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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 6. 22. 선고 2011나8616 판결
[진료정지처분무효확인등][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서 담당변호사 권진웅)

피고, 피항소인

피고 학교법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용문)

변론종결

2012. 5. 25.

주문

1.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가 2009. 9. 24 주1) . 원고에 대하여 한 진료정지처분은 2010. 12. 11. 이후로 무효임을 확인한다.

나. 원고의 나머지 무효 확인 청구와 금원 지급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2/3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9. 9. 24. 원고에 대하여 한 진료정지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3,253,120원과 그 중 ① 3,000만 원에 대하여는 2009. 9. 1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② 23,253,120원에 대하여는 2010. 10. 26.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학교법인으로서 그 산하에 ○○대학교를 두고 있고, 원고는 1996. 4. 1.부터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피고가 운영하는 ○○대학교 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의 산부인과 전속의사(임상교원)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에 대한 진료축소 등 처분 및 진료복귀결정

1) 피고 병원의 인사위원회는 2007. 6. 11. 원고의 진료 등으로 인하여 의료사고 내지 의료사고성 진료분쟁이 다발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진료축소, 진료수당감액 및 재교육 처분을 하였고, 이에 원고는 2007. 8. 8. 피고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 2007가합10548호 로 위 처분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그 후 인사위원회가 2008. 4. 1. 원고에 대하여 진료복귀결정을 하자 원고는 2008. 4. 26. 위 소를 취하하였다.

다. 1차 적정진료평가위원회 개최

피고 병원은 2009. 3. 27. 1차 적정진료평가위원회를 개최하여 진료 복귀 후 원고의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건별로 심의·검토함으로써 진료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로 하였다.

라. 2차 적정진료평가위원회 개최

1) 이에 따라 피고 병원의 산부인과 과장인 소외 1 교수와 산부인과 소속 전공의들은, 원고가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환자에 대하여 한 진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각 진술서를 작성하여 피고 병원에 제출하였다.

2) 이에 2차 적정진료평가위원회는 2009. 5. 14. 위 각 진술서를 기초로 원고의 위 환자들에 대한 진료의 적정성 여부를 심의하여 원고의 진료 절차, 방법, 행위 등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자, 인사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진료정지를 건의하기로 결정하였다.

마. 3차 적정진료평가위원회 개최

1) 한편, 쌍태아 임신 17주차에 들어선 소외 6은 2009. 5. 4. 쌍태아 중 1명의 태아 양수가 파수되자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원고로부터 진료를 받은 후, 2009. 5. 24. 피고 병원의 인터넷 게시판 등에 “원고가 환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잔인하고 비현실적인 표현과 비정상적인 진료로 산모인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다.”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다.

2) 이에 3차 적정진료평가위원회는 2009. 6. 4. 원고에게, 원고가 소외 6 환자 등에 대하여 적정하게 진료하였는지에 관하여 심의할 것이니 2009. 6. 8. 개최될 적정진료평가위원회에 출석하라고 요청하였다.

3) 원고는 2009. 6. 8. 개최된 적정진료평가위원회에 소외 6 환자에 대한 진료 내용 및 그 경위 등에 관한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적정평가진료위원회는 소외 6 환자와 관련된 사항을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결정하였다.

바. 인사위원회의 개최

1) 위와 같은 적정진료평가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인사위원회는 2009. 9. 8.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개최 사유로 2009. 9. 16.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라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ㆍ 인사위원회 개최 사유

- 적정진료평가위원회의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한 심의 요청

- 진료 및 수술 기술의 문제점으로 인한 환자 보호 및 의료 과실 예방을 위한 조치 필요

ㆍ 진료 과실 및 민원 관련 자료 5건 : 소외 2(ID 1 생략), 소외 3(ID 2 생략), 소외 4(ID 3 생략), 소외 6(ID 4 생략), 소외 5(ID 5 생략) (다만, 인사위원회가 원고에게 교부한 출석요구서에는 환자 5명의 성명 중 가운데 글자가 ‘○’로 표시되어 있었다)

2) 원고는 2009. 9. 16.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위 환자 5명에 대한 진료 내용과 그 경위 등에 관한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사. 진료정지처분

인사위원회는 2009. 9. 24. 원고에게 “2009. 10. 1.부터 피고 병원에서 원고의 진료를 정지하고(이하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이라고 한다), ○○대학교 교수로서의 자격 심의 여부에 대하여는 대학에 상정하기로 한다.“라는 내용의 2009. 9. 16.자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통보하였다.

아.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에 대한 재심의

1) 원고가 2009. 10. 7.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하자, 인사위원회는 2009. 10. 13. 원고에게, 2010. 10. 20. 재심의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라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2) 원고는 2010. 10. 20.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위 환자 5명에 대한 진료 내용과 그 경위 등에 관한 진술서를 다시 제출하였다.

자. 재심의 결과 통보

인사위원회는 2009. 10. 23.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재심의 결과를 통보하였다.

[심의결과]

ㆍ 추가로 인정할 사항은 없으며, 2009. 9. 16.자 인사위원회의 결정사항과 동일함.

ㆍ 병원 진료를 정지함(2009. 10. 1.부)

ㆍ 대학 교수로서의 자격 심의 여부에 대하여는 대학에 상정하기로 함.

[결정근거 및 사유]

ㆍ 인터넷을 통한 병원 이미지 실추

- 인사규정 제48조 제5항 및 전속의사 인사규정 제18조 제4항에 의거하여 병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징계할 수 있음

ㆍ 적정진료에 대한 적정진료평가위원회의 검토 결과

- 진료 절차, 방법, 행위 등에 대하여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진료정지 의견

- 적정진료평가위원회 규정 제3조 ‘진료행위의 평가’에 의거하여 환자의 안전 보호 및 의료 과실 발생 예방 차원에서 진료정지 결정

ㆍ 해당과 과장의 진료 정지 건의 및 전공의 의견

- 환자 진료의 적절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능력, 진료, 수술 기술에 문제점 있음

차. 피고 병원의 관련 규정

피고 병원의 인사규정, 의료원 전속의사 인사규정 등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6 내지 15, 18, 19, 21, 24호증, 을 제1 내지 4, 7, 8, 1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성격과 그 정당성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성격은 징계처분임

인사위원회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하면서 그 근거규정으로 인사규정 제48조 제5항 및 전속의사 인사규정 제18조 제4항을 들고 있는데, 위 규정은 피고 병원의 직원에 대한 징계사유에 관한 규정인 점,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그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원고로서는 무기한으로 진료를 기반으로 한 연구 활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진료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 그 불이익이 정직, 감봉보다 훨씬 가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진료정치처분은 징계처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인사규정 제49조 제1호에서는 징계의 종류로 해임, 파면, 정직, 감봉, 견책, 경고만을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그 밖에 피고의 정관, 피고 병원의 취업규칙, 전속의사 인사규정에서 징계의 종류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바도 없으므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아무런 근거가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징계처분에 해당한다.

2) 징계절차상의 위법성

3차 적정진료평가위원회는 당초 심의대상으로 삼으려 했던 소외 6 환자의 민원 제기와 관련하여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하였음에도 인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점, 피고 병원은 원고에게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려는 사유, 즉 징계사유를 미리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던 점, 따라서 원고는 징계사유를 알 수 없어서 실질적인 의견진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그 절차상의 하자로 인하여 위법하다.

3) 징계사유의 부존재

원고는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 환자에 대하여 정당한 진료를 하였고, 인사위원회가 문제 삼고 있는 진료상의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며, 소외 6이 인터넷에 제기한 민원은 음해성 민원에 불과한 점, 인사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에 관하여 전공의들의 말만 들었을 뿐이고 실질적인 조사 등을 거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오로지 원고를 피고 병원에서 내보내기 위한 부당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4) 재량권의 일탈·남용

설령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이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직무명령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진료정지처분의 사유가 부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절차에도 하자가 있는 점,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은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점, 원고는 피고 병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왔고, 국제적으로도 그 공로와 업적을 인정받은 점, 단지 민원이 제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진료정지처분이 이루어진 사례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성격은 직무명령임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징계처분이 아니라 인사권자의 지휘·감독권에 근거한 직무명령에 불과하다.

2) 절차상 하자의 부존재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징계처분이 아니므로 취업규칙 등에 규정된 징계절차를 엄격히 준수할 필요가 없고, 피고 병원은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에서 원고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즉, 인사위원회가 원고에게 출석 통보를 하면서 문제된 진료에 관한 환자 5명의 성명과 ID를 제공하였고, 원고는 위 환자들의 진료 내용과 그 경위 등에 관한 진술서를 미리 준비하여 제출한 점, 나아가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소외 5 환자에 대하여는 자신이 수술하지 않았다는 등으로 변명을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인사위원회에서 심의될 내용을 알고 있었고 또 의견진술 기회도 충분히 제공받았다.

3) 적법한 처분사유에 기한 재량권 범위 내의 처분임

적정진료평가위원회는 원고의 진료 절차, 방법, 행위에 문제가 많아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산부인과 과장 소외 1 교수 및 소속 전공의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원고의 진료가 통상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하여 인사위원회에 진료정지를 요청하였고, 그에 따라 인사위원회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재량권 범위 내의 것으로서 정당하다.

3.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성격(징계처분이 아닌 직무명령)

앞서 본 사실과 증거에 당심 증인 소외 7, 소외 8, 소외 9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소외 1 교수는 “원고는 2007. 8. 이후 응급환자를 진료할 능력이 없었고, 전공의들이, 원고가 응급환자를 진료하면 살 수 있는 환자가 죽는다며 원고의 당직이 계속되면 모두 병원을 나가겠다고 하여, 원고를 당직에서 제외하였다. 원고는 응급환자를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무지한 환자나 보호자에게 수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라고 하여 응급수술 시기를 놓친 적도 있다. 원고의 수술방법도 불완전하여 앞으로 의료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산부인과 전공의들 역시 원고의 진료 및 수술 방법 등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각 진술서를 피고 병원에 제출하였고(당심 증인들도 같은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적정진료평가위원회도 원고의 진료 절차, 방법, 행위 등이 부적절하다고 평가하여 인사위원회에 원고의 진료정지를 건의하였던 점, ② 인사위원회는, 위와 같이 산부인과 과장을 비롯하여 소속 전공의들까지 원고의 진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적정진료평가위원회도 원고의 진료정지를 건의하자, 원고가 계속 진료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하였던 것일 뿐, 원고의 진료에 명백한 잘못이 있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하였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원고의 환자 진료만을 정지시키는 것일 뿐, 대학교수나 임상교원이라는 신분상 지위에 변동을 초래한 것도 아닌 점, ④ 피고 병원의 인사규정 등은 진료정지처분을 징계의 종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료정지처분에 관한 언급 자체가 없는 점, ⑤ 원고는, 2009. 10. 23.자 인사위원회의 재심의 결과 통보서의 ‘결정근거 및 사유’란의 “인사규정 제48조 제5항 및 전속의사 인사규정 제18조 제4항 의거하여 병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징계할 수 있음”이라는 기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징계처분의 일종이라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기재는 소외 6 환자의 인터넷 게시 건과 관련하여 원고가 피고 병원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고 병원의 규정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표현한 것에 불과하지, 징계에 관한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징계처분으로써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한다는 취지는 아니며, 또 인사위원회는 소외 6 환자 건과 관련한 명예훼손만을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사유로 삼은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른 4명의 환자들에 대한 원고의 부적절한 진료에 관한 소외 1 교수와 전공의들 및 적정진료평가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원고의 진료로 인하여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를 방지하고 환자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것을 그 주된 사유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⑥ 피고 병원의 인사규정 제12조도, 병원은 직원의 자격과 능력, 적성, 경력, 기타 병원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보임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일반적인 인사권의 범위에 포함되는 직무명령 또는 인사명령일 뿐, 실질적인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옳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17179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이 징계처분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정당성

가. 처분 당시의 정당성

1) 인사명령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것이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으며,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인사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앞서 본 사정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 즉 ① 피고 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소외 1 교수와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원고의 진료 및 수술 방법 등에 문제가 많다는 의견을 제출하였고, 적정진료평가위원회에서도 원고의 진료를 심의하여 부적절하다고 평가하여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한 심의를 건의한 점, ② 소외 1 교수와 산부인과 전공의들 및 적정진료평가위원회, 인사위원회 위원들이 원고를 피고 병원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원고를 음해하고 있다고 볼 만한 별다른 정황이 없는 점, ③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원고의 근로 내용을 확정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잠정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으로 인하여 대학교수 내지 임상교원으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진료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진료를 기초로 한 각종 연구 활동을 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교수로서의 평가와 신뢰가 저하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피고 병원으로서는 의료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원고에 대하여 진료정지처분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봄이 옳다. 그리고 진료 및 수술 과정에서 진료기록이 보완 또는 수정될 수 있고, 실제 그런 일이 일부 있기도 하였던 점(당심 증인들의 증언 참조),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의료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 점, 진료기록 자체가 진료 및 수술 과정 전부를 기재하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심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상 원고의 진료에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된 바 없다고 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달리할 것은 아니다.

3)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피고 병원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하기 위하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는데, 인사위원회는 미리 원고에게 문제된 진료에 관한 환자의 성명과 ID를 제공하면서 인사위원회에 참석할 것을 통보한 점, ② 원고는 인사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환자의 진료 내용과 그 경위 등에 관한 진술서를 준비하여 제출하기도 하였고, 인사위원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기도 한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함으로써 재심의를 위한 인사위원회도 개최되었고, 원고는 그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진술한 점, ④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피고 병원의 인사규정에서 정한 징계처분이 아니므로 취업규칙 등에 규정된 징계절차를 엄격히 준수할 필요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함에 있어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도 모두 거쳤다고 봄이 옳다.

4) 따라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필요성, 그에 따른 원고의 불이익,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함에 있어 피고 병원이 거친 절차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처분 당시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였다고 봄이 옳다. 그러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처분 후의 정당성 상실

1) 먼저 관련 법리에 관하여 보건대,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대기발령이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이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휴직,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대기발령 근거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대기발령 사유의 발생에 따라 근로자에게 대기발령을 한 것이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해 대기발령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대기발령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만일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 참조).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원고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으로 인하여 임상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그 본질적 근로 내용인 진료를 제한받고 있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원고의 근로 종류나 내용을 확정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근로 내용을 잠정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불과하고, 따라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원고의 피고 병원 의사로서의 지위에 관한 한은 대기발령과 유사한 처분이라고 봄이 옳다.

3) 그런데 을 제18 내지 20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원고가 2010. 12. 10. 제출한 준비서면에 첨부한 참고자료)를 보태어 보면, ○○대학교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2010. 3. 30.부터 2010. 8. 30.까지 모두 6회에 걸쳐 원고, 산부인과 과장인 소외 1 교수, 산부인과 전공의들, 간호사들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의 조사를 벌였고, 진상조사위원회는 그 조사결과를 종합하여 ○○대학교에, 원고가 임상교원으로서 진료를 담당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실, ○○대학교는 2010. 11. 29. 교원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게 연구전담교수로의 직종 변경을 제안하였으나 원고가 답변을 보류하자, 2010. 12. 4. 원고에게, 2010. 12. 10.까지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위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한 사실, ○○대학교나 피고는 위 기한이 지났음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4) 앞서 본 사정에 위 인정사실을 보태어 보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 즉 ① 피고 병원의 산부인과 과장인 소외 1 교수,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모두 원고의 진료의 문제점에 대하여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 후 원고의 임상교수로서의 자질, 진료의 적정성, 다른 의료진과의 협업 가능성 등을 신중하고도 충분히 심의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② 피고는 실제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모두 6회에 걸쳐 관련인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의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에 따라 교원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피고의 제안에 대한 원고의 의견 제출 기한을 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절차와 기간은 상당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그 절차나 기간이 상당하지 않다고 볼만한 정황이 존재하지 않는다.

5) 나아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 유지의 정당성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와 같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성격, ○○대학교의 진상조사와 교원인사위원회의 경과 및 그 기간,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대학교 교원인사위원회에 대한 원고의 의견 제출 기한이 경과한 시점인 2010. 12. 11. 이후에는 원고를 진료에 복귀시키거나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보나 전근의 인사명령을 내리는 등의 확정적인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효력에 관한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이라는 사유를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2010. 12. 11. 이후에는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로서 그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무효가 되었다고 봄이 옳다.

5. 진료수당 및 위자료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위법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으로 인하여 피고로부터 2009. 10.부터 2010. 10.까지 사이에 급여 중 12개월분의 진료수당을 지급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2)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53,253,120원{진료수당 23,253,120원(1,937,760원 × 12개월) +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진료수당 청구에 대한 판단

1) 피고 병원의 급여규정 제18조 내지 제20조는, 피고 병원은 직원의 직책·직무 수행에 관련하여 수당을 지급하되, 병가, 결근, 해외연수 등의 사유로 인한 기간은 그 일수만큼 공제하여 일할 계산하고, 휴직 또는 정직된 직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 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런데 진료수당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직무수행에 관련된 수당이라고 할 것인데, 원고는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으로 인하여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2010. 12. 11. 이후에야 무효가 되었을 뿐, 그 이전에는 여전히 유효한 처분으로서 존재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이 유효하였던 기간 동안의 진료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위자료 청구에 대한 판단

1)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그 해고 등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는 할 수 없고,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해고 등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 등을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해고 등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취업규칙 등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처럼 사용자에게 부당해고 등에 대한 고의·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불법행위가 성립된다( 대법원 1997. 1. 21. 선고 95다24821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2010. 12. 11. 이후에야 무효가 되었을 뿐, 그 이전에는 여전히 유효하고도 정당한 처분이었던 점, ② 비록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유지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기는 하나,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효력에 관한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인 사실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 유지에 영향을 미쳤을 것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부당한 유지에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2010. 12. 11. 이후로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의 정당성을 들어 그 효력을 다투는 이상 원고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으므로, 원고의 무효 확인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무효 확인 청구와 금원 지급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별지 생략]

판사 황병하(재판장) 명재권 김동규

주1) 피고 병원의 인사위원회가 2009. 9. 24. 원고에게 “2009. 10. 1.부터 피고 병원에서 원고의 진료를 정지하고, ○○대학교 교수로서의 자격 심의 여부에 대하여는 대학에 상정하기로 한다.“라는 내용의 2009. 9. 16.자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통보한 사실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데, 원고는 인사위원회 심의일을 기준으로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을 특정하였으나, 이 사건 진료정지처분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일방적 의사표시이므로, 그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도달한 날을 기준으로 그 일자를 특정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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