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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1999. 3. 18. 선고 98구23641 판결 : 확정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하집1999-1, 684]
판시사항

주취상태에서 차의 시동을 걸지 않은 채 핸드브레이크를 풀고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하여 자동차를 움직이게 한 것이 도로교통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도로교통법 제41조 제1항 에 의하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 같은 법 제15조 제1항 ) 및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을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도로교통법 제2조 제14호 에 의하면 '자동차'라고 함은 철길 또는 가설된 선에 의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차를 말하고 있고, 같은 조 제19호 에 의하면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같은 법 제41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하는 것이 본래의 사용방법으로 되어 있는 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즉 원동기의 시동을 걸고 핸들이나 가속기 또는 브레이크 등을 손이나 발로 다루어 일정한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게 하여 발진하거나 적어도 발진조작을 완료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비록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의 핸드브레이크를 풀고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하여 움직이게 하였다 하더라도 차의 엔진을 시동하지 아니하였다면 같은 법 제41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주취중 운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창주)

피고

서울특별시 지방경찰청장

주문

1. 피고가 1998. 8. 20. 원고에 대하여 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채택증거:갑 제1호증, 을 제1, 3, 8, 11호증)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되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1991. 4. 15. 제2종 보통 자동차운전면허(면허번호: (생략))를 취득하였다.

나. 피고는, 원고가 1998. 7. 5. 19:30경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255의 94 앞길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155%의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번호 생략) 엘란트라 승용차를 운전하였다는 사유로, 같은 해 8. 20.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제8호 , 제41조 , 같은법시행령 제31조 , 같은법시행규칙 제53조 제1항 [별표 16]의2. 취소처분 개별기준의 일련번호 2를 적용하여 원고의 위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피고의 위 처분사유에 대하여, 원고는 (1) 이 사건 당시 다른 차량의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좁은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던 위 승용차의 핸드브레이크를 풀어 도로의 경사를 따라 약 4m 가량 후진하도록 하였을 뿐 시동도 걸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두고 위 승용차를 운전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2)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사건 운전의 경위, 주취 정도, 자동차운전의 생계 관련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한다.

나. 인정된 사실관계

(채택증거:을 제6, 8호증, 증인 소외 1, 2, 변론의 전취지)

(배척증거:을 제5호증)

(1) 원고는 1998. 7. 5. 처남 소유의 위 승용차에 처인 소외 1과 자녀들을 태우고 친목계 계원들과 함께 수락산으로 가족 동반 야유회를 가서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함으로써 상당히 취하였기 때문에 저녁 무렵에 야유회를 마치고 돌아올 때에는 소외 1이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귀가하였다.

(2) 대로에서 원고의 집으로 통하는 오르막 골목길은 승용차 2대가 간신히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폭이 좁아서 만일 길 한쪽에 주차를 하는 경우에는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 맞은편을 피하여 담쪽에 아주 가까이 차를 세우지 않으면 다른 차의 통행이 어려운데, 소외 1이 위 엘란트라 승용차를 운전하여 위 골목길에 들어섰을 무렵에는 때마침 소외 2의 프라이드 승용차가 위 엘란트라 승용차의 진행방향 오른쪽에 있는 전봇대 맞은편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소외 1은 더 이상 차를 진행시키지 못하고 경음기를 몇 번 누르다가 하는 수 없이 위 프라이드 승용차 바로 앞에 세워져 있던 다른 차의 반대편 앞쪽에 차를 주차시킨 후 시동키를 뽑아들고 자녀들과 함께 그 곳으로부터 약 30∼40m 떨어진 곳에 있는 집으로 먼저 들어갔다.

(3) 그런데 그 직후인 같은 날 19:30경 소외 2가 위 프라이드 승용차를 운전하여 골목길을 내려오다가 엘란트라 승용차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원고에게 주차 위치를 옮겨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엘란트라 승용차에 승차하여 핸드브레이크를 풀고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함으로써 차가 길의 경사를 따라 수 미터 후진하도록 하였으나 당시 원고는 시동키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관계로 차의 시동을 걸지는 아니하였다.

(4) 그러나 위와 같은 주차위치 변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외 2의 프라이드 승용차가 골목길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되자 그가 원고에게 엘란트라 승용차를 대로까지 후진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시동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이를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되어 서로 시비를 벌이다가 소외 2가 원고로부터 폭행을 당하게 되었고, 잠시 후 소외 2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원고를 이문 2파출소로 연행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위와 같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를 후진하였다는 소외 2의 진술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0.155%로 측정되었다.

다. 판 단

(1) 도로교통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1조 제1항 에 의하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 법 제15조 제1항 ) 및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을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법 제2조 제14호 에 의하면 '자동차'라고 함은 철길 또는 가설된 선에 의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차를 말하고 있고, 같은 조 제19호 에 의하면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법 제41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하는 것이 본래의 사용방법으로 되어 있는 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즉 원동기의 시동을 걸고 핸들이나 가속기 또는 브레이크 등을 손이나 발로 다루어 일정한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게 하여 발진하거나 적어도 발진조작을 완료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비록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의 일부 장치를 조작하여 움직이게 하였다 하더라도 차의 엔진을 시동하지 아니하였다면 법 제41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주취중 운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주차되어 있는 위 엘란트라 승용차의 핸드브레이크를 풀고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하여 위 승용차가 도로의 경사를 따라 수 미터 이동하게 하였을 뿐 시동을 걸지는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니, 원고가 위 승용차를 운전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백윤기(재판장) 박성수 최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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