하였다(증거기록 538쪽, 공판기록 390, 391쪽). 위와 같은 부검의의 설명에 따르면,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피해자의 명치 부위를 가격한 것 때문에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④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장이 작성한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서에 의하면, 피해자는 2012. 1.경부터 2013. 8.경까지 약 81회에 걸쳐 급성편도염, 급성 중이염, 급성 기관지염, 천식 등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처이자 피해자의 어머니인 E은 피해자가 갑자기 열이 나서 눈이 뒤집히는 등 쇼크상태에 이르러 응급실에 간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피해자는 사망 당시 상당기간 전기와 난방이 끊긴 집에 홀로 방치된 상테에서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였던 점을 보테어 보면, 피해자가 원인 불명의 질병으로 돌연사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비록 부검의는 원심 법정에서 질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조직의 검사를 충분히 하고, 뇌의 상태를 확인하였다고 하였으나, 부검의도 피해자 사체의 부패 정도를 고려하면, 사망원인을 밝히는 데 한계점이 있다고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부검의의 위와 같은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질병 또는 피고인의 가격행위와 결부된 돌연사를 사망원인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4) 그 밖의 증거에 대하여 위 각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피고인의 평소 생활, 피고인과 그 주변인 물들과의 관계, 피해자가 사망할 무렵 피고인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실, 피해자가 사망한 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였다는 사실 등을 증명하는 것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니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5) 소결론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비록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에도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명력이 부족한 증거를 제외하게 되면, 피고안이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아 비구폐색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찬 위법이 있고, 이 섬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아동복지법 위반의 점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4.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한 검사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부착명령 원인사실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 이유는 다르지만, 원심이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이 부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사건 부분에 대하여 고쳐 쓰는 판결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제 2항 부분(원심판결문 제3쪽 제20행부터 제4쪽 제14행까지 부분)을 삭제하고, 범죄사실 제3항의 '3. 사체유기'를 '2. 사체유기'로 고지며, 원심판결의 증거의 요지 중 '1. 부검감 정서'를 삭제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가. 아동에 대한 방임의 점: 포괄하여 구 아동복지법(2014. 1. 28. 법률 제12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1항 제2호, 제17조 제6호(징역형 선택)
나. 사체유기의 점: 형법 제161조 제1항
2.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사체유기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생후 26개월에 불과한 어린 야들을 전기와 난방이 끊간 아파트에 홀로 남겨둔 채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장시간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는 등 피해
자에 대한 기본적 보호·양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였고,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피해자의 사체를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한 채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급기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사채를 담아 도로변에 유기 하였다. 피고인의 이러한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상당한 기간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 속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만 하였고, 죽어서도 도로변에 내버려지는 참담한 지경에 처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지게 되어 가정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등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정도 있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범균
판사곽병수
왕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