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공무수행중 또는 공무에 준하는 행위 중 불가피한 사유 없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각 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공무원연금법 제62조 제3항 제1호 의 중대한 과실로 본다는 구 공무원연금법시행규칙 제15조 제1호 의 효력
판결요지
구 공무원연금법(2000. 12. 26. 법률 제62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2조 제3항 제1호 및 같은법시행령(2000. 12. 30. 대통령령 제171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에 의하면, 이 법에 의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질병·부상·폐질을 발생하게 하거나, 사망하거나 또는 그 질병·부상·폐질의 정도를 악화하게 하거나, 그 회복을 방해한 경우에는, 장해연금·장해보상금 또는 유족보상금은 그 급여액의 2분의 1을 감하여 이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질병·부상·폐질의 발생이나 사망 또는 질병·부상·폐질의 정도의 악화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어야 하므로 사망 등과 중대한 과실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조금만 주의를 하였더라면 사고의 발생을 미리 인식하여 이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주의를 태만하였기 때문에 사고의 발생을 인식할 수 없었거나 이를 방지하지 못한 경우를 말하고, 한편 같은 법의 입법 취지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62조 제3항 제1호 소정의 '중대한 과실'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같은법시행규칙(2001. 2. 28. 행정자치부령 제1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호 는 공무수행중 또는 공무에 준하는 행위중 불가피한 사유 없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각 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62조 제3항 제1호 의 중대한 과실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7호 는 도로교통법 제40조 제1항 의 규정에 위반하여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운전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 공무원연금법시행규칙 제15조 는 2000. 1. 31. 행정자치부령 제89호로 전문 개정될 때 신설된 규정이다), 불가피한 사유 없이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62조 제3항 제1호 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라고 의제하고 있으나 이러한 의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같은 법 제62조 제3항 및 같은법시행령 제53조 의 해석에 위배되므로 같은법시행규칙 제15조 제1호 는 상위법령을 보충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으로서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여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명화 외 1인)
피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원고의 남편인 소외 망인은 1986. 3. 7. 부산광역시교육청 소속 지방방호원으로 고용되어 2000. 4. 1.부터 위 교육청 산하 중학교에서 기능직 9급 지방방호원으로 근무하여 왔다.
나.소외 망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0. 10. 17. 09:00경 위 중학교 행정과장인 박춘세로부터 같은 해 10. 11. 위 중학교에서 개최된 '열린교육연구학교 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한 동래교육청 관내 27개 학교에 '시범발표디스켓(CD) 및 발표보고서'를 동래교육청 민원실에 설치되어 있는 27개 학교의 민원함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배포하라는 출장명령을 받고 동래교육청 민원실로 가기 위하여 09:47경 학교 소유의 무등록 49cc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부산 동래구 온천3동 한사랑아파트 101동 앞 편도 5차로 중 5차로를 진행하던 중 중심을 잃고 위 오토바이의 좌측 핸들 손잡이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기경조 운전의 15t 덤프트럭(부산 06나5429) 우측 앞바퀴를 충격하면서 쓰러져 위 덤프트럭의 우측 뒷바퀴에 머리가 역과되어 뇌좌상 및 두강내출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다.원고가 망인의 사망은 출장중의 교통사고임을 이유로 유족보상금 지급청구를 하자 피고는 2000. 12. 1.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하지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7호 소정의 무면허운전으로 인하여 사고를 유발시킨 것으로서 중대한 법규위반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공무원연금법 제62조 제3항 , 같은법시행령 제53조 에 의하여 유족보상금의 1/2을 감액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용 증거]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기경조가 위 덤프트럭을 4차로로 진행하다가 갑자기 5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면서 운전한 과실로 위 덤프트럭 우측 앞바퀴에 위 오토바이의 좌측 핸들 손잡이가 충격당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좌측으로 넘어지면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망인은 이 사건 사고에 아무런 과실이 없고, 망인이 무면허운전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제62조(고의 또는 중과실 등에 의한 급여의 제한)③이 법에 의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에 대한 당해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단서 생략]
1.중대한 과실에 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요양에 관한 지시에 불응함으로써 질병·부상·폐질을 발생하게 하거나, 사망하거나 또는 그 질병·부상·폐질의 정도를 악화하게 하거나, 그 회복을 방해한 경우
제53조(중과실등에 의한 급여의 감액)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 제62조 제3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때부터 장해연금·장해보상금 또는 유족보상금은 그 급여액의 2분의 1을 감하여 이를 지급한다.
제15조(중과실 적용)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를 법 제62조 제3항 제1호의 '중대한 과실'로 본다.
1.공무수행중 또는 공무에 준하는 행위 중 불가피한 사유 없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각 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다. 판 단
(1) 법 제62조 제3항 제1호 및 영 제53조 에 의하면, 이 법에 의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질병·부상·폐질을 발생하게 하거나, 사망하거나 또는 그 질병·부상·폐질의 정도를 악화하게 하거나, 그 회복을 방해한 경우에는, 장해연금·장해보상금 또는 유족보상금은 그 급여액의 2분의 1을 감하여 이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질병·부상·폐질의 발생이나 사망 또는 질병·부상·폐질의 정도의 악화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어야 하므로 사망 등과 중대한 과실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조금만 주의를 하였더라면 사고의 발생을 미리 인식하여 이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주의를 태만하였기 때문에 사고의 발생을 인식할 수 없었거나 이를 방지하지 못한 경우를 말하고, 한편 법의 입법 취지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법 제62조 제3항 제1호 소정의 '중대한 과실'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누716 판결 등).
한편, 규칙 제15조 제1호 는 공무수행중 또는 공무에 준하는 행위 중 불가피한 사유 없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각 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법 제62조 제3항 제1호 의 중대한 과실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7호 는 도로교통법 제40조 제1항 의 규정에 위반하여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운전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규칙 제15조 는 2000. 1. 31. 행정자치부령 제89호로 전문 개정될 때 신설된 규정이다), 불가피한 사유 없이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법 제62조 제3항 제1호 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라고 의제하고 있으나 이러한 의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법 제62조 제3항 및 영 제53조 의 해석에 위배되므로 규칙 제15조 제1호 는 상위법령을 보충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으로서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여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법 제62조 제3항 및 영 제53조 의 해석ㆍ적용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규칙 제15조 제1호 는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2) 위에서 인용한 증거와 갑 제8호증의 1 내지 17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망인이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동래교육청으로 가기 위하여는 200m도 채 안되는 짧은 거리(망인이 우합류한 지점에서 200m 정도가 된다)에서 5차로에서 1차로로 차로를 연속하여 변경한 후 좌회전을 해야 했던 사실, 망인 운전의 위 오토바이는 학교측에서 1992. 5. 6. 구입한 것으로서 내구연수가 경과되고 고장이 나서 폐기처분된 것이기는 하지만 학교측은 목공ㆍ영선ㆍ공문수발 등을 담당하고 있던 망인이 위 오토바이를 수리하여 출ㆍ퇴근용은 물론 공문수발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사실상 묵인하여 온 사실, 망인은 1998년경부터 왼쪽 눈이 실명상태에 있었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있지도 않았던 사실,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행정과장인 박춘세가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망인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동래교육청 민원실에 가도록 3차례에 걸쳐 강조하였던 사실, 한편 김정근은 이 사건 사고 당시 그랜져승용차를 운전하여 출근하는 길이었는데, 위 덤프트럭의 바로 뒤를 따라 가던 소형승용차의 뒤쪽에서 위 그랜져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던 사실, 위 덤프트럭과 위 소형승용차, 위 그랜져승용차는 모두 만덕 2터널의 2차로를 따라 위 터널을 통과한 후 도로폭이 3차로로 넓어지는 지점에서 3차로로 차로를 변경하였고, 다시 도로폭이 4차로로 넓어지는 지점에서 4차로로 차로를 변경하였으며, 만덕 1터널과 만덕 2터널에서 나오는 도로가 합류되는 지점으로서 도로폭이 5차로로 다시 넓어지는 지점에서 5차로로 차로를 변경한 사실, 그런데 위 만덕 2터널의 2차로로부터 위 5차로까지의 연속적인 차로변경은 도로폭이 넓어지는 관계로 굳이 차량의 운전자가 차로를 변경하려 하지 않더라도 직진만 하면 자연스럽게 차로변경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사실, 위 덤프트럭과 위 소형승용차, 위 그랜져승용차가 이 사건 도로의 5차로 상을 약 3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운행하고 있을 무렵 망인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위 그랜져승용차의 오른쪽으로 위 그랜져승용차를 추월하고, 다시 위 소형승용차를 추월한 다음 위 덤프트럭마저 추월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오토바이가 충격을 당한 것처럼 옆으로 쓰러지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5차로는 다른 차로보다 상당히 넓은 편으로서 사고 당시 위 덤프트럭과 위 소형승용차, 위 그랜져승용차가 모두 위 5차로의 한가운데로 주행하면서 약 30∼40m 정도 진행하였을 무렵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는바,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기경조가 위 덤프트럭을 운전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4차로 상을 진행하다가 5차로로 급차로변경하지는 아니하였고, 위 덤프트럭이 5차로로 차로변경하여 30∼40m 정도 진행하고 있을 때 망인이 200m도 채 안되는 짧은 거리에서 5차로에서 1차로로 차로를 연속하여 변경한 다음 좌회전하기 위하여 위 덤프트럭을 무리하게 추월하려고 하다가 오토바이의 핸들을 잘못 조작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부산지방법원 2001노806 판결,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698 판결 참조)되므로 망인에게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망인에게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이유로 유족보상금의 1/2을 감액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