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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지법 1999. 7. 6. 선고 99고합147 판결 : 항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하집1999-2, 827]
판시사항

[1] 형법 제129조 소정의 ‘공무원’의 의미

[2] 보건사회부장관의 자문에 응하게 하기 위하여 설치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산하의 소분과위원회 위원이 뇌물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아니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129조 에서의 공무원이라 함은 법령의 근거에 기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이에 준하는 공법인의 사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그 노무의 내용이 단순한 기계적, 육체적인 것에 한정되어 있지 않는 자를 지칭한다.

[2] 보건사회부장관의 자문에 응하게 하기 위하여 설치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산하의 소분과위원회 위원이 뇌물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아니라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무원외 4인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79년경부터 미국 메릴랜드 의대 생화학교수로 근무하다가 1986. 8.경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도핑콘트롤센타장, 1996. 8.경부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본부 독성연구소소장, 1998. 3.경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장(차관급)으로 근무하던 자인바, 1992. 1.경부터 1993. 12.경까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신약분과위원회 독성평가소분과위원, 동 진단용의약품소분과위원, 동 대사성의약품소분과위원, 1994. 1.경부터 1995. 12.경까지 동 신약분과위원회 임상평가소분과위원, 동 대사성의약품소분과위원, 1996. 1.경부터 1997. 12.경까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약효및의약품등안전대책분과위원회 위원, 신약임상평가제1소분과위원회 위원, 1998. 1,경부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동 약효및의약품등안전대책분과위원회 위원으로서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조사·연구·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중, 1992. 3.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상호불상 식당에서 의약품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주)녹우제약 사장 공소외인으로부터 '녹우제약(주) 및 녹십자 등 관계 회사의 의약품 특히 녹십자에서 신약개발한 한타박스의 임상시험에 대해 신경써 달라'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1992. 5. 18. 피고인의 한일은행 개인계좌로 동인으로부터 금 2,500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1995. 11. 23.까지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이 금 2,500만 원 내지 금 27,785,000원씩 총 7회에 걸쳐 합계 금 185,845,000원을 위와 같은 취지로 교부받아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한 것이다.

2. 인정된 사실 및 피고인의 주장과 변소

가. 인정된 사실 :

제1, 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각 진술기재,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인의 진술기재,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검사 작성의 위 공소외인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서울지방검찰청 검찰주사보 조용철 작성의 수사보고서(수사기록 214정)의 기재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각 1992. 1.경부터 1993. 12.경까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신약분과위원회 독성평가소분과위원회, 동 진단용의약품소분과위원회, 동 대사성의약품소분과위원회, 1994. 1.경부터 1995. 12.경까지 동 신약분과위원회 임상평가소분과위원회, 동 대사성의약품소분과위원회에 간헐적으로 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면서 녹우제약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인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1992. 5. 18.부터 1995. 11. 23.까지 사이에 7회에 걸쳐 합계 금 185,845,000원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인의 주장 및 변소 :

(1) 피고인이 위 공소외인으로부터 위 금원을 받을 기간 동안에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거나 임용된 사실이 없고, 위 위원회 산하의 소분과위원회(이하 ‘소분과위원회’라고만 한다)의 자문요원(brain-pool)의 일원으로서 간헐적으로 그와 같은 소분과위원회에 참여하였을 뿐인바, 위 소분과위원회의 위원은 뇌물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아니다.

(2) 가사 위 소분과위원회의 위원이 공무원이라고 하여도, 피고인은 1992.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도핑콘트롤센타장으로서 위 센타의 시설을 활용할 수 있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A.C.E.제저를 이용한 고혈압치료제개발계획을 추진하던 중 의약품 제조·판매업체로서 신약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위 공소외인이 대표이사인 (주)녹우제약과 사이에 연구과제를 “ACE inhibitor 개발연구”로 하는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 연구비로서 위 공소외인으로부터 위 금원을 교부받았을 뿐으로, 위 금원을 처음으로 수령한 1992. 5. 18.경에는 피고인 스스로도 자기가 위 자문요원의 일원이라는 사실 조차 몰랐으므로, 피고인이 위 금원을 교부받은 것이 뇌물죄에 있어 직무관련성이 없거나 뇌물수수의 범의가 없다.

3. 판 단

가. 소분과위원회 위원이 공무원인지 여부

(1) 형법 제129조 에서 공무원이라 함은 법령의 근거에 기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이에 준하는 공법인의 사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그 노무의 내용이 단순한 기계적 육체적인 것에 한정되어 있지 않는 자를 지칭한다(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도1703 판결 ).

(2) 소분과위원회 위원에 대한 법령의 규정

피고인이 위 금원을 처음으로 교부받은 때인 1992.경의 관련 법규를 보면, 약사법(1994. 1. 7. 법률 제47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에서 보건사회부장관의 자문에 응하게 하기 위하여 보건사회부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두고, 그 구성과 운영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고, 동법시행령 제17조 내지 제25조 에서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약전의 제정·개정, 의약품의 약효의 조사 연구 및 평가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하여 심의하고, 그 위원은 관계공무원, 약업단체에서 추천하는 대표 및 전문가 중에서 보건사회부장관이 50인 이내의 범위에서 임명 또는 위촉하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는 필요에 따라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으며, 그 분과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하기로 규정하였고, 위 시행령은 1992. 6. 3. 대통령령 제13659호로 전문 개정되어 같은 해 7. 1. 시행되면서 그 시행령 제11조 내지 제20조 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는 필요에 따라 분과위원회 및 소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고, 분과위원회 및 소분과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위 시행령은 1994. 7. 7. 대통령령 제14319호로 개정되면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의 수를 100인 이내로 증원하고, 분과위원회 및 소분과위원회가 심의한 사항은 다른 위원회에서 재심의 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판단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의결한 것으로 보고, 분과위원회 및 소분과위원회 위원에게 수당과 여비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였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은 내용은 거의 변동이 없다.

(3) 소분과위원회 위원의 구성 및 운영실태 : 증인 유무영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검사 작성의 김인기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이영태 작성의 진술서의 기재,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보서의 각 기재, 변호인이 제출한 증 제17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보건사회부약정국 작성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위원현황사본(변호인이 제출한 참고자료 제3)의 기재, 수사기록 제2권 1 내지 607정에 첨부된 각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사본의 각 기재 등을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 1992.경 당시 주무관서인 보건사회부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운영요령(1992. 1. 11. 개정한 보건사회부 예규 제604호 및 1993. 12. 28. 개정한 보건사회부 예규 제658호)에서 분과위원회로는 1. 약전 및 의약품 등 규격분과위원회, 2. 약호 및 의약품 등 안전대책분과위원회, 3. 신약분과위원회, 4. 약사제도분과위원회를 두고, 그 위원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하 ‘위원장’이라고만 한다)이 각 20인 이내로 위촉하며 그 임기는 2년이고, 소분과위원회는 위원장이 전문적이거나 기술적인 사항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분과위원회에 소분과위원회를 두게 할 수 있고, 소분과위원회는 심의안건에 관한 해당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하며, 그 소분과위원의 임기는 안건의 심의가 끝날 때 해촉된 것으로 보며, 의사진행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예규로서 업무지침을 두었다.

* 1992. 당시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과 분과위원회 위원 등의 선정 및 운영에 관한 실무관행을 보면 2년 임기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및 분과위원회 위원은 2년 단위 임기의 만료 전년도인 1991. 11.경 보건복지부장관 명의로 의약품의 유효성, 안전성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교, 연구소 등에 추천의뢰를 하여 추천된 사람으로부터 양식에 따른 이력서를 제출받아 전년도의 참석비율과 연령 등을 감안하여 그 명단을 작성하고, 한편 소분과위원회는 당시의 필요에 따라 구체적인 소분과위원회 신설, 폐지, 명칭변경 등 구성에 관한 안을 작성하는 한편 향후 소분과위원회의 개최시 그때그때 소분과위원으로 위촉될 인력명단인 소위 자문요원(brain-pool)을 편성하여, 보건사회부장관으로부터 함께 결재를 받은 후 곧이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에 대하여는 위 장관 명의로 위원으로 위촉된 것을 알리고 업무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의 위원위촉통보서와 함께 위촉장을, 분과위원회 위원에 대하여도 같은 취지의 위촉장을 보내고, 소분과위원회에 자문요원으로 편성된 사람에 대하여는 그와 같이 편성되었다는 내용과 앞으로 소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 협조를 구한다는 내용의 보건사회부 담당 국장 명의의 통지서를 우편발송하였고, 소분과위원회는 그 회의 개최시마다 그때그때 위원을 위촉하여 구성하는데 그 위촉 대상자는 반드시 위 자문요원 명단에 포함된 자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소분과위원회가 속한 분과위원회 위원을 그 소분과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회의안건, 일시, 장소 등에 대한 통지서만을 보내고, 분과위원회 위원이 아니면서 위 자문요원명단에 포함되거나 또는 그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사람을 소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는 경우에는 보건사회부 담당 국장 명의의 소분과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내용과 회의안건, 일시, 장소를 기재한 통지서를 발송하였고, 그 소분과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에 별도의 해촉절차는 없었다.

* 1992. 당시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의 수는 36명, 분과위원회 위원의 수는 69명이고, 구성되었던 소분과위원회의 수는 73개로 여기에 편성된 인원수는 총 834명이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분과위원회 위원, 소분과위원회 위원이 상호 겸직하는 경우도 많고, 한 사람이 여러 소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편성된 경우도 않아, 위 각 위원의 실인원 총수는 433명이었고, 실질 운영에 있어서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형식적, 의례적으로 운영되어 실질적인 활동은 없고, 분과위원회는 큰 정책적인 결정이나 1개의 단위 소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하기에는 곤란하여 여러 소분과위원회가 합동으로 심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간헐적으로 소집되며, 실질적인 안건 심의는 대부분 소분과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4) 결 론 : 뇌물죄는 그 보호법익이 공무의 불가매수성과 청렴성이고, 그 주체가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의 태양이 다양해지면서 이에 따른 위 보호법익의 대상이 되어야 할 직무의 범위가 복잡 다기화 됨에 따라 종래의 엄격한 신분으로서의 개념에서 그 직무의 성질이 공적인지 여부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나, 그 경우에도 그 직무 수행자에 대하여는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을 경우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전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를 앞에서 든 대법원 판례는 ‘법령의 근거’로 표현하고 있다.

피고인이 위 공소외인으로부터 금원을 최초로 교부받은 1992. 5. 18.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령상 소분과위원회를 설치 구성할 아무런 근거가 없었으므로 그 당시 소분과위원회 위원이 법령의 근거 있는 공무원이 아님은 명백하고, 같은 해 7. 1.부터는 약사법시행령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산하에 소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일응 소분과위원회는 그 구성에 있어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나, 그 소분과위원회의 위원에 대하여 보면, 위 시행령 상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과 별도로 소분과위원회의 위원을 두는지 여부 및 둔다면 누가 누구를 임명, 위촉한다는 데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이 다만 소분과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사항을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한다고만 하고 있는 점, 중앙약사심의회 위원이나, 분과위원회 위원에 대하여는 별도의 위촉절차를 두고 각 2년의 임기를 부여하면서, 소분과위원에 대하여는 아무런 위촉절차를 두지 않고 행정편의상 ‘자문요원’으로 임의 편성하였다가 필요한 소분과위원회의 개최시 비로소 소분과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의 보건사회부 담당국장 명의의 통지서를 보내고 또한 그 임기에 대하여 그때그때 개최된 소분과위원회의 회의 내에서의 안건심의가 끝나는 순간 자동적으로 해촉되는 것으로 처리하는 등 그 실무운용에 있어서 현격한 차등을 두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위원 이외에 별도의 자격, 신분으로서의 ‘소분과위원회의 위원’이라는 것은 법령의 근거가 있는 직명이 아니라 사실상의 직명으로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내부기관으로서 전문적인 사항의 심의가 필요한 경우 구성·운영하는 소분과위원회에 참석하여 그 심의안건에 대하여 자신의 학식과 경험을 개진하고 의견을 표현함으로써 심의에 참여하는 전문가(앞에서 본 소분과위원회의 ‘자문요원’은 행정편의적으로 작성한 예비명부로서 위 사실상의 개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비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실상 소분과위원회의 위원이 소분과위원회에 참석하여 하는 심의행위가 국민보건과 건강에 있어 중요한 국가의 사무의 일부라고는 볼 수 있지만 그 소분과위원 자체는 법령의 근거에 기하여 그 사무에 참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뇌물죄의 주체가 되는 공무원이 아니다.

나. 직무관련성에 관하여

(1)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위 공소외인으로부터 이 건 금원을 수수한 것이 그로부터 “녹우제약(주) 및 녹십자 등 관계 회사의 의약품 특히 한타박스의 임상시험에 대해 신경을 써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그와 관련된 것인가에 관하여 보면,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앞에서 든 검사 작성의 공소외 인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및 위 공소외인 작성의 각 진술서의 각 기재가 있을 뿐인바, 위 진술의 내용은 피고인으로부터 전부터 연구프로젝트를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던 중 관련 회사인 주식회사 녹십자의 개발팀에서 그들이 개발한 한타박스의 허가문제로 어려우니 협조를 하여 달라는 요청받고 피고인이 중앙약사심의위원으로 위 한타박스 문제를 비롯한 (주)녹십자와 (주)녹우제약의 의약품 인허가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서울 강남의 음식점에서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취지를 말하고 피고인이 이에 동의하여 실제 연구개발은 전혀 없이 형식상으로만 연구하는 것으로 하여 그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금원을 교부하였고, 특히 마지막으로 교부한 날인 1995. 11. 23.에 교부한 것은 위 형식적인 연구개발도 다 끝났는데도 그 무렵 위 한타박스의 임상시험문제로 어려움이 있어 전화로 잘 부탁한다고 말하면서 그 날 위 금원을 교부하였다는 것이나, 이는 위 공소외인이 이 법정에 이르러 증언하기를, 위와 같이 음식점에서 청탁을 하였다거나, 전화로 부탁하였는지에 대하여는 기억이 없고, 또한 최초로 돈을 줄 당시 피고인이 중앙약사심의위원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없으며, 위와 같이 돈을 준 것은 실제로 피고인과 사이에 연구계약을 맺어 그 인구개발비로서 준 것이고(1995. 11. 23.에 준 것은 그 연구기간이 끝난 후에도 추가의 연구를 위한 것이라고 진술), 이와 아울러 피고인이 중앙약사심의위원이라는 것보다는 앞으로 피고인이 의약 지식이 박식하고 권위 있는 전문가니까 신약개발에 도움이 되고 기타 유대관계를 잘 유지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과 아래에서 인정되는 사실과 판단에 비추어 볼 때 그 신빙성이 없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위 제2의 가.항에서 든 각 증거와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김동한의 진술기재, 이 법정에서의 증인 박혜영, 김동현, 최정순의 각 진술, 검사 작성의 김동한, 손영모, 박혜영, 이영일, 김동현, 윤창노, 백희기, 최정순, 김성진, 이수용, 이민아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서울지방검찰청 검찰주사보 조용철 작성의 각 수사보고서(수사기록 1권 237정, 501정, 508정, 604정, 705정)의 각 기재, 변호인이 제출한 증 제1 내지 16의 각 기재 및 진술기재 등을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이에 반하는 김동한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아래의 인정 사실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

* 피고인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콘트롤센타장으로 있으면서 1988. 서울올림픽 이후 위 센타의 인적·물적 시설의 활용을 검토하던 중 신약개발연구로 이를 해결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일환으로 공소외 포항공대 교수인 김동한 박사가 ACE Inhibitor를 이용한 고혈압억제제에 관하여 연구실적과 상당한 권위가 있는 것을 알고 1991.경 위 센타 소속의 김동현 박사와 함께 위 김동한을 만나 위 관심 사항에 대하여 자문을 얻은 후 같은 해 9. 16. 위 김동현에게 “ACE 저해제 개발 추진안”(증 제1호)을 만들게 하였는바, 그 내용을 약물설계는 위 김동한이, 약물합성 및 활성스크린은 위 도핑센타가 맡기로 하는 것이었다.

* 피고인은 위 개발추진안에 따라 그 연구개발비를 확보하기 위하여 유한양행 등 제약회사에 연구제의를 하였으나 독자적인 연구 또는 비용문제 등의 이유로 성과가 없던 중 (주)녹우제약의 대표이사 공소외 인으로부터 특허권 보장 등을 조건으로 하는 승낙을 받고, 그와 협의를 하면서 당시 위 김동한 교수가 약물의 설계와 합성에 관한 자문을 하고, 약물의 합성은 위 센타의 연구원이었던 박혜영 교수가 근무하는 이화여대 약학대학의 합성팀에서 전담하며, 약효검색 및 약리, 독성분야의 연구는 피고인이 근무하는 도핑콘트롤센타에서 수행하기로 대체적인 윤곽을 잡고, 1992. 3. 초 “ACE Inhibitor 개발연구”란 제목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 이를 (주)녹우제약에 보냈으며, 같은 달 말경 피고인, 위 공소외인, 위 김동한이 함께 모여 피고인이 위 김동한에게 위와 같은 연구계획을 설명하고 연구당사자로 참여할 것을 부탁하여 위 김동한이 이를 수락하여, 같은 해 4. 1. (주)녹우제약, 피고인, 위 김동한 3자 사이에 연구과제는 “ACE Inhibitor 개발연구”로 하고 제1차 연구기간은 3년 간으로 하여 수행하기로 하되 매 1년마다 연구의 성과와 전망을 평가하여 연구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고, 연구비는 (주)녹우제약이 부담하되 필요한 경우 3자 합의에 따라 정부의 보조금으로 연구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연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연구비 액수는 연간 5,000만 원으로 합의한 상태였다).

* 피고인은 1992. 5. 18. 위 용역계약에 따라 (주)녹우제약으로부터 금 25,000,000원을 지급받으면서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하여 진행하던 중 1992. 10. 28. 보건사회부장관이 산·학·연 연계연구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1993년도 신약개발연구지원사업계획을 발표하자 같은 해 12. 연구책임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신약개발연구지원신청서(증 제4호)를 제출하면서 그 연구과제를 실질적으로는 피고인과 위 (주)녹우제약간의 연구용역계약과 같은 내용의 신의약품개발을 위한 약효, 약리대사연구로 하고 연구비는 정부와 (주)녹우제약이 공동 부담하며, 연구책임자에 위 김동한, 김동현, 박혜영 등이 포함되고, 위 공소외인은 참여기업연구원으로 명시하고, 주관연구기관으로 포항공대, 이화여대 및 (주)녹우제약으로 하였는데, 위 연구과제가 1993. 5. 1. 보건사회부에 의해 채택되어 같은 달 24. 연구비 54,674,000원의 연구용역계약을, 1994년에도 연구비 70,200,000원의 연구용역계약을 각 보건사회부장관과 체결하여 그 연구비도 아울러 지급받으면서 공소외 이향숙을 새로이 전담연구원으로 고용하기도 하면서 연구를 지속하여 그 결과 1993. 12.에 제1차연도 연구결과보고서, 1994. 12.에는 제2차연도 연구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이를 보건사회부에 제출하였고, (주)녹우제약에도 1995. 5.경 위 도핑센타와 위 박혜영이 작성한 보고서를 종합하여 위 보건사회부에 제출한 보고서와 내용이 거의 동일한 연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으나,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추진한 위 연구는 위 김동한이 발표한 후보물질개발이론을 통한 후보물질합성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치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없게 되었다.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외부 민간기업과의 연구용역계약은 재원 확보 차원에서 연구기관이 적극 권장하기는 하나 원칙적으로 이를 그 연구기관에 보고하여 그 기관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고 지원받은 연구비도 위 기관에 보고하여 그 중 일정 부분을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피고인은 위 (주)녹우제약과 사이의 위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소속 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보고하지 않고 위 계약을 자신 명의로 체결하고 또한 위 (주)녹우제약으로부터 받은 연구비도 자신의 개인 통장으로 지급 받았고, 그 연구비와 위 보건사회부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구분하지 않고 연구비용으로 지출하는 등 그 연구비를 사용한 내역에 대하여 정확한 장부정리나 회계처리를 하지는 않아서 실제로 연구목적으로 사용한 구체적 내역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피고인이 위 (주)녹우제약으로부터 받은 연구비 중에서 녹우사, 녹십자 등의 명의로 한 무통장입금 등의 방식으로 위 김동환에게 1992. 5.부터 1993, 4.까지 사이에 매월 800,000원씩 합계 금 9,600,000원을, 위 박혜영에게 1992. 5. 21. 금 2,500,000원을 각 지급한 것은 명확한 근거가 있고, 한편 피고인은 (주)녹우제약으로부터 지급 받은 연구비 중 약 1억 원 정도를 증권투자 등 개인용도로도 사용하였다.

* 피고인이 1992. 1.부터 1995. 12.까지 사이에 소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사실상 위촉된 경우는 61회이고 그 중 피고인은 26회 출석하였고, 그 중에서 (주)녹우제약 또는 (주)녹십자와 관련된 안건이 있던 소분과위원회는 8회이고 피고인은 그 중 5회 출석하였으며, 그 중에서 한타박스와 관련된 소분과위원회는 1995. 8. 31., 같은 해 9. 22., 같은 해 10. 27. 3회이고 피고인은 그 중 뒤의 것 2회 출석하였고, 위 각 소분과위원회의 구성 위원수는 대략 8 내지 20명 정도이고 그 중 2/3 이상이 출석하여 회의를 열었다.

한편, 위 한타박스는 1990. 7.경 대규모 집단간의 약효비교를 위한 4상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의약품허가를 받았으나, 그 이후 그 대규모 집단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로 그 임상시험 조건을 이행하기 어려워 최종적인 의약품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서 그 경우 연관이 있는 소분과위원회는 신약분과위원회 임상소분과위원회이다.

(3) 위 인정 사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점, 피고인이 위 공소외인으로부터 연구비를 받기 이전부터 신약개발계획을 가지고 이를 추진하였고, 위 공소외인 역시 나름대로 신약개발에 관심이 있어 피고인과 신약개발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한 점, 피고인이 그 교부받은 금원 중 상당 부분을 실제로 연구비로 지출 사용한 점, 그 연구용역계약 내용 중 추가 연구비를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 따라 내용이 같은 연구과제로 보건사회부와의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연구비를 지원 받아 연구를 계속하여 그 연구 결과를 보건사회부와 (주)녹우제약에게 제출한 점, 피고인이 전체적으로 소분과위원회에 잘 참석하지 않고 공소사실기재와 같이 위 공소외인으로부터 청탁(한타박스 이외에는 그 청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받았다는 (주)녹우제약 또는 (주)녹십자와 관련 있는 안건이 제출된 소분과위원회에도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위 한타박스 등과 관련된 안건이 있는 소분과위원회 중 피고인이 사실상 위촉되지 아니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추정된다.), 출석할 경우에도 약 10여 명 이상의 위원들이 심의할 터인데 피고인 1인에게 청탁한다고 위 공소외인에게 유리한 심의결과가 예상되지 않는 점, 무엇보다도 피고인과 (주)녹우제약 사이의 위 연구용역계약이 이루어져 피고인이 공소외인으로부터 최초로 금원을 수수한 시점에는 피고인은 위 한타박스의 심의와 관련된 소분과위원회인 신약분과위원회 임상평가소분과위원회의 자문요원조차도 아니었고 1994. 1.경부터 그 자문요원이 된 점등을 보면, 피고인이 위 공소외인으로부터 수수한 공소사실 기재의 금원은 피고인과 (주)녹우제약 사이의 위 신약개발연구용역계약에 따라 연구비로 수령한 금원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이 공공연구센터의 장으로서 개인 자격으로 민간기업과 연구용역계약을 맺고 그 지급 받은 연구비를 장부정리 없이 개인 통장에 임의로 관리하면서 상당부분 유용하

였다 하여도 그것이 별도의 범죄를 구성한다거나 윤리적으로 비난받게 될 점은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유가 있다 하여 피고인이 위 공소외인으로부터 받은 공소사실 기재의 금원이 피고인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분과위원으로서 행하는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한 금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어느 모로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근웅(재판장) 문용호 정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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