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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1999. 6. 17. 선고 98구18366 판결 : 항소기각·상고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하집1999-1, 669]
판시사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수급권자가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하여 준 경우,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 범위

판결요지

수급권자가 제3자의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하는 경우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4조 제1항 에 의한 대위의 기초를 상실하므로 보험급여청구권도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과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의 범위는 보험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수급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와 동일한 점 및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은 부분에 대하여는 대위의 문제가 생길 여지없이 같은 법 제54조 제2항에 의하여 보험급여에서 공제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위 채무 면제에 따라 보험급여청구권이 소멸하는 '면제한 한도'라 함은 제3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총액에서 실제로 지급한 손해배상금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뺀 나머지 액수(다만 일부 면제의 경우에는 그 범위 내에서 실제 면제한 액수가 될 것이다)를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면제액이 산재보험급여액에서 수급권자가 수령한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수급권자로서는 보험급여청구권의 전부를 상실하게 되나(통상 민사상 손해배상액이 보험급여액보다 많은 경우가 될 것이다), 이와 달리 면제액이 산재보험급여액에서 지급받은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보다 적은 경우에는 그 차액의 범위 내에서는 수급권자의 보험급여청구권이 소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통상 산재보험급여액이 민사상 손해배상액보다 많은 경우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법 제54조 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에 의하여 이중전보를 받는 것과 유책의 제3자가 그 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여 보험재정의 확보를 꾀하려는 데 그 규정의 취지가 있는 것이지 수급권자가 가해자의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하는 경우 이로써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수급권자에 대한 보험급여지급의무 전부를 면하게 하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여질 뿐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으로서는 어차피 수급권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위와 같은 차액의 범위에 관하여는 대위의 기초를 상실할 우려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고

정재순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천식)

피고

근로복지공단

주문

1. 피고가 1997. 11. 27.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갑 제1, 2, 3, 7, 9호증, 갑 제11의 2호증, 갑 제12의 6호증, 을 제5호증, 변론의 전취지]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이수원(1935. 11. 29.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84. 4. 11.경부터 수원시 권선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여 오던 중 1997. 9. 3. 05:50경 청소작업을 하기 위하여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소재 신명아파트 앞 3차선 도로를 횡단하다가 때마침 위 도로의 2차로를 따라 시청 방면에서 오산 방면으로 진행하던 소외 1 운전의 (차량번호 생략) 승용차에 들이받혀 같은 달 8. 19:30경 뇌실질출혈,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는 업무상 재해를 당하였다.

나. 원고는 1997. 10. 18. 피고에게 이 사건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가해자로부터 이 사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수령하고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함으로써 피고가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원고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에 의한 보험급여청구권 또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1997. 11. 27. 원고에 대하여 그 지급을 거절하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와 가해자인 소외 1 사이의 합의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분은 유보하는 조건으로 형사사건에 국한하여 이루어진 것이었고, 합의서상 "민·형사지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한 부분은 착오에 기인한 것으로서 1999. 5. 13.자 통지서의 송달로써 취소한 바 있으므로 위 합의에 의하여 원고의 보험급여청구권이 소멸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 인정 사실

[채택증거:다툼없는 사실, 갑 제3, 6호증, 을 제4호증, 증인 소외 2, 3, 4(일부), 5, 변론의 전취지]

(1) 가해자인 소외 1이 1997. 9. 13.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구속된 이후 원고를 대리한 아들 소외 4 및 소외 3( 소외 4의 이모부)은 1997. 9. 30. 소외 1의 처인 소외 2 및 그녀를 동행한 소외 5를 만나 그들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금 17,000,000원을 수령하면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소외 1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으며 이후 '민·형사지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2)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소외 3의 제안으로 합의서에 민사상 합의라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하는 데 동의하였으며 합의서의 내용을 읽어 본 다음 그에 날인하였고, 위 합의금 이외에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산재보험급여청구에 관하여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다.

(3) 망인의 정년은 만 62세(원칙적으로 만 61세이나 본인의 희망에 따라 1년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다)이고 월 30일씩 근무하여 왔으며, 사망 직전 3개월간의 급여를 기준으로 산정한 1일 평균임금은 금 55,908원이다.

(4) 한편 원고는 망인의 퇴직금 38,794,920원 중 금 38,325,520원을 지급받았다.

다. 판 단

(1) 이 사건 합의의 성격

(가)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제3자의 가해행위로 인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은 통상의 불법행위상의 채권이고 그 재해에 관하여 산재보험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하여 그 성질이 달라진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수급권자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제3자가 자신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 대법원 1979. 12. 26. 선고 79다1668 판결 등 참조).

(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가해자인 소외 1측과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금 17,000,000원에 민·형사상 합의를 하고 소외 1의 원고측에 대한 나머지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위 합의 과정에 원고 주장과 같이 착오에 기인한 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합의 당시 지급된 위 금원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수수하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을 엿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재산상 손해배상금조로 수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다53942 판결 등 참조).

(2) 손해배상채무의 면제와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 범위

(가) 문제의 소재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피해자가 가해자인 제3자의 민사상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한 경우 이로써 피고에 대한 보험급여청구권(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권)도 소멸하는 것인지, 소멸한다면 그 범위는 어떠한지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나) 관계 법령

법 제54조 제1항 은 피고가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재해로 인하여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은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인하여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는 피고는 그 배상액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보험급여청구권의 상실 여부

수급권자가 산재보험급여를 지급받기에 앞서 가해자인 제3자의 손해배상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한 경우에는 피고는 그에 따라 감축된 금액 부분에 대하여는 법 제54조 제1항 에 의한 대위의 기초를 잃어 대위청구를 할 수 없게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면제한 한도에 있어서 수급권자의 보험급여청구권도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78. 2. 14. 선고 76다21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라)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 범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수급권자가 제3자의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하는 경우에는 피고가 법 제54조 제1항 에 의한 대위의 기초를 상실하므로 보험급여청구권도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과 피고의 구상권의 범위는 보험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수급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와 동일한 점( 대법원 1988. 3. 8. 선고 85다카2285 판결 등) 및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은 부분에 대하여는 대위의 문제가 생길 여지없이 법 제54조 제2항 에 의하여 보험급여에서 공제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위 채무 면제에 따라 보험급여청구권이 소멸하는 "면제한 한도"라 함은 제3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총액에서 실제로 지급한 손해배상금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뺀 나머지 액수(이하 '면제액'이라 한다, 다만 일부 면제의 경우에는 그 범위 내에서 실제 면제한 액수가 될 것이다)를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① 따라서 면제액이 산재보험급여액에서 수급권자가 수령한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수급권자로서는 보험급여청구권의 전부를 상실하게 된다(통상 민사상 손해배상액이 보험급여액보다 많은 경우가 될 것이다).

② 그러나 이와 달리 면제액이 산재보험급여액에서 지급받은 손해배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보다 적은 경우에는 그 차액의 범위 내에서는 수급권자의 보험급여청구권이 소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통상 산재보험급여액이 민사상 손해배상액보다 많은 경우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법 제54조 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에 의하여 이중 전보를 받는 것과 유책의 제3자가 그 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여 보험재정의 확보를 꾀하려는 데 그 규정의 취지가 있는 것이지( 대법원 1990. 2. 23. 선고 89다카22487 판결 ) 수급권자가 가해자의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하는 경우 이로써 피고로 하여금 수급권자에 대한 보험급여지급의무 전부를 면하게 하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여질 뿐만 아니라 피고로서는 어차피 수급권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위와 같은 차액의 범위에 관하여는 대위의 기초를 상실할 우려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소결론

(가)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먼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가해자인 소외 1로부터 재산상 손해배상금으로 금 17,000,000원을 수령하였는바, 이는 실제 망인의 재산상 손해인 금 3,557,560원{일실수입 금 1,118,160원(금 55,908원×30×2/3×2.9752)+장의비 금 2,000,000원+일실퇴직금 439,400원(퇴직금 38,794,920원-기지급 퇴직금 38,325,520원)}을 상회하는 것이므로 결국 원고가 소외 1에 대하여 면제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은 위자료청구권 뿐이라 할 것이다(가사 망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위 합의금이 망인의 실제 재산상 손해액보다 많은 것은 분명하므로 이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나) 한편 원고가 소외 1로부터 위와 같이 합의금을 수령하고 이를 초과하는 나머지 민사상 손해배상채무를 면제하였다 하더라도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원고가 가해자로부터 지급받은 재산적 손해배상금은 금 17,000,000원에 불과한 반면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산재보험급여액(유족급여 및 장의비)은 금 79,389,360원{1일 평균임금 55,908원×1,420(1300+120)일}에 이르러 면제액이 산재보험급여에서 합의금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보다 적은 경우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그 차액의 범위 내에서는 원고의 보험급여청구권이 소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데다가 피고가 구상할 수 있는 대상채권에서 위자료청구권은 제외되는 것이므로( 위 89다카22487 판결 참조) 피고로서는 이 사건에서 소외 1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여지도 없는 이상 원고의 보험급여청구권은 그 차액인 금 62,389,360원(금 79,389,360원-금 17,000,000원)의 범위 내에서는 여전히 잔존하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 따라서 원고의 보험급여청구권이 전부 소멸하였음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백윤기(재판장) 박성수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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