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정영서(기소), 박철완(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오준근
주문
원심판결 중 존속살해방조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원심판결 중 자살방조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증거채택에서의 위법성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고인이 아닌 자(이하 ‘참고인’이라고 한다)에 대한 영상녹화조사는 형사소송법에 명문으로 규정된 적법한 수사절차일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하여 피고인 신문시와 달리 반드시 조서작성을 병행할 것을 형사소송법에서 요구하고 있지 않고, 이 사건에서 공소외 3(아래 원심 판시의 공소외 4와 같은 사람이다)에 대한 영상녹화조사 씨디의 녹취록은 공소외 3에 대한 영상녹화조사 씨디에 관하여 수원지방검찰청 소속 속기사에 재생의뢰하여 작성한 것이며, 위 녹취록은 이 사건에서 핵심증거로서 그 증거제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원심은 검찰이 제출한 점술인 공소외 3에 대한 영상녹화조사 씨디 및 그 씨디의 녹취록에 대하여, 공소외 3이 원심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녹취록의 진정성립을 모두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사인을 상대로 영상녹화조사를 하고 그 조사내용을 녹취한 녹취내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증거능력을 배척하며 증거로 받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위법하다.
나. 사실오인
100억 원이 넘는 자산가였던 공소외 5에 대한 공소외 1의 살해과정에 피고인이 관여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소외 1의 진정한 살해동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하여 원심은 아무런 판단조차 내리지 않았는데 이는 명백한 판단누락으로 인한 사실오인이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존속살해방조 및 자살방조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의 가담행위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그 행위를 단지 ‘공소외 5의 체포, 감금행위’로 한정하였다는 점에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다. 판단누락(축소사실의 불인정)
가사 피고인에 대하여 ‘존속살해방조 및 자살방조’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심법원 스스로 그 행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공소외 5의 체포, 감금행위’에 피고인이 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원심은 직권으로 축소사실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체포)죄’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감금)죄’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하거나 검사에게 그 공소장변경 여부를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직권으로 그 축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하거나 검찰측에 공소장변경 여부를 확인하지도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것은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종전의 공소사실 중 존속살해방조 부분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여기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존속감금)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존속살해방조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원심판결 중 존속살해방조 부분에 위와 같이 직권으로 파기할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위 1.가.항 및 1.나.항의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아래에서 살펴본다.
나. 증거채택에서의 위법성 주장에 관한 판단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 주1) 에 의하면 참고인에 대하여 그 동의를 얻어 진술을 영상녹화할 수 있으나, 한편 같은 법 제312조 제4항 주2) , ,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3 제1항 주3) 등의 규정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이와 관련하여 원칙적으로는 참고인 진술조서가 증거로 제출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영상녹화물의 용도는 오로지 참고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위한 것에 한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동의가 없는 이상 참고인 공소외 3에 대한 진술조서의 작성이 없는 상태에서 공소외 3에 대한 영상녹화조사 씨디는 그것만을 독자적인 증거로 쓸 수 없고 그 녹취록 또한 같은 이유로 증거로 쓸 수 없는 위 씨디의 내용을 그대로 녹취한 것으로서 역시 증거로 쓸 수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⑴ 존속살해방조 및 자살방조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그중 존속살해방조에 관한 공소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이 추가됨으로 인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이 되었다)의 요지
㈎ 존속살해방조
피고인의 어머니 공소외 1은 2011. 4. 16. 23:10경 평택시 (주소 1 생략) 소재 ‘○○○○○ 찜질방’에서 공소외 2로 하여금 피고인의 아버지 공소외 5를 데리고 나오게 하고, 공소외 6, 7, 8로 하여금 공소외 5를 체포하여 평택시 (주소 2 생략) 소재 빌라(이하 ‘◇◇리 빌라’라고만 한다) 102호에 끌고 들어가게 한 뒤, 그곳에서 공소외 7, 8로 하여금 공소외 5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결박하게 하고, 2011. 4. 17. 00:00경부터 02:00경 사이에 완전히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된 공소외 5의 머리를 미리 준비된 골프채와 삽으로 수회 내리쳐 살해하였다(이하 ‘이 사건 살해 범행’이라 한다).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위와 같이 피고인의 직계존속인 공소외 5를 살해할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2011. 4. 7. 공소외 2에게 공소외 5 체포 시 동행을 한다고 약속하고, 2011. 4. 9. ◇◇리 빌라 102호에 살해 도구인 골프채를 가져다 놓았으며, 2011. 4. 16. 공소외 5를 체포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는 도중의 공소외 1에게 공소외 6 등에게 지급할 수고비 500만 원을 가져다주고, 같은 날 공소외 5의 몸을 결박하라는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도 되는지를 전화로 묻는 공소외 2에게 공소외 1의 지시대로 하라고 함으로써 공소외 1의 살인 행위를 방조하였다.
㈏ 자살방조
피고인은 위와 같이 공소외 1이 공소외 5를 살해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직계비속인 피고인에게는 공소외 1의 자살을 막아야 할 법률상 보호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오히려 위와 같이 공소외 1의 행위를 돕고, 공소외 1이 공소외 5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공소외 1의 자살을 방조하였다.
⑵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공소외 5와 공소외 1 사이의 갈등 관계, 2011. 4. 3. 공소외 5에 대한 미행, 2011. 4. 5. 피고인과 공소외 1의 ‘□□ 점집’ 방문, 2011. 4. 6. 유리창 손괴 사건 및 2011. 4. 7.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의 연락, 2011. 4. 8. 공소외 5의 예식비용 지급, 2011. 4. 9. 범행 도구인 골프채 준비, 이 사건 살해 범행의 경과, 이 사건 살해 범행 후 경과, 재산분배 관련 등에 관한 사실을 인정한 후 아래와 같이 설시하며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 등의 공소외 5에 대한 체포·감금범행에는 가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에게 존속살해방조 및 자살방조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 피고인이 공소외 5에 대한 체포·감금 범행에 가담하였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 등의 공소외 5에 대한 체포·감금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11. 4. 3. 공소외 9의 결혼식이 끝난 후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공소외 5가 승차하고 있는 자신의 차량번호, 차종을 공소외 2에게 알려주는 등으로 공소외 2의 공소외 5에 대한 미행과정에 가담한 점, 피고인은 2011. 4. 7. 공소외 2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부탁한 일은 잘 되고 있냐”라고 물었는데, 당시 ◇◇ 상가의 유리창을 깨는 것 이외에, 공소외 1이 공소외 2에게 ‘부탁한 일’로는 공소외 5를 체포하는 일뿐이었으므로, 피고인은 공소외 2에게 공소외 5에 대한 체포 범행의 준비상황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미 공소외 1과 공소외 2 등의 공소외 5에 대한 체포 범행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은 체포 범행 당일인 2011. 4. 16.에도 공소외 1이 공소외 2와 수시로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고, 같은 날 22:30경 공소외 2가 이미 와서 대기하고 있었던 ‘○○○○○ 찜질방’에 공소외 1을 혼자 내려 주었으므로, 경험칙상 피고인은 그렇게 늦은 시각에 공소외 1이 공소외 2를 만나는 이유(공소외 5를 체포하는 일)를 알지 못하였다면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에게 이를 물어보아 알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만약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이미 그 이유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은 공소외 1을 위 찜질방에 내려준 뒤 공소외 2에게 ‘엄마가 걱정돼서 그러니 엄마 모르시게 나중에 문자 좀 줘’라는 문자메세지를 전송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공소외 1을 위 찜질방에 내려주고 귀가한 후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2011. 4. 16. 23:14경 500만 원이 든 봉투를 준비하고 나와서 공소외 2, 6 일행과 함께 피고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찾아 온 공소외 1에게 이를 건네주었는바, 위 돈이 준비된 경위, 위 돈이 건네진 상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위 돈이 공소외 5를 체포하는 대가로 공소외 2, 6 일행에게 지급되는 돈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은 2011. 4. 16. 23:07경 이미 공소외 2로부터 ‘고모부(공소외 5) 모시고 ◇◇리 들어가려 합니다’라는 문자메세지를 전송받아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공소외 5와 함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고, 같은 날 23:16경 공소외 2로부터 “고모가 고모부를 묶으라고 하는 데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아서 공소외 5가 공소외 1 등에게 체포된 상태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고모가 시키는 대로 해라”라고 말하여, 공소외 2, 6 일행으로 하여금 공소외 5를 결박하도록 하였다.
⑤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2011. 4. 9. 16:54경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골프채 1개를 ◇◇리 빌라 102호에 갖다 두었고, 2011. 4. 17. 평소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던 위 빌라 201호에 갔다가 부모님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범행 장소인 위 빌라 102호로 내려갔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이미 범행 장소를 예측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인은 2011. 4. 16. 23:35경 이미 공소외 5가 공소외 1 등에게 체포된 상태임을 알면서도 공소외 1에게 ‘엄마 그 사람(피고인은 공소외 5를 지칭한 것이라 한다) 만나지 말고 약속 꼭 지켜줘’라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전송하였고, 이 사건 살해 범행이 있은 후에는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포맷하여 통화내역을 모두 삭제하였는바, 이와 같은 행동들은 모두 공소외 5의 체포 등에 관한 피고인 등의 가담사실을 은닉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⑦ 공소외 6은 공소외 5에 대한 체포 범행을 계획할 당시부터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하였고, 공소외 2는 공소외 1에게 공소외 6의 위와 같은 요구를 계속 전달하였으며, 공소외 6과 공소외 2는 체포 범행 당시에도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하게 되는 것을 전제로 체포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에게 존속살해방조 및 자살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외 1이 2011. 4. 1. 이후 피고인 등에게 “아버지를 때려 죽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바 있고, 2011. 4. 5.에는 공소외 1이 □□ 점집에서 공소외 4에게 ‘공소외 9의 결혼식도 끝났으니 공소외 5를 죽이고 자살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것을 피고인이 들었으며, 피고인이 2011. 4. 9. 이 사건 살해 범행의 도구로 사용된 골프채를 범행 장소에 갖다 두었고, 2011. 4. 7. 공소외 5와 공소외 1의 재산에 대한 공시지가를 기재한 엑셀파일을 열어 그 내용을 확인하였으며, 2011. 4. 10.에는 공소외 1로부터 만일 자신과 공소외 5가 사망하는 경우 공소외 9와의 상속재산 분배문제에 관한 당부를 들은 바 있고, 또 이를 토대로 2011. 4. 28. 공소외 5와 공소외 1의 재산을 피고인과 공소외 9의 몫으로 나눈 다음 각 재산의 공시지가 및 상속세를 계산한 엑셀 파일 문서를 작성하였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인정사실 및 원심법원이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공소외 1의 공소외 5 살해 및 자살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① 공소외 1은 2011. 4. 초경부터 피고인과 공소외 9에게 “아버지(공소외 5)를 때려 죽이고 싶다, 그래야 내가 속이 편할 것 같다”라는 말을 자주 하였고, 2011. 4. 5.경 피고인과 함께 간 ‘□□ 점집’에서도 흥분하여 “그 인간(공소외 5)을 아주 죽여 버렸으면 좋겠다, 이제 예식(공소외 9 결혼식)도 끝났으니 내가 이거(공소외 5)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라고 수차례 말하였던 사실, 공소외 1은 2011. 4. 10. 15:47경부터 16:18경까지 사이에 피고인과 공소외 9에게 ‘만약 자신과 공소외 5가 잘못되면 피고인은 집과 ◇◇리 땅을 갖고, 공소외 9는 ◇◇에 있는 상가와 △△대학교 앞에 있는 땅을 나누어 가지라’는 취지로 말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공소외 1이 공소외 5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표현한 것으로 피고인에게 받아들여졌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써 피고인이 공소외 1의 공소외 5 살해 및 자살 범행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으며, 2011. 4. 초경부터 이 사건 살해 범행 당일인 2011. 4. 16.까지 사이에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세지 전송 내역 등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이 사건 살해범행 등을 계획하거나 암시하는 내용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② 피고인이 2011. 4. 7. 열어 확인한 ‘자산공시지가’라는 이름의 파일은 2008년경 공소외 5의 부탁으로 공소외 10이 작성한 것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살해 범행 무렵 상속에 대비하여 작성한 것이 아니며, 피고인이 2011. 4. 28. 공소외 5와 공소외 1 재산의 공시지가 및 피고인과 공소외 9에게 부과될 상속세를 계산하여 작성한 엑셀 파일 문서는 공소외 5, 공소외 1의 장례식이 모두 끝난 후에 작성되었으므로,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살해 범행 등을 예견하고 미리 상속에 대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피고인이 2011. 4. 9.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살해 범행의 장소인 ◇◇리 빌라 102호에 골프채를 가져다 놓았고, 결과적으로 위 골프채가 살해 도구로 사용되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나,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그 후로 일주일 뒤에 발생된 이 사건 살해 범행을 예견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하여 골프채를 가져다 놓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미 공소외 5로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공소외 1로서는 공소외 5의 폭행을 방어하기 위한 용도로 이를 가져다 놓았거나, 체포·감금 범행에 사용할 의도로 갖다 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 골프채가 꼭 살해 범행을 위하여 준비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같은 날 21:58경 공소외 1에게 ‘엄마 아직은 너무 극단적인 생각하지 말고 4달만 참고 지켜보자구요, □□ 점집 말이 조금씩 맞아 들어가니’라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전송하여 공소외 1의 마음을 달래보려고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인이 위 골프채를 ◇◇리 빌라 102호에 가져다 놓을 당시 공소외 1이 공소외 5를 살해할 것임을 예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④ 피고인이 2011. 4. 3. 공소외 2의 공소외 5에 대한 미행과정에 가담하였고, 2011. 4. 7. 공소외 2에게 “어머니가 부탁한 일은 잘 되고 있냐”고 물어 공소외 5에 대한 체포 범행의 준비상황을 확인하였으며, 2011. 4. 16. 공소외 1의 지시를 받아 공소외 5를 체포하는 대가로 공소외 6 등에게 지급될 500만 원을 준비하여 공소외 1에게 건네주었고, 같은 날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공소외 5를 묶을 것인지 여부를 물은 공소외 2에게 공소외 1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하였으며, 이 사건 살해 범행 후 공소외 2와의 통화내역을 삭제하기 위하여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포맷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체포·감금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는 있더라도, 여기서 더 나아가 피고인이 당시 공소외 1이 공소외 5를 살해할 것을 예견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⑤ 한편, ㉮ 공소외 1은 2011. 4. 16. 공소외 9의 생일을 맞아 피고인, 공소외 9 및 그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가서 점심식사를 한 다음, 서커스 공연을 관람하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같은 날 18:00경 공소외 5를 발견하였다는 공소외 2의 연락을 받으면서 갑작스럽게 공소외 5에 대한 체포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 ㉯ 공소외 1의 유서에는 이 사건 살해 범행 및 자살이 우발적인 것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 공소외 1은 2011. 4. 12. 지인으로부터 염색약 가격이 오른다는 내용의 소식을 듣고는, 피고인에게 부탁하여 인터넷으로 염색약을 구입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조차도 계획적인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공소외 5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1이 공소외 5를 살해하고 자살할 것을 예견하였다고 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⑶ 당심의 판단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에 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위와 같이 인정한 사실 및 사정들을 기초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다만 위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한 사실 중 “공소외 1이 2011. 4. 2. 공소외 2에게 공소외 5의 미행을 부탁하였다”는 부분의 일자인 “2011. 4. 2.”은 위 증거들에 의하면 “2011. 4. 1.”로 봄이 상당하고, “2011. 4. 16. 23:16경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전화로 ‘고모(공소외 1)가 고모부(공소외 5)를 묶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고모가 시키는 대로 해라’라고 말하였다”는 부분의 시점인 “23:16경”은 “23:22경”이 맞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위와 같은 오류는 원심의 위 결론에 영향이 없다]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
라.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⑴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고인의 모 망 공소외 1이 피고인의 아버지인 피해자 공소외 5(이하 ‘피해자’라고 한다)를 납치하여 살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정을 예견할 정황이 충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공소외 1과 함께 가출한 재력가인 피해자를 강제로 끌고 와 지정된 장소에 체포 및 감금할 것을 모의한 후 공소외 2, 6, 7, 8과 아래의 범죄를 공동하여 범하였다.
위 공소외 1은 2011. 4. 16. 23:10경 평택시 (주소 1 생략) 소재 ‘○○○○○ 찜질방’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정을 모르는 공소외 2에게 지시하여 피해자를 위 찜질방에서 끌고 나오게 하고 역시 살해할 것이라는 정을 모르는 공소외 6, 7, 8과 함께 피해자를 납치하여 위 공소외 1이 지정한 평택시 (주소 2 생략) 빌라 102호에 가두어 두도록 한 뒤, 그곳에서 공소외 7, 8로 하여금 피해자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결박하게 하고 같은 달 17. 00:00경부터 02:00경 사이에 위 공소외 1이 완전히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된 피해자의 머리를 피고인이 미리 준비된 골프채와 삽으로 수회 내리쳐 살해할 때까지 약 3시간 동안 피해자를 공동으로 체포·감금하였다.
이 때 피고인도 2011. 4. 3. 공소외 9의 결혼식이 끝난 후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가 승차하고 있는 차량번호를 공소외 2에게 알려주어 공소외 2로 하여금 피해자를 미행하여 거처를 확인하도록 하였고, 같은 달 7.경 공소외 2에게 공소외 1이 부탁한 납치 문제에 대해 진행상황을 확인하였으며 주4) , 같은 달 9. 16:54경 위 ◇◇리 빌라 102호에 피해자 살해에 사용된 골프채를 몰래 가져다 놓았으며, 같은 달 16.경에도 위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납치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는 도중에 납치비용 명목으로 공소외 2, 6 등에게 지급할 수고비 500만 원을 건네주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결박하라는 공소외 1의 말에 의문을 품고 피고인에게 ◇◇리 빌라로 데리고 간 다음 현장에서 전화를 건 공소외 2에게 공소외 1의 말대로 피해자의 몸을 결박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위 공소외 1, 2, 6, 7, 8과 공동하여 피고인의 직계존속인 피해자를 약 3시간 동안 강제로 끌고가 위 빌라에 체포·감금하였다.
⑵ 변호인의 주장 및 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은, 2011. 4. 16. 23시 이후의 피고인과 공소외 2의 통화에서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고모가 고모부를 묶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고모가 시키는 대로 하라’라고 대답하였다는 것은 공소외 2의 진술에 의거한 사실인정이나 실제로 이와 같은 내용의 전화통화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여러 의문점이 있다는 주장 등을 하면서 위 예비적 공소사실 또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다툰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도 2011. 6. 16. 검찰에서 공소외 2와 대질신문을 받으면서 “2011. 4. 16. 공소외 2가 ‘고모가 고모부를 묶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 본인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럼 별일 있겠느냐,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내용으로 전화통화한 것이 있다”라고 진술함으로써(수사기록 2037면 참조) 2011. 4. 16. 공소외 2에게 피해자의 몸을 결박하도록 지시하였음을 인정하여 공소외 2의 위 진술을 뒷받침하였으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 등의 피해자에 대한 체포·감금 범행에 가담하여 위 예비적 공소사실상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존속감금) 범행을 저질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위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존속살해방조 부분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고 검사가 이에 관하여 당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앞서 본 바와 같이 유죄로 인정하는 바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존속살해방조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 중 자살방조의 점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범죄사실
위 제2의 라.⑴항의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원심 법정진술
1. 공소외 2의 원심 법정진술
1. 공소외 2, 6, 7, 8에 대한 각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수사보고(○○○찜질방 CCTV 수사결과)
1. 공소외 1, 피고인의 문자복원내용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제2조 제2항 , 제1항 제3호 , 형법 제276조 제2항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1, 사촌동생인 공소외 2 등과 함께 피고인의 아버지인 피해자를 약 3시간 동안 체포·감금한 것이고, 특히 피고인은 공소외 2에게 피해자의 몸을 결박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하였다는 점 및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은 피고인의 부모인 공소외 1과 피해자의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데 그 주된 원인이 있고 피고인의 범행은 공소외 1의 행위에 편승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부모가 모두 사망하는 불행한 결과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한 피고인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사고 이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존속살해방조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다.⑴㈎항 기재와 같은바, 위 2.다.⑵항 및 2.다.⑶항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존속감금)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주1)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이 경우 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할 수 있다.
주2)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주3) 검사는 피의자가 아닌 자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조서가 자신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부분의 성립의 진정을 증명하기 위하여 영상녹화물의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주4) 검사는 예비적 공소사실에서 ‘2011. 4. 7. 피고인이 피해자를 납치할 때 자신도 동행할 것이라고 공소외 2에게 약속하였다’는 내용도 기재하였으나 이 부분에 관하여는 공소외 2가 원심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여 믿기 어려운 검찰에서의 진술 이외에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어 범죄사실로 인정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