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금융실명제 이후 예금계약의 예금주(=명의인)
[2] 예금 당시 금융기관이 예금계약의 명의자와 실질적 예금주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경우, 실질적 예금주의 반환청구를 거부하는 것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3] 타인의 명의로 예치한 금원을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이 무단 인출하여 횡령한 경우, 실질적 예금주가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제3조, 제13조의 규정 내용 및 위 긴급명령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긴급명령 시행 후에 타인의 명의로 금원을 예탁한 경우 예금주는 그 예금계약 명의자로 보아야 한다.
[2] 금융기관이 비실명 예금거래 사실을 알고 이를 허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의사는 실질적 예금주가 자금의 실소유자인 사실을 인정하고 명의를 대여한 자 명의로 예금반환을 청구하여 올 경우 이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예금계약의 당사자 즉 예금주를 실질적 예금주로 인정하겠다는 의사는 아니었다고 보아야 하고, 예금주를 예금계약의 명의자로 인정한 이상 금융기관으로서는 예금 명의자가 예금의 반환을 청구하여 올 경우 이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금융기관이 이중지급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실질적 예금주 명의로 청구된 예금반환 청구를 거부하는 것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타인의 명의로 예치한 금원을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이 무단 인출하여 횡령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실질적 예금주가 어떠한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제3조 (현행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제3조 , ), 제13조 (현행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제7조 , ), 민법 제702조 , /[2] 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제3조 (현행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제3조 , ), 제13조 (현행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제7조 , ), 민법 제2조 , 제702조 , /[3] 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제3조 (현행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제3조 , ), 제13조 (현행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제7조 , ), 민법 제702조 , 제750조 , 제756조
참조판례
[1]
원고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송현규)
피고
장흥농업협동조합(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기홍)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피고는 원고에게 금 800,000,000원 및 그 중 금 613,000,000원에 대하여는 1994. 11. 19.부터 1996. 11. 18.까지 연 1할 1푼 5리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나머지 금 187,000,000원에 대하여는 1994. 11. 24.부터 1996. 11. 23.까지는 연 1할 1푼 5리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예비적 청구:피고는 원고에게 금 984,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6. 11. 24.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1할 1푼 5리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47(각 비과세예탁금 종합통장, 피고 조합은 위 각 예금통장이 소외 1에 의하여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나, 그 위조 여부는 아래 사실의 인정에 영향이 없으므로 따로 살피지 아니한다.), 갑 제3호증(경위서), 갑 제5호증(원장), 갑 제6호증(농협실무처리기준), 갑 제7호증(민원회신), 을 제1호증의 1 내지 47(각 지급청구서)의 각 기재, 증인 고홍천, 소외 2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1992. 2. 중순경 소외 1(당시 피고 조합의 전무로 재직하고 있었다)은 소외 고홍천과 함께 평소 알고 있던 원고를 찾아가 피고 조합에 예금을 많이 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원고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 같은 해 8.경 금 200,000,000원을, 1993. 9.경 금 600,000,000원을 피고 조합에 각 예탁하였던바, 소외 1은 원고와의 합의에 따라 예금주를 원고가 아닌 소외 박정희, 주향미 등 47인의 명의로 예탁하고,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1993. 8. 12. 시행, 이하 '위 긴급명령'이라고 한다) 시행 후 그 각 예금통장 해당란에 "실명확인필"이라고 기재하게 한 다음, 그 만기 이후인 1994. 11.경 원고에게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면서 그 원금을 피고 조합에 계속 예탁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나. 원고는 위 소외 1의 부탁을 받아들여 위 금 800,000,000원을 피고 조합에 재차 예탁할 것을 허락하였고, 위 소외 1은 원고와의 합의에 따라 피고 조합의 직원인 소외 2로 하여금 1994. 11. 18. 금 613,000,000원을 소외 박정희 등 35인의 이름으로, 같은 달 23. 금 187,000,000원을 소외 주향미 등 12명의 이름으로 각 예금하되 약정이자율은 각 연 11.5%로, 예치기간은 각 2년간으로 정하여 각 정기예탁금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관련 장부를 정리하게 하였던바, 위 소외 2는 그 각 정기예탁금통장(이하 '예금통장들'이라고 한다)을 새로 발급하지 아니한 채 위 1992. 8.경 및 1993. 9.경에 각 발급하였던 예금통장들의 뒷면에 그 각 원금을 재예탁한다는 취지로 기재한 후 그 예금통장들과 거래인감을 위 소외 1에게 교부하였다.
다. 그런데 위 소외 1은 위와 같이 재예탁하기로 한 1994. 11. 18. 및 1994. 11. 23.의 각 일과시간 후에 위 소외 2로 하여금 기존의 예금통장들이 낡았다는 이유로 새로운 통장으로 발급하도록 지시하여 기존의 예금통장들을 대체할 새로운 통장들을 만든 다음 새로 발급한 통장들을 원고에게 교부한 후, 새로운 통장을 발급할 때에는 기존의 예금통장을 반환받아 폐기하도록 규정된 피고 조합의 업무처리규정에 위반하여 기존의 예금통장들을 폐기하지 아니한 채 소지하고 있다가 며칠 후 이를 이용하여 위 소외 2로 하여금 마치 위 각 정기예탁금의 예금주들이 예금계약을 해지하고 각 예금을 인출한 것처럼 피고 조합의 관련 장부를 정리하도록 지시한 후 그 각 예탁금 상당 금원을 가지고 잠적하였다.
2.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
먼저, 원고는 주위적으로 위 1994. 11. 18.자 및 같은 달 23.자로 피고 조합에 각 예금한 정기예탁금의 만기가 도과하였음을 이유로 이의 반환을 구한다.
그러므로 보건대, 위 긴급명령 제3조 제1항, 제13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지명의(이하 '실명'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그 금융기관의 임원 및 직원에 대하여는 금 5,000,000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위 긴급명령 시행 후 타인의 명의로 금원을 예탁한 정기예탁금 계약의 경우 그 예금을 인출할 정당한 권리가 있는 예금주(이하 '예금주'라고 한다)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서는 위 긴급명령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바, 위 긴급명령 제3조 제2항, 제3항, 제13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실명에 의하여 거래를 하여야 하고, 위 긴급명령 시행 전에 금융거래계좌가 개설된 금융자산(이하 '기존금융자산'이라고 한다)의 명의인에 대하여는 위 긴급명령 시행 후 최초의 금융거래가 있는 때에 그 명의가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며, 금융기관이 위와 같이 실명확인을 하지 아니하였거나 실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기존 금융 자산에 대하여는 지급·상환·환금·환매 등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금융기관이 위와 같은 규정을 위반한 경우 그 금융기관의 임원 및 직원에 대하여는 금 5,000,000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위 긴급명령의 제반 규정을 종합하여 볼 때 위 긴급명령에서 말하는 거래자란 금융거래에 있어서 자기의 명의로 금융기관의 상대방이 된 자 또는 되는 자를 말하는 것이지 자금의 실소유자 또는 금융자산의 사실상의 권리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점, 위 긴급명령의 취지가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를 정착시켜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긴급명령 시행 후의 예금거래에 있어서는 금융기관은 주민등록표 등을 제시하고 실명확인을 한 통장상의 명의자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소외 박정희 등 47인의 명의로 예탁된 이 사건 정기예탁금의 예금주는 그 예금계약 명의자인 위 박정희 등 47인이지 자금의 실소유자인 원고는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만약,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금융기관 또는 자금주가 위 긴급명령 제13조에 따라 부과될지도 모르는 금 5,000,000원 이하의 과태료 납부만을 감수한다면 얼마든지 비실명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위 긴급명령의 취지에 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예금주임을 전제로 위 각 예탁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조합이 원고가 타인의 명의로 이 사건 정기예탁금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를 용인하고 예탁금을 예치받고서도 실명거래가 아님을 이유로 그 예탁금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위 각 정기예탁금계약 당시 피고 조합의 전무인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거래가 실명거래가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위 긴급명령에 위반하여 그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나, 피고 조합이 원고의 비실명예금거래 사실을 알고 이를 허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조합의 의사는 원고가 자금의 실소유자인 사실을 인정하고 명의를 대여한 소외 박정희 등 47인 명의로 예금반환을 청구하여 올 경우 이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예금계약의 당사자 즉 예금주를 원고로 인정하겠다는 의사는 아니었다고 보아야 하고, 한편 이 사건 정기예탁금의 예금주를 예금계약 명의자인 소외 박정희 등 47인으로 보는 이상 피고 조합으로서는 위 소외인들이 정기예탁금의 반환을 청구하여 올 경우 이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피고 조합이 이중지급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원고 명의로 청구된 이 사건 정기예탁금 반환청구를 거부하는 것을 들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만약,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위 긴급명령에 위반하여 비실명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유효한 예금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위 긴급명령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3.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다음에, 원고는 예비적으로, 피고 조합은 그 임직원인 위 소외 1, 2 등이 새로 예금통장을 발급한 후에 피고 조합의 업무처리규정에 위반하여 종전 예금통장을 폐기하지 아니한 채 소지하고 있다가 이를 이용하여 원고가 예치한 금원을 인출하여 횡령한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니 사용자인 피고 조합은 원고에 대하여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조합을 상대로 그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한다.
그러므로 보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정기예탁금의 예금주를 원고가 아닌 그 각 예금계약 명의자라로 보는 이상, 비록 위 주장과 같이 피고 조합의 직원인 위 소외 2가 통장재발급에 관한 업무규정에 위반하여 통장을 재발급하고, 위 소외 1이 이 사건 정기예탁금을 무단 인출하여 횡령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손해를 입게 되는 사람은 예금주인 소외 박정희 등 47인이지 원고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피고 조합 임직원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손해를 입었다는 점에 관한 주장, 입증이 없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 조합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음을 원인으로 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