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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0.1.22. 선고 2019고합2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방조
사건

2019고합2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방조

피고인

A

검사

서혜선(기소), 류정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양헌

담당변호사 김우영

판결선고

2020. 1. 22.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해자 주식회사 B(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C 그룹의 한국 현지법인으로 전기장비 제조업을 업종으로 하고 서울 본사 및 천안공장을 중심으로 9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D는 1992. 1. 31.경 피해자 회사에 입사하여 2001년경부터 자금담당 상무로 재직하면서 피해자 회사의 은행 계좌 개폐, 정산, 외환 헷지, 수출 금융 등 각종 자금관리 및 집행업무를 담당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D와 고등학교 및 E대학교 회계학과 동문인 사이로, 2000년경 피고인이 천안시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던 중 피해자 회사의 천안공단지점에 근무하던 D에게 천안시 서북구 F에 있는 토지의 매매를 중개하면서 업무상 관계를 맺게 되었다.

D는 피해자 회사의 계좌를 업무상 관리하고 있음을 기화로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 회사 계좌에 있는 금원을 사실은 자신 또는 가족 명의 계좌나 피고인과 함께 설립한 법인 명의 계좌로 이체하면서 적요란의 수취인을 피해자 회사로 변경하여 횡령 사실을 숨기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D는 2005. 3. 14.경 천안시 서북구 G에 있는 피해자 회사의 천안공단지점 사무실에서, 피해자 회사의 H은행 계좌(I)에서 주식회사 J 명의의 K 계좌(L)로 402,002,500원을 이체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7. 2. 3.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별지 1 범죄일람표(D) 기재와 같이 총 388회에 걸쳐 합계 152,736,429,999원을 횡령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D가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돕기 위하여, D의 요청에 따라 2004. 7. 26.경 주식회사 J의 설립에 관여하여 이사, 대표이사 등을 맡고, 2008. 6. 12.경 주식회사 M의 설립에 관여하여 사내이사, 공동대표이사 등을 맡고, 2012. 6. 25.경 주식회사 N의 설립에 관여하여 사내이사를 맡고, 2014. 9. 26.경 의료법인 O의 설립에 관여하여 이사를 맡았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D의 지시에 따라 각 법인 계좌에 입금되어 있던 자금을 피해자 회사의 연말 정기 감사에 대비하여 일시적으로 피해자 회사의 계좌에 입금하는 등 각 법인 계좌의 입출금을 관리하고, D가 횡령한 자금으로 법인 명의로 구입한 각종 부동산의 매매, 임대, 세금 납부 등을 관리하였으며, 의료법인에 대한 재산 출연 등에 관여하거나 법인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 관여하는 등 D의 지시에 따라 실무자로서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2005. 3. 14.경부터 2017. 2. 3.경까지 별지 2 범죄일람표(A) 기재와 같이 총 150회에 걸쳐 합계 77,746,274,288원에 대한 D의 횡령을 방조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D의 부탁으로 주식회사 J의 부동산 관리 및 자금 이체업무만 도와주었을 뿐이고, 이때 입금된 자금은 모두 D의 개인 자금인 것으로 인식하였으며, 나머지 법인들에는 D의 부탁으로 명의상 임원으로 등재하였을 뿐 자금 이체나 금전 관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은 D가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3. 판단

가. 방조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종범의 행위이므로 종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고(대법원 2003. 4. 8. 선고 2003도382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2도15583 판결 등 참조).

나.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D와 피고인의 관계

① D는 1992년경 피해자 회사에 입사하여 2001. 1.경부터 재무담당 상무로서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는 등의 재무 업무를 담당하여 왔다. 피고인은 2001년경부터 천안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였는데, 피고인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이자 대학동기인 D가 2003년경부터 천안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D와 자주 교류하기 시작하였다.

② 피고인은 2004. 7. 26. 설립된 주식회사 J(이하 'J'이라 한다)의 설립 당시부터 2014. 3. 12.까지 J의 대표이사였고, 2014. 3. 12.부터 2017. 2. 8.까지 J의 공동대표이사였으며, 2017. 2. 8.부터 현재까지 J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D는 J의 설립 당시부터 2015. 12. 23.까지 J의 감사로 재직하였다. J의 주주명부에는 피고인이 J의 주식 20,400주(34%)를, D가 J의 주식 13,200주(22%)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③ 피고인은 2008. 3. 12.부터 2010. 2. 26.까지 P 주식회사(이하 'P'이라 한다)의 유일한 이사였고, D는 2010. 2. 26.부터 2010. 6. 30.까지 P의 대표이사였다. 피고인은 2010. 6. 30. 다시 P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취임하여 2013. 6. 30. 중임되었다. P은 2018. 12. 3. 휴면회사로서 해산간주되었다.

④ 피고인은 2008. 6. 12. 설립된 주식회사 M(이하 'M'라 한다)의 설립 당시부터 2011. 3. 31.까지 M의 이사였고, 2011. 3. 31.부터 2015. 12. 14.까지는 M의 공동대표이사였다. D는 M의 설립 당시부터 2013. 12. 13.까지 M의 감사였고, 2013. 12. 13.부터 2015. 12. 14.까지 M의 공동대표이사였으며, 2015. 12. 14. M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M의 주주명부에는 D가 M의 주식 161,667주(32.33%)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⑤ 주식회사 N(이하 'N'이라 한다)은 2012. 6. 25. 설립되었는데, D는 2012. 7. 16. N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15. 3. 31. 사임한 후, 같은 날 N의 대표이사로 다시 선임되었다. 피고인은 2015. 3. 31. N의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 N의 주주명부에는 D가 N의 주식 1,800,000주 전부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⑥ 피고인은 2014. 9. 26. 설립된 의료법인 O(현 의료법인 O Q병원, 이하 'O'이라 한다)의 설립 당시부터 2019. 8. 26.까지 O의 이사로 재직하였다.

⑦ J, M는 모두 본점 주소가 '천안시 서북구 R'이고, N 역시 설립 당시 본점 주소가 '천안시 서북구 R, 7층'이었다가 2014. 3. 31. 본점 주소를 '평택시 S'으로 이전하였다.

2) D의 횡령행위와 피고인의 주요 관여 행위

① D는 2005. 3. 14.경부터 2017, 2. 3.경까지 별지 1 범죄일람표(D) 기재와 같이 피해자 회사의 계좌에서 자신 명의의 계좌나 J, P, M, N의 계좌 등으로 총 388회에 걸쳐 합계 152,736,429,999원을 송금하였다.

② 피고인은 D의 지시에 따라 J과 M의 자금을 관리하며 송금·임대료수취·납세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2005. 4. 29. J의 계좌에서 피해자 회사의 계좌로 1억 원을 송금하였고, J의 위 계좌 통장의 해당 기장 부분에 빨간색 볼펜을 사용하여 자필로 'B'라고 기재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3. 12. 31. M의 계좌에서 피해자 회사의 계좌로 40억 원을 송금하였고, M의 위 계좌 통장의 해당 기장 부분에 연필을 사용하여 자필로 'B'라고 기재하였다.

③ J은 2008. 5. 23. 수원시 영통구 T 잡종지 6,535㎡, U 임야 488㎡, V 임야 574㎡를 매수하고(이하 지번만을 특정하여 'T 토지'와 같은 방식으로 지칭한다), 2009. 2. 20.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 같은 날 위 각 토지에 J을 채무자로, 주식회사 W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58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와 J을 채무자로, X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2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각각 이루어졌다. 그 후 J은 2014. 8. 8. T 토지 중 4,170㎡를 Y 토지로 분할하였고, 2014. 9. 26. O에 U 토지, Y 토지를 출연하여 2014. 10. 2.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으며, 2014. 10. 22. O에 T 토지를 매도하고 2014. 10. 23.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한편, J은 2014. 10. 22. O 이사 Z의 처인 AA에게 V 토지를 매도하였는데, AA는 2016. 5. 10. 위 토지를 O에 매도하고 2016. 5. 12.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④ D 소유였던 평택시 AB 대 1335.3㎡, AC 대 24.6㎡, AD 대 19.9㎡ 및 N 소유였던 위 각 토지 지상 4층 상가건물에는 2015. 4. 28.자로 O을 채무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48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2017. 1. 31. 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후 2017. 2. 10. 위 각 부동산에 피고인을 채무자로, AE 주식회사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24억 원의 근저당권과 D를 채무자로, AE 주식회사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24억 원의 근저당권이 각각 설정되었다.

⑤ D는 2017. 2. 4.경 홍콩으로 출국한 이래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은 채 잠적한 상태이다. 피해자 회사는 2017. 2. 8.경 D를 천안서북경찰서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으며, 2017. 3. 30.경 피고인도 같은 경찰서에 D의 공범으로 고소하였다.

3) 수사기관에서의 피고인 진술 내용

① 피고인은 J 등의 임원으로 취임한 경위 및 담당한 업무에 관하여 "D가 2003년경에 자신을 찾아와 D 소유인 천안시 서북구 F 토지를 매도해 달라고 하였는데, 위 토지는 의료부지였기 때문에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러자 D가 자신에게 '부동산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데 개인 소유로 되어 있어 세금이 많이 나온다. 법인을 설립해서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월급을 줄 테니 법인의 대표자를 맡아달라'고 하였고, D의 제안을 받아들여 J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J. N의 설립 당시 주금은 모두 D가 납입하였고, 자신을 포함하여 D 이외의 주주들은 모두 명의상 주주이다. J, M의 자금은 자신이 관리하였으나, 송금은 모두 D의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이다. 처음에는 D로부터 월급 180만 원씩을 받았고, 월급이 조금씩 올라서 2016년경에는 500만 원 정도 받았다. 그리고 D의 지시로 2017. 1. 1.경부터 D가 설립한 AF 병원에서 일일 결산보고서 결재 등의 감사 업무를 하고 그 대가로 월급 1,000만 원씩 받았으며, 2017. 11.경까지 위 업무를 하였다. D가 2016. 12.경에 J을 정리하자고 하였는데, 퇴직금 대신 부동산을 준다고 약속하였으나 D가 해외로 도주하여 실제로 받지는 못하였다. J, M, N 모두 동일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N은 D가 1인 주주인 회사이고, N의 자금도 D가 직접 관리하였다. 자신은 N의 계좌로 돈을 입금한 사실은 있으나, N의 자금을 인출한 사실은 없다. P은 D가 위 법인이 소유한 토지를 N으로 양도하기 위해 인수한 회사로서 위 토지를 N으로 양도한 이후에 법인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P의 인수자금 출처나 구체적인 인수경위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O의 이사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O의 업무는 전혀 하지 않았고, O으로부터 급여를 받은 적도 없다."라고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은 D의 횡령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J 및 M의 자금을 피해자 회사의 계좌로 송금한 것 역시 D의 지시로 한 것이고, J 통장과 M 통장의 해당 기장 부분에 피해자 회사의 이름을 기재한 것은 나중에 D가 송금한 이유를 물어볼 때에 기억나게 하려고 기재한 것이다. 하지만 D가 J, M의 계좌로 입금한 돈은 모두 송금인이 피해자 회사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 'D'라고 기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D는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도 많고 부동산 투자, 노래방 운영 등의 부업으로 상당한 재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D가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여 송금하였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다. D가 피해자 회사의 계좌로 송금할 것을 지시할 때에도 별다른 생각 없이 D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지시하는 것으로만 여겼다."라고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은 J과 O 사이의 거래가 이루어진 경위에 관하여 "D가 2008년경 D 소유인 위 AG동 의료부지를 활용하여 의료법인 AH을 설립하고 AF병원을 운영하려고 했는데, 자신을 통해서 병원을 운영할 사람을 찾고 있던 중 병원을 운영한 경력이 많은 Z이 마침 자신을 찾아와서 D에게 Z을 소개해주었다. 그 후 2014년에 D가 수원시 영통구 AI동에 O을 설립하고 요양병원을 운영하려고 하였고, O 이사에 Z 측 인사가 많으니 D 측 인사로서 자신도 O 이사로 취임하라고 권유하여 O의 이사로 취임하게 된 것이다. J이 아파트형 공장을 짓기 위해 AI동 토지를 약 105억 원에 매수하였다가 용도변경이 되지 않아 나중에 O에 출연 및 매도하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러한 의사결정은 D가 한 것이고, 2009년에 AI동 토지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실과 2014년에 V 토지를 AA에게 매도한 거래에 대하여는 전혀 알지 못한다. D로부터 'AA 명의로 J의 계좌에 17억 6,000만 원이 입금될 테니 송금인을 'D'로 기재하여 위 돈을 그대로 N의 계좌로 송금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대로 실행하였을 뿐이다."라고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은 2017. 2.경 AE은행으로부터 20억 원을 대출받게 된 경위에 관하여 "D가 J 법인을 정리할 것을 지시한 이후인 2017. 1. 하순경에 AJ동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AE은행에서 40억 원의 대출을 받아 O에 지급하려고 한다고 하여 AE은행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였는데, Z으로부터 '개인별 대출한도가 초과되어 차주가 1명 더 필요하니 자신도 차주가 되어 대출을 받아달라'고 하여 D와 자신이 각각 20억 원의 대출을 받은 것이고, 대출금은 모두 O에 입금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위 거래와 관련하여 D와 Z 사이에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진술하였다.

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별지 1 범죄일람표(D) 기재와 같은 D의 횡령행위 중 피고인이 임원으로 취임한 법인(J, P, M, N, O)의 계좌에 직접 송금된 것과 AA 명의의 계좌에 직접 송금된 부분을 피고인이 방조하였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방조죄로 공소제기하였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D 개인을 송금인으로 하여 법인계좌에 거액이 입금되거나 D가 자신이 재직하는 피해자 회사에 거액을 송금하라는 지시를 하는 등 D의 횡령 범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피고인이 D가 주도하여 설립한 법인인 J 등의 임원으로 취임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법인자금을 관리하고 월급 등의 명목으로 그 대가를 받아온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D의 횡령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이를 방조한 것으로 의심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D는 2005. 3. 14.경부터 2007. 12, 31.경까지 71회에 걸쳐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면서도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J의 계좌로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1회씩만 송금인을 'D'로 기재하여 송금하였을 뿐만 아니라, 송금액도 1회당 1억 2,000만 원 내지 4억 원 정도로서 그 당시부터 피고인이 D의 횡령 범행을 의심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AK, AL, AM, AN, AO 등 D의 부탁으로 D가 설립한 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 법정과 수사기관에서 D를 수백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재력가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는바, D가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기 시작한 무렵부터 횡령한 자금을 이용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언행을 하여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D가 검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D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횡령하여 J 등의 계좌에 입금한 돈이 D의 돈인 것으로 알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피고인은 N이나 O의 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N은 D 1인만이 주주인 회사로서 설립 이래 D가 계속하여 대표이사로 재직해 온 점, O은 Z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법인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을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D가 2013. 6. 28.의 한 건을 제외하고 2011. 11. 2. 이후에는 피해자 회사로부터 횡령한 자금을 피고인이 관리하는 J, M의 계좌로 직접 송금한 사실이 없는바, 피고인이 위 시기 이후 D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③ 피고인도 D의 지시에 따라 J 등 자신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의 자금을 D의 사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였고, D가 자신의 대표이사 직함을 사용하여 J의 거래행위를 진행하였음에도 이를 묵인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의 대가로 D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금액, D가 도피한 이후에 이루어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보인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위와 같은 행위를 단순히 D의 사업을 도와주고 그에 상응하는 월급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D의 범죄행위에 자신이 가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과 D에게 20억 원씩을 대여한 AE 주식회사의 백석로지점장 AP은 "2017. 1. 1.경 AE은행 백석로지점장으로 부임하였고, 그 무렵 Z을 통해 D를 알게 되었다. D가 대출금으로 O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D와 피고인 명의로 작성된 투자계약서를 제출하면서 AJ동 부동산을 담보로 40억 원의 대출을 신청하였는데, AE은행의 내부규정상 개인채무자는 1인당 20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서 2017. 1. 하순경 본사에서 대출이 불승인되었다. 그래서 Z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는데, Z이 대출금 이자는 O에서 납입할 테니 N과 J의 이사로서 D와 함께 투자계약서를 작성한 피고인도 차주로 하여 대출을 해 달라'고 하여 D와 피고인에게 각 20억 원씩 대출이 이루어진 것이다. 대출신청서는 2017. 2. 1.경 작성되었고, 대출이 실행된 것은 2017. 2. 13.경이며, 대출금이 모두 O으로 송금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과 AP의 진술 내용 및 그 무렵 이루어진 피고인과 D, Z의 통화 내용 등에 의하면, 위 대출신청은 D와 Z이 주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인은 D와 Z 사이에 이루어진 구체적인 거래내용을 알지 못한 채 대출금 상환이나 이자 납입은 D, Z 등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단순히 대출한도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차주 명의만 빌려준다고 생각하여 대출신청을 하였고, 며칠 후에 D가 해외로 도피할 것이라는 점은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과 D의 통화 녹취록은 전반적으로 D가 피고인에게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업무 관련 지시를 하고 피고인이 D의 지시 내용을 실무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며, 위 녹취록 그 자체로 D가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다거나 이를 은폐한다는 사정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내용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리고 만약 피고인이 D의 횡령 범행을 알고 있었더라면 D가 2016. 12.경 횡령 범행에 이용되어 온 J 법인을 정리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D에게 추후 이루어질 수사에 대비하여 증거인멸이나 도피에 관한 문제를 상세하게 문의하거나 논의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무렵 이루어진 피고인과 D의 통화 내용을 살펴보아도 그와 같이 볼만한 대목은 발견되지 않는다.

⑥ 피해자 회사는 2018. 1. 30. 피고인을 상대로 'J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D의 공범일 뿐만 아니라, 상법 제401조가 규정한 이사의 임무해태로 인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므로, D가 횡령한 자금 중 J로 송금된 11,780,838,700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는 내용으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2019. 1. 17. '피해자 회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D의 횡령행위에 가담하였다거나 이를 방조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인이 이사로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자 회사의 피고인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06266), 피해자 회사가 위 판결에 대해 항소하여 현재 위 사건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14309).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원용일

판사 박효송

판사 김혜령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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