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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 6. 14. 선고 2011나26010 판결
[기타(금전)][미간행]
원고, 항소인

한화케미칼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인재 외 5인)

피고, 피항소인

한국산업은행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외 1인)

변론종결

2012. 5. 3.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22,592,917,673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6. 26.부터 이 사건 조정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16면 12행의 “한화컨소심엄”을 “한화컨소시엄”으로, 19면 1행의 “2008. 6. 18.”을 “2009. 6. 18.”로 각 수정하고, 원고의 당심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을 아래 2.항 및 3.항과 같이 추가하거나 보충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해당 부분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거래조건의 변경요구와 최종계약 미체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과 같이 채권금융기관에 의하여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워크아웃기업’의 인수절차는 회생기업(구 정리회사)의 인수절차와는, 각 그 매도인이 채권금융기관과 회생기업의 관리인으로 상이하고, 매각의 방식도 구주(기존 채권에 갈음하여 출자전환받은 주식) 매각과 신주 인주로 다르며, 전자는 우발채무의 발생가능성이 높은 반면, 후자는 회생절차를 통하여 미신고 회생채권이 실권되므로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워크아웃기업의 인수는 오히려 일반적인 기업 인수절차와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생기업 인수절차를 모방하여, 인수대금 조정의 범위가 협소하고 중대한 부정적 변화시(Material Adverse Change) 계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조항(Walk-away)이나, 대상회사의 자산상태에 대한 매도인의 진술 및 보장 조항(Representation and Warrants)을 두지 아니하는 등 채권금융기관의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하여 매수인에게 불공정한 규정을 강요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워크아웃 기업의 인수에는 기업실사(Due Diligence)가 중요한 의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양해각서는 피고 산업은행의 강요로 확인실사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2008. 12. 29.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한다는 조항과 위 조항 위반시 매수인측에만 편면적인 이행보증금 몰취규정을 두고 있는바, 원칙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 상의 규정인 점과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점에 비추어, 이행보증금 몰취규정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

이 사건 양해각서 제12조 제2항 제4호의 이행보증금 몰취요건은 “매수인들이 본입찰제안서, 본 양해각서 및 매수인들이 본건 거래의 조건에 관한 매수인들의 최종 입장으로서 매도인들에게 서면으로 통지한 내용과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2008. 12. 29.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을 요건으로 하며, 정당한 이유가 없음은 이행보증금 몰취요건의 하나로써 피고들이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① 2008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대상회사의 3/4분기 파생상품거래손실이 2,314억 원에 이르러 종전 누적 파생상품거래손실의 1.5배를 상회하고, 2008. 12.말경 주1) 순현금성자산 은 2008. 6.말보다 1조 5,000억 원 이상 급감하였으며, 신규 수주 중단 및 기존 수주 취소 등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2009년에는 대상회사에 최대 2조 3,000억 원의 자금부족이 예상되었으므로,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Method, DCF법)에 의하여 산정한 대상회사의 주식가치는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 전과 비교하여 급락한 점, ② 한화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던 3조 원을 초과하던 현금이 5,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하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자금차입비용이 증가하였으며, 재무적 투자자들이 추가수익률을 요구하기 시작한 반면, 원고 등이 보유한 자산가치가 하락하여 자산의 추가매각이 불가피해지는 등 자금조달비용이 급증한 점, ③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회사의 부실 파악을 위하여는 확인실사가 필수적이며 피고들은 확인실사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회사 노조에게 “선협상·후실사 원칙”에 합의하여 주고 한화컨소시엄의 정보제공요청마저 거부하였던 점, ④ 위와 같은 사정변경에 따라 피고들에게 계약 수정을 위한 교섭의무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협조의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산업은행은 한화컨소시엄이 요구한 최종계약 초안 수정 및 협상 요청을 거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 산업은행에게 거래조건 등의 변경을 요청한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범위 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양해각서 제12조 제2항 제4호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피고들의 이행보증금 몰취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였다.

나. 이 사건 양해각서의 의의 및 불공정성 여부 판단

양해각서란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하기 전까지 당사자 사이에 협상에 관한 내용이나 합의내용의 골격을 작성하는 문서로서, 종래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형태로 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워크아웃기업이나 회생기업의 인수절차와 같이 구조조정이나 회생절차를 거쳐 우발채무의 발생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대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매각절차로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요구되고, 다수의 인수희망자로부터 경쟁입찰의 방식을 통하여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계약체결 강제의 필요성이 중요시되는 경우 최종계약의 체결 전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와 같이 양해각서는 체결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에서부터 강한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는 것이 가능하고,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나 능력, 협상력, 법적 쟁점에 대한 검토능력이 대등하다면, 이는 법원의 후견적 간섭이나 보호가 필요한 영역이라기보다 당사자 사이의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서 당사자 사이의 합의는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채권금융기관에 의하여 기업구조조정절차(이른바 ‘워크아웃’절차)가 진행되면 주채권은행 또는 협의회는 해당 부실징후기업에 대하여 동 기업과 협의하여 선임한 회계법인 등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자산부채실사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평가 등을 받게 함으로써 대상회사의 부실자산이나 채무가 드러나게 되고,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절차를 개시하거나 대상 기업에 ‘자금관리인‘을 파견하여 대상기업의 자금관리 등 주요 업무 집행시 승인을 얻도록 요구할 수 있다(구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주2) 제11조 제1항 , 제13조 제3항 , 위 법률은 대상회사에 대한 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된 후 제정되었으나, 대상회사에 대한 워크아웃절차도 이와 유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말 도래한 경제위기로 1999. 8. 대우중공업에 대한 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되어 2000. 10. 23. 위 회사는 대상회사 등 3개사로 분할되었고, 피고들은 2000. 12. 14. 대상회사에 대한 채권 합계 9,879억 원을 출자전환한 사실, 피고들은 대상회사가 2001. 8. 26. 워크아웃절차를 조기 종료한 후에도 대상회사의 주식 과반수를 보유한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며 대상회사는 상장기업으로서 회사의 영업 및 생산, 재무구조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주요사항에 대하여 공시의무를 부담하는 사실은 다툼이 없는바, 이러한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워크아웃기업, 특히 대상회사의 경우 우발채무의 발생이나 자산가치 부실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워크아웃기업 인수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대상회사의 자산가치에 대한 진술 및 보장이 없다거나, 가격조정 한도의 범위가 제한적인 점(한화컨소시엄은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얻기 위하여 본입찰안내 당시 매매대금의 5%였던 조정범위를 더욱 감축하여 3%로 할 것을 제안하였는바, 매매대금의 조정범위가 협소함을 탓하는 원고의 주장은 실당하다), 편면적 위약금 혹은 위약벌 몰취 규정의 존재, 중대한 부정적 변화시 계약해제 등 조항의 부재만으로 불공정한 약정이라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양해각서(갑 제4호증) 제3조 제2항은 본 양해각서는 매도인들과 매수인들 사이에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고, 갑 제69호증, 을 제6호증의 1, 을 제34호증의 1 내지 9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일부 증언(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의하면, 한화컨소시엄은 대상회사에 대한 예비실사 단계, 입찰제안 단계 및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국내 유수 법무법인의 법률자문과 세계적인 투자자문사 제이피모건의 인수자문 등 인수합병절차 전문가들로부터 최고 수준의 자문을 받았고,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양해각서 최종안 협의과정에서는 그 문구 내용의 의미와 효력 등에 관하여 면밀한 검토를 하며 진행하였던 사실, 한화컨소시엄과 피고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2008. 10. 29. 회의를 가진 이래 양해각서 수정안을 수차 교환하며 교섭한 사실, 위 과정에서 피고측은 2008. 말까지 최종계약 체결과 거래종결을 요구하였는데, 한화컨소시엄은 연내 최종계약 체결은 몰라도 거래종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사실, 피고측은 다시 “확인실사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2008. 12. 19.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하였고, 한화컨소시엄은 위 수정안에 “단 최종계약의 체결은 2008. 12. 29.까지 확인실사가 2주 이상 정상 진행된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단서를 덧붙인 수정안을 제시한 사실, 피고측이 위 단서 조항을 거부하여 최종적인 양해각서는 “확인실사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2008. 12. 29.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하되,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을 추가함으로써 확인실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거나 일부만 이루어졌더라도 최종계약을 체결하되, 거래종결시까지 확인실사나 가격조정절차가 완료되지 아니하면 한화컨소시엄이 최종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원금 및 이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확정되었던 사실, 피고측은 거래종결일을 2009. 2.말로 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한화컨소시엄에 유리한 2009. 3. 30.로 정해진 사실, 원고가 소속된 한화그룹은 국내 10대 재벌에 속하고 피고 산업은행이 이 사건 인수과정 중 또는 무산 이후 원고측에 불이익한 조치를 취한 바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갑 제55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일부 증언 및 당심 증인 소외 3, 소외 4의 각 증언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뒤집을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양해각서는 대등한 당사자 사이에 충분한 법률적, 회계 및 재정적 검토를 거친 상태에서 체결되었고, 양해각서의 문언 그 자체가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다. 확인실사와 최종계약 체결, 거래종결의 관계

기업인수 거래에 있어 확인실사를 통하여 기업가치의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확인실사가 반드시 최종계약체결 전에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사자 의사에 따라 최종계약 체결 이후에 확인실사를 하기로 정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양해각서의 각 조항을 유기적으로 연관지어 살펴보면, 매수인측은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일 직후 최초로 도래하는 은행영업일(이하 ‘영업일’이라고만 한다)로부터 3 영업일 이내에 매매대금(매수인측이 제출한 본입찰제안서에 기재된 입찰금액)의 5%에 해당하는 이행보증금을 납부하여야 하고(제4조 제1, 2항), 이행보증금을 납부하면 상호 합의한 날로부터 3주간 동안 대상회사 및 그 계열회사에 대한 확인실사를 할 수 있으며(제5조 제1항), 확인실사 완료일 직후 최초로 도래하는 영업일로부터 5 영업일 이내에 가격조정요청서를 제시하고(제6조 제2항), 2008. 12. 29.까지 확인실사가 완료되지 아니하였거나 기타 제6조의 매매대금의 조정 또는 제7조 제1 내지 3항의 최종계약 체결절차(최종계약(안)의 통지 및 수정요청, 최종계약(안)에 대한 승인, 최종인수자 결정·통지, 최종계약 체결의 절차)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2008. 12. 29.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되, 최종계약 체결 이후에도 그 때까지 완료되지 아니한 확인실사 또는 가격조정절차 등을 계속하여 진행한 후 최종 매매대금을 정하기로 하였다(제7조 제4항, 제5항). 한편, 확인실사 및 가격조정 절차가 완료되었을 것을 최종계약의 거래종결 선행조건 중 하나로 하되, 천재지변이나 제3자의 방해 기타 매수인들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확인실사 또는 가격조정절차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만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것으로 정하였다(제8조 제2항 제9호 다목).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그 근거가 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양해각서 체결일인 2008. 11. 14.로부터 최종계약 체결일인 2008. 12. 29.까지 약 45일의 기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사기간은 그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3주로 예정하는 등 동종 규모 다른 기업의 인수를 위한 확인실사 기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짧았던 점, 한화컨소시엄과 피고들은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 당시 대상회사 노조의 실력저지로 인하여 확인실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점, 이 사건 양해각서의 법적 구속력에 의하여 확인실사를 거친 후 최종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매매대금의 조정은 3% 내외에 그치고, 확인실사 완료 전 입찰대금을 매매대금으로 하여 최종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이후 확인실사 및 가격조정절차를 거쳐 대금의 3% 범위내에서 최종 매매대금을 정하게 되어 있고 거래종결시까지 확인실사 및 가격조정절차가 매수인의 귀책사유 없이 완료되지 아니할 경우 최종계약을 해제할 수 있어 최종계약 체결전 확인실사의 실익이 크지 아니하였던 점과 대상회사에 우발채무나 드러나지 아니한 부실이 발견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양해각서 제7조 제4항의 2008. 12. 29.까지 확인실사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들은 최종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규정은, ‘확인실사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는 ‘확인실사가 개시되었으나 2008. 12. 29.까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 뿐만 아니라, ‘확인실사가 2008. 12. 29.까지 개시되지 못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한바, 피고들이 최종계약의 체결에 앞서 반드시 대상회사에 대한 확인실사가 개시 또는 완료될 수 있도록 조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한화컨소시엄 측은 이 사건 양해각서에 정한 바에 따라 최종계약체결기한인 2008. 12. 29.무렵 확인실사가 완료 또는 개시되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최종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라. 이행보증금 몰취 요건 (12조 2항 4호 해석) 충족 여부 - 정당한 이유의 유무

1) 본입찰제안서, 양해각서 등과 상반된 주장 및 최종계약 미체결

이 사건 양해각서 제12조 제2항 제4호는 “매수인들이 본입찰제안서, 본 양해각서 및 매수인들이 본건 거래의 조건에 관한 매수인들의 최종 입장으로서 매도인들에게 서면으로 통지한 내용과 상반된 주장을 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 및 본건 거래의 내용에 비추어 현저하게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등 정당한 이유 없이 본 양해각서 제7조 제3항에 규정된 최종계약 체결기간의 종료일 또는 2008. 12. 29. 중 빠른 날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등 매수인들의 책임 있는 사유로 양해각서가 해제되는 경우에는, 매수인들이 기납부한 이행보증금 및 그 발생이자는 위약벌로 매도인들에게 귀속된다.”고 정하고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한화컨소시엄은 2008. 12. 17.자 공문(을 제16호증의 4, 갑 제45호증)을 통하여, 양해각서의 내용과 달리 ① 매매대금 잔금의 분할납부, ② 확인실사 결과 최종계약 해제사유의 추가(중대한 부정적 사정의 발견 및 매수인측 귀책사유 없이 확인실사 및 가격조정절차가 3월 [ ]일까지 완료되지 못한 경우 등), ③ 계약금 납부기한의 변경(확인실사 및 가격조정 절차 완료 후), ④ 피고들의 대상회사에 대한 진술 및 보장조항과 손해배상책임조항을 둘 것을 요청하고, 2008. 12. 26.경 한화컨소시엄의 구성원인 한화 3사의 이사회는 ‘확인실사를 거친 후 최종계약을 체결할 것과 매매대금 지급조건의 완화 협의’ 등 본입찰제안서나 양해각서에 반하는 결의를 하였고, 한화컨소시엄측은 이를 반영하여 2008. 12. 26. ① 확인실사 후 최종계약의 체결, ② 매매대금 납부조건의 유연성발휘를 요청하였다(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 을 제21호증의 1).

한화컨소시엄은 2009. 1. 9. 제출한 자금조달계획(갑 제47호증, 을 제17호증)을 통하여, 본입찰제안서에 밝힌 자금조달계획(보유현금 3조 3,626억 원, 대한생명 주식매각을 통하여 1조 5,170억 원, 은행차입금 1조 9,500억 원,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1조 6,500억 원 합계 8조 4,796억 원, 을 제6호증의 2)과 달리 최종매매대금 중 약 3조 8,000억 원은 자산매각 등[보유현금 약 1조 원, 대한생명 주식매각 1조 7,500억 원(이 중 5~6,000억 원은 유보), 한화갤러리아 지분매각 1조 2,000억 원, 장교동, 소공동 건물 매각 6,300억 원]을 통하여 마련하고, 나머지 약 2조 5,000억 원에 해당하는 지분은 5년이 경과한 이후 일시 매수하겠다며, 이 사건 주식의 분할매각을 요구하였다.

이는 본입찰제안서, 양해각서 및 한화컨소시엄이 본건 거래의 조건에 관한 매수인들의 최종 입장으로서 매도인들에게 서면으로 통지한 내용과 명백히 상반된 주장 및 요구에 해당하며, 한화컨소시엄이 이와 같은 주장 및 요구를 하며 최종계약 체결을 거부함으로써 2008. 12. 29.까지 최종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2) 양해각서 체결의 기초가 무너진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는지 여부

한화컨소시엄이 위와 같은 주장 및 요구를 하여 최종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가) 대상회사의 자산가치의 하락 여부

갑 제11호증, 을 제64호증, 제67호증의 1, 3의 각 기재에 당심의 대상회사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을 모아보면, 대상회사는 환율변동위험 등을 회피할 목적으로 ‘통화선도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파생상품거래로 인하여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매출액의 증가로 손실이 상쇄되는 사실, 한화컨소시엄은 2008. 8. 14.자 대상회사의 파생상품거래손실발생 공시(을 제67호증의 1, 을 제64호증) 및 파생상품평가현황(을 제67호증의 3)에 의하여 파생상품평가현황 및 파생상품거래계약의 상세 내역을 제공받았던 사실, 2008. 12.말 기준 대상회사 보유 자산 중 순현금성자산은 전기에 비하여 감소하였으나 유형자산과 매출채권이 증가하여 오히려 순자산은 증가하였던 사실, 이는 지나친 현금보유를 피하기 위하여 선박대금 결제방식을 헤비테일 주3) (Heavy Tail)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대상회사의 경영상 조치에 기인한 것으로 한화컨소시엄은 예비실사단계에서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었던 사실, 대상회사의 주가는 2008년 경제위기의 여파로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 전인 2008. 10. 31. 최저점(7,960원)을 기록한 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사실, 제이피모건사는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 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조선업계가 조정기간을 거칠 것이라는 내용을 한화컨소시엄측에 보고(갑 제65호증의 1)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주장한 사정이 본입찰 및 양해각서 체결의 기초가 사실상 붕괴된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확인실사 또는 그에 준하는 자료가 제공되지 아니한다면 최종계약을 체결할 수 없을 정도의 사정변경이라고는 볼 수 주4) 없고, 갑 제95호증, 제1심 증인 소외 1, 당심 증인 소외 3, 소외 5의 각 증언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뒤집을 증거가 없다(오히려 양해각서 제6조 제1항 나목에서 매매대금의 조정사유에서도 제외되는 ‘주식시장에서의 가격 변동 및 시장상황 등 외부 경제 환경의 변화 및 그로 인한 영향’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나) 원고의 자금조달비용의 증가 여부

갑 제47호증, 을 제38 내지 42, 4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모아 보면, 2008. 9.경 리먼브러더스사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현실화된 사실, 한화컨소시엄이 본입찰제안 당시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은 보유현금 3조 3,626억 원(한화컨소시엄은 2008. 10. 6. 기준 은행잔고증명을 제출하였다), 대한생명 주식 매각대금 중 1조 5,170억 원, 은행차입금 1조 9,500억 원,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1조 6,500억 원 합계 8조 4,796억 원을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던 사실, 위 보유현금 중 상당부분은 단기차입금이었으나 한화컨소시엄은 이를 피고들에게 밝힌 바 없었던 사실, 한화컨소시엄 구성원인 원고 및 한화건설, 한화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07.말 1,495억 원에서 2008. 9.말 2조 5,119억 원으로 급증하였다가 2008. 12.말 4,608억 원으로 급감하고, 단기차입금은 2007.말 1조 1,426억 원에서 3조 9,260억 원으로 급증하였다가 2008. 12.말 2조 2,161억 원으로 감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화컨소시엄의 자금조달비용이 급증한 근본적이고 주요한 이유는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보유현금이 아니라 차입방식에 의하여 조달하려 하였기 때문이지 예상하지 못한 경제위기로 인한 것이 아니며, 이는 실제로 보유현금이 없어 차입에 의존하여야 함을 잘 알면서도 실제와 다르며 지킬 수도 없는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한 한화컨소시엄이 예상할 수 있었고 자초한 사정이었다고 할 것이고, 갑 제94호증,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5, 당심 증인 소외 4의 각 증언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뒤집을 증거가 없다.

3) 확인실사 미실시에 대한 피고들의 귀책사유 유무

양해각서 제8조 제2항 제7호 마목 및 제9호에 의하여, 피고들 뿐만 아니라 한화컨소시엄도 최종계약 거래종결의 선행조건(확인실사 포함) 충족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서로 협조하고, 제3자의 방해 등으로 확인실사가 정상적으로 완료되지 못하는 경우에도 위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여 본건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하여 신의를 다하여 성실히 협의하기로 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갑 제4, 10, 14 내지 22, 55, 61, 62호증, 을 제2, 6, 9 내지 14, 25, 26, 46 내지 48, 50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7, 소외 2, 소외 1, 소외 6의 각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대상회사의 노조는 이 사건 주식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실행되기 이전부터 정리해고 금지, 기존 단체협약의 승계, M&A성과금 지급 등을 요구하면서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예비실사단계에서도 현장실사를 저지하여 한화컨소시엄 관계자가 현장에서 장시간 대치하다가 실사를 포기하기도 하였던 사실, 원고의 대표이사는 2008. 9. 29. 대상회사의 우리사주조합에 대하여 본건 인수와 관련하여 대상회사의 임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까지 하였던 사실(을 제50호증), 피고 산업은행은 노조의 실사저지 문제 등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하여 입찰단계에서부터 노사관계 발전계획을 입찰제안서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한화컨소시엄은 입찰제안서(갑 제6호증의 1)에 “노사관계발전을 위하여 100% 고용승계, 고용안정보장, 5년간 인위적 정리해고 금지,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의 전면 승계, M&A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를 기재하여 제출한 사실, 대상회사 노조는 2008. 10. 30. 피고 산업은행에 이 사건 주식매각과 관련하여 고용승계 등 고용보장에 관한 사항, 기업회생성과금, 자사주 지급 등 종업원 보상에 관한 사항, 회사주요자산의 처분금지 등 회사발전에 관한 사항 등을 요구사항으로서 전달(갑 제14호증, 을 제10호증의 1)한 바 있는데, 한화컨소시엄 측이 본입찰제안서에 기재한 고용보장, 단체협약승계, 격려금 지급 등이 이루어지면 대상회사 노조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수용되어 실사저지가 해소될 수 있었던 사실, 그러나 한화컨소시엄은 2008. 11. 25.경 당초 입찰제안서에 기재한 내용과 달리 피고 산업은행 측에 고용보장과 관련하여서는 고용승계는 원칙적으로 수용하나 인수 이후 인적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할 수 없고, 완전한 고용보장 및 고용보장기간을 확약하는 것은 곤란하며, 단체협약 승계와 관련하여서는 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관행적으로 인정된 조합활동에 대하여 향후 실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여 정상적인 조합활동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수용할 수 없고, 종업원 보상과 관련하여서는 자사주 출연으로 인한 보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한화가 지급할 새출발 격려금의 지급시기와 규모는 인수절차완료 후 검토할 예정이며, 경영성과에 대한 노고와 관련한 성과금에 관하여는 피고 산업은행 측에서 지급하여 확인실사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던 사실(을 제10호증의 2), 한화컨소시엄은 2008. 12. 23.경 개최된 노조와의 3자 면담에 있어서 한화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에 불과하여 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 사실, 한화컨소시엄은 2009. 1. 7.경 피고 산업은행에 정밀실사로 회사 내용을 파악하기 전에는 노조와의 협의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본입찰제안서, 이 사건 양해각서 등에 명시된 노조관련사항을 공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사실, 한화컨소시엄과 피고 산업은행은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확인실사자료 준비를 위한 교섭을 진행하여 왔고, 한화컨소시엄의 2008. 12. 15.자 자료제공요청에 관하여 피고 산업은행은 2008. 12. 17. 한화컨소시엄에 “그 요청자료가 실질적으로 확인실사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를 제공할 경우 확인실사기간이 개시되는 것이 될 수 있는바, 대상회사나 노조에 확인실사의 개시를 알리지 않고 핵심적인 회사정보를 제공하여 실질적인 실사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노조와의 관계를 악화시켜 현장실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조와의 협의를 통하여 정상적으로 실사가 개시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던 사실, 한화컨소시엄은 앞에서 본 최종계약 내용 수정 요구와는 별도로 “확인실사 관련 한화 Guideline"을 통하여 자신들이 실사자료 준비 여부를 확인한 후에야 실사가 개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고측에 2008. 12. 24.까지도 계속하여 추가자료의 준비를 요청하였는데 피고 산업은행측의 조선업계 프레젠테이션 제안에 대하여는 이것이 ‘확인실사 개시’가 되는 것인지 확인하는 등 확인실사가 실제로 개시되는 것을 꺼리는 태도를 보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갑 제55호증의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6, 소외 7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위 인정 사실에 앞서 살펴 본 각 증거들에 의하여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기업의 인수합병절차에서 노조의 실사나 인수저지는 예견가능한 사태이고,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인 고용보장이나 단체협약 승계 여부는 향후 해당기업의 사용자가 될 매수희망자가 약속할 수 있는 사항이지 매도인이 이를 약속하거나 신뢰를 주기 어려운 점, 한화컨소시엄측은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 당시 대상회사의 노조가 확인실사를 저지하고 있어 확인실사가 최종계약 체결 시한인 2008. 12. 29. 이내에 개시 또는 완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비록 피고들이 확인실사기회제공에 관한 1차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한화컨소시엄도 제3자 즉 노조의 방해로 확인실사가 완료되지 아니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피고들에게 최대한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 점, 한화컨소시엄은 노조실사저지 해소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었던 고용보장, M&A성과금 지급 등과 관련하여 본입찰제안서, 이 사건 양해각서를 통하여 피고 산업은행과 사이에 이미 합의한 것과 달리 양해각서 체결 이후 부정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양해각서상 ‘비밀유지약정’을 이유로 본입찰제안서 및 이 사건 양해각서의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의 공개를 거부하였는바, 이는 노조의 실사저지를 해소하는 데 있어 중대한 걸림돌이 되었던 점, 노조의 요구사항 중 일부 경영관련사항(거래종결일로부터 일정기간 매각대상 주식의 처분 금지, 계열사 채무보증, 담보 제공 금지 등)은 대상회사의 인수 후 부실화 방지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사항으로 본입찰제안서나 양해각서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것인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한화컨소시엄은 이 사건 이행각서에 따라 노조실사저지 해소를 위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협조할 의무의 이행을 다하였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들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확인실사가 무산됨으로써 이 사건 양해각서에 따른 최종계약의 체결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와 달리 피고 산업은행이 확인실사를 저지하는 대상회사 노조를 상대로 “선협상 후실사 원칙”에 합의하여 주거나, 한화컨소시엄의 대상회사에 대한 확인실사자료 제공요청을 거부하여 확인실사가 개시되지 못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갑 제14 내지 22, 52, 53, 55, 61, 62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6의 각 일부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마. 소결론

따라서 한화컨소시엄이 대상회사의 자산가치 하락, 자금조달비용의 급증, 확인실사 미실시 등을 이유로, 본입찰제안서 및 이 사건 양해각서 등과 상반된 매각대금의 분할납부, 이 사건 주식의 분할매각, 확인실사 후 최종계약 체결 등의 주장 및 요구를 하며 2008. 12. 29.까지 최종계약 체결을 거부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몰취된 이행보증금 감액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양해각서 제12조 제2항의 이행보증금 몰취조항은, 매수인들의 귀책사유로 양해각서가 해제되는 경우에만 몰취가 가능하고, 양해각서 해제시 유일한 구제수단으로서 별도의 손해배상이 불가능하여(동조 제4항), 그 성격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양해각서에 최종계약 체결의무조항이 포함된 경위 및 이행보증금 몰취조항의 불공정성, 최종계약 미체결에 한화컨소시엄의 귀책사유가 없고 그로 인하여 피고들이나 대상회사가 입은 손해가 매우 적은 점, 이행보증금의 액수가 3,150억 원에 이르는 점에 비추어 적정한 수준으로 감액되어야 한다.

가사 이행보증금 몰취조항이 위약벌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행보증금 몰취 규정은 피고측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정해진 점, 이행보증금 몰취조항의 편면성,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대상회사 가치의 하락과 자금조달 금융조건의 악화 등을 고려할 때 확인실사의 기회도 제공받지 못한 채 최종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점, 피고측은 대상회사 노조의 실사저지를 이유로 이미 확보하고 있던 실사자료의 제공조차 거부하였던 점, 피고들의 출자전환 채권액(합계 9,879억 원)에 비추어 한화컨소시엄의 2009. 1. 9. 자금조달계획과 같이 최종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더라도 피고들에게 손해가 없는 점, 대상회사의 주식 매각이 무산된 후 피고들이 거액을 주식 배당금으로 수령하였으며 대상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여 더 높은 가격으로 주식매각이 가능하게 되는 등 피고들에게 그 어떤 손해도 발생하지 아니한 점, 이행보증금의 액수가 전례없이 과다하며 한화컨소시엄 내 한화 3사의 2008. 12. 31. 기준 당기순이익 합계의 76.68%에 이르는 점, 피고들은 모두 공공기관으로서 2008년 말 당시 국가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진 매각 무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한화컨소시엄에 부담시키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약벌 약정은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현저히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서 공서양속에 반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다.

나. 판단

1) 이행보증금 몰취규정의 성격

이 사건에서 보건대, 양해각서 제12조 제2항은 매수인들의 책임 있는 사유에 의하여 양해각서가 해제되는 경우에는, 매수인들이 기납부한 이행보증금 및 그 발생이자는 ‘위약벌’로 매도인들에게 귀속됨을 명시하고 있고, 한화컨소시엄과 피고들은 경제적 지위나 능력, 협상력 등에서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이 사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함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을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들이 한화컨소시엄을 포함한 본입찰 적격자들에게 송부한 본입찰안내서(을 제2호증의 1)에 첨부된 양해각서(초안)(을 제2호증의 2)에도 “양해각서 체결 직후 매매대금(입찰금액)의 5%를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하며(제4조 제1, 2항), “매수인들의 책임있는 사유에 의하여 해제되는 경우에는 기납부한 이행보증금 및 그 발생 이자는 ‘위약벌’로 매도인들에게 귀속된다”(제12조 제2항)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한화컨소시엄측이 대상회사의 입찰제안, 양해각서 체결 전후 과정에 걸쳐 최고 수준의 법률자문을 받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양해각서 체결의 당사자들은 대법원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여 그 취급을 달리 하고, 위약벌에 대하여는 민법 제398조 제2항 에 의한 감액을 허용하지 아니하며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에 한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인정하는 판례가 다년간 축적되어 왔음을 잘 알면서, ‘위약벌’ 규정을 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위 인정사실 및 비록 이행보증금 등이 3,150억 원에 이르기는 하나, 이는 약 6조 3,000억 원에 이르는 주식 매매대금의 5%로서 인수거래 규모에 연동하는 것이므로 위약벌 액수만을 따로 떼어내어 부당히 과다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점, 이 사건 주식매각은 부실화된 대상회사에 수년간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를 위하여 추진된 것으로서 국가경제와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는바, 신속한 최종계약의 체결 및 거래종결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점, 주식매각이 무산될 경우 피고들 및 대상회사가 입게 될 신인도의 추락이나 매각 또는 경영정상화의 기회상실로 인한 계량화하기 어려운 손해와 손실을 입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이행보증금 몰취조항은 비록 양해각서 해제에 따른 유일한 구제수단이라 하더라도 손해의 발생 및 손해액에 대한 입증곤란을 방지하고 법률관계를 간이화하기 위하여 둔 것이라기보다는, 예비입찰, 예비실사, 본입찰을 거쳐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컨소시엄에 이 사건 주식인수에 있어 우선적 지위를 보장하되 이 사건 양해각서에 정한 바에 따른 최종계약의 체결 및 거래종결을 강제하기 위하여 둔 것으로 보이는 점, 주식매각절차가 무산될 경우 매각절차에 대한 신뢰성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 당시 당사자들은 계약체결을 강제하기 위하여 이행보증금은 위약벌로 감액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하기로 하는 데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니, 이 사건 양해각서상 이행보증금 몰취규정은 이를 위약벌로 봄이 상당하다.

2) 위약벌 약정의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인지 여부

살피건대, 이행보증금의 위약벌 몰취규정은 본입찰안내시 이미 명시되어 있었고, 이 사건 주식 인수거래의 규모나 성격에 비추어 위약벌 몰취규정이나 그 금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는 점과 금융위기로 인한 대상회사 가치의 하락과 자금조달 금융조건의 악화 등은 양해각서에 명기한 최종계약 체결시한을 확인실사 후로 미룰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는 점, 한화컨소시엄은 이 사건 양해각서에 의하여 노조의 실사저지를 해소하고 확인실사를 하기 위하여 피고 산업은행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최종계약 체결 후에도 거래종결 시한까지 확인실사 불능시 계약해제가 가능함에도 최종계약체결을 미루면서 피고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거래조건의 변경을 요구하거나 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는 등 확인실사개시나 거래성사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대우중공업의 워크아웃 및 그로부터 대상회사가 분할된 경위 및 인수절차 무산 이후의 대상회사의 영업이익 창출로 인한 주가 상승과 주식 배당금 수령은 대상회사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하여 얻게 된 것으로서, 인수절차 무산에 책임이 있는 원고측이 원용할 수 없는 것인 점, 워크아웃기업 인수에 대한 진지한 검토나 진정성 없이 인수절차에 임하여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얻고도 최종계약 체결이나 인수거래 성사에 최선을 다하지 아니하는 당사자에 대하여는 제재가 필요하며, 사적자치에 의하여 당사자 사이에 정해진 위약벌 약정은 존중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양해각서상의 위약벌 약정은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현저히 공정성을 잃었다거나 공서양속에 반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가사 이행보증금 등 몰취에 관한 위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액수가 부당히 과다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감액하지 아니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강원(재판장) 견종철 이숙연

주1)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순현금성자산 = (현금 및 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상품) - (단기차입금 + 유동성 장기부채 + 유동성 금융리스부채 + 장기차입금 + 금융리스부채)

주2) 2001. 8. 14. 법률 제6504호로 제정되어 2005. 12. 31.까지 효력을 가지는 한시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이후 수차 한시법으로 제정되었고,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7조 제1항제5조, 제13조에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주3) 조선업계의 대금결제 방식으로 선수금 비율이 낮고 인도대금비율이 높은 대금결제 방식을 뜻한다.

주4) 한화컨소시엄은 최종계약 체결시한 무렵에는 물론 이 사건 조정신청서를 제출할 때까지도 ‘순현금성자산’의 감소를 지적하지 않다가 2011. 7. 19.자 준비서면에서야 이를 중요한 사정변경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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