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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5노358 판결
[살인(예비적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기][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강화연(기소, 공판), 박병모(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화우(유한) 담당변호사 방기태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이 사건 사고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

2.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서 당초의 공소사실을 유지하되 그 중 살인의 공소사실을 아래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일부 변경하면서 그 공소사실에 대하여 아래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고 그에 대하여 ‘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 형법 제268조 ’를 적용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여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원심과 달라졌으므로, 원심판결 중 그 부분은 이 점에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점에 대한 종전의 공소사실과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은 대동소이하고 주된 내용이 같으며, 원심의 판단 속에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에 대한 항소이유는 사기의 점에 대한 항소이유와 함께 공소장 변경에도 불구하고 이 법원의 판단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1998. 10. 9. 첫 번째 부인인 공소외 19와 혼인하였다가 2001. 4. 3. 협의이혼하였고, 2005. 9. 26. 두 번째 부인인 공소외 9와 혼인하였다가 2007. 4. 4.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으로 이혼하였으며, 2008. 1. 21. 당시 ○○○○ 국적의 피해자(여, 24세, 임신 7개월)와 혼인하였다. 피해자는 2013. 11. 6.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다음 2014. 3. 12. ‘(외국성명 생략)’에서 ‘공소외 20’으로 개명하였다.

피고인은 2008. 6. 20.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생명 무배당 유니버셜CI보험에 가입하고, 2014. 6. 5.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최대 약 31억 원에 달하는 ▒▒생명 플래티넘 스마트변액유니버셜에 가입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14.경까지 ♡♡생명, ▒▒생명, ∈∈생명, ●●● 등 11개 보험회사에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생명보험 25개를 가입하고, 피해자의 보험료로 매달 합계 약 360만 원을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은 2007.경부터 피고인과 가족들이 가입한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계약대출 및 중도인출로 합계 316,924,020원을 교부받아 보험료, 대출금 상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된 보험계약에 따라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에서 자신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차량번호 1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로 운행하면서 전방 5차로 도로 옆 비상정차대에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8톤 화물차가 정차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 스타렉스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위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고의로 추돌시켜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차량번호 1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 부근 5차로 길을 5차로(갓길)를 따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고속도로에서 주행하거나 정차해 있는 차량들이 있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졸음운전을 하지 말고 전후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졸음운전을 한 과실로 전방 5차로 도로 옆 비상정차대에 정차되어 있는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8톤 화물차의 후미 좌측 부분을 위 스타렉스 차량의 전면 우측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위 스타렉스 조수석에 동승하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20(여, 24세, 임신 7개월)을 그 자리에서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1)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별지1 보험가입내역(1) 기재 보험들에 가입하였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그 보험들에 터 잡아 95억 원 또는 그에 근접하는 주1) 사망보험금 을 지급받게 됨은 분명한 사실이다.

피고인이 그와 같이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좀처럼 보기 힘든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는 사정이 언제나 살인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보험에 가입한 이유 등이 무엇인지나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이 궁핍하였는지와 상관없이, 피고인이 돈에 집착하면서 평소 일확천금을 꿈꾸어왔다고 볼 여지가 있는 주2) 정황 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동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사고 직후 피해자의 사체를 직접 검안한 의사 공소외 21은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개방성 상처가 없는 복부 내 장기 손상을 입었고, 그로 인하여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함으로써 현장에서 즉사하였다고 진단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경우마다 사망진단을 하는 의사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판정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당시 검안의로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최종적으로 판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의사가 이 사건 사고 직후에 피해자의 사체를 직접 검안하고 내린 위와 같은 사망진단은 다른 어떤 의견보다 존중되어야 하고, 분명하고 뚜렷한 반증이 없는 한 함부로 배척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공소외 22는 피해자에 대한 진료기록을 토대로 피해자에게 골절, 열창과 같은 손상이 있고 상처 부위에 인지(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출혈이 있었던 점을 근거로(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그 정도에 이르는 출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직전까지 살아있었고 이 사건 사고에 의한 손상으로 사망하였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이 운전한 스타렉스 승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살아있는 상태로 승차하여 조수석에서 잠을 자다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을 출발한 이후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제3자에 의하여 타살되었다거나 돌연 자연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별다른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이와 다른 취지에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 오류가능성이 지적되었거나 추측 등을 근거로 한 엄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판단을 좌우하기에 부족한 사정들이라고 보인다).

3)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범행동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에게 가해진 충격의 정도, 피해자가 실제로 사망에 이른 사고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가 있음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4) 그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사고가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인지, 아니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졸음운전에 의한 교통사고인지 여부이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인지의 점은 그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는 이상,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 등을 증명함으로써 증명될 수 있다.

나.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507 판결 등 참조).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 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에 있어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 있어 심증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에 의할 수도 있는 것이며, 간접증거는 이를 개별적·고립적으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모든 관점에서 빠짐없이 상호 관련시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치밀하고 모순 없는 논증을 거쳐야 한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다.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거동(거동) 등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따라서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의 거동 등과 관련하여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로 봄이 타당하다.

1) 상향등의 점등

가) 이 사건 차량은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으로 진입하여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14. 8. 23. 02:45경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차량은 같은 날 03:41경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 지점 부근으로서 전방에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토미8톤 저진동특초장축 화물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량’이라 한다)가 고속도로 우측 끝 비상정차대(길이는 약 70m이고, 실제로 차량을 정차시킬 수 있는 공간은 약 28m이며, 폭은 약 2.3m이다)에 정차 중이었던 약 814m 길이의 직선구간 초입부로 들어섰다.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천안삼거리 휴게소 부근에 설치된 CCTV에 이 사건 차량이 위 직선구간에 들어설 때부터 이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이 촬영되었다(이하 그 영상을 ‘이 사건 CCTV 영상’이라 한다). 이 사건 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은 당시 통행이 금지된 갓길인 가변차로(5차로)를 주행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22m 후방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되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켜져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그런데 위 지점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사실은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1)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레버는 운전대로부터 수직하방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운전대의 왼쪽에 운전대와 수평에 가까운 전방으로 5c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레버를 작동하여 상향등을 점등시키기 위해서는 점등레버를 안쪽으로 잡아당기거나 일정한 힘으로 뒤쪽으로 밀어서 걸림장치에 걸리게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졸음운전 상태에서 점등레버를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것은 경험칙상 그 자체로 불가능하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그 경우에는 걸림장치가 없어서 점등레버가 바로 제자리로 돌아가고 상향등이 꺼지게 되므로 졸음운전 상태에서 그와 같은 방식으로 상향등이 점등되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한편, 점등레버를 뒤쪽으로 밀어서 점등레버를 걸림장치에 걸리게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본 점등레버와 운전대의 위치를 고려할 때,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수직하방이 아닌 수평에 가깝게 전방으로 움직이면서 점등레버를 걸림장치에 걸리게 할 정도의 미는 힘이 유지되어야 하거나 수직하방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손가락이 상당한 정도로 펴진 상태에서 손이 움직이는 수직하방과 거의 직각을 이루어 수평에 가깝게 점등레버를 전방으로 밀면서 걸림장치에 걸리게 할 정도의 미는 힘이 유지되어야만 한다(손이 운전대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만 펴져서 상향등 점등레버를 위와 같은 정도의 힘으로 뒤로 밀어 상향등을 작동한다는 것은 졸음운전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인다).

그런데 졸음운전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운전대를 놓치는 이유는 졸음으로 인하여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의 힘이 풀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상황에서 손이 수직하방이 아닌 전방을 향하여 거의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위와 같은 정도의 힘을 유지한 채 움직인다거나 운전대를 말아 잡고 있던 손의 손가락이 갑자기 상당한 정도로 펴지고 그와 같이 펴진 상태에서 손가락 끝까지 위와 같은 정도의 일정한 힘이 유지됨으로써 손가락의 끝부분에 가깝게 걸린 점등레버가 손이 떨어지는 방향과 수직방향인 전방 뒤쪽으로 밀려서 걸림장치에까지 걸리게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매우 어렵다고 보인다(일반적으로 상향등 점등레버를 뒤로 밀어서 걸림장치에 걸리게 하는 행위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섬세한 조작을 필요로 하는 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한편,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부근 도로의 경사도는 약 2.7°로 경사각이 크지 않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향등이 점등된 이후 이 사건 차량의 속도가 증가하였으므로 관성이 차량 뒤쪽 방향으로 작용하기 쉽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현장의 도로조건이 운전자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의 몸이 앞으로 쏠려서”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거의 수평에 가깝게 전방으로 이동하여 상향등 점등레버를 뒤로 밀어 걸림장치에 고정시키게 할 정도로 피고인이 졸았다면 이 사건 차량의 거동에 매우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그런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은 상향등의 점등 전후로 거동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2)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손이 운전대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만 펴져서 상향등 점등레버를 뒤로 밀어 상향등을 작동한다는 것은 졸음운전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졸음운전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떨어져서 상향등 점등레버를 작동시켰다면 적어도 왼쪽 손은 운전대를 놓쳤음을 의미한다(양쪽 손 모두 운전대를 놓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고, 졸음운전으로 운전대를 놓치는 경우라면 그 경우가 오히려 통상적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떨어져서 점등레버를 밀어 상향등이 점등되는 정도의 움직임이 생겼다면, 그 순간에 운전대의 조향이 원래 그대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이고, 나아가 그 후에 한손 또는 양손 모두 운전대를 놓친 상태에서 운전대의 조향이 원래 그대로 유지되기는 한층 더 어렵다고 보인다. 이는 당시 이 사건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상당한 속도(시속 70km 내지 80km)로 주행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상향등이 점등되기 전후로 별다른 흔들림 없이 차로를 따라 적어도 350m 이상을 직선으로 주행한 점이 확인된다. 이러한 사정도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공소외 17은 당심법정에서 ‘졸음운전 상태에서 상향등이 켜질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차가 거동되는 게 좌우로 움직이는 게 보여야 되는데 그런 게 없고, 사고지점 뒤로 후방에서 800m 되는 지점에서 불빛이 보이자마자 가변차로를 쭉 따라서 내려오는 것은 안전운전을 했다고 봐야 되는 편이 맞습니다. 정상적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오래도록 직선으로 올 수는 없고, 일반적인 졸음운전에 의한 것은 차가 조향장치라든가 아니면 앞숙임 거동, 상향등 조작 여러 가지 동작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진술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3)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면, 피고인으로서는 의도하는 교통사고에 마침맞은 커다란 화물차량이 새벽 4시 무렵에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차량이 없는 갓길(5차로)보다도 더 우측으로 벗어난 비상정차대에 다른 주행 중인 차량들과 떨어진 상태로 정차하고 있음을 발견한 경우, 그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하려는 심리적 동기에서 상향등을 점등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위와 같이 이 사건 화물 차량은 차량의 크기는 물론 정차 위치 자체도 의도한 교통사고에 마침맞은 곳이었다).

실제로 피고인이 상향등을 점등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 사건 사고 바로 직전이고, 상향등을 점등한 지점 또한 공교롭게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정차된 곳으로부터 직선구간으로 422m 후방이어서 육안으로 이 사건 화물차량을 인식할 수 있는 거리인데다가 통행이 금지된 갓길을 홀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건 차량으로부터 시야가 방해되는 차량도 별로 없는 곳이어서 위와 같은 심리적 동기가 생길 수 있는 지점으로 보인다(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범행을 실행하기로 미리부터 결심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은데, 이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는 설령 실제로는 그 지점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을 점등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이 위 지점을 통과할 당시의 상황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상향등을 점등하게 할 심리적 동기가 생기게 할 만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으로서는 상향등을 점등하기 전에는 상향등을 점등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정을 알 수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점등한 상향등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굳이 끄지 않은 것이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는 야간에 차량들이 고속으로 질주하고 있는 고속도로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CCTV 영상과 같은 영상이 남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어려웠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상황에서 자신의 차량의 상향등을 점등하면 반드시 다른 자동차의 주의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하여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이 통상적이고, 그와 같은 상황에서 상향등을 점등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이례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2)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에서 우조향 후 좌조향 등을 하였는지 여부

가)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안전조사검사부 사고조사연구원 공소외 15 및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사고분석개선처 사고조사연구원 공소외 16은, 이 사건 차량이 최초로 이 사건 CCTV 영상에 나타난 지점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814m 후방이고,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지점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422m 후방이며, 위와 같이 점등된 상향등의 형상이 바뀌는 지점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인 것으로 보았고 그와 같이 상향등의 형상이 바뀌는 이유는 이 사건 차량이 진행방향 우측 비상정차대 쪽으로 우조향(이하 편의상 이를 ‘우조향’이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좌조향’이라 한다)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은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에서 실제로 차량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서로 의사를 교환하여 차량의 위치나 상향등의 불빛이 이 사건 CCTV 영상과 동일하게 되도록 재현하는 방법으로 위와 같이 분석하였다. 이 방법이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분석에 쓰이는 방법은 아니고, 다소간의 오차가 존재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의 기초가 되는 과학적 원리는 매우 간단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 사건 CCTV 영상은 야간에 촬영된 것이고 화질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 때문에 위 방법에 의하여 상향등 불빛의 변화를 토대로 조향각을 산정한 부분의 엄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하고, 위와 같은 방법에 따라 상향등이 점등된 위치 및 우조향 지점까지의 ‘거리’를 분석하고 측정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정도의 화질 불량이 장애가 된다고 보이지 않으며, 실제로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이 위와 같은 분석을 하면서 화질의 불량이 장애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한편,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이 분석에 사용한 사진과 이 사건 CCTV 영상에 따른 사진을 대조해보면, CCTV가 촬영하고 있는 장소 등에 관한 정보를 표시하는 문자가 나타나는 부분은 제대로 포개어지지 않으나, 좌측 상단 사각형 모양의 불빛 8개와 우측 중앙 부분의 주유소 등 분석대상의 요체에 해당하는 촬영되는 ‘실제 장소’는 상당히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두 개의 사진이 제대로 포개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이 제시한 의견이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같이 보면, 공소외 15, 공소외 16이 제시한 의견 중 이 사건 차량의 우조향시 조향각도에 관한 의견이 엄밀한 정확성이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상향등이 점등된 위치 및 우조향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부분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의 위와 같은 분석의견은 공소외 17의 감정의견과 일치하고, 피고인 역시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사실 자체를 다투지는 않는다(만일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되지 않았다면 진행방향 우측의 비상정차대에 정차 중이던 이 사건 화물차량을 들이받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나) 그런데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은 비상정차대에 우조향하여 진입한 후 좌조향하였다가 다시 우조향을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1) 공소외 15, 공소외 16은 이 사건 차량이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지 않고 이 사건 화물차량의 조수석 부분을 정면으로 들이받았음을 근거로,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다시 좌조향하여 피해자가 탑승한 조수석 부분을 이 사건 화물차량의 좌측 후미 부분에 충격시켰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견은 당심에서 추가로 시행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여도 뒷받침된다.

(2) 이 사건 차량의 상단유리 중 조수석에서부터 운전석 쪽으로 0.96m까지의 폭에 해당하는 부분이 이 사건 화물차에 충격된 부분이다[한편, 운전석 쪽 나머지 0.44m(= 전체길이 1.4m - 위 0.96m) 부분은 충격되지 않았다]. 이 사건 사고 후 최종정차된 이 사건 차량의 앞바퀴와 뒷바퀴는 모두 그대로 전방을 향하여 11자형으로 되어 있는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공소외 17은 ‘스타렉스 전면 범퍼 레일 및 동 후방의 구조물이 변형된 상태이고, 엔진 후드 부분이 직각으로 굽힘 변형된 상태임, 스타렉스 지붕 부분이 직각으로 굽힘 변형된 상태임’이라고 감정하였다. 이 사건 차량의 충돌 후 최종 정차 위치는 별지2 사고 도면 1.의 기재와 같이 정차하고 있던 이 사건 화물차량과 거의 나란한 방향이다(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을 충격한 부분은 위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우측 부분만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주 충격부위가 무게중심 부근을 지나고 있어서 큰 회전이 발생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충격 당시 편심력이 이 사건 차량의 우측면에 작용되어 충돌 후 시계방향으로 회전되는 힘의 작용이 미약하게나마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충돌 자체는 별지2 사고 도면 1.의 최종 “정차” 위치보다 더욱 나란한 형태인 별지2 사고 도면 2.와 같은 형태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 차량이 충격된 부분은 위와 같이 조수석부터 운전석 쪽으로 0.96m까지의 폭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그 부분에 해당하는 엔진 후드 및 지붕이 “직각”으로 구부러졌다는 것은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과 나란한 방향으로 추돌하였음을 의미한다. 우조향된 차량은 그 조향각을 유지하는 경우 선회(선회)하여 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점점 더 우측으로 회전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므로 위와 같이 나란한 방향으로 충돌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그 경우에는 이 사건 차량의 전면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후면이 면(면) 대 면(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화물차량의 좌측 뒤 모서리 부분과 이 사건 차량의 충돌부분 중 운전석쪽 끝부분이 점(점) 대 면(면)으로 먼저 충돌을 시작하게 되고, 그 충돌에 따라 다소간 반시계방향으로 편심력이 주3) 작용하여 이 사건 차량이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2차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고 보이므로, 위와 같이 엔진 후드 및 지붕이 직각으로 구부러진다거나 최종 정차 자세가 나란한 방향이 되기 어렵다. 요컨대, 위와 같은 굽힘 형태나 최종 정차 자세는 이 사건 차량의 전면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후면이 면(면) 대 면(면)으로 별지2 사고 도면 2.와 같은 형태로 충돌하는 경우에 만들어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충돌형태를 고려하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을 한번만 한 상태에서 이 사건 화물차량과 충돌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관하여 공소외 17은 당심법정에서 ‘저 사진 같은 경우는 직각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저 사진을 위에서 찍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냐면, 직각 부분이 수직 부분은 차체 옆면하고 나란하고, 밑에 있는 부분은 앞이나 뒷부분하고 나란한데, 나란한 상태로 추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차를 5차로에서 비상주차대 쪽으로 조금만 오른쪽으로 회전한 상태에서 부딪히면 이렇게 안 나오고 모양이 틀어져서 나옵니다. 위쪽은 간격이 좁고 밑에는 간격이 넓게 직각을 유지한 상태로 나와야 하는데, 저 부분이 의미가 굉장히 큰 부분입니다’라고 진술하여 이 점을 강조하면서 지적하고 있다.

한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후 최종 정차된 이 사건 차량의 앞바퀴와 뒷바퀴는 모두 전방을 향하여 11자형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사건 차량을 우조향하였다가 우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을 한 후 다시 우조향을 하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우조향을 한번만 한 경우에는 바퀴가 우측을 향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최종 정차시의 바퀴형태에 부합하지 않고, 우조향한 후 우조향한 조향각만큼만 좌조향을 한 경우에는 차량의 진행방향이 선회는 없더라도 계속하여 우측을 향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나란한 충돌형태가 나타나기 어렵다. 우조향한 후 우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을 하여 바퀴가 좌측을 향해야 당초 진행하는 방향과 나란하게 진행하게 되고, 여기에 더하여 이 사건과 같이 바퀴방향이 전방을 향하여 11자형으로 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당초 우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된 바퀴를 그 각도 차이만큼 다시 우조향하여야만 한다.

(3)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적어도 시속 60km 이상인 점은 별다른 다툼이 없는데, 그와 같은 속도로 구간이 그리 길지 않은 비상주차대에서 주행하는 경우라면 운전대 자체의 복원력으로 바퀴가 11자형으로 만들어지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4) 당심에서 시행된 추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만을 한번 한 경우에는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차 상태와 일치하지 않고, 우조향 후 좌조향하는 경우에만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차 상태와 일치하게 된다(다만 위 시뮬레이션에서는 바퀴의 방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5)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면, 운전자인 피고인으로서는 상당한 속도(시속 60km 이상)로 주행 중이던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을 비스듬하게 충돌하거나 운전석쪽으로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지나치게 조수석쪽으로 치우쳐서 충돌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차량의 우측에 외력이 가해져 이 사건 차량이 회전함으로써 예측불능의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운전경험상 직감적으로라도 알 수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면, 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위험을 가늠하고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차량의 충돌형태에 대하여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고 생각해 보았을 것으로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가급적 이 사건 차량의 전면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후면을 면(면) 대 면(면)으로 나란하게 하여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쪽을 충격하되 무게중심보다 다소 운전석쪽으로 치우쳐서 충격할 심리적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공교롭게도 이 사건 차량과 이 사건 화물차량은 그와 같은 형태로 충돌하였다고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과 같이 이 사건 차량을 우조향한 후 좌조향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 사건 화물차량을 나란한 방향에서 충돌하는 것이 이 사건 차량을 우조향만 한번 하여 충돌하는 것보다 피고인이 의도했던 사고, 즉 조수석쪽에 큰 충격을 가하면서 운전자인 자신은 확실히 살 수 있는 보다 안전하고 쉬운 방법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고 보인다. 우조향만 한번 하여 충돌하는 경우에는 자칫 조금만 잘못된 각도로 충격해도 차량이 회전하면서 운전석쪽에도 큰 충격이 가해질 위험이 있음을 쉽사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상적인 운전자라면 이 사건 차량을 그와 같이 충돌하는 것이 운전기술상 어렵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더욱이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3년 정도 5톤 화물차를 운전한 경험이 있다),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상향등을 점등한 때부터 충돌시까지 약 20초 정도의 준비시간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은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하였다가 좌조향하였다거나 그 후 다시 우조향을 하였다는 앞에서 본 분석결과 등과도 부합한다.

(6) 이 사건 사고지점의 형상 및 비상정차대의 길이, 우조향 후 좌조향 또는 우조향 하였다가 좌조향 후 다시 우조향된 지점 사이의 거리 및 시간간격,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졸음운전 상태에서 상향등이 작동되었다면 피고인이 한손 또는 양손 모두가 운전대를 놓친 상태에서 주행 중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하였다가 좌조향하였다거나 그 후 다시 우조향을 하였다는 사정은 의식적인 행위가 아니라면 좀처럼 있을 수 없고, 졸음운전과는 양립할 수 없는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공소외 23도 검찰에서 ‘제가 렉카차를 운전한 것이 11년인데 저는 비상주차대에서 졸음운전 사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만일 졸았다면 화물차의 측면이나 가드레일, 중앙분리대를 박고 튕겨 나가거나 아니면 교행하는 차를 박지, 포켓에 서 있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박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자신의 렉카차 기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의식적인 조향이 없는 상태에서 졸음운전으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쉽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를 6단에서 4단으로 인위적으로 변경하였는지 여부

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공소외 24, 공소외 25가 작성한 감정서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 앞부분이 외부 충격에 의해 크게 파손된 상태이며, 감정당시 수동 변속기 레버 부위 등이 차체와 분리되어 있는 상태로 식별됨’, ‘변속기는 4단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됨’이라고 되어 있다.

공소외 24, 공소외 25는 위와 같은 감정을 하면서 변속 레버와 변속기가 분리된 상태에서 그 내부의 형태를 보고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가 4단에 위치하고 있다고 감정한 것이므로, 차량의 이동에도 불구하고 변속기의 단수가 인위적으로 조작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점에 대하여 공소외 24는 원심법정에서 ‘여기 지금 변속 레버가 있는데 이 변속 레버가 구조물에 몸체하고 붙어있어야지 이 변속 레버가 막대기 역할을 하면서 이동을 할 수 있는데 이게 지금 분리돼 있기 때문에 고정 역할은 할 수가 없는 거지요. 그래서 이 변속 레버가 변속기의 영향을, 단수를 바꾸기는 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차량은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쳐 이동되어 보관 중이다.

〈이 사건 사고 지점 → 경부고속도로 목천IC 인근 “☆☆렉카” 사무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 위 “☆☆렉카” 사무실 → 아산시 소재 “▽▽폐차창” → 천안시 서북구 (주소 3 생략) 소재 “◎◎◎◎” 〉

그런데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을 견인하였던 공소외 23은 당심법정에서 ‘앞 쪽에는 바퀴를 물어서 뜨는 방식으로 견인을 했고, 뒷바퀴는 “돌리”라고 바퀴 자체를 떠서 견인할 수 있게끔 하는 특수 장비로 견인을 했습니다’, ‘현재 기억으로는 그 차량이 오토인지 스틱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부분이 워낙 많이 밀려들어온 상태라 스틱이 되었든 오토가 되었든 어차피 뒷바퀴는 띄워서 견인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단 파손이 너무 심했습니다. 기어박스 자체가 파손이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이 사건 차량을 ☆☆렉카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견인한 후 다시 ☆☆렉카로 견인한 공소외 26은 당심법정에서 ‘차량을 들어서 견인차 위에 올렸기 때문에 바퀴가 땅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하였습니다’, ‘평상시에 움직이지 않는 고장 난 차량이라면 기어를 N으로 놔야 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차가 너무 많이 부서져서 안에 들어갈 데도 없고 해서 지게차로 뜨고 지게차로 내렸습니다’, ‘(기어를) 대충 살펴봤는데, 기어를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업어서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어를 조작하거나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이 공소외 23, 공소외 26은 이 사건 차량의 바퀴를 움직이지 않고 이 사건 차량을 이동시켰고, 그 과정에서 변속기의 위치가 변경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그 이동 과정에서 변속기의 인위적인 조작이나 훼손은 없었다고 보인다.

다)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차량의 변속기를 6단으로 놓는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운전방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피고인이 그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졸음운전 전에 변속기를 4단으로 바꿀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위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가 이 사건 사고 당시 4단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수동변속기의 6단과 4단의 위치에 비추어 전방에서 가해진 충격으로 6단에 있던 변속기레버가 4단으로 옮겨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는 클러치를 밟아야 변속이 되는 수동변속기인 점,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무렵 추정되는 이 사건 차량의 속도는 4단에 알맞은 것이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를 6단에서 (5단을 거쳐) 4단으로 인위적으로 변경하였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이와 같은 사정도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4)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인위적으로 증감되었는지 여부

가)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은 이 사건 CCTV 영상을 참조하여 상향등 점등 이전에 이 사건 차량의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70.5㎞이고, 상향등 점등 후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80㎞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공소외 15는 위 영상을 참조하여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후 다시 좌조향되어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돌할 때까지의 평균속력은 시속 61.7㎞ 내지 62.6㎞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5, 공소외 16이 제시한 의견 중 상향등이 점등된 위치 및 우조향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부분은 별다른 오류가 없다고 보이고, 이 사건 차량이 그 지점 사이를 진행한 시간은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여 상당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속도에 대한 위와 같은 의견은 큰 오차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나) 위와 같은 분석결과는 이 사건 사고 직전 이 사건 차량에서 앞숙임 현상이 감지되었는데 제동장치의 작동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제시된 공소외 17의 의견 및 이 사건 CCTV 영상의 프레임별로 전조등의 위치 및 높이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사건 사고에 따른 충돌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줄고 앞숙임 현상이 관찰되었음을 근거로 피고인이 사고 직전 제동을 하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법영상분석연구소장 공소외 27의 분석과 부합한다. 또한, 위와 같이 감속된 지점 및 감속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그 구간이 약간의 내리막길에서 평지로 변하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감속은 인위적인 제동에 따른 것으로 봄이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이라고 보인다.

다)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면, 피고인으로서는 경우에 따라 충돌 직전에 본능적으로 또는 충격의 정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제동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심리적 동기를 가질 수 있다. 앞에서 본 분석결과는 위와 같은 심리적 동기와 부합한다. 또한, 피고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큰 충격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제동의 정도가 매우 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사고현장에 이 사건 차량의 급제동 흔적인 스키드마크가 없다든가 당시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이 사건 화물 차량의 운전자가 급제동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보기 어렵다.

라) 위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충돌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인위적으로 감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한편, 서울 톨게이트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67km이고,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위 구간을 이동하는 동안 3회에 걸쳐 약 20분가량 휴식을 취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 시각은 02:45경이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03:41경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02:45경 서울 톨게이트를 출발하여 03:41경에 이 사건 사고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평균 시속 112km[67km ÷ (56분 - 20분)/60분]의 속도로 운행하였어야 한다. 피고인이 서울에서 내려올 때 휴식을 취한 경위 등에 대하여 허위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면, 위와 같은 속도는 졸음운전이나 졸음이 몰려오는 운전자가 운전한 차량이 쉽사리 유지할 만한 정도의 속도가 아니라고 보인다. 또한, 만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휴식을 취한 경위 등에 대하여 허위로 진술하였다면, 그와 같이 허위로 진술한 이유 등에 대하여 수긍할 만한 해명이 없는 이상 그 동기 등이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 이 사건 사고지점 부근 등의 도로상황

가) 피고인의 거듭된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안성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10분 정도 잠을 잤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성휴게소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의 직선거리는 25.8㎞이고(서울 톨게이트에서 안성휴게소까지의 거리는 40km 남짓이다), 지도상 확인되는 커브 구간은 8개이다.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안성휴게소에서 사고지점까지 시속 100km로 운행하면 약 15분이 소요되고, 시속 80km로 운행하면 약 18분 정도 소요되므로, 실제 도로를 시속 80km로 운행하는 경우 20여 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와 같이 주행하는 경우 첫 번째 커브구간은 대략 1분 35초 후(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문제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인다), 두 번째 커브구간은 3분 29초 후, 세 번째 커브구간은 7분 12초 후, 네 번째 커브구간은 14분 10초 후, 다섯 번째 커브구간은 15분 27초 후, 여섯 번째 커브구간은 16분 14초 후, 일곱 번째 커브구간은 18분 46초 후, 여덟 번째 커브구간은 19분 40초 후에 나타난다(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평균 속력이 시속 112km라고 한다면 위 구간의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15분을 밑돌 수 있고 커브구간이 나타나는 시간적 간격도 훨씬 더 짧아질 것이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피고인 스스로 주장하는 바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은 안성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잠시나마 잠을 잤던 점, 안성휴게소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 걸리는 시간은 위와 같이 20분 전후에 불과하고, 운행하는 동안 적어도 수분 간격으로 커브구간이 나타나는데, 특히 이 사건 사고 지점에 가까울수록 짧은 시간 간격으로 빈번하게 커브구간이 나타나고, 마지막 두 개의 커브구간은 이 사건 사고 지점 바로 직전에 약 1분 간격으로 나타나는 점(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CCTV 영상에 최초로 나타난 사고지점 후방 814m 지점은 좌커브 오르막 구간이 끝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마지막 커브구간을 돌 무렵까지는 졸음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사정이 그와 같다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구간을 제대로 운전해오다가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갑자기 졸음운전을 하였다는 것이어서 경험칙상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라.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임을 뒷받침하는 그 밖의 간접사실들

1) 피고인은 피해자와 혼인한 직후부터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주로 피고인을 수익자로 하는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그에 따라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여야 할 보험료는 월 4,262,906원(= 월 3,600,406원 + 월 662,500원)에 이르렀고, 이 사건 사고에 가장 근접한 2014. 6. 5.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 8 기재 플래티넘 스마트 변액 유니버셜보험계약에 가입할 무렵에 납입하여야 할 보험료도 월 3,767,906원(4,262,906원 - 495,000원)이었다.

피고인은 인구 약 5만 5,000명 정도 되는 충남 ◇◇군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인이 위 유니버셜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생명 측에 제출한 보험청약서에는 피고인의 월수입이 500만 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월수입이 700만 원이라고 주장하다가, 검찰에서 1,000만 원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원심법정에서는 1,500만 원에 달한다고 달리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대신해주었던 공소외 28은 피고인이 운영한 생활용품점에서의 카드결제 내역, 현금영수증 자료, 세금계산서 자료 등에 비추어 현금거래를 포함한 월 평균 ‘매출액’이 약 1,0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여기에서 비용 등을 제외한 월수입은 1,000만 원을 하회할 것으로 보았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여야 할 보험료는 피고인의 월수입에 비하여 이례적으로 과도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피고인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몇 달 전에 다시 월 납입보험료가 495,000원이나 되고, 사망보험금도 30억 9,000만 원의 거액에 이르는 보험을 추가로 들었는데, 이 또한 매우 이례적인 사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하여 보험설계사 공소외 12는 2011.경부터 2014. 5.경에 이르기까지 수 십 차례 피고인을 찾아가 그에게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하나 체결해달라고 계속 부탁하였고, 그 때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 체결해주겠다’면서 거절해 오다가 결국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자 위 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12에게 반드시 보험을 가입하여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월수입에 비하여 매우 과도한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고,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수십 개의 보험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2달가량 전에 또다시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사망보험금 액수도 그 어느 보험보다 많은 30억 원에 이르며, 월 납입료도 50만 원에 가까운 보험을 추가로 가입한다는 것은 여전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 비록 당심에서의 주위적 공소사실 변경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사고 전에 수면유도제를 먹였다는 부분이 삭제되기는 주4)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차량 내에서 덮고 있던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었고, 그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외의 다른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임신 중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든 감기약 등을 복용하였다기보다는 디펜히드라민 단일제, 즉 수면유도제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면유도제의 성분은 독실아민 혹은 디펜히드라민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경구용 정제로 생산되고 후자의 경우 경구용 정제뿐만 아니라 액상의 디펜히드라민 성분을 연질캡슐 내부에 주입시킨 형태로도 생산된다. 순수 증류수 500ml에 디펜히드라민 염산염 500g를 녹일 수 있고 이는 정제 10,000정에 해당하는 양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옥수수수염차 등을 ◇◇에서 미리 준비하였는데, 올라갈 때 옥수수수염차를 좀 마셨고 내려올 때 제가 먹었으니까 두병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피해자는 옥수수수염차를 한병하고 조금 더 마셨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당시 임신 중이었으므로 약물을 복용하는 데에 매우 신중한 시기였고, 종전에 피해자가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거나 제3자에 의하여 수면유도제가 먹여질 계기가 있었다는 점도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뒤에서 보듯이 경찰이 탐문수사를 한 결과 피고인이 살고 있는 충남 ◇◇군 소재 약국에서 피고인이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였음을 확인하지 못하였는데, 만일 피해자 스스로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였다면 피고인과 달리 구입경로를 숨길 이유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탐문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점이 확인되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그 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만일 피해자가 스스로 사고 전 며칠 주5) 내 로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여 복용하였다면 피고인이 그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매우 많고, 사정이 그와 같다면,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된 점이 피고인이 고의사고를 유발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서 취급되고 있는 마당에 피고인이 그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았을 리도 없다.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을 따라 나선 이유는 피고인과 대화를 하면서 피고인이 졸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점에 대한 합리적 설명으로는, ① 피해자가 어떤 경위로든 수면유도제를 먹었고, ② 그 수면유도제는 피해자 스스로 또는 제3자에 의하여 먹여졌다기보다는 피고인이 미리 준비한 옥수수수염차 등을 통하여 먹여졌다고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미리 준비한 수면유도제를 먹였다면, 당연히 흔적이 좀처럼 추적될 수 없는 경로를 통하여 수면유도제를 구입하고, 이 사건 당시 수면유도제를 담았던 용기 등은 버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이 사건 차량에 남아 있던 옥수수수염차나 피고인의 자택을 수색하여 압수한 약품 등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살고 있는 충남 ◇◇군 소재 약국에서 피고인이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였음을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조수석에 있는 경우에는 의도하는 고의사고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고 보이고, 피해자가 잠들어 있는 경우에 그러한 사고를 용이하게 일으킬 수 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하지 않는 경우에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고의사고임을 감추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일 동기가 충분히 있고,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고의사고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사고 전에 잠들어 있을 것이 거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교롭게도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잠이 들어 있었고, 그것이 수면유도제에 의한 것임을 매우 강하게 의심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한편, 당심에서 시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회보서에 따르면, ‘약독물 감정에 사용된 감정물은 유전자분석을 위해 소모된 부위 주변의 넓은 부위의 감정물이었기 때문에 디펜히드라민이 피고인의 혈흔에서 검출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아가 설령 이와 달리 피고인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사정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임을 뒷받침하는 매우 유력한 사정이 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3) 이 사건 차량은 피고인이 서울로 출발한 후 2014. 8. 22. 21:22경 충남 (주소 4 생략) 소재 대전, 옥천방향 1차로 도로를 통과하였는데, 당시의 CCTV 영상 판독 결과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인들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2014. 1. 1.부터 2014. 8. 22.까지 약 8개월 동안 이 사건 차량이 촬영된 CCTV에 피고인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모습은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은 안전벨트를 착용했었던 반면,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오전 11:52경 및 오후 14:48경 ◇◇◁◁장례식장 직원인 공소외 29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소외 29는 수사기관에서 종전에 ‘피고인의 가족들이 화장을 부탁했다’는 취지로 한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전부터 ▷▷▷라는 모임의 회원으로 알고 있던 피고인이 위 시점에 전화를 하여 화장예약을 부탁하였고, 그에 따라 15:00경 피해자의 사망진단서를 팩스로 송부 받아 자신이 대전 ◐◐◐에 인터넷으로 화장예약을 대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친척들은 피해자의 부모가 ○○○○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하지 말자고 하면서 10일장 또는 5일장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척들에게 ‘3일장이든 5일장이든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은 염하는 날만 볼 수 있으니까 3일장을 하는 게 낫다’고 설득하여 3일장이 이루어졌다. 피해자의 시신을 검시할 당시 피해자의 동생이 대전에 살고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서인 공소외 30을 유족으로 참여시켰다.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후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고 당일 오전 11:52경 장례식장 직원에게 피해자의 화장 예약을 부탁하는 전화통화를 하고, 같은 날 14:25경 검사의 사체 유족인도 지휘가 있자마자 그로부터 20분가량이 지난 14:48경 다시 전화로 화장 예약을 부탁하였으며, 같은 날 15:08경 화장 예약이 완료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화장절차를 주도하면서 서둘러 화장을 진행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인 졸음운전 때문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내인 피해자가 황망히 사망하였고, 자신 또한 다쳐서 병원에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유족들을 배제하면서 피해자의 사체를 화장하는 예약부터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정으로 볼 수 있다(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화장을 서두른 이유 중 하나로 피해자에 대한 정밀한 검시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 피해자의 몸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될 수 있음을 우려했을 가능성을 들 수 있다).

5) 피고인은 검찰에서 ‘사고 나기 2~3개월 전에 액정이 깨져서 줌 나오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그 전에 쓰던 거는 반납하라고 해서 반납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피고인은 이 사건이 있기 약 2주 전인 2014. 8. 8. 휴대전화기를 교체하였고, 이전 전화기를 반납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휴대전화 가입서에 ‘미반납’으로 표시되어 있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다음날인 2014. 8. 24.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어제교통사고’, ‘어제고속도로사고’, ‘경부고속도로사고’ 등을 검색어로 하여 뉴스를 찾아서 그 기사 내용과 첨부된 동영상을 2-3회에 걸쳐 재접속하여 확인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휴대전화기를 교체한 경위가 석연치 않은 점에서 피고인이 종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이 사건 살인의 준비에 필요한 검색 등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신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하고, 자신도 다쳐서 병원에 있는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검색어로 뉴스를 검색한다거나 그 기사내용과 첨부된 동영상을 수차례 반복하여 확인하는 것은 통상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제보자나 블랙박스 동영상 등을 염려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이 접속하였다고 의심될 여지가 충분하다.

6)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전날인 2014. 8. 22. 11:00경 ◇◇시장에서 ○○○○인인 공소외 31을 만나 함께 장을 보고, 15:00경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1시간 정도 담소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또한, 피해자와 공소외 31, 공소외 32(○○○○ 출신이다)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전날에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4. 8. 23. 아침에 모여서 ○○○○ 음식을 해먹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위와 같은 아침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2014. 8. 22. 20:00경 공소외 31에게 서울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차량을 타고 충남 ◇◇군 소재 자택에서 남대문시장으로 출발하였다.

피해자의 사촌동생인 공소외 33(○○○○ 출신이다)은 경찰에서 ‘이전에 피해자가 친구들하고 밥을 먹기로 해놨었는데, 피고인이 계속 가자고 말을 해서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나도 살게 있으니까 가자”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31은 경찰에서 ‘저녁 8시쯤인가 통화를 했는데, 피해자가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남편과 서울에 갔다 와야겠다”라고 해서 제가 “배도 불렀는데 왜 같이 가냐”고 물어보니까 피해자가 하는 말이 “남편이 졸리니까 같이 가자”고 말을 해서 가야 한다고 전화로 말을 했어요’라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32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평소 따라간 것은 사실이나 최근 들어 임신하여 배가 불러 따라가지 않으려고 했으며, 사고 전날인 금요일 아침 10:00경 제가 피해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여 제가 “오늘 저녁시간 있냐, ○○○○ 음식을 해먹자”고 했더니 그녀가 “신랑이 서울 가서 바쁘다, 나를 태워다 줄 사람이 없어 못가니 내일인 토요일날 아침에 저희 집에 온다”고 하여 제가 농담으로 “서울 가서 구경 좀 해라”고 했더니 그녀가 “배불러 차 타는 것이 불편하여 가지 않는다”고 통화한 것이 마지막 통화였고, 그날 12:30경 제 카톡으로 “오늘 장날이니까 ○○○○ 음식 살 거 있으면 미리 사다 놓아라, 부족한 거 있으면 전화해라”고 문자를 보내어 제가 시장가서 음식을 사다 놓았어요. 그녀가 가지 않는다고 해놓고 따라 간 것이 이상해요’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시종일관 ‘와이프가 임신을 해서 제가 “가지 마라. 내가 혼자 갔다오겠다”고 말을 했는데, 집사람은 제가 운전하면서 조니까 대화하면서 잠을 깨워주겠다며 따라나섰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피해자 지인들의 진술내용과 함께 피해자가 당시 임신 7개월의 임산부였던 점, 피해자는 다음날 아침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2014. 8. 22. 20:00경 피고인을 따라 서울로 향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구로 피해자를 서울로 데리고 갔다기보다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피고인과 함께 서울에 가게 되었다고 봄이 사리에 맞는다.

7) 공교롭게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던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 부분은 완전히 함몰되었음에 반해 피고인이 탑승하고 있던 운전석 부분은 계기판과 조향장치가 피고인의 가슴 쪽으로 다소 밀려들어오는 정도에 그쳤다.

8) 피고인과 친분관계가 있는 공소외 3은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사고 직후 피고인을 병문안 가서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다. 그때 피고인이 말하기를 피해자와 함께 서울로 가서 물건을 사고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졸았다가 깼다가 이런 식으로 반복을 하는 도중에 앞에 큰 트럭이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 차를 그냥 따라갔는데 사고가 났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사고가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자가 눈감고 편안히 자고 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서 손으로 흔들고 깨웠는데 반응이 없었고 잠시 후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그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졸음운전으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낸 것이고, 그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황망히 사망한 것이라면, 굳이 자신의 지인에게 이 사건 사고의 경위를 위와 같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게 진술할 이유가 별로 없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이 사건 화물차량 운전자 공소외 1로부터 ‘괜찮냐’는 말을 듣고 ‘선생님. 내가 차를 박았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만일 피고인이 당시 졸음운전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냈다면 ‘어떻게 된 거냐’고 대응함이 통상적이라고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이 발생하고 10일 뒤인 2014. 9. 4. 최초로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경찰관으로부터 ‘사고 나면서 화물차를 피하려고 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런 적 없다. 그냥 갖다 박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만일 피고인이 당시 졸음운전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냈다면 ‘졸고 있어서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대응함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9) 피고인은 처음으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 공소외 23에게 ‘다리가 끼었으니 의자를 밀어달라’고 말하였을 뿐, 두 번째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가 피고인에게 동승자 탑승 여부를 물어볼 때까지 조수석에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공소외 1은 이에 대하여 경찰에서 ‘스타렉스 운전사한테 “사장님 혼자 탔어요. 옆에 동승자가 있어요”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그런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승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렉카 기사분이 왔는데 승무석에 팔이 하나 있다고 말을 하여 그때 승무석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10) 피해자는 피고인과 결혼한 이후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4회 임신하였는데, 첫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서는 임신사실을 모르고 치과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2008. 4. 15. 중절수술을 받았고, 세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서는 태아의 발육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2011. 9. 15. 중절수술을 받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죽은 네 번째 태아의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대장암에 걸린 의심이 들고 목에도 병이 있다. 내가 죽으면 애기는 어떻게 키우냐. 애기를 지우자’고 말하면서 또다시 임신중절을 요구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산부인과에서 네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 진찰을 받아 오던 중 주치의가 바뀌었음에도, 다른 의사를 주치의로 지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진료 일정도 미리 정하지 않았다. 공소외 31은 경찰에서 ‘올해 피해자가 임신했을 때 ○○○○ 갔다 왔는데, 그때 저한테 남편 피고인이 몸이 좋지 않다고 아기를 낳아도 혹시 자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아기를 유산시키자고 병원에 갔었다고 말을 했어요’라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남자아이를 출산할 예정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11)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좀처럼 보기 힘든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게 된다.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로서는 이 점만으로도 이 사건 사고의 고의성 여부를 심각하게 의심해볼 만하다. 실제로 이 사건은 고의사고를 의심한 보험회사 직원의 제보가 수사단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의심의 정도는 이 사건 사고로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위험이 초래되었는지에 반비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도 어느 정도 중대한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이는 사고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의심에 따른 정밀한 조사를 피하지 못할 개연성이 높고, 이러한 사정은 보험에 관한 특별한 지식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고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업무 때문에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서울을 다녀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피해자와 함께 다녀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고, 그와 같은 사고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일상과 연결되어 있어서 특이성이 별로 드러나지 않고 이질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연습이든 실제이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범행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고속도로에서 피고인에게도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여겨질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사건 사고를 고의로 유발한 것이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거나 이례적이라고만 평가할 것은 아니다.

12)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진술분석관 임상심리전문가 공소외 34, 전문수사자문위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소외 35는, ‘피고인이 졸음운전하여 피해자와 태아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우울감 등을 표현하였으나 그 정도가 일반인에 비하여 낮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의 말과 피고인의 내면 정서가 불일치함을 시사하고, 아울러 피고인이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대인관계가 피상적이며 감정이입적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이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마. 중간 결론

이와 같이 보면,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피해자 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검사의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살인의 점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므로 그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교통사고처리특레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범죄사실

1. 살인

위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2. 사기

피고인은 2013. 8. 23. 11:06경 천안시 (주소 5 생략)에 있는 △△대학교 병원에서 전화로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 고객센터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사고 접수를 하고, 2014. 8. 29.경 충남 (주소 6 생략)에 있는 □외과에서 피해자 회사 소속 불상의 보험설계사에게 보험금지급청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의 과실에 의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이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2014. 9.경 사고 상대방 운전자 공소외 1에게 합의금 730,810원, 2014. 10.경 위 화물차 수리비 8,060,000원, 2014. 10.경부터 2014. 12.경까지 피고인의 치료비 1,966,630원 합계 10,757,440원을 피고인 대신 지급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금원 상당의 지급을 면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원심 및 당심 법정진술

1. 당심증인 공소외 23, 공소외 26, 공소외 17의 법정진술

1. 원심증인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23, 공소외 3의 법정진술

1. 공소외 32·공소외 31, 공소외 33·공소외 36, 공소외 12·공소외 14, 공소외 28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1, 공소외 30, 공소외 37, 공소외 38, 공소외 39, 공소외 40, 공소외 41, 공소외 10, 공소외 11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의사 공소외 21이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사망진단서, 의사 공소외 42가 작성한 공소외 20에 대한 진단서, 의사 공소외 43이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소견서, 원심법원의 검증조서, 경찰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 경찰 검시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공소외 44가 작성한 감정서(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검출),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증거분석관 공소외 45가 작성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보고서(피의자 휴대폰),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안전조사검사부 사고조사연구원 공소외 15 및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사고분석개선처 사고조사연구원 공소외 16이 작성한 교통사고 분석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공소외 44가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차량 내 물품 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감정인 공소외 46, 공소외 47, 공소외 48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에어백·이불·유리 혈흔 감정, 공소외 40 구강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공소외 44, 공소외 49, 공소외 50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차량 유리, 에어백 혈흔) 및 감정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공소외 17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사고분석 종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과학수사연구소 이공학과 감정관 공소외 24, 공소외 25가 작성한 각 감정의뢰회보,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진술분석관 임상심리전문가 공소외 34, 전문수사자문위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소외 35가 작성한 임상심리평가 결과 통보, 법영상분석연구소장 공소외 27이 작성한 감정결과회보, △△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공소외 22가 작성한 감정서, 위 공소외 15가 작성한 감정결과 회신(CCTV 영상 속도 분석), △△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교수 공소외 51이 작성한 의견서, 피의자 피고인 가족관계증명서 등, 피해자·피의자 진료기록, 출동 및 처치기록지, 교통사고처리 협조요청서 및 보험금 지급청구서 등, 공소외 20 보험금 지급예상액 일람표, 공소외 20 보험금 지급예상액 상세일람표, 병록일지 사본, 각 녹취록, 각 보험사별 대출금 잔액 현황자료, 2014. 8. 23. ~ 2014. 8. 24. 피고인 전화통화 발신 내역, 기타녹음 대화내용 녹취록, 진료기록지(공소외 20), 진료차트(공소외 20), 모바일 분석보고서 제459쪽, 제460쪽, 각 문서제출명령 회신(▲▲, ●●●, ■■■■생명, ▒▒생명), 각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결과(■■■■생명, ◆◆◆◆◆ 중앙회, ★★손해보험, ∈∈생명, ▼▼▼▼▼생명, ◀◀◀◀생명, ▶▶생명, ▒▒생명, ♠♠생명, ♡♡생명), 각 검찰 수사보고(피해자 공소외 20 화장경위 확인, 사고 당일 피의자의 보험회사 사고 접수 통화 사실 관련, 2014. 6. 5.자 종신보험 가입 관련 공소외 12 진술 추가 보고, ♤♤산부인과 최종 진료 후 차기 내원일 예약사실 없음, 피의자 피고인과 ◇◇◁◁장례식장 직원 공소외 29 간의 통화내역 확인, 피해자 공소외 20 시신 화장 경위, 이 사건 생활용품점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서 사본 첨부, 안성휴게소에서 사고지점 간 거리산출·커브구간 개수 확인, 공소외 12 진술 청취 보고), 각 경찰 수사보고(사고영상 확인, 피의자 명의 휴대전화, 출동 소방관 탐문, ◇◇경찰서 CCTV 판독, ◈◈◈◈ 병원 및 ◐◐◐ 화장터 탐문, 보건소 및 ◇◇군청 방문 수사, 통화내역, 보험관련, 국과수 혈흔 분석, 수면제 성분 검출, 피의자 차량 통과내역상 안전벨트 착용 여부, 피의자 피고인 스마트폰 증거분석 결과 사진 첨부, 피고인 통화내역상 서울 기지국 확인, 국과수 회신자료 종합, 피의자의 생활용품점에 설치된 단말기 매출실적, 피의자 피고인 기업은행 통장 관련, 도로교통공단 시뮬레이션 영상·일반적인 졸음운전 사고 영상, 사건당일 피의자 차량 서울 톨게이트 통과시간 확인, 보험금 증액 73억 → 95억, 피해자의 귀화 전 인적사항 확인, 수면유도제 성분이 체내에 머무는 시간 관련, 사건발생 시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포함된 혈흔에 대하여, 안성휴게소에서 사고지점까지 거리, 피의자 계약대출 현황, 차량결함여부 감정결과), 경찰 수사협조의뢰(☆☆▣▣소방서 - 구급일지, △△대학교, 부가가치세, 경찰 수사협조의뢰 및 회신(건축물·토지 보유 등), 현장사진, 사고영상 캡처사진, 사진 8장, 시뮬레이션·졸음운전 영상 CD, 구조영상 CD, 이 사건 CCTV 영상 CD, 안성휴게소부터 사고 지점까지의 도로현황 영상 CD, 별책 보험가입 내역 회신자료, 별책 금융거래정보 회신자료, 별책 휴대폰 기지국 회신자료, 교통사고 감정서 회신, 교통사고 감정서, 각 사진,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작성의 교통사고분석 감정회신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실조회회보서, ☆☆렉카에 대한 사실조회회보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제347조 제1항 (사기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양형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무기징역

2. 양형기준의 적용

[유형의 결정]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 가중영역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계획적 살인 범행

[권고형의 범위] 징역 18년 이상, 무기 이상

3. 선고형의 결정 : 무기징역

가. 피고인은 자신의 아내인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95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을 기화로 치밀한 계획 하에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이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하였다.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 회복을 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중차대한 범죄이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려는 물욕(물욕)을 앞세워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였다는 점에서 책임이 더욱 무겁다. 피해자는 ○○○○인으로서 피고인과 혼인하여 한국으로 온 후 피고인이나 시댁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남편인 피고인을 믿고 의지하면서 타국에서 나름대로 성실히 생활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믿었던 남편에 의하여 생명을 잃었다. 더욱이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의 태아를 임신한 상태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처지가 더욱 애처롭고 피고인의 악성이 한층 더 두드러진다고 아니할 수 없다. 피해자가 이국에서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던 피해자의 유족은 피해자가 황망하게도 남편의 손에 죽임을 당하였다는 점이 밝혀짐으로써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시종일관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의 유족에게 속죄하는 자세도 보이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을 우리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함이 결코 무거운 형이라고 할 수 없다.

나. 다만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사회의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에서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에 경청할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범죄전력, 피고인의 주관적인 악성의 정도 및 교화가능성 등 소송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을 고려할 때, 앞에서 든 사유들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사형의 선고가 누구라도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고, 사형을 선고하기에는 주저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따라서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하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으로써 피고인이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내려 사회정의(정의) 및 인륜(인륜)을 바로 세우고 사회를 방위하는 한편, 피고인으로 하여금 소중한 생명을 안타깝게 잃은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평생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므로,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별지 생략]

판사 윤승은(재판장) 신동헌 이준명

주1) 피해자에 대한 사망보험금의 합계액은 별지1 보험가입내역(1) 기재와 같이 95억 원을 약간 상회한다. 다만, 피해자의 사망보험금 중에는 일정한 금액으로 정기에 지급되는 것도 있고, 일부 보험금의 경우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다른 법정상속인도 함께 지급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실제로 지급받는 보험금은 그 금액을 밑돌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그에 근접하는 매우 큰 금액인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2) 원심판결 12쪽 및 40쪽 참조.

주3) 1차 충격지점에 해당하는 이 사건 차량의 충돌부분 중 운전석쪽 끝부분이 무게중심보다 운전석쪽으로 치우쳐 있으므로 위와 같은 충돌이 있는 경우 편심력이 반시계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주4) 위와 같은 공소장변경은 공소사실에 살인의 핵심적인 부분만 기재하려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검사는 공소장변경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였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충분히 인정되고, 그것이 살인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라는 주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주5) 보통 디펜히드라민 성분은 복용한 후 3일 내지 5일까지 혈액에서 검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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