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개정된 퇴직금규정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은 사실 등과 퇴직금규정개정의 추인 여부
나.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
다. 퇴직금규정의 개정이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퇴직금규정의 개정 당시 전체근로자의 의사를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의하여 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러한 조치를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리였다고 하여 정부투자기관이 이사회의 결의나 주무관청의 인가를 거쳐 퇴직금규정을 개정한 것만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 퇴직금규정의 개정에 대한 근로자집단의 묵시적인 동의나 추인에 갈음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사정이 근로자집단의 묵시적 동의나 추인이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될 수도 없으며, 정부투자기관의 근로자들이 개정 후 7년여의 기간 동안 퇴직금규정의 개정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위 개정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추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나.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정 당시의 상황을 근거로 하여야 하므로 개정 후 8년여가 경과하였고, 원고들이 퇴직한 후에 노동조합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의 위 퇴직금규정 개정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고려할 사정이 못 된다.
다. 퇴직금규정의 개정이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부영
피고, 피상고인
농수산물유통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공사의 1981.1.1.자 퇴직금규정의 개정은 퇴직금 지급율을 하향조정한 것으로서 취업규칙의 일부를 이루는 퇴직금규정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기는 하나, 개정 당시 피고 공사에는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지 않았고, 달리 근로자의 의사를 모을 수 있는 기구도 없었으며, 근로자의 수가 377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근로자측의 주도하에 전체근로자의 동의 여부를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의하여 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당시의 근로기준법은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95조 단서처럼 사업자에게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할 적극적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사용자에게 그러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그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피고 공사가 위 퇴직금규정을 개정함에 있어 이사회의 결의 및 주무관청의 인가를 얻었다면 피고 공사로서는 상당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할 것이고, 개정된 퇴직금규정이 시행된 1981.1.1.부터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분리됨에 따라 원고들이 퇴직할 때까지 7년여 동안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로 부터 명시적인 반대의사의 표명이 없었던 것이므로, 피고 공사의 퇴직금규정의 개정에 관하여는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묵시적인 동의 내지 추인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퇴직금규정의 개정 당시 전체 근로자의 의사를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의하여 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러한 조치를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리였다고 하여 피고 공사가 이사회의 결의나 주무관청의 인가를 거쳐 퇴직금규정을 개정한 것만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 위 퇴직금규정의 개정에 대한 근로자집단의 묵시적인 동의나 추인에 갈음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사정이 근로자집단의 묵시적 동의나 추인이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될 수도 없는 것이며,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 공사의 근로자들이 개정 후 7년여의 기간 동안 위 퇴직금규정의 개정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위 개정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추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을 것 이므로, 원심이 이 사건 퇴직금규정의 개정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묵시적인 동의나 추인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묵시적 동의나 추인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제2점에 대하여
또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공사의 경우 일반공무원보다 훨씬 높은 퇴직금 지급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경영합리화를 이루기 위하여는 퇴직금 지급률을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었으며, 위 퇴직금규정의 개정 후에도 그 퇴직금 지급률은 공무원보다는 높은 수준이고, 위 퇴직금규정을 개정하면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의 범위가 확대되어 일부 근로자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게 변경된 것이며, 변경 전의 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률은 종전의 규정에 의하도록 하여 기득권을 보호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퇴직한 후에 결성된 노동조합이 피고 공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위 개정 퇴직금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수용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퇴직금규정의 개정에는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공사의 퇴직금규정의 개정은 효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1988.4월에 피고 공사를 퇴직하였고, 피고공사의 노동조합은 1989.7.4.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당시의 피고 공사 퇴직금규정을 준용하기로 합의함으로써 1981.1.1.자 퇴직금규정의 효력을 인정하였다는 것인바,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정 당시의 상황을 근거로 하여야 하므로 개정 후 8년여가 경과하였고, 원고들이 퇴직한 후인 1989.7.에 이르러 노동조합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의 위 퇴직금규정 개정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고려할 사정이 못된다 고 할 것이다.
한편 퇴직금규정의 개정이 당시 정부 산하의 투자기관 소속 임직원들의 급여수준이 너무 높음으로 인한 정부투자기관의 경영과 수익활동에 대한 재정압박과 일반공무원과의 형평 등을 이유로 정부의 조정방침에 따라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될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고( 당원 1992.11.27. 선고 92다32357 판결 ; 1993.1.26. 선고 92다49324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퇴직금규정의 개정시 상여금과 시간외, 휴일, 야간근로수당 및 연월차수당 등을 퇴직금산정의 기초임금에 산입하기로 하는 등의 변경도 함께 이루어졌으나, 지급률의 인하로 인하여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에 비추어 볼때, 그 개정의 동기와 기초임금의 범위 확대로 인한 보상을 고려하더라도 피고 공사의 이 사건 퇴직금규정의 개정에는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퇴직금규정의 개정에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취업규칙의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