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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6. 12. 29. 선고 2006노1833(분리)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오자성

변 호 인

변호사 임종윤외 1인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당심 구금일수 중 135일을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의 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위헌법률주장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라고 한다) 제84조 는 재건축조합의 임원을 형법상 뇌물죄의 처벌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재건축사업은 사익성이 강하여 공공성이 강한 재개발사업과는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차별되고, 재건축조합과 성격이 유사한 주택조합의 경우 주택법이 감리업무를 행하는 자만을 공무원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주택법 제102조 ) 주택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결국 위 조항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이른바 실질적 평등의 이념에 반하는 자의적이고 불공평한 조항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 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위 조항이 합헌임을 전제로 위 조항을 적용하여 피고인을 뇌물죄로 처단한 것은 헌법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본문내 포함된 표
?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의의 및 목적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ㆍ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
조합원 가입의 강제성 여부 재개발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자도 조합원으로 가입(강제가입제)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자만이 조합원 가입(임의가입제)
토지수용권 여부 제한 없음 천재·지변 그 밖의 불가피한 사유로 긴급히 정비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을 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 및 융자 등 임시수용시설 설치 의무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건설비용 보조 또는 융자 가능, 임대주택건설의 경우 국가 등의 시설을 임대가능 ?

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뇌물수수의 점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2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공소외 1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합계 1억 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인이 조합장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업무추진비로 받은 것이지 원심 판시와 같이 시공사 선정에 대한 답례나 편의 제공의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님에도, 원심이 이를 뇌물죄로 처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뇌물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2) 사기의 점

(가) 사기죄의 성부

피고인은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공사도급약정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기망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인 주식회사 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이라고만 한다) 역시 자신의 독자적인 내부기준에 따라 대출을 해 준 것이지 피고인, 공소외 1의 기망행위에 속아 대출을 해 준 것이 아님에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나) 죄수

가사, 사기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해자인 하나은행은 조합원들에게 보증서의 한도액 범위 내에서 각 개별적으로 대출한 것이므로 조합원 별로 별개의 사기죄가 성립할 뿐 그 전부를 포괄하여 하나의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원심이 이를 포괄일죄로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처단한 것은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2. 판단

가. 위헌법률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률조항

제84조 (벌칙적용에 있어서의 공무원 의제)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 의 적용에 있어서 조합의 임원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대표자(법인인 경우에는 임원을 말한다)·직원은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

제129조 (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

제2조 (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 · 제130조 또는 제132조 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기 이전의 사정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재개발사업은 도시재개발법에 의하여, 재건축사업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과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여 각 규율되었는데, 당시 재개발사업과 재건축사업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개념과 성질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먼저, 당시의 관련법령에 의하면, 도시재개발사업은 ‘국토공간 중 특히 도시공간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고도이용(고도이용)과 도시기능의 회복을 위하여 건축물 및 그 부지의 정비와 대지의 조성 및 공공시설의 정비를 하는 사업과 이에 부대되는 사업’으로서( 도시재개발법 제2조 제2호 참조), ‘인구 및 산업의 과도한 도시집중과 건축물의 불량ㆍ노후화 및 공공시설의 부족으로 인한 도시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도시의 건전한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도시계획사업’의 성격까지 함께 가지고 있었다( 도시계획법 제2조 제1항 제1호 다목 참조).

반면, 재건축사업은 ‘건물건축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되어 건물이 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거나 그 밖의 사정에 의하여 건물의 가격에 비하여 과다한 수선·복구비나 관리비용이 소요되는 경우 또는 부근 토지의 이용상황의 변화나 그 밖의 사정에 의하여 건물을 재건축하면 그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하여 현저한 효용의 증가가 있게 되는 경우 에 그 건물을 철거하고 그 대지위에 신건물을 설치하는 사업’으로서( 집합건물법 제47조 제1항 참조), 재개발사업과는 달리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이나 가치의 증진, 도시의 기능이나 공공복리의 증진 등의 목적이나 도시계획과는 무관하였다(재건축조합의 근거법령인 주택건설촉진법 제1조 , 제2조 참조).

따라서, 재개발사업의 경우 그와 같은 공공성으로 인하여 재건축사업과 달리 재개발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 및 융자( 도시재개발법 제48조 ), 가(임시)수용시설 등을 위한 토지의 사용( 같은 법 제27조 ), 지장물의 이전요구 및 행정대집행의 인정( 같은 법 제29조 ), 공익을 위한 개수명령 및 행정대집행의 인정( 같은 법 제28조 ), 재개발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의 수용 및 토지수용법의 준용( 같은 법 제31조 , 제32조 ), 조합원에 대한 부과금등, 사업시행으로 인한 청산금에 대한 국세 또는 지방세 징수절차에 의한 강제징수와 행정기관에의 징수위탁의 인정( 같은 법 제20조 제4항 , 제43조 제2항 )과 재개발사업에 대한 행정관청의 감독( 같은 법 제49조 , 제50조 ) 등의 특성이 인정되었고, 재개발사업을 위하여 설립되는 재개발조합의 경우에도 주택조합과는 달리 설립 당시 사업 시행구역 안에 있는 모든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그에 관한 지상권자의 조합원 가입이 강제되며( 같은 법 제14조 ), 조합 이외의 자는 재개발조합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특수성이 인정되었다( 같은 법 제13조 제1항 , 제3항 ).

재건축조합과 재개발조합의 이러한 근본적 차이로 인하여, 도시재개발법은 재개발조합의 임원에 대하여는 형법상 뇌물죄의 벌칙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었던 반면( 제69조 ), 주택건설촉진법은 재건축조합을 포함한 주택조합의 임원에 대하여는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입법상의 차별은 재개발사업과 재건축사업이 갖는 공공성의 차이로 인한 것이어서 자의적이고 불공평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1997. 4. 24.자 96헌가3,96헌바70(병합) 결정 참조}.

(3) 도시정비법의 제정 경위 및 내용

그런데, 그 후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각종 비리와 주민간의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종전의 관련 법령이 다수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절·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큰 재개발·재건축사업 등 각종 공공 정비사업을 효율적으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2002. 12. 30. 법률 제6852호로 도시정비법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도시재개발법은 2003. 7. 1. 폐지되었고, 주택건설촉진법 역시 2003. 5. 29. 주택법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면서 전면 개정되어 재건축사업 관련 조항이 모두 삭제되어( 도시정비법 부칙 제18조 제1항) 도시정비법으로 흡수·통합되었다.

도시정비법은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제1조 ), 이러한 목적에 맞추어 재건축사업과 재개발사업의 개념을 새롭게 다시 정하면서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을 주택재개발사업으로,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을 주택재건축사업”으로 정의하였다( 제2조 제2호 ).

그리고, 위와 같이 정비된 개념에 따라 각종 정비사업에 관련된 기존의 법령을 정리·통합하여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한편, 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정비사업의 공공성, 투명성을 제고·보완하였는데, 특히, 종래 주택건설촉진법이 규율하던 주택재건축사업을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과 함께 동법이 규율하는 정비사업에 포함시키고( 제2조 제2호 ),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각종 비리행위로 인한 심각한 분쟁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조합 임원들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조합의 임원은 뇌물에 관한 죄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본다는 공무원 간주조항을 마련함으로써( 제84조 ) 재건축조합 임원들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였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6도1146 판결 참조).

(4) 도시정비법 제84조 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도시정비법의 제정경위 및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사업은 종전의 주택건설촉진법의 규율을 받던 재건축사업과 그 개념이나 공공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주택재개발사업과는 단지 ‘정비기반시설의 양호 정도’에 따라 구별될 뿐 그 공공성에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재건축사업과 재개발사업에 신청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규율내용 상의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이는 공공성의 유무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정비기반시설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개별적, 상대적 차이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차이를 들어 주택재건축조합과 주택재개발조합의 성격이 ‘실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반면,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주택조합의 경우에는 도시정비법의 제정 후에도 그 목적이나 기본적 성격에 변함이 없으므로 새로이 공공성을 가지게 된 재건축조합과 더 이상 동등하게 평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도시정비법의 제정으로 새로이 공공적 성격을 가지게 된 주택재건축사업의 업무를 처리하는 조합의 임원에 대하여 그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공무원으로 간주하여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을 요구한 것을 두고 헌법 제11조 제1항 이 규정하는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 헌법재판소 1997. 4. 24.자 96헌가3,96헌바70(병합) 결정 참조}, 도시정비법 제84조 가 위헌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주장에 관하여

(1) 뇌물의 점에 관하여

(가)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연립명 생략)연립재건축사업의 시행사로 공소외 2 주식회사{원심은 시행사를 (회사명 생략) 주식회사라고 판시하였으나, 기록에 첨부된 등기부등본(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05형제41661호 수사기록 제465쪽)의 기재에 의하면 이는 공소외 2 주식회사의 명백한 오기로 보인다.}을, 시공사로 공소외 3 주식회사를 각 선정함에 있어 공개 입찰이나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독자적으로 이를 선정한 점, ②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4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3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후인 2003. 6.경 자신에게 ‘조합장 입장에서 시공사에게 직접 어떻게 사례를 해 줄 것이냐고 묻기 민망하니 대신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였고, 그 후 자신이 공소외 3 회사 개발사업부장이었던 공소외 5에게 ‘조합장에게 사례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피고인이 집 1채 값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하는데 공소외 3 회사가 2억 원 정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한 점( 원심 법원 2005고합290호 사건 제3회 공판조서), ③ 공소외 5 역시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 공소외 3 회사도 내부적으로 2억 원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할 것을 기안한 적이 있다. 지급할 때는 시공사 선정에 대한 대가 및 앞으로 조합장으로서의 협조를 부탁하는 의미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지출한 것이다. 차용증을 받기는 하였지만 재건축사업이 잘 마무리 되면 이를 업무추진비로 처리하여 회수하지 아니하며, 피고인이 중간에 조합장에서 교체되면 이를 회수하려 하였다”고 진술한 점(위 사건 제3회 공판조서), ④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당한 계약에 따른 업무추진비라면 차용증을 수수하면서 대여금 명목으로 지출할 필요가 없었던 점, ⑤ 공소외 3 회사에서는 공식적인 조합의 운영비 명목으로 매달 660만 원씩 (연립명 생략)연립재건축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고 한다)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나, 그 외 조합장에게 따로 업무추진비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없었던 점, ⑥ 이 사건 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에 체결된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조합원이 분담금을 대출받아 선납할 경우 입주시까지의 이자만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지 따로 선납할인 등의 규정이 없어, 조합원들로서는 분담금을 굳이 미리 대출받아 납입할 필요가 없었고, 이 사건 재건축공사처럼 시공사가 도산하는 경우 이러한 조기대출로 인한 이익은 시공사가 보고 그 피해는 조합원들이 보게 됨에도,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이중의 공사도급약정서까지 만들면서 조합원 별로 부담금의 거의 대부분을 대출받아 이를 모두 시공사로 하여금 사용하게 한 점, ⑦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받은 돈 중 4,200만 원은 재건축에 반대하는 조합원인 공소외 6으로부터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사용하였으며, 이는 자신의 조카사위인 공소외 7의 명의를 빌려 시공사인 공소외 3 회사의 계산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공소외 3 회사가 차용증까지 받으면서 피고인에게 그 친척의 명의를 빌려 아파트를 매수하도록 하고 그 매수자금까지 주었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오히려, 관련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그 조카사위인 공소외 7의 명의를 빌려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⑧ 피고인은 수수한 금원 전액을 공적인 업무추진비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나, 그 주장에 부합하는 사용내역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피고인이 주장하는 항목 중 조합장직무정지가처분 사건의 변호사 선임비 등과 같은 부분은 가사 시공사가 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 부담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것을 조합을 위하여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⑨ 피고인은 2005. 9. 16. 검찰에서 ‘4,200만 원은 공소외 3 회사가 공소외 6으로부터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자신이 조카사위의 명의를 빌려주면서 그 대금을 차용한 것이고, 5,800만 원은 자신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공소외 3 회사가 대여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가(위 수사기록 제137쪽) 원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1억 원 전액을 조합장으로서 업무를 추진하는 데 사용하도록 받았다고 변명하는 등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⑩ 피고인 스스로도 검찰에서 5,800만 원을 여동생에 대한 채무변제 및 개인생활비로 사용하였으며(위 수사기록 제137쪽), 이는 뇌물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시공사가 그 정도는 도와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사용했다고(위 수사기록 제138쪽)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받은 1억 원은 시공사 선정에 대한 답례와 더불어 조합원 명의의 중도금 대출 및 납입의 조기집행 등 시공사의 편의를 도모하는 데 조합장이 협조해 달라는 취지에서 수수된 것으로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나) 당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이 부분 사실인정과 그 과정에서 거친 증거의 취사선택 및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탓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사기죄의 성부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하나은행의 업무처리규정집 중 담보별 업무처리절차에서도 재건축 및 재개발 조합원은 본인부담금액을 총분양금액으로 보아 투기지역의 아파트는 총분양금액의 40%를 한도로 정하여 대출하도록 규정되어 있고(2006. 4. 25.자 추송서), 한국주택금융공사(구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개인보증실무지침상으로도 보증한도는 총분양금액의 40%(이 사건과 같은 투기지역의 경우)이며, 총분양금액은 조합원의 본인부담금(실제부담금)이라고 규정되어 있는(2006. 5. 17.자 추송서) 점, ② 이러한 규정들은 그 취지가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하여 실제 부담금을 기준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정부시책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서 단순히 대출금 회수의 확실성을 위한 내부의 규정에 불과한 것은 아닌 점, ③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합과 공소외 3 회사 간에 처음 작성되었던(2003. 6. 13.자) 공사도급약정서(원심은 ‘공급계약서’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이는 공사도급약정서의 명백한 오기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05형제42744호 수사기록 제106쪽)에는 조합원의 부담금이 6,25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2004. 5.경 이후에 작성일자를 2003. 6. 18.로 소급하여 작성된 공사도급약정서(위 수사기록 제125쪽)에는 1억 5,180원으로 변경되어 기재된 점, ④ 조합원에 대한 공급계약서에 의하면, 1차 중도금은 6,250만 원으로, 2차 중도금은 8,930만 원으로 각 표시되어 있어 마치 조합원들이 1, 2차 중도금 모두를 납부하여야 하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으나, 공소외 3 회사와 조합원들은 이와 별도로 ‘실제 납부하는 금액은 1차 중도금만 납부하기로 한다’는 특약을 하여 위 공급계약서 자체는 금융기관 등에 제출하기 위한 용도로 작성된 것으로 의심되는 점(공판기록에 편철된 피고인에 대한 공급계약서), ⑤ 공소외 5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국민은행 거여동 지점에 대출을 문의하였다가 실제부담금의 40%인 2,500만 원만 대출가능하다고 하여 다시 하나은행 문정동 지점에 문의하였다. 위 하나은행에서도 지점장이 40%만 대출가능하다고 하여 공소외 1에게 보고하여 새로 1억 5,180만 원짜리 공급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위 1억 5,180만 원은 그 40%가 6,072만 원으로서 조합원들의 실제 부담금을 거의 전액 대출받기 위하여 산출된 금액이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⑥ 공소외 5는 원심 법정에서 계속하여 “조합장과 조합임원회를 통하여 여러 차례 정부시책이 바뀌어서 공급계약서를 증액시키는 방법밖에는 조합원 부담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여 그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 한편, 조합원들로서도 대출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동의를 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었던 점, ⑦ 한편,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도 보증한 전액을 변제하는 것은 아니고 원금의 90%를 부담하는 것이고, 현재는 기금이 고갈된 상태여서 실제로 변제를 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피해자 하나은행에 손해가 없다고 할 수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원심 판시와 같은 기망행위를 하여 피해자 하나은행로부터 원심 판시 금원을 편취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과 당심 증인 공소외 8의 법정진술에 아래의 판단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이 부분 사실인정과 그 과정에서 거친 증거의 취사선택 및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탓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조합과 조합원들 간에 체결된 공급계약서는 허위가 아니고, 하나은행 역시 공사도급약정서가 아니라 위 공급계약서를 기초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한 금액의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거나 하나은행이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속아 대출을 해 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그 중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 하나은행의 대출담당 직원들은 조합원들에게 원심 판시 대출행위를 할 당시 조합원들에 대한 공급계약서에 부담금 지급에 관한 특약사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그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원심 판시 범죄사실에 기재된 것과 같은 대출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그러한 사실을 하나은행에 적극적으로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알려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중의 공사도급약정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하기까지 하였으므로,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없었다거나 피해자 하나은행이 착오에 빠져 대출을 해 준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다음으로 피해자 하나은행은 차후 조합원들이 분양받게 되는 아파트에 담보를 설정받기로 하였을 뿐 아니라, 이와 별도로 조합원들로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제출받고 그 한도액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해 준 것이므로 하나은행에는 아무런 재산상 손해가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참조), 피해자 하나은행이 피고인 등의 기망행위에 속아 대출금을 지급한 이상 가사 위 대출금에 대하여 충분한 담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죄수에 관하여

사기죄에 있어서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수회에 걸쳐 기망행위를 하여 금원을 편취한 경우, 그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 방법이 동일하다면 사기죄의 포괄일죄만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기 범행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공모하여 허위의 공사도급약정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방법으로 약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피해자 하나은행으로부터 수십 회에 걸쳐 중도금 대출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한 것이므로, 비록 위 각 대출과정에서 차용인 명의가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단일한 범의 하에 동일한 피해자에 대한 동일한 수법의 범행이라 할 것이어서 그 전부를 포괄하여 하나의 죄만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를 일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 역시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고, 형법 제57조 에 의하여 이 판결 선고전의 당심 구금일수 중 135일을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의 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기석(재판장) 차문호 서승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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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동부지방법원 2006.8.11.선고 2005고합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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