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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1. 1. 20. 선고 2010노1013 판결
[살인][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김명희

변 호 인

법무법인 코리아 담당변호사 강명훈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9년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가) 피고인이 이 사건 운전 당시 조수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와 약간의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못하였으며 도로가 좌로 굽었다가 내리막 직선도로로 바뀌는데 조향장치를 적절하게 조작하지 못한 상태에서 잠시 고개를 돌려 피해자를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뿐이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고의로 이 사건 차량의 조향장치를 우측으로 조작하여 차량의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대전차 방호벽 우측 입구 벽면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야기하지 않았다. 이 사건 교통사고는 위와 같이 과실로 방호벽 입구를 1회 들이받은 것이 전부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방호벽 우측 입구로부터 약 1.8m 안쪽에 위치한 방호벽 내부를 들이받는 이른바 1차 사고를 내고 다시 사고 장소로 돌아와 방호벽 우측 입구 벽면을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낸 사실이 없다.

나) 수사기관에서 압수한 차량부품 조각 2개(증 제1호)는 그 성질과 형상의 변형을 가한 것이므로 그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고 그 압수 및 감정 과정에 영장주의 원칙 등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으므로 증거능력이 없으며, 이를 근거로 작성된 감정인 공소외 1 작성의 감정서 중 보강용 강판조각에 대한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

다) 또한 감정인 공소외 1은 피고인의 동의나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고 이 사건 차량에 묻은 적색페인트를 채취하여 방호벽 내부 측면벽에 부착된 철제구조물(이하 ‘이 사건 철제구조물’이라 한다)의 도색페인트와 비교분석하였으므로 그 감정결과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의 양형(징역 15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서 종전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유지하면서 주위적 공소사실로 ‘피고인은 1998. 9. 25. 피해자 공소외 6과 혼인하였으나 피해자와 오랜 불화를 겪은 끝에 2008. 8. 29. 피해자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하였고, 2008. 9. 16. 피해자와 불륜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공소외 7이 피고인의 집을 찾아온 이후 피해자와 별거상태로 지냈으며, 그 무렵 피해자의 아버지 공소외 8이 피고인의 삼촌 공소외 9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피해자와의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한편 피고인은 2008. 11. 11. 18:00경 공소외 8에게 전화하여 위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 청구소송과 관련하여 합의를 하자고 제안하였다가 공소외 8로부터 피해자와 이야기를 하라는 말을 들었고, 그 직후 피해자로부터 연달아 40여 차례의 전화가 걸려오자 일단 예상되는 피해자의 항의를 피하기 위해 전화를 받지 않다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기로 마음을 바꾸어 2008. 11. 11. 19:00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피해자를 만나 (차량번호 생략) 그랜저TG 승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의 조수석에 피해자를 태우고 서울 은평구 불광동, 양주시 장흥면 등지를 다니면서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었으나 자녀문제로 말싸움을 하였을 뿐 원만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2008. 11. 11. 20:00경부터 같은 날 21:40경까지 사이에 위와 같이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양주시 장흥면 (이하 생략)에 있는 편도 2차선 도로의 2차로를 구파발 방면에서 양주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그동안 피해자와 겪은 갈등과 차에서 대화 중 피해자에게 생긴 악감정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도로 옆에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의 내부 측면을 이 사건 차량의 우측 부분으로 들이받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피해자는 위 사고로 인해 전신에 큰 충격을 받아 차에서 탈출하거나 피고인에게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피고인은 그 직후 재차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켜 그 충격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되, 마치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21:40경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알 수 없는 경로로 위 방호벽 부근 지점 부근으로 되돌아 온 다음 이 사건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방호벽 중 진행방향의 오른쪽에 돌출된 부분의 모서리를 들이받았고, 피해자는 이 충격과 앞서의 충격으로 인해 전신에 다발성 손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으로 파기할 사유가 있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증거능력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 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살피건대, 원심 증인 공소외 1, 2의 각 진술에 의하면, 감정인 공소외 1은 2009. 2. 2. 경장 공소외 2와 함께 이 사건 사고현장을 방문하여 현장조사를 하던 중 이 사건 철제구조물에서 보강용 강판조각(이하 ‘이 사건 강판조각’이라 한다)을 발견한 사실, 수사기관은 이 사건 강판조각이 이 사건 차량 우측 앞 휀더의 보강용 강판(이하 ‘이 사건 보강용 강판’이라 한다)에서 분리된 것으로 판단되자 2009. 9. 22.경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강판조각 및 이 사건 보강용 강판을 임의 제출받는 형식으로 압수한 사실(변호인은 그와 같은 내용의 압수조서가 증거로 제출되었다고 하나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그 압수조서를 증거로 제출하지는 않았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데, 이 사건 강판조각은 피고인이 유류한 물건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218조 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감정은 강제처분이 아니라 임의조사에 속하므로 영장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공소외 1이 이 사건 강판조각이 이 사건 보강용 강판에서 분리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판조각을 두드려 폄으로써 그 형상에 변형이 가해졌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치는 감정에 수반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강판조각이 이 사건 보강용 강판에서 분리된 것이라는 감정결과의 진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고 증거능력을 부인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강판조각이 이 사건 보강용 강판의 일부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 후 공업사에 보관 중이던 이 사건 차량의 우측 앞 휀더에서 이 사건 보강용 강판을 탈거하여 압수한 것은 영장 없이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차량이 사실상 피고인의 점유를 떠나 공업사에 폐차를 기다리며 보관 중이었고 그 압수 과정에서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한 어떠한 강제력도 행사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강판조각이 이 사건 보강용 강판의 일부임이 확인되자 수사기관이 피고인으로부터 임의제출의 형식으로 보강용 강판을 압수한 점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그와 같은 절차 위반 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감정인 공소외 1이 작성한 이 사건 강판조각과 보강용 강판에 대한 감정서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이 사건 차량에 묻은 적색페인트와 이 사건 철제구조물의 도색페인트의 비교분석은 감정에 속하는 것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영장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 차량에 묻은 적색페인트를 채취함에 있어 영장 없이 이루어진 절차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그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이 사건 차량에 묻은 적색페인트와 이 사건 철제구조물의 도색페인트의 유사하다는 위 감정서가 없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른바 1차 사고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다).

2) 이른바 1차 사고의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강판조각 파단면과 이 사건 차량의 우측 앞 휀더에 부착된 보강용 강판의 파단면을 비교해 보면 그 파단각도와 접합물질의 연장성이 서로 일치하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변형이 생긴 이 사건 강판조각과 보강용 강판을 두들겨 펴서 서로 비교한 결과 보강용 강판에서 떨어져 나간 부분의 크기나 모양이 이 사건 강판조각과 유사하게 식별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강판조각은 보강용 강판의 일부분으로 보이는 점(변호인은 증거기록 144면의 좌측 하단 사진에서 이 사건 보강용 강판조각과 보강용 강판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사진 촬영 당시에는 붙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나, 이는 두 개의 크기나 모양의 일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맞추어 보는 과정에서 일부 겹치게 놓여진 상태로 촬영되어 마치 서로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고 판단된다), ② 이 사건 사고 직후인 2008. 11.경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현장의 일부 사진들(증거기록 39면 하단 사진, 40면 하단 사진. 사고주변의 상황으로 보아 사고 직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CD에도 그 사진파일의 작성일자가 2008. 11. 20.과 2008. 11. 23.로 되어 있는데 실제 촬영일은 그보다 이전일 것으로 보인다)을 확대하여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작성의 감정서에 의하면 이 사건 철제구조물에 이 사건 강판조각과 같은 회색계통의 물체가 식별되고, 그 물체가 철제구조물에 끼어 있는 모양이 그 후 발견 당시 촬영된 사진상의 이 사건 강판조각의 모양과 매우 유사해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차량의 우측 앞 휀더, 우측 앞·뒤 문짝, 우측 뒷바퀴 휠 하우스 등에 가로방향으로 긁힌 흔적이 있는데, 이 사건 차량의 사고 당시의 최종 정지 위치나 자세, 충돌부위 및 형태 등을 고려해 보면 방호벽에 충돌하는 한 번의 사고만으로 위와 같은 흔적이 생기기는 어렵고, 그러한 흔적은 차량이 방호벽에 충돌하여 압궤되기 전에 발생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차량 우측 앞 휀더 부분부터 우측 앞 문짝 끝부분까지 찢겨진 손상이 발견되는데 이는 돌출된 물체에 의한 가로방향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는 발생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차량 우측 앞 휀더 안쪽에 부착된 보강용 강판의 높이는 차량이 정지한 상태에서 지면에서 약 90㎝인데 이 사건 철제구조물의 높이가 약 79~91㎝이며 이 사건 강판조각이 끼어 있는 높이는 약 86~90㎝로서 차량의 주행 시 롤링 현상 등으로 인하여 내려앉는 것을 감안해 보면 그 높이가 거의 일치하는 점, ⑥ 이 사건 차량의 우측 앞 문짝에 가로방향으로 다소 강하게 두 줄로 긁힌 흔적이 있는데 위쪽 줄의 높이가 약 88~90㎝, 아래 줄의 높이가 약 80㎝로서 이 사건 철제구조물의 돌출한 두 곳의 높이와 거의 일치하는 점, ⑦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이 방호벽 우측 입구 벽면을 들이받고 정지한 사고 직후 운전석 옆 좌석 밑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고 안면부와 두부에 에어백이나 전면 유리창에 충격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이 사건 차량이 방호벽에 충격되어 정지하기 이전에 이미 좌석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방호벽의 우측 입구 벽면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 사건 차량의 우측 앞 휀더 부분으로 방호벽 안쪽의 벽면을 강하게 스치듯 충격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더 이상 바른 자세로 앉아 있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을 가하고, 이 사건 철제구조물에 이 사건 강판조각이 끼어들어가면서 그 철제구조물에 의하여 차량의 우측 앞 휀더 부분부터 우측 앞 문짝 부분까지 찢어지는 정도의 사고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3) 살인의 범의에 대한 판단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자백하지 아니하는 경우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에 있어서의 결과회피 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살피건대,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피고인과의 오랜 불화와 피고인의 불륜관계를 의심한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이혼 및 54억 원 상당의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하고, 피해자와 불륜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공소외 7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거주하는 집에 찾아와 소란을 피워 두 사람이 별거하기에 이르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가 상당히 악화되어 있었던 점,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화를 내며 수십 회에 걸쳐 피고인에게 전화를 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회피하다가 결국 피해자를 만나 이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 이혼문제 등의 언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1차 사고 후 차량을 운전하여 다시 그 장소 부근으로 돌아와 피해자가 앉아 있는 조수석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우측 전면 부분이 뒤쪽으로 상당히 꺾여 들어가 함몰될 정도로 큰 사고를 일으킨 점,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1차 사고 후 다시 그 장소로 돌아와 2차 사고를 일으킬 때까지 피해자가 특별히 저항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1차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는 의식을 잃거나 저항할 수 없는 정도의 심각한 상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바, 1차 사고가 단순히 운전 부주의로 인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면 피고인으로서는 사고 직후 119나 경찰에 사고신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임에도 다시 차를 운전하여 곧바로 사고 장소 부근으로 돌아와 2차 사고를 일으킨 점, 그밖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형태와 방호벽 및 그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1차 사고 당시 이미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되고, 2차 사고 당시에도 계속하여 피고인에게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1998. 9. 25. 피해자 공소외 6과 혼인하였으나 피해자와 오랜 불화를 겪은 끝에 2008. 8. 29. 피해자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하였고, 2008. 9. 16. 피해자와 불륜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공소외 7이 피고인의 집을 찾아온 이후 피해자와 별거상태로 지냈으며, 그 무렵 피해자의 아버지 공소외 8이 피고인의 삼촌 공소외 9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피해자와의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한편 피고인은 2008. 11. 11. 19:00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피해자를 만나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에 피해자를 태우고 서울 은평구 불광동, 양주시 장흥면 등지를 다니던 중 같은 날 20:00경부터 같은 날 21:40경까지 사이에 위와 같이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양주시 장흥면 (이하 생략)에 있는 편도 2차선 도로의 2차로를 구파발 방면에서 양주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그동안 피해자와 겪은 갈등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도로 옆에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의 내부 측면을 이 사건 차량의 우측 부분으로 들이받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피해자는 위 사고로 인해 전신에 큰 충격을 받아 차에서 탈출하거나 피고인에게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피고인은 그 직후 재차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켜 그 충격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되, 마치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21:40경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알 수 없는 경로로 위 방호벽 부근 지점 부근으로 되돌아 온 다음 이 사건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방호벽 중 진행방향의 오른쪽에 돌출된 부분의 모서리를 들이받았고, 피해자는 이 충격과 앞서의 충격으로 인해 전신에 다발성 손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도로교통공단 작성의 교통사고 종합분석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작성의 감정의뢰회보서(2010. 11. 18.자), 공소외 10 작성의 상담확인서’를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유기징역형 선택)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약 10년간의 혼인생활을 하면서 4명의 아이들을 출산한 자신의 처를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무거운 점, 피고인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차량의 조수석에 태우고 가던 중 방호벽을 들이받아 살해하려고 하였는지는 불분명하나,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1차 사고 후 다시 사고 장소로 돌아와 피해자가 앉아 있는 조수석의 앞부분인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방화벽의 입구 벽면 부분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2차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그 범행방법이 매우 충격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

다만 피고인이 가벼운 벌금형 전과 이외에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한 점, 기타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최재형(재판장) 최병률 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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