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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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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1. 12. 15. 선고 2011노2687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김기문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고영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공소외 2와 공모하여, 2000. 6. 초순경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 소재 △△빌딩 10층 소재 공소외 1 회사 사무실에서 공소외 1 회사의 신규사업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 조달 명목으로 공소외 3 회사증권 ○○○○지점을 주간사로 하여 해외전환사채 1,000만 달러의 발행을 추진하였다. 이 중 800만 달러는 해외투자자에게 매각될 가능성이 없었는데 피고인은 800만 달러를 사채업자 공소외 4, 공소외 5 등으로부터 조달하여 전환사채를 매수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그 대금을 같은 달 23.경 공소외 1 회사의 예금계좌에 입금하는 형식을 취하고, 실제로는 입금된 800만 달러를 그때쯤 곧바로 인출하여 공소외 4 등 사채업자에게 되돌려주고, 위 금액 상당의 전환사채권을 찾아와 이를 소지하게 되었다. 위와 같이 800만 달러에 해당하는 해외전환사채가 사실상 매각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공소외 1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피고인과 공소외 1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공소외 2는 해외전환사채권을 발행하지 말아야 하고 설사 발행한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회수하여 소각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는데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같은 해 9.경 공소외 1 회사에서 위 전환사채 800만 달러(한화 95억 3,000만 원) 상당을 주식으로 전환한 뒤 이를 매각하여 위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고, 공소외 1 회사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2000. 6. 초순경 사채업자 공소외 4, 공소외 5로부터 400만 달러를 조달한 후 입금된 인수대금에서 400만 달러를 인출하여 곧바로 변제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이 위 400만 달러를 넘어서 사채업자들로부터 800만 달러를 조달한 후 이를 곧바로 되돌려 줌으로써 사실상 매각되지 않은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는지에 관하여는 그 판시사실 등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공범 공소외 2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2002노941 판결 문 등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득액 400만 달러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이와 단일죄의 관계에 있는 나머지 400만 달러(약 45억 3,000만 원) 부분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주문에서 면소를 선고하였다.

3.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공범인 공소외 2에 대한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범죄사실과 상반되고,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3 회사증권이 인수한 400만 달러 전환사채 역시 처음부터 피고인이 재매입하여 주기로 하였던 바에 따라 납입되어 있던 인수자금 440만 달러(50억 원)를 담보로 제공하여 받은 대출금으로 재매입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전환사채의 매각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어 이 부분 전환사채의 발행 역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3 회사증권에 인수되었다가 재매입된 400만 달러 전환사채는 매각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400만 달러 전환사채에 관한 공소사실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4. 당심의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공소외 1 회사의 실질 운영자인 피고인은 2000. 6. 하순경 공소외 3 회사증권 ○○○○지점을 주간사로 하여 공소외 1 회사의 총액 1,000만 달러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하였는데, 1,000만 달러 전환사채 중 400만 달러 부분은 사채업자로부터 차용한 돈으로 인수하였다가 납입된 인수대금을 바로 인출하여 차용금을 변제하고, 400만 달러 부분은 주간사인 공소외 3 회사증권이 인수하되 공소외 1 회사가 이를 440만 달러에 재매입하여 주되 납입된 인수대금을 담보로 제공하고서 대출을 받아 재매입자금을 조달할 계획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하였다.

(2) 피고인은 사채업자 공소외 4, 공소외 5로부터 400만 달러를 차용하여 전환사채 인수대금으로 공소외 3 회사증권에 납부하였고, 공소외 3 회사증권은 2000. 6. 23. 전환사채 인수대금으로 입금된 1,000만 달러에서 수수료 및 변호사비용 등을 공제한 966만 달러를 공소외 1 회사의 평화은행 외화보통예금계좌로 입금하였는데, 피고인은 같은 날 466만 달러를 51억 9,700만 원 상당으로 환전하여 공소외 1 회사의 제일은행 예금계좌로 입금하였다가 이 중 400만 달러에 해당하는 45억 3,000만 원을 공소외 4, 공소외 5에게 송금하여 차용금채무를 변제하였다.

(3) 한편 피고인은 2000. 6. 26. 나머지 인수대금 500만 달러를 55억 7,200만 원으로 환전하여 공소외 1 회사의 제일은행 예금계좌로 입금하였다가 이 중 440만 달러에 해당하는 50억 원을 인출하여 30억 원은 현대상호신용금고에, 20억 원은 강남상호신용금고에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공소외 6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6 회사’라고 한다), 공소외 7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7 회사’라고 한다) 명의로 50억 원을 대출받아 2000. 6. 27. 공소외 3 회사증권에 440만 달러를 지급하고 400만 달러의 전환사채를 재매입하였다.

(4) 피고인은 2000. 8. 4. 위 금고들에 대출담보로 예치하여 두었던 50억 원 예금을 해지하여 공소외 6 회사 및 공소외 7 회사 명의로 이루어진 대출금채무를 모두 변제하였다.

(5) 피고인은 2000. 8. 내지 9.경 보관하고 있던 800만 달러 전환사채 중 400만 달러 부분을 공소외 8, 공소외 9에게 35억 원에 매각하였고, 2000. 10. 4.경부터 2001. 1. 22.경까지 나머지 400만 달러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매각하거나 전환사채 상태로 매각하여 왔는데, 그 무렵 매각대금 중 27억 원은 공소외 1 회사로 입금하였고, 또 다른 27억 원은 공소외 1 회사를 대신하여 공소외 11이 추진하는 공소외 10 주식회사의 주식 인수에 투자를 하여 원본과 이익을 공소외 1 회사에 제공하되 손해 발생시 피고인이 책임지기로 하고서 이를 투자하였다가 결국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였다{공소외 12의 진술(증거기록 104, 106, 353, 362, 2476쪽, 공판기록 83, 85쪽), 공소외 13의 진술(증거기록 122, 123, 125, 126, 152, 333, 348, 2454 내지 2457쪽), 공소외 14의 진술(증거기록 1536 내지 1539쪽), 공소외 2의 진술(공판기록 129, 130쪽), 2000. 6. 7.자 공소외 1 회사 이사회의사록 사본의 기재(707쪽)}.

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원심은 피고인이 사채업자 공소외 4 등으로부터 800만 달러를 조달하여 전환사채를 매수하는 것처럼 가장하였다는 공소사실의 문구에 얽매여 피고인이 공소외 3 회사증권으로부터 재매수 형식을 취하여 돌려받은 400만 달러 전환사채에 대하여는 그것이 사실상 매각된 것이었는지 여부를 따져보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공소외 4 등으로부터 400만 달러를 넘어서 800만 달러 전부를 조달하여 전환사채의 매수를 가장함으로써 매각되지 아니한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일부 공소사실을 배척하고 말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공소사실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위 공소사실의 핵심적 전제는 800만 달러에 해당하는 해외전환사채가 사실상 매각되지 않았다는데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공소외 4 등의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는 않았지만 공소외 3 회사증권으로부터 재매수한 400만 달러 전환사채에 대하여도 사실상 매각되지 않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데도 원심이 이에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그러므로 나아가 이 점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채업자들로부터 차용한 돈으로 인수하였다가 납입된 인수대금으로 차용금을 바로 변제하고 확보한 400만 달러 전환사채는 실질적으로 전환사채의 인수가 이루어진 바 없거나 전환사채상환채무가 소멸되었으므로 공소외 1 회사의 운영자에게 해당 전환사채권을 발행하지 말아야 하고 발행된 경우라도 이를 소각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고, 공소외 3 회사증권으로부터 재매입한 400만 달러 전환사채 역시 피고인이 당초의 계획에 따라 납입된 인수대금을 불과 며칠 만에 담보로 제공하고 받은 대출금으로 재매입한 것이고 담보로 제공된 인수대금으로 재매입자금으로 사용된 대출금이 변제 된 점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전환사채의 인수가 이루어진 바 없거나 전환사채상환채무가 소멸된 것인 만큼 전환사채권을 발행하지 말아야 하거나 발행된 경우라도 이를 소각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800만 달러 상당의 해외전환사채는 그 자금의 조달경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사실상 매각되지 아니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공소외 1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피고인이 위와 같이 인수대금의 보유가 없어 발행하지 말아야 하거나 소각하여야 할 800만 달러의 전환사채를 소각하지 않은 채 매각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한 것은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3) 그러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전환사채 발행은 공소외 1 회사를 위한 것으로 확보된 전환사채나 그 전환한 주식의 매각으로 취득한 돈을 모두 공소외 1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면,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전환사채나 전환한 주식의 매각으로 취득한 돈 중 27억 원이 공소외 1 회사로 입금되었고, 또한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를 대신하여 원본 및 이익 모두를 공소외 1 회사에 귀속시키기로 하고 27억 원을 공소외 10 주식회사의 주식 인수에 투자를 하였던 이상 적어도 위 54억 원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검사가 배임죄로 공소제기한 95억 3,000만 원 중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54억 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41억 3,000만 원(= 95억 3,000만 원 - 54억 원) 부분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에 해당하여 그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제1항 제3호 에 의하여 그 공소시효가 7년이다. 한편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2001. 9. 18. 출국하여 2002. 10. 12. 입국하고, 이 사건의 공범인 공소외 2에 대하여 2001. 11. 2. 공소가 제기되어 2002. 8. 21.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공소시효가 정지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는 800만 달러 전환사채 전체의 매각 내지 주식 전환이 완료되어 범죄행위의 종료일이라 할 것인 2001. 1. 22.경부터 공소시효기간인 7년과 위와 같이 공소시효가 정지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이 경과한 후인 2011. 3. 23. 제기되었음이 명백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 해당한다.

(5)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400만 달러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400만 달러(45억 3,000만 원) 부분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뿐만 아니라 일죄의 일부에 대하여는 유죄의 증거가 없고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무죄를 주문에 표시하고 면소부분은 판결이유에서만 설시하면 족하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77. 7. 12. 선고 77도1320 판결 참조), 일죄의 일부에 대하여는 유죄의 증거가 없고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 사건에서 원심이 무죄를 주문에 표시하지 않고 면소를 주문에 표시한 것도 위법하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일응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판결을 하기로 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1.항 기재와 같은바, 일죄의 관계에 있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54억 원 부분은 위 4. 나. (3)항과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고, 나머지 41억 3,000만 원 부분은 위 4. 나. (4)항과 같이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 에 의하여 면소를 선고하여야 하는데, 주문에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무죄를 선고하고 면소부분은 따로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최상열(재판장) 김상호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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