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피항소인
파산자 주식회사 김천상호저축은행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경)
피고, 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박상철)
변론종결
2009. 12. 9.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제1심 공동 피고들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6,0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4. 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에서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피고의 업무집행지시자로서의 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은행의 지배주주로서 위 은행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제1심 공동피고 6(대법원 판결의 소외인)을 통해 위 은행의 대표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스페셜론 대출을 지시하였으므로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1호 에서 정한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상법 제399조 제1항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판단
(1)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1호 에 의하면 회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이하 ‘업무집행지시자’라 한다)는 그 지시하거나 집행한 업무에 관하여 상법 제399조 의 적용에 있어서 이사로 본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399조 제1항 에 의하면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업무집행지시자에 대한 책임규정의 입법취지는 1인 주주 또는 지배주주 등과 같이 배후에서 회사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법률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그와 같이 회사의 경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1인 주주 또는 지배주주 등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하여 그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회사나 제3자에 대하여 이사와 연대배상책임을 지도록 함에 있다.
위 입법취지에 비추어, 업무집행지시자는 1인 주주나 지배주주 등과 같이 회사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여하거나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자를 뜻하고, 회사에 대한 채권자 등과 같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회사의 외부에서 사실상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인 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며, 나아가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에 대하여 업무집행을 지시할 당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2)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은행의 인수자금을 이 사건 은행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제1심 공동피고 6에게 지원한 사실, 제1심 공동피고 6은 이러한 자금을 이용하여 이 사건 은행을 인수한 후 자신의 직원이자 이 사건 은행의 대표이사이던 제1심 공동피고 1로 하여금 516억 3,000만 원의 부당한 대출(스페셜론 대출)을 실시하도록 한 후 위 부당대출금을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에 넣어 두고 피고에 대한 채무상환금 등으로 사용하여 이 사건 은행에게 미회수 대출잔액 455억 7,6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을 제1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2002. 11. 16. 이 사건 은행의 1차 증자시에 주식 300,000주를 취득하였으며(22.12%), 2002. 12. 27. 이 사건 은행의 2차 증자시에 주식 520,000주를 추가로 취득함으로써 이 사건 은행 지분 중 40.3%를 가진 대주주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은행은 제1심 공동피고 6이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이던 제1심 공동피고 1을 통하여 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던 점 ② 제1심 공동피고 6은 피고가 이 사건 은행의 주주가 되기도 전인 2002. 10. 4.부터 스페셜론 대출을 시작하였던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은행지분 중 22.12%를 최초로 취득하여 지배주주의 지위를 획득하였다고 볼 수 있는 2002. 11. 16.경에는 제1심 공동피고 6이 이미 130건의 스페셜론 대출을 실시한 상태였던 점, ④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6에게 이 사건 은행 인수자금을 대여한 채권자로서 자신이 대여한 금원의 변제를 확보하기 위하여 제1심 공동피고 6을 통하여 이 사건 은행의 경영 현황 등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것을 들어 이 사건 은행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⑤ 제1심 공동피고 6이 불법대출을 실시한 금액 516억 3,000만 원 중 피고나 피고의 가족에게 귀속된 금액은 87억 3,200만 원에 불과하고 400억 원을 초과하는 돈은 제1심 공동피고 6이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대출한 것이기에, 결국 516억 3,000만 원의 불법대출은 피고의 지시보다는 제1심 공동피고 6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실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스페셜론 대출을 비롯한 부당대출은 피고가 지배주주가 되기 이전부터 이 사건 은행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제1심 공동피고 6의 독자적인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은행의 대표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1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그 후 피고가 이 사건 은행의 지배주주가 된 이후에도 피고의 영향력에 의한 지시와는 무관하게 이 사건 은행의 실질적 경영자인 제1심 공동피고 6의 지시에 따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여 피고가 이 사건 은행의 지배주주에 있으면서 이 사건 은행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제1심 공동피고 6을 통해 이 사건 은행의 대표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부당대출 등을 지시함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 6과 제1심 공동피고 1 등이 스페셜론 대출을 실시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
가.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은행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이 사건 은행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제1심 공동피고 6에게 지원하고, 제1심 공동피고 6으로부터 수시로 이 사건 은행의 업무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제1심 공동피고 6에게 믿을 만한 소외 1 주식회사 직원을 이 사건 은행에 파견할 것을 독려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은행의 대표이사이던 제1심 공동피고 1, 실질적 경영자인 제1심 공동피고 6의 불법행위에 공모, 가담하여 제1심 공동피고 6, 1 등으로 하여금 유흥업소 마담을 대상으로 1억 8,000만 원 정도를 신용대출해 주는 스페셜론이라는 대출상품을 마련하고, 그 무렵 대출모집업체인 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한 다음 스페셜론 대출명의자를 모집하게 하여 형식적으로는 동일인 대출한도 제한(2002. 9. 30. 기준 3억 8,000만 원)을 피하여 대출명의자들 명의로 각각 신용대출을 실시한 후 실질적으로는 각각의 대출금을 모두 제1심 공동피고 6이 관리하는 계좌에 넣어 둔 다음 이를 인출하여 자신에 대한 채무의 상환자금, 소외 1 주식회사 및 제1심 공동피고 6의 필요자금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합계 516억 3,000만 원을 대출하여 제1심 공동피고 6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이 사건 은행에 그로 인한 미회수 대출잔액 455억 7,6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제1심 공동피고들과 연대하여 스페셜론 대출 손해액 455억 7,6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들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손해액 중 일부인 60억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이 제1심 공동피고들에게 최종적으로 송달된 다음날인 2009. 4. 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
(1) 피고는 스페셜론 대출은 2002. 10. 4.부터 2003. 2. 6.까지 사이에 이루어졌고, 이후 원고가 2003. 6. 26.부터 같은 해 7. 16.까지 이 사건 은행에 대하여 부실책임 조사를 한 후 제1심 공동피고 6, 1을 검찰에 고발할 때는 위와 같은 스페셜론 대출의 존재사실을 알았다 할 것이므로, 불법적인 스페셜론 대출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스페셜론 대출 사실을 적발한 2003. 7. 16.로부터 3년이 지난 2006. 7. 16.경에 이미 시효소멸 되었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제1심 공동피고 6, 1을 검찰에 고발하여 검찰의 조사로 피고가 공범인 사실이 밝혀져 2004. 4. 22.에 피고가 기소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늦어도 그 때는 피고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2004. 4. 22.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소멸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03년경부터 2007년경까지 사이에 피고를 상대로 가압류를 함으로써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13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내지는 이 사건 은행은 피고가 2002. 9. 1.부터 2003. 3. 20.까지 발생시킨 불법대출금 및 손해배상금 중 일부금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① 2003. 4. 11. 피보전채권액 993,000,000원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3카단1119호 로 부동산가압류를, ② 2003. 7. 16. 피보전채권액 321,900,000원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3카단2461호 로 부동산가압류를, ③ 2003. 7. 16. 피보전채권액 9,200,000원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3카단2462호 로 부동산가압류를, ④ 2004. 8. 10. 피보전채권액 100,000,000원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4카단11895호 로 부동산가압류를, ⑤ 2005. 12. 1. 피보전채권액 40,000,000원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5카단2554호 로 채권가압류를, ⑥ 2006. 8. 10. 피보전채권액 1,500,000,000원에 대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 2006카단8608호 로 부동산가압류를, ⑦ 2007. 7. 5. 피보전채권액 30,000,000원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7카단1016호 로 채권가압류를 각 실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는 위 각 가압류로 인하여 중단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피고의 위 시효소멸 항변은 이유 없다.
다. 신의칙상 손해배상책임 제한 주장
(1) 피고는 위 부당대출에 대한 가담 정도가 비교적 작고, 피고 역시 제1심 공동피고 6으로부터 많은 피해를 입은 점, 피고 및 그의 가족 등의 계좌로 송금된 87억 3,200만 원을 건네받았으나 피고도 제1심 공동피고 6에게 128억 원 상당의 금원을 지출한 점 등 여러 가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피고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2) 살피건대, 피고의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가 516억 3,000만 원에 이르는 점, 피고나 그 가족이 위 불법행위를 통하여 직접 입금받은 액수가 87억 3,200만 원에 이르고, 위 금액에서 피고에 대하여 확정된 일부 손해배상액 8억 8,100만 원{ 대구고등법원 2006나9324, 9331(병합) 사건}을 공제하여도 78억 5,100만 원(= 87억 3,200만 원 - 8억 8,100만 원)에 이르러 원고가 일부 청구한 이 사건 청구금액 60억 원을 훨씬 능가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지급을 구하는 60억 원은 신의칙상 상당한 금액이라고 보이므로 이에 반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과실상계 항변
(1) 피고는 이 사건 은행은 이미 그 경영상태가 악화되었음에도 불법대출을 예방할 수 있는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아니한 경영관리상의 과실 및 그 임직원의 선임·감독상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바, 위와 같은 이 사건 은행의 과실을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30% 이상 감액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지만,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32197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설령 원고나 이 사건 은행에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 및 제1심 공동피고들이 피해자인 원고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배임 및 횡령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인 원고의 과실을 들어 과실상계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항변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