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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 8. 22. 선고 2012나106296 판결
[손해배상][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득환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피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효열 외 2인)

변론종결

2013. 7. 18.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 1, 2(대법원판결의 피고), 대한민국은 연대하여 750,000,000원을 한도로 원고에게 477,75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9.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3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피고 대한법무사협회는 피고 1, 2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금원 중 400,000,000원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초 피고 2에 대하여 법무사법 제26조 제1항 내지는 민법 제750조 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다가 당심에서 민법 제135조 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는 소외 1(대법원판결의 소외인) 소유의 인천 중구 (주소 1 생략) 잡종지 11,819㎡(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근저당권자이고, 피고 2는 소외 1의 대리인 자격으로 원고와 위 근저당권설정등기계약을 체결한 사람이자 법무사이며, 피고 1은 원고로부터 위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에 관한 서류 작성 및 제출 대행, 신청 대리 등 일체의 행위를 위임받은 법무사이다.

2) 피고 대한법무사협회(이하 ‘피고 협회’라 한다)는 소속 법무사의 위임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고자 법무사법 제67조 와 대한법무사협회 회칙 제8조의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공제규정을 제정하여 공제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피고 1, 2는 모두 피고 협회가 운영하는 손해배상공제회의 회원이다.

3) 한편, 소외 1은 2010년 11월경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구 국적법(2010. 5. 4. 법률 제10275호로 개정되어 2011. 1.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항 주1) 에 의하여 외국인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나. 피고 2가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처분위임을 받게 된 경위

1) 피고 2는 2011년 초순경부터 현물출자 절차 등의 상담을 하면서 주식회사 한을(이하 ‘한을’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소외 2를 알고 지내던 중 2011년 5월말경 서울 (주소 2 생략)에 위치한 자신의 법무사 사무소로 소외 2와 함께 찾아 온 사람이 소외 1을 자칭하면서 이 사건 토지를 물상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한을에 투자하여 태국을 기점으로 동남아에서 사업을 할 계획이며 곧 태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니 그의 대리인으로서 관련된 법률행위 전반을 처리해달라고 하자, 우선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소외 1 명의의 미국 여권을 교부받아 이를 복사하고, 그가 불러주는 외국인의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등록번호 생략)와 이 사건 토지의 소재지를 포스트잇(post-it)에 메모하여 여권 복사본에 붙여 둔 다음 그 자리에서 이 사건 토지의 부동산등기부를 전산 열람하여 소재지번과 소유자,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가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알려 준 내용과 일치함을 확인한 후 소외 2와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에게 외국인의 부동산등기 절차와 처분위임장의 공증 등에 관하여 설명해 주었다.

2) 피고 2는 2011년 6월 초순경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국제우편으로 보내 온, 영문으로 작성된 처분위임장(POWER OF ATTORNEY, 이하 ‘이 사건 처분위임장’이라 한다)과 서명 및 주소를 공증한 서면(이하 ‘이 사건 공증서’라 한다)을 받았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처분위임장
· 본인 소외 1[거주지 : 미국 워싱턴주 (주소 3 생략)(미국주소 생략) U.S.A.]은 이 증서로서 법무사 피고인 2{서울 (주소 2 생략)}를, 등기필증을 분실한 본인 소유의 인천 중구 (주소 1 생략)에 소재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과 관련된 일체의 실체적, 절차적 법적 행위를 할 수 있는, 본인의 진정하고 적법한 대리인으로 삼고 임명하며 지명한다.
· 소외 1의 서명 및 작성일 자필 기재 : 이에 대한 증명으로 본인이 서명하고, 이 증서의 작성일(10TH OF JUNE)을 자필 기재한다.
·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 영사보(consular associate)로 적정하게 임명받아 자격을 지닌 소외 3은 2011. 6. 10. 소외 1이 직접 출석하여 그가 이 증서에 서명하였으며,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위와 같은 내용의 증서를 작성하였다고 진술함을 인증한다.
· 미국대사관 영사보 소외 3의 공적 직인 및 소외 3의 서명 필 : 이에 대한 증명으로 본인이 서명하고 공적 직인을 날인함

본문내 포함된 표
공증서
· 미국 워싱턴주 (주소 3 생략)에 거주하는 소외 1은 아래 서명이 본인의 진정하고 정확한 자필 서명임을 확인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이 증서의 작성일(10TH OF JUNE)을 자필 기재한다.
·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 영사보로 적정하게 임명받아 자격을 지닌 소외 3은 2011. 6. 10. 소외 1이 직접 출석하여 그가 이 증서의 위와 같은 내용으로 특정된 사람임을 확인하고, 직접 자필 서명을 하였음을 인증한다.
· 미국대사관 영사보 소외 3의 공적 직인 및 소외 3의 서명 필 : 이에 대한 증명으로 본인이 서명하고 공적 직인을 날인함

3) 피고 2는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의 번역문을 작성하여 2011. 6. 23. 공증인가 소외 4 법무법인에서 원문과 번역문이 상위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각 인증서(이하 ‘이 사건 각 인증서’라 한다)를 받았다.

다.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게 된 경위

1) 법무사인 피고 1은 2011. 6. 20.경 대부업자 소외 5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으니 담보 관련 서류를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무렵 서울 서초구 (주소 4 생략)에 위치한 자신의 법무사 사무소에서 피고 2와 소외 2를 만나 피고 2가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게 된 경위를 설명을 듣고 소외 1 명의의 여권 사본,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 및 각 그 번역문이 첨부된 이 사건 각 인증서를 전달받았다.

2) 피고 1은 그 후 소외 5가 자신에게는 돈이 부족하다고 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소외 6에게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한을에 돈을 대여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고, 이에 소외 6은 2011년 6월 하순경 피고 1과 함께 이 사건 토지를 답사한 후 한을에 500,000,000원을 대여하기로 하였는데, 다만 그 중 200,000,000원은 원고로부터 차용하기로 하고,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원고 명의로 마치되, 차용증과 등기필증 등 제반 서류는 소외 6이 보관하기로 약정하였다.

3) 피고 2는 소외 1의 대리인 자격으로 2011. 6. 30.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750,000,000원, 채무자 한을, 근저당권자 원고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고, 소외 2는 같은 날 한을의 대표이사로서 소외 6에게 지급기일은 일람출급, 지급지 및 지급장소와 발행지는 모두 서울특별시인 액면 금 750,000,000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후 공증인가 법무법인 하나 증서 2011년 제1597호로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4) 한편, 원고는 등기권리자로서, 피고 2는 소외 1의 대리인 자격으로 등기의무자로서 2011. 6. 30. 피고 1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 및 취하에 관한 모든 행위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이하 ‘이 사건 위임장’이라 한다)을 작성, 교부하였고, 피고 1은 그에 따라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취득세(등록면허세) 납부확인서, 이 사건 위임장, 피고 2의 인감증명서, 한을의 법인등기부등본, 원고의 주민등록증 사본,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 및 각 그 번역문이 첨부된 이 사건 각 인증서를 첨부하여 관할 인천지방법원 동인천등기소 소속 주2) 담당등기관 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이하 ‘이 사건 등기신청’이라 한다)을 접수하였고, 담당등기관이 이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여 수리함으로써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라 한다)가 마쳐졌다.

5) 소외 6은 2011. 7. 1. 한을 명의의 중소기업은행 예금계좌에 원고의 이름으로 합계 455,000,000원을 입금하였고, 소외 2는 같은 날 한을의 대표이사로서 소외 6에게 500,000,000원을 이자 월 3%로 변제기는 정함이 없이 차용한다는 내용의 차용금약정서(이하 ‘이 사건 차용금약정서’라 한다)와 같은 날 500,000,000원을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금전수령영수증(이하 ‘이 사건 영수증’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주었는데, 이 사건 차용금약정서와 영수증에 채권자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라.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

1) 이 사건 토지의 실제 소유자인 소외 1은 자신이 피고 2에게 이 사건 토지의 담보제공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 바 없고, 원고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바도 없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인천지방법원 2011가합12879호 로 그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인천지방법원은 2012. 4. 27.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은 실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 1이 아니고, 그가 피고 2에게 제시한 소외 1 명의의 여권은 위조된 것이며 이 사건 처분위임장의 진정성립도 인정하기 어려워 피고 2가 이 사건 토지의 담보 제공과 관련하여 소외 1을 대리할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는 소외 1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마. 피고 협회의 손해배상공제규정

피고 협회가 제정한 손해배상공제규정 제11조 제1항은 회원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위임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는 기금에서 위임인에게 공제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1조 제2항은 같은 조 제1항의 공제금 지급액은 회원 1인당 1년간 200,000,000원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 관련 법령 등

법무사법, 구 부동산등기법(2011. 4. 12. 법률 제1058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출입국관리법, 구 외국인 및 재외국민의 국내 부동산 처분 등에 따른 등기신청절차(등기예규 제1282호, 2011. 10. 11. 등기예규 제13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등기신청절차예규’라 한다) , 구 등기필증 멸실의 경우 확인조서 등에 관한 예규(등기예규 제851호, 2011. 10. 11. 등기예규 제13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확인조서예규’라 한다) , 외국 공문서에 대한 인증의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Convention Abolishing the Requirement of Legalisation for Foreign Public Documents, 이하 ‘인증요구폐지 협약’이라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을가 제4호증의 1, 2와 같다), 갑 제3, 4호증,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호증의 2(을가 제6호증의 3과 같다), 갑 제7호증의 2(을가 제6호증의 5와 같다), 갑 제8호증, 갑 제9호증의 2(을가 제6호증의 1과 같다), 갑 제10호증(일부), 갑 제11호증, 갑 제14호증의 1 내지 9(갑 제14호증의 8, 9는 을가 제1, 2호증, 을라 제1호증의 1, 2와 같다), 갑 제18호증의 1, 2, 갑 제19호증의 1, 2, 을가 제6호증의 7, 8, 11, 12호증, 을나 제1호증, 을나 제3호증의 1, 2, 을다 제1호증(일부)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검증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무효 여부

가. 선행 판단의 필요성

원고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원고에게, 1) 피고 2, 1은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본인인지 여부 및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의 진정성립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하는 등 법무사로서의 업무 수행을 소홀히 하여 원고로 하여금 원인무효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게 하였으므로 법무사법 제26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피고 2에 대하여는 민법 제750조 에 의한 손해배상책임과 민법 제135조 에 의한 무권대리인의 책임도 묻는다), 2) 피고 협회는 공제금지급의무가 있으며, 3) 피고 대한민국은 소속 등기관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시 제출된 서류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등기 신청을 각하하지 못한 잘못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 1, 2, 협회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근저당권자가 원고인 반면 피담보채권자는 소외 6어서 근저당권의 부종성 및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반하는 무효의 등기이므로, 설령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위 피고들의 위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게 되므로, 먼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효력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판단

1)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와 근저당권자가 동일인이 되어야 하지만, 채권자 아닌 제3자를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데 대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자 사이에 합의가 있었고, 나아가 제3자에게 그 채권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거래경위에 비추어 제3자를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한낱 명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제3자도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채무자도 채권자나 근저당권자인 제3자 중 누구에게든 채무를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관계 즉, 채권자와 제3자가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제3자를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볼 것이고, 이와 같이 제3자를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유효하게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실권리자 아닌 자 명의의 등기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23807 판결 참조).

2) 살피건대, 소외 6이 한을에 500,000,000원을 대여한 사실,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원고 명의로 마쳐진 사실, 소외 2는 위 대여금의 채무자인 한을의 대표이사로서 소외 6을 수취인으로 하여 액면 금 750,000,000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후 공정증서를 작성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 소외 6은 위 500,000,000원 중 200,000,000원을 원고로부터 차용하고,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원고 명의로 마치되, 차용증과 등기필증 등 제반 서류는 소외 6이 보관하기로 약정한 사실, 소외 6은 그 후 한을의 예금계좌에 원고의 이름으로 합계 455,000,000원을 입금한 사실, 소외 2가 한을의 대표이사로서 작성한 이 사건 차용금약정서와 영수증에는 채권자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한을의 대표이사 소외 2는 원고가 채권자 겸 근저당권자로 기재되어 원고의 날인이 되어 있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채무자로서 서명날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처럼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에는 소외 6의 채권뿐만 아니라 원고의 채권도 혼재되어 있는 점, 한을의 대표이사 소외 2는 소외 6으로부터 원고의 이름으로 대여금을 송금받았음에도 채권자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이 사건 차용금약정서와 영수증을 작성하였으며, 근저당권자가 원고로 기재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채무자로서 날인함으로써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근저당권자를 원고로 하는 데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소외 6 및 한을 사이에 대여금 채권을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귀속시키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고, 나아가 원고와 소외 6은 묵시적인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를 근저당권자로 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유효하다 할 것이다.

3)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담보물권의 부종성에 반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 무효의 등기에 해당한다는 피고 1, 2, 협회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 2에 대한 청구

가. 원고의 주장

피고 2는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처분위임을 받을 당시 ① 일반적인 거래관념상 고가의 부동산에 대한 처분권을 생면부지의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점, ② 이 사건 처분위임장에는 인증요구폐지 협약에 따른 아포스티유(Apostille)가 첨부되어 있지 않은 점, ③ 이 사건 처분위임장의 서명공증 부분에 미국대사관 영사보의 소외 3의 지위를 나타내는 'Vice Consul' 부분이 권한있는 자에 의하여 정정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서명이나 날인 없이 임의로 삭제되어 있는 점, ④ 국내에 소재한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하여 입국한 미국 시민권자가 그에 필요한 서류를 대한민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발급받지 않고 다시 태국으로 출국하여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발급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⑤ 피고 2는 미국 여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 모양이나 형태를 알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소외 1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소외 1 본인인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하였음에도,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에게 별도로 외국인등록증을 요구하거나 확인하는 등 보다 확실하고 자세한 방법에 의한 본인 확인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인무효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게끔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주위적으로 법무사법 제26조 제1항 에 따라, 예비적으로 민법 제750조 에 따라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됨으로써 입게 된 원고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그 액수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채권최고액 750,000,000원을 한도로 하여 원고의 피담보채권액 45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그 대여일부터 변제기인 2011. 8. 31.까지의 이자제한법상 제한이율 연 30%의 비율로 계산한 이자 22,750,000원 합계 477,75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변제기 다음날인 2011. 9.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위 연 3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이다.

또한, 피고 2는 소외 1을 대리하여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소외 1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하여 그 결과 원고로 하여금 한을에게 455,000,000원을 대여하고 담보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인무효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게끔 하였으므로, 무권대리인으로서 민법 제135조 에 따라 거래상대방인 원고가 입은 청구취지 기재 금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판단

1) 법무사법 제26조 제1항 에 따른 책임의 존부

법무사법 제26조 제1항 은 ‘법무사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위임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을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법무사법 제2조 제1항 제3 , 4 , 6호 에서는 법무사의 등기 관련 업무로 등기신청에 필요한 서류의 작성, 등기사건 신청의 대리, 관련 서류 제출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2는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처분위임을 받았을 뿐 원고로부터는 어떠한 업무의 위임도 받은 바 없으므로, 피고 2가 그의 위임인이 아닌 원고에게 법무사법 제26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민법 제750조 에 따른 책임의 존부

가) 관련 법리

구 부동산등기법 제49조 제1항 은 “등기의무자의 권리에 관한 등기필증 또는 같은 법 제68조 의 규정에 의한 등기필의 뜻의 통지서가 멸실된 때에는 등기의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등기소에 출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임에 의한 대리인(변호사 또는 법무사에 한한다)이 신청서상의 등기의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위임받았음을 확인하는 서면 2통을 신청서에 첨부하거나, 신청서(위임에 의한 대리인에 의하여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증명하는 서면) 중 등기의무자의 작성부분에 관하여 공증을 받고 그 부본 1통을 신청서에 첨부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법무사법 제25조 는 “법무사가 사건의 위임을 받은 경우에는 주민등록증·인감증명서 등 법령에 의하여 작성된 증명서의 제출이나 제시 기타 이에 준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위임인이 본인 또는 그 대리인임을 확인하여야 하고, 그 확인방법 및 내용 등을 사건부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 취지에 의하면, 등기필증 멸실의 경우 법무사 등이 하는 구 부동산등기법 제49조 에서 정한 확인은 원칙적으로 등기관이 수행하여야 할 확인 업무를 등기관에 갈음하여 하는 것이므로, 법무사 등은 ‘등기신청을 위임하는 자’와 ‘등기부상의 등기의무자로 되어 있는 자’가 동일인인지의 여부를 그 직무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여 확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법무사가 위임인이 본인 또는 대리인임을 확인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이나 인감증명서를 제출 또는 제시하도록 하여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이 전혀 발견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증명서만으로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확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한 여러 방법을 통하여 본인 여부를 한층 자세히 확인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3107 판결 , 2007. 6. 14. 선고 2007다4295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법무사가 위와 같은 본인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예컨대 어느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을 위임받은 법무사가 위임인이 등기의무자 본인인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결과, 그에 의하여 마쳐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진정한 것으로 믿고 이를 담보로 금원을 대여한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민법 제750조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다45767 판결 , 2006. 5. 25. 선고 2006다1302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위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 - 피고 2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2는 소외 1의 대리인 자격으로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등기신청에 관한 업무는 법무사인 피고 1에게 위임하였다. 타인을 대리한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행위는 법무사 특유의 업무가 아니므로 피고 2는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관계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요구되는 정도의 본인확인의무를 부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위 대법원 95다45767 판결 참조).

그러나 앞서 본 이 사건 처분위임장에 의하면, 피고 2는 법무사로서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등기필증을 분실한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것과 관련된 일체의 실체적, 절차적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받았고, 위와 같은 위임 범위에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물론 그에 수반되는 등기사무의 처리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2는 위와 같은 위임에 터잡아 법무사로서 직접 등기신청을 할 수 있는데도 편의상 소외 1의 대리인 자격으로 다른 법무사인 피고 1에게 이 사건 등기신청을 위임하였던 것에 불과하여 결국 피고 2는 위 법리에 상응하는 정도의, 법무사에게 가중된 본인확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피고 2가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으면서 그가 소외 1 본인인지를 확인함에 있어 소홀한 점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갑 제12호증의 1, 2,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3호증의 1, 2, 을라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검증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2는 2011년 5월말경 소외 2와 함께 자신의 법무사 사무소로 찾아 온,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을 처음 만나 당일 그로부터 구두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처분위임을 받은 사실,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국제우편으로 피고 2에게 보내 준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는 미국 본국 내 관공서나 대한민국 주재 미국대사관이 아닌,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공증받은 것인 사실,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부분 중 공증인의 직위를 나타내는 'Vice Consul' 부분에 손으로 그어서 삭제한 듯한 파란색 선이 표시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에는 인증요구폐지 협약에서 규정한 아포스티유가 부착되어 있지 않은 사실, 피고 2는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에게 별도로 외국인등록증을 요구하거나 이를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위에서 든 증거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2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처분위임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하였으나, 그가 이미 업무 상담차 알고 지내던 한을의 대표이사 소외 2와 함께 찾아와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한을에 투자할 것이라고 하였으므로, 그를 생면부지의 사람이라 여겨 경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가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공증받은 것이기는 하나, 미국 시민권자인 소외 1에 대한 본국 공증에 해당함은 분명하고, 피고 2로서는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구두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처분위임을 받을 당시 향후 태국을 기점으로 동남아에서 사업을 할 계획이며 곧 태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설명을 들은 바도 있었기 때문에 그가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공증을 받은 것에 대하여 특별히 의심을 품었으리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점, ③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의 각 중간 부분과 소외 3의 서명 밑부분에 공증인인 소외 3의 이름과 그 직위가 영사보(Consular Associate)임을 나타내는 공적 직인이 날인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에 배치되는 부동문자로 인쇄된 부영사(Vice Consul) 부분을 삭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며, 삭제선과 함께 정정 서명이나 날인을 하는 것이 외국인들의 문서 작성시 일반화된 관행이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는 점, ④ 우리나라와 미국이 모두 가입한 인증요구폐지 협약은 외국의 공문서나 공증문서가 제출되는 경우 그 문서의 진정성립 판단을 위해 재외공관 공증법상의 영사 주3) 확인 [예컨대,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의 작성국(태국)에 소재하는 문서 제출국(대한민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 의하여 인증되는 절차를 거쳤다는 증명, 이하 ‘영사 확인’이라 한다]을 요구하던 것에 갈음하여 문서발행국 권한당국이 직접 진정성립을 확인한 아포스티유를 부착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협약으로서 이는 기존의 영사 확인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취지일 뿐 새로운 절차인 아포스티유 부착을 강제하거나 각국 발행 공문서가 공증문서에 아포스티유가 없으면 타국에서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아닌 점, ⑤ 종래 우리나라 등기 실무에서는 외국의 공문서나 공증문서가 제출되는 경우 그 진정성립 심사를 위하여 재외공관 공증법상의 영사확인제도를 사실상 이용하지 아니하였고, 인증요구폐지 협약 가입 이후에도 등기 실무상 외국의 공문서나 공증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하여 강한 의심이 드는 경우가 아닌 한 해당 문서에 아포스티유가 부착되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그 부착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 점, ⑥ 외국인등록증은 외국인이 입국한 날부터 90일을 초과하여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31조 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외국인에게 발행하는 것이어서 외국인이라 하여 반드시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하고 있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위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본인인지 여부나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가 그 자체로 진정하게 성립된 것인지를 의심할 수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인정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 2는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소외 1 명의의 미국 여권을 받아 확인하고 이를 사본으로 남겨둔 점, 위 미국 여권이 외형상 위조되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기 어려운 점(원고는 피고 2가 미국 여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 모양이나 형태를 알지 못하였다고 다투나, 갑 제10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구 부동산등기법 제49조 제3항 , 제2항 에 의하면 등기필증이 멸실된 경우 등기의무자의 위임을 받은 법무사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 중 하나로 여권이 규정되어 있는 점, 나아가 피고 2는 그 자리에서 이 사건 토지의 부동산등기부를 전산 열람하여 소재지번과 소유자,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가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알려 준 내용과 일치함을 확인한 점,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피고 2에게 보내준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에는 소외 1의 주소가 미국 워싱턴주 (주소 3 생략)로 각 기재되어 있었고 이를 미국 대사관의 영사보 소외 3이 공증하였으며, 부동산등기부상 소외 1의 주소도 위와 동일한 점,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에는 미국 국무부의 독수리 문양으로 보이는 부분이 위 각 서류의 앞, 뒷면 모두에 양각처리 되어 있었으며, 위 미국 국무부 문양 가장자리로 “EMBASS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 BANGKOK ★"의 글씨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새겨져 있었던 점, 등기신청절차예규에 의하면 외국인이 입국하지 않고 국내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처분위임장, 인감증명, 주소를 증명하는 서면 등을 등기신청서에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처분위임장에는 처분대상 부동산, 수임인이 특정되어 있고, 위임하고자 하는 법률행위의 종류와 위임취지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소외 1이 이 사건 처분위임장을 직접 작성하고 자필 서명을 하였다는 내용의 공증이 있고, 이 사건 공증서에는 소외 1의 주소와 서명을 기재하고 본인임을 특정하여 확인하는 내용의 공증이 있어 주소를 증명하는 서면과 마찬가지여서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는 형식적인 내용 면에서는 등기신청절차예규의 규정에 부합하는 점, 확인조서예규에서는 외국인의 처분위임에 의한 등기절차에 있어서 등기필증을 멸실한 경우 그 처분권한 일체를 수여하는 내용의 위임장에 등기필증을 분실하였다는 뜻을 기재하여 공증인의 공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처분위임장에는 등기필증을 분실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그에 대한 공증이 있어 형식적인 내용 면에서는 확인조서예규의 규정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2로서는 여권,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의 제출 및 확인 등을 통하여 법무사로서 사건을 위임받으면서 통상 취하여야 할 위임인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민법 제135조 에 따른 책임의 존부

민법 제135조 제1항 은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무권대리인이 상대방에 대하여 그 선택에 따라 계약의 이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근거는 대리권의 존재를 믿고 거래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무권대리인으로 하여금 그 계약의 당사자로서 계약상의 의무를 그대로 이행케 하거나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그와 동일한 거래이익을 보장하고자 하는 데에 있으므로, 만일 무권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당해 계약이 무권대리 이외의 사유로 그 효력을 상실하여 무효로 되는 경우에는 무권대리인에게 위 규정에 의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대리인은 위 규정에 의하여 대리권의 존재에 대하여만 무과실의 표시책임을 부담하는 것이고 당해 법률행위의 다른 하자에 대하여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원래부터 무효인 법률행위인데 우연히 대리인이 개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이행 또는 이행이익을 보유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2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 1의 대리인 자격으로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았을 뿐 실제 소유자인 소외 1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바 없고, 소외 1 본인의 추인을 얻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원인무효로 된 이유는, 피고 2의 대리행위가 없이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본인으로 나서 직접 원고와 근저당권설정등기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그 결과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의 위법행위 때문이지 피고 2의 무권대리행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피고 2에게 민법 제135조 에서 규정한 무권대리책임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피고 1에 대한 청구

가. 원고의 주장

피고 1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면서 피고 2로부터 받은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에 아포스티유가 첨부되지 않고, 영사 확인을 거쳤다는 증명도 없는 등 위 문서들이 진정하게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이에 관하여 별도로 조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처분위임장의 작성자가 소외 1인지 불분명하고, 피고 2가 이 사건 처분위임장을 번역한 후 영문과 국문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점에 대한 공증만 받았을 뿐임에도 아무런 확인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그 결과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원인무효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게끔 하였으므로, 법무사법 제26조 제1항 에 따라 원고가 입은 청구취지 기재 금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판단

살피건대, 피고 1은 법무사로서 원고로부터 이 사건 등기신청을 위임받아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등기의무자인 소외 1을 대리한다는 피고 2로부터 소외 1의 여권 사본 및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를 교부받았는바,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는 형식적인 내용 면에서 등기신청절차예규의 규정에 부합하는 것이었던 점, 현행 등기실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처분위임장이나 공증서에 아포스티유 부착이나 영사 확인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점,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거나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이 소외 1 본인이 아닌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1에게 이 사건 등기신청업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 협회에 대한 청구

가. 원고의 주장

피고 협회는 법무사법 제26조 제2항 및 손해배상공제규정 제11조 제1, 2항에 따라 원고에게 피고 1, 2가 각 가입한 공제금 합계 40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 2, 1은 원고에게 법무사법 제26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전제로 피고 협회에 대하여 공제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6.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가. 원고의 주장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으로서 이 사건 등기신청을 접수한 담당등기관은 이 사건 위임장을 등기의무자 본인이 출석하여 공증을 받은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았고,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에 인증요구폐지 협약에 따른 아포스티유가 첨부되어 있는지, 인증요구폐지 협약의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태국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의 인증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도 전혀 확인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에 ‘Vice Consul' 부분이 임의로 삭제된 흔적이 있고, 신청 당시 제출된 처분위임장이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통상의 주의의무만을 기울였어도 위 서류들이 위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이 사건 등기신청을 수리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소속 공무원의 위와 같은 직무집행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청구취지 금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등기필증이 멸실된 경우 등기의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등기소 출석의무를 갈음하는 구 부동산등기법 제49조 제1항 단서 후단의 ‘공증’이란 등기의무자가 그 부동산의 등기명의인임을 확인하는 서면에 대한 공증이 아니고, 신청서 또는 위임장에 표시된 등기의무자의 작성 부분(기명날인 등)이 등기의무자 본인이 작성한 것임을 공증하는 것을 의미하고, 등기의무자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이 출석하여 공증을 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등기관은 등기필증이 멸실되어 신청서 또는 위임장의 공증서가 제출된 경우 등기의무자 본인이 출석하여 공증을 받은 것인지를 확인하여 등기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구 부동산등기법 제55조 에 따라 필요한 서면의 보정을 명하거나 등기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다47098 판결 참조).

한편, 등기관은 등기신청에 대하여 구 부동산등기법상 그 등기신청에 필요한 서면이 제출되었는지 여부 및 제출된 서면이 형식적으로 진정한 것인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을 갖고 있으나 그 등기신청이 실체법상의 권리관계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실질적인 심사권한은 없으므로, 등기관으로서는 오직 제출된 서면 자체를 검토하거나 이를 등기부와 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등기신청의 적법 여부를 심사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방법에 의한 심사 결과 형식적으로 부진정한, 즉 위조된 서면에 의한 등기신청이라고 인정될 경우 이를 각하하여야 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등기관은 다른 한편으로 대량의 등기신청사건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받기도 하므로 제출된 서면이 위조된 것임을 간과하고 등기신청을 수리한 모든 경우에 등기관의 과실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위와 같은 방법의 심사과정에서 등기업무를 담당하는 평균적 등기관이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만 기울였어도 제출 서면이 위조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적법한 것으로 심사하여 등기신청을 각하하지 못한 경우에만 그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3다13048 판결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피고 2가 등기의무자 소외 1의 대리인 자격으로 피고 1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 신청 및 취하에 관한 모든 행위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위임장을 작성, 교부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원고는 이 사건 위임장 중 등기의무자 작성 부분을 소외 1 본인이 작성한 것이라는 공증이 이루어진 바가 없음에도 담당등기관이 심사과정에서 이를 간과한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나, 이 사건 등기신청 당시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가 제출되었고, 그에 의하면 등기의무자 본인인 소외 1이 법무사인 피고 2에게 등기필증을 분실한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것과 관련된 일체의 실체적, 절차적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소외 1이 이 사건 처분위임장을 직접 작성하고 자필 서명을 하였다는 취지의 공증이 되어 있으므로, 외국인이 입국하지 아니하고 등기필증이 멸실된 국내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에 관하여 규정한 등기신청절차예규와 확인조서예규의 취지상 이 사건 처분위임장의 공증으로써 구 부동산등기법 제49조 제1항 단서 후단의 ‘공증’이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피고 2는 소외 1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물론 그에 수반되는 등기사무의 처리에 관하여도 위임을 받아 자신이 법무사로서 직접 등기신청을 할 수 있는데도 편의상 소외 1의 대리인 자격으로 피고 1에게 등기신청을 위임하였고, 그 과정에서 등기의무자 본인의 위임에 터잡아 이 사건 위임장을 작성한 것에 불과한 이상 이 사건 위임장을 기준으로 등기의무자 본인이 출석하여 직접 작성한 것임을 공증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것도 아니다).

또한,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는 형식적인 내용 면에서 등기신청절차예규 및 확인조서예규의 규정에 부합하였던 점, 현행 등기실무상 외국의 공문서 내지 공증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하여 강한 의심이 드는 경우가 아닌 한 아포스티유 부착이나 영사 확인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점, 이 사건 처분위임장과 공증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찾기 어려운 점, 이 법원의 검증을 통하여 이 사건 등기신청시 처분위임장과 공증서 원본이 제출되었음이 확인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대한민국 소속 담당등기관이 이 사건 등기신청을 수리한 점에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7.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다.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련 법령 생략]

판사 김용석(재판장) 김진석 김민기

주1) 구 국적법 제15조 (외국 국적 취득에 따른 국적 상실) 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

주2) 부동산등기법이 1998. 12. 28. 법률 제5592호로 개정되면서 '등기공무원'은 '등기관'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

주3) 재외공관 공증법 제3조 (영사관의 권한과 직무) 영사관은 소속 공관의 관할구역에서 당사자나 그 밖의 관계인의 촉탁(촉탁)을 받아 다음 각 호에 관한 사무를 처리한다. 1. 법률행위나 그 밖에 사권에 관한 사실에 대한 공정증서의 작성 2. 사서증서의 인증 3. 공증에 관계되는 문서의 확인 제30조(문서의 확인 등) ① 영사관은 촉탁인이 청구하면 주재국 공무원이 발행하였거나 주재국 공증인이 공증한 문서에 찍힌 도장 또는 서명의 진위 여부와 그 공무원이나 공증인의 직위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주재국이「외국공문서에 대한 인증의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의 가입국인 경우에는 아포스티유 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② 영사관은 국내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에 대하여는 해당 서류가 영사관의 관할구역에서 발행되었다는 사실 또는 관할 재외공관을 거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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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12.7.선고 2012가합56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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