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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 8. 21. 선고 2013누11583 판결
[부정당업자제재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항소인

대한전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종필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경미)

변론종결

2013. 7. 3.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2. 11. 30. 원고에게 한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 경위

가. 제1차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피고는 2010. 2. 12. 원고가 ‘1999. 3. 15.부터 2006. 10. 31.까지 피고가 실시한 광섬유복합가공지선 구매입찰에서 주식회사 엘에스(이하 ‘엘에스’라 한다) 등 3개 업체와 담합행위를 하였다(이하 ‘1차 위반행위’라 한다)‘는 이유로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제1항 등 관련 법령에 따라 6개월(2010. 2. 16.부터 2010. 8. 15.까지)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하 ‘제1차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제2차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피고는 2012. 11. 30. 원고가 위와 같은 제1차 처분이 있기 이전인 ‘1998. 8. 18.부터 2008. 9. 1.까지 피고가 실시한 전력선 구매입찰에서 엘에스 등 33개 업체와 담합행위를 하였다(이하 ’2차 위반행위‘라 한다)’는 이유로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제1항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다시 6개월(2012. 12. 11.부터 2013. 6. 10.까지)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

관련 법령에서 수 개의 위반행위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때에는 그 중 무거운 제한기준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바, 2차 위반행위는 제1차 처분이 있기 전에 행하여진 것이어서 1차 위반행위와 2차 위반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되어야 하고, 1차 위반행위와 2차 위반행위는 같은 유형의 위반행위로서 제한기준이 같으므로 위와 같은 법령상 2차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따로 입찰참가제한처분을 할 수 없다.

나. 관련 법령

제39조 (회계원칙 등)

②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법인 또는 단체 등에 대하여 2년의 범위 내에서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제1항 제2항 의 규정에 따른 회계처리의 원칙과 입찰참가자격의 제한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한다.

제15조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① 기관장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로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각 호 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참가자(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참가자의 대리인, 지배인, 그 밖의 사용인을 포함한다)에 대하여는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에서 그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

제1항 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에 관한 기간, 제한기간의 가감,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6조 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제76조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기준등)

영 제76조 제2항 에 따른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세부기준은 별표 2와 같다.

②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받은 자에게 그 처분일부터 입찰참가자격제한기간 종료 후 6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의 기간 중 다시 부정당업자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자격제한기간을 그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별표 2의 해당 호에서 정한 기간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가중하여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중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부정당업자가 수 개의 위반행위를 하여 별표 2 각 호의 사유 중 2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중 무거운 제한기준에 의한다.

④ 각 중앙관서의 장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자격제한기간을 그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별표 2의 해당 호에서 정한 기간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감경할 수 있다. 이 경우 감경 후의 제한기간은 1월 이상이어야 한다.

[별표 2]

본문내 포함된 표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 제재기간
9. 영 제7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는 자 6월
다. 입찰자 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하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한 자

다. 판단

관련 규정과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있은 이후 그 처분이 있기 이전에 또 다른 위반행위가 있었음이 새롭게 밝혀진 경우 공기업·준정부기관이 그 처분 당시에 그러한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계없이 그 위반행위 전부에 대하여 하나의 입찰참가제한처분을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76조 제1항 제3항 을 적용하여 그 중 가장 무거운 제한기준에 의하여야 한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종전 위반행위와 새롭게 밝혀진 위반행위에 대한 제한기준을 비교하여 새롭게 밝혀진 위반행위에 대한 제한기준이 종전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하여진 입찰참가자격제한의 기간보다 길다면 그 초과된 기간에 한하여 새롭게 밝혀진 위반행위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을 것이나, 이와 반대로 새롭게 밝혀진 위반행위에 대한 제한기준이 종전 위반행위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의 기간보다 짧거나 같은 경우에는 여러 위반행위 중 가장 무거운 제한기준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에 대해서는 다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제1처분의 근거가 된 1차 위반행위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2차 위반행위는 동일한 유형으로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준상의 제재기간이 같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리상 2차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다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2차 위반행위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3항 에서는 부정당업자가 수 개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 그 중 무거운 제한기준에 의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또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있은 이후에 그 이전에 행하여진 위반행위가 새롭게 밝혀진 경우의 처리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문언상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3항 이 반드시 여러 위반행위 전부에 대해 하나의 처분을 할 때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이 사건처럼 1차 처분 이후에 그 전에 행하여진 새로 위반행위가 밝혀진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②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입법 취지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해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려는 데에 있다( 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두3201 판결 ). 그리고 여러 위반행위가 있을 경우 그 중 가장 무거운 제한기준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와 같거나 그보다 가벼운 다른 위반행위가 있더라도 가장 중한 위반행위에 대한 제한처분만으로도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입법 목적 내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미 행하여진 여러 위반행위 중 일부에 대해 제한처분이 있은 이후 나머지 위반행위가 새로 밝혀졌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제재를 가하여야 할 필요성이나 그 정도를 여러 위반행위 전부에 대하여 하나의 제한처분을 하는 경우와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③ 더욱이 어떤 위반행위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있은 후 그 전에 행하여진 위반행위가 새롭게 밝혀진 경우 그 위반행위에 대한 제한기준상의 제한기간이 종전 처분상의 제한기간보다 짧거나 같은데도 불구하고 다시 새로운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 다음과 같은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

㉠ 관할 제재청은 여러 위반행위 전부에 대해 하나의 처분으로써 가장 중한 제한기준에 따른 처분을 할 수도 있고, 일부에 대해 먼저 제한처분을 한 후 다시 나머지에 대해 새로운 제한처분을 할 수도 있게 되어 제재청의 자의적인 권한행사가 가능해질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재청이 새로운 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종전 처분 당시 제재청이 다른 위반행위의 존재를 알 수 있었는지 여부에 둔다면 이는 대외적으로 명확히 알기 어려운 제재청의 주관적 인식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어서 행정법관계의 법적 안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위험이 있다.

㉡ 또한, 제한처분 이후 새로 밝혀진 위반행위에 대해 다시 제한처분을 할 수 있다면, 종전 제한처분의 근거가 된 위반행위보다 제한기준 상의 제한기간이 짧거나 같아서 한꺼번에 처분이 이루어졌다면 원래는 제한처분을 받지 않았을 위반행위이었는데, 단지 제재청이 그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절차에서 처분되지 못하는 바람에 다시 제한처분을 받는 것이어서, 이는 결국 부정당업자가 자신의 위반행위를 관할 제재청에 자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중 제재를 받는 것과 같은 것으로 자기부죄금지의 법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종전 처분 당시에 제재청이 다른 위반행위의 존재를 밝혀내지 못하였던 책임을 부정당업자에게 전가하는 셈이어서 부당하다.

④ 한편 새로 밝혀진 위반행위에 대한 제한기준 상의 제한기간이 종전 처분에 의한 제한기간보다 길다면, 그 초과된 부분에 한하여 다시 제한처분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래 하나의 처분으로 이루어졌더라도 그 결과는 이와 같았을 것이어서 부정당업자에게 특별히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만약 이 경우에도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없다고 본다면 부정당업자가 가벼운 위반행위를 자복하여 약한 제한처분을 받음으로써 중한 제한처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결론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판사 안영진(재판장) 노경필 정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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