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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06. 6. 15. 선고 2005누23918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확정[각공2006.8.10.(36),1735]
판시사항

[1] 종전에는 단순한 근로자에 불과하였다가 사업주체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종전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형태의 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종전과 동일 내지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월급제로 근무하던 택시기사가, 매일 일정액의 사납금을 납부하면 근무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택시를 운행하는 도급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경우, 근무형태 변경 이후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근로복지공단이 재해를 당한 신청인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경우, 그 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주장하는 사유인, 재해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는 당초의 요양불승인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새로운 요양불승인처분 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종전에는 단순한 근로자에 불과하였다가 어떠한 계기로 하나의 사업주체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종전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형태의 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종전과 동일 내지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스스로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퇴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형식적으로 퇴직하게 되었는지 여부, 사업계획·손익계산·위험부담 등의 주체로서 사업운영에 독자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여부, 작업수행과정 등에 있어서 종전의 사용자의 개입 내지 간섭의 정도, 보수지급방식과 보수액이 종전과 어떻게 달라졌으며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종전의 사용자 소속 근로자에 비하여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한다.

[2] 월급제로 근무하던 택시기사가, 매일 일정액의 사납금을 납부하면 근무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택시를 운행하는 도급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경우, 근무형태 변경 이후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근로복지공단이 재해를 당한 신청인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경우, 그 불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주장하는 사유인, 재해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는 당초의 요양불승인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새로운 요양불승인처분 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찬만)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6. 4. 27.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4. 8. 6.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3. 9. 2. 삼용운수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택시운전기사로 근무하던 중, 2004. 6. 13. 22:50경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후 ‘좌측 내경동맥 경색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04. 7. 21.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다.

나. 이에 피고는, 원고가 2004. 2. 1. 이후에는 사납금 이외의 영업수입을 전액 본인의 수입으로 하고, 이 사건 회사의 출·퇴근시간,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을 적용받지 않는 등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4. 8. 6. 원고의 위 요양신청을 불승인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1, 2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처분사유의 적법 여부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월급제로 근무를 하다가, 2004. 2. 1.부터 일체의 기본급 없이 하루에 90,000원을 입금하면 나머지 운행수입은 모두 원고가 가지는 도급제 형식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근무형태는 택시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변형된 근로형태로서, 원고는 여전히 이 사건 회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2) 인정 사실

(가) 원고는 1983.경부터 2002. 4.경까지 택시운전을 하다가 2003. 9. 2. 이 사건 회사에 택시기사로 입사하였는데, 입사 당시 위 회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운행기록장치(타코메타)의 기록에 의한 운송수입금과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모든 수입금을 회사가 전액입금관리하고 월 급여 정산제를 실시한다. (제1조)

② 1일 2교대 근무에 주·야 격주 근무를 한다. 근로시간은 1일 7시간 20분(주 44시간, 월 220시간)을 기본근로시간으로 한다. 1일 배차시간(출고시간에서 입고시간까지)은 10시간을 넘지 못한다. 회사의 승인 없이 기본근로시간을 초과 또는 단축할 수 없다. 고장수리시간이 기본근로시간의 50%를 초과할 경우에만 시간 비율로 임금의무를 차감한다. (제3조)

③ 월 근로일수는 26일 만근으로 한다. (제4조)

④ 운전자는 주간·야간 근무시 각 ‘88,000원 + 가스대금’ 이상을 전액 입금하여야 한다. (제5조)

⑤ 운전자의 월 임금지급방법은 각 승무당일의 입금실적에 따라 일일정산한 ‘정액급여 + 성과급 + 제 수당 + 퇴직금’을 월말 마감하여 다음 달 10일에 일괄 지급한다. (제6조)

⑥ 회사는 임금에서 급여와 관련된 제세공과금, 의료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중 근로자 부담분 등을 공제할 수 있다. (제7조)

⑦ 운전자는 운송수입금을 임의사용(유용)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시간 중 1시간 이상 빈차 운행 및 대기 등을 하여서는 안 되며, 부당요금징수·메타기 파손·승객으로부터의 민원 발생 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1차 경고하고 재차 발생시에는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한다. (제9조)

⑧ 월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초과하여 입금한 운송수입금은 성과급과 추가입금분에 대한 퇴직급여로 정산하여 급여일에 지급한다. (제10조)

(나) 이 사건 회사는 택시기사가 부족하자 그 소속 택시기사들 중 일부에 대하여 택시기사 1명이 1대의 택시를 전담하여 운행하도록 하는 이른바 ‘1인 1차제’를 실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택시기사가 매일 일정한 액수의 사납금을 납부하기만 하면 근무시간에 따로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택시를 운행하도록 하는 이른바 ‘도급제’를 실시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회사의 택시기사들은 월급제와 도급제를 선택할 수 있었고, 월급제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다시 1일 2교대제와 1인 1차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 사건 회사의 택시기사들 중 86명은 월급제로 근무하였고, 3명은 도급제로 근무하였다.

(다) 이 사건 회사의 택시기사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정해진 금액을 사납금으로 납부하면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자신의 수입으로 가져갈 수 있었는바, 회사에 납부해야 할 사납금의 액수는 1일 2교대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은 매일 90,000원(주간 근무자) 내지 95,000원(야간 근무자), 1인 1차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은 매일 129,000원, 도급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은 매일 90,000원이다. 다만, 월급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은 이 사건 회사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았으나, 도급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은 별도로 보수를 지급받지 않았다. 1일 2교대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은 교대를 위하여 매일 교대시간에 이 사건 회사로 들어와야 하나, 1인 1차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은 회사로 들어오는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며, 도급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납부의무 이외에는 근무시간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았다.

(라) 이 사건 회사의 택시에는 차량운행내역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타코메타가 모두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건 회사는 택시기사들의 근무시간이나 운행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1일 2교대제로 근무하는 택시기사라 하더라도 사납금만 제대로 납부하면 그 택시의 운행시간 등에 관하여 이 사건 회사로부터 특별한 통제를 받지는 않았다.

(마) 원고는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한 후 위에서 본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달리 1인 1차제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회사로부터 매월 보수를 지급받아 왔는데, 당시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로, 국민연금은 사업장가입자로 되어 있었고, 이 사건 회사의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었으며, 또한 이 사건 회사도 원고를 위하여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바) 그러나 원고는 신용불량상태로 인하여 회사 급여가 압류되자 2004. 1. 31. 이 사건 회사를 퇴직하는 형식에 의하여 도급제 근무로 그 근무형태를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모두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도 미가입상태로 되었으며, 노동조합에서도 탈퇴하고, 이 사건 회사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지 않았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도 받지 아니한 채 근무시간이나 휴식 및 휴무 등을 원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고,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사납금을 정산하고 위 도급제 근무를 그만둘 수도 있었다. 다만, 원고는 2004. 2. 1. 이후에도 여전히 제3자를 고용하여 원고 대신 택시를 운행하게 할 수는 없었고, 만일 원고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이 사건 회사는 원고로부터 택시를 회수하는 방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택시에 대한 통상적인 수리비와 대인·대물보험(공제)은 이 사건 회사가, 택시연료(가스)비용과 사고시의 차량손해 및 자기손해(자차·자손) 등은 원고가 각 부담하였다.

(사) 원고는 위와 같이 2004. 2. 1.부터는 출근일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나, 이 사건 회사에게 1일 90,000원씩 매월 26일분에 해당하는 2,340,000원의 사납금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하여 보통 08:00~09:00경 이 사건 회사로 출근하였고, 한 달에 26일 정도를 계속 근무해 왔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4, 을6 내지 10, 제1심 증인 김상협,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 단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같은 법상의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2호 )하는 외에 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보험급여대상자인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된다( 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두2201 판결 ).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종전에는 단순한 근로자에 불과하였다가 어떠한 계기로 하나의 사업주체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종전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형태의 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종전과 동일 내지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스스로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퇴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형식적으로 퇴직하게 되었는지 여부, 사업계획·손익계산·위험부담 등의 주체로서 사업운영에 독자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여부, 작업수행과정 등에 있어서 종전의 사용자의 개입 내지 간섭의 정도, 보수지급방식과 보수액이 종전과 어떻게 달라졌으며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종전의 사용자 소속 근로자에 비하여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2122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를 바탕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당시 도급제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그 업무수행과정에서도 이 사건 회사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시·통제를 받지 아니한 채 근무시간과 휴무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고, 이 사건 회사로부터 보수도 지급받지 않았으며, 또한 위 도급제 근무는 원고 본인의 사정과 의사에 기한 것으로서, 그 과정에서 원고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퇴직처리되어 위 도급제 근무 당시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에도 미가입된 상태에 있었기는 하나, 이러한 도급제 근무방식과 원고에 대한 퇴직처리절차 등은 이 사건 회사가 택시기사 부족에 따른 경영사정의 악화를 방지하고자 소속 택시기사에 대한 급여 부담을 줄이고 위 각 보험료, 연료비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편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① 원고의 위 도급제 근무는 근본적으로 이 사건 회사가 제공하는 택시를 운행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 1일 90,000원씩 매월 2,340,000원의 사납금을 납부하여야 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회사에게 위 사납금 상당의 근무를 제공하는 것이 강제되어 있고, 실제로도 원고는 정해진 출근일이 없었지만 위 사납금 납부의무로 인하여 08:00~09:00경 위 회사에 출근하는 형태로 한 달에 26일 정도를 고정적·계속적으로 근무해 온 점, ② 원고는 도급제로 근무함에 있어 이 사건 회사로부터 그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지시·통제를 받지 않았으나, 그 전에 월급제(1인 1차제)로 근무할 당시에도 사납금만 납부하면 특별히 그 업무수행에 있어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지시·통제를 받지는 않았던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직접적으로 보수를 지급받지 않았으나,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은 이를 자신의 수입으로 할 수 있으므로, 위 운송수입금 잔액은 사실상 원고의 근무에 대한 보수의 성격을 갖는 것인 점, ④ 원고가 월급제로 근무할 당시와 도급제로 근무할 당시를 비교하면 보수를 받지 않는 대신 회사에 납부해야 할 사납금의 액수가 1일 129,000원에서 90,000원으로 감소된 것 외에는 근무형태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 ⑤ 원고는 월급제로 근무할 당시나 도급제로 근무할 당시 모두 제3자를 고용하여 택시를 대신 운행하게 할 수는 없었던 까닭에 업무의 대체성도 인정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도급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이후에도 여전히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라 할 것이므로, 원고가 위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 사건 처분사유는 위법하다 할 것이다.

나. 피고가 추가로 주장하는 처분사유에 대하여

피고는 이 소송에 이르러 이 사건 처분시에 명시한 위 처분사유 외에 추가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당뇨병, 고혈압 등 기존질환과 과도한 흡연이 원인이 되어 자연경과적으로 발생한 것일 뿐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는 실질적 법치주의와 행정처분의 상대방인 국민에 대한 신뢰보호라는 견지에서 처분청은 당초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 있어서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그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전혀 없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함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법원으로서도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는 사실은 이를 처분사유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피고가 당초 이 사건 처분사유로 삼은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와 이 소송에서 추가로 주장하는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소송에 이르러 비로소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여부를 이 사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도 이를 이 사건 처분사유로 인정하여 위법한 행정처분의 하자를 치유시킬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도 없이 이유 없다.

다. 결국,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로서는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사유로 인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핀 후 이 사건 상병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판단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원고가 위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이수(재판장) 함상훈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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