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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5. 12. 26. 선고 2005나21014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 담당변호사 조남대)

피고, 피항소인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외 1(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명 담당변호사 이석종외 1인)

변론종결

2005. 11. 25.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금 861,324,325원 및 이에 대하여 2000. 10. 1.부터 2004. 5. 14.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10, 11, 20, 29, 40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가 제7호증의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99. 3. 26. 대우증권 주식회사(이하 ‘대우증권’이라 한다) 명동지점을 통하여 소외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이하 ‘대우자동차’라 한다)가 발행한「액면금액 3,202,231,911원, 수취인 대우증권 주식회사, 발행일 1999. 3. 26., 지급기일 1999. 9. 27., 지급장소 주식회사 제일은행 충무로지점」으로 된 기업어음(CP, 이하 ‘이 사건 CP’라 한다)을 매수하였다.

나. 그 후 원고는 1999. 8. 10. 대우증권 명동지점에 이 사건 CP의 실물을 출고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대우증권으로부터 이 사건 CP의 제1배서인란에 대우증권의 서명ㆍ날인이 된 이 사건 CP를 교부받은 다음, 같은 해 9. 22. 원고의 거래 은행인 주식회사 한빛은행(그 후 ‘우리은행’으로 상호가 변경되었다)의 기업자유예금 통장에 이 사건 CP를 입고하면서 그 추심을 의뢰하였는데, 제일은행(충무로지점)은 1999. 9. 27. 한빛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CP의 지급제시를 받고 ‘예금부족(구조조정대상기업)’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CP 어음금을 상환받기 위하여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 99가단73578호 로 약속어음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2000. 1. 27. 위 법원으로부터 “대우자동차는 원고에게 금 3,202,231,911원 및 이에 대한 1999. 9. 28.부터 1999. 11. 24.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이하 ‘이 사건 어음금’이라 한다)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그런데, 대우자동차는 1999. 9.경 대우자동차 기업어음의 개인 보유자에 대한 우선지급원칙을 밝혔고, 2000. 9.경 채권금융단의 동의를 얻어 ‘대우자동차 기업어음을 보유한 개인 중 원금의 90.3%를 지급받는 데 합의한 사람들’ 에게는 직접 그 해당금액을 지급하고 기업어음을 회수하기도 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반면 원고는 위 확정판결에 기하여 2000. 9. 28. 인천지방법원 2000타기7175호 로 피고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이하 ‘피고 대우자판’이라 한다)를 제3채무자로 하여「대우자동차가 상품총판계약에 기하여 피고 대우자판에 대하여 가지는 자동차판매대금채권 중 2000년 10월분부터 청구금액인 금 3,895,142,257원에 달할 때까지의 금액(이하 ‘이 사건 추심금’이라 한다)」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하 ‘이 사건 추심명령’이라 한다)을 받았고, 위 결정은 2000. 9. 30. 피고 대우자판에 송달되었다.

마. 한편, 대우자동차는 피고 대우자판 등 대우계열사 11개사와 함께 1999. 8. 26. 채권금융기관들(은행 21, 투신 17 등 총 65개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로부터 기업구조개선작업(Work-out) 대상기업으로 선정되어 채권금융기관 전담은행인 피고 한국산업은행을 주축으로 구성된 경영관리단과 상호 협의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시도하였으나, 2000. 11. 8. 자금사정의 악화로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2000. 11. 10. 인천지방법원 2000회1호 로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같은 달 30.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졌다. 그 과정에서 위 법원은 대우자동차의 신청에 의하여 2000. 11. 17. 이 사건 추심명령에 대한 강제집행중지결정을, 같은 해 12. 6. 이 사건 추심명령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원고는 위 취소결정에 대하여 특별항고하였으나, 2001. 3. 22. 대법원에서 기각되어 위 결정은 확정되었다).

바. 원고는 그 후 또다시 이 사건 추심명령에 기하여 인천지방법원 2000가합13203호 로 추심금청구소송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1. 5. 16. 「이 사건 추심명령에 대한 취소 결정이 확정되어 원고의 추심금채권이 소멸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사. 현재 원고의 이 사건 어음금채권은 대우자동차에 대한 정리채권으로 신고되어 정리법원에서 인가된 대우자동차의 정리계획안에 의하면, 원고의 채권금액은 금 4,089,589,463원으로 산정되어 있다.

2. 원고의 주장

가. 피고 대우자판은 이 사건 추심명령을 송달받을 당시, 추심금을 지급할 자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채권자들에 대하여는 선별적으로 추심금을 지급해 주면서도 원고에 대하여는 그 지급을 지체하였다. 그 이유는, 위 피고가 「계열사인 채무자 대우자동차가 조만간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할 것이라는 사정」을 알고, 그 경우 「이 사건 추심명령의 효력을 잃게 될 것」을 기대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실제로 대우자동차의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고 이 사건 추심명령이 취소됨으로써, 원고는 위 채권이 실질적인 가치가 거의 없는 정리채권에 편입되는 손해를 입고 말았는바, 위 피고의 행위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니고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대우 계열사의 자산의 보존을 위하여 원고의 채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나. 또한, 피고 한국산업은행은 대우그룹 기업개선작업 주관은행으로서, 피고 대우자판에 파견한 경영관리단을 통해 자금집행을 통제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피고 대우자판으로 하여금 채권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는 선별하여 채무를 변제하게 한 반면, 「대우자동차에 대한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원고에 대하여는 이 사건 추심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거나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등 피고 대우자판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적극 개입하였다.

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원고에게 이 사건 추심명령의 취소로 인하여 입은 손해 중 원고가 이 사건 어음금채권과 관련하여 제1심 공동피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으로부터 변제받고 남은 재산상 손해액 금 661,324,325원 및 원고가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4년 이상의 기간 동안 입게 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금 200,000,000원의 합계 금 861,324,325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피고 대우자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피고 대우자판은 이 사건 추심명령을 송달받을 당시, 원고의 청구금액 이상으로 대우자동차에 대하여 자동차판매대금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 대우자판에게 이 사건 추심금을 지급할만한 충분한 자력이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그러나, 「피고 대우자판이 대우자동차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이 사건 추심명령이 취소된다는 사정을 미리 알고, 원고의 채권을 침해할 목적으로 원고의 추심금 지급청구에 불응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갑 제5, 21, 56, 60, 62, 63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 대우자판이 조만간 대우자동차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리 예견하고 이 사건 추심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고 하더라도, ① 추심명령은 채권자에게 제3채무자에 대한 직접적인 추심권능만을 부여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로 인하여 원래 채권자와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는 제3채무자에게 당연히 추심금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제3채무자가 어떤 이유로 채권자에 대하여 추심금의 지급을 거절할 경우, 채권자는 추심금청구의 소송을 제기하여 그 결과에 따라 제3채무자로부터 변제받고나 제3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 집행절차를 통하여 채권을 만족할 수 있음에 그치며, 제3채무자에게 채권자의 채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채권자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는 없는 점, ② 또한, 피고 대우자판이 원고에 대한 추심금 지급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이 사건 추심명령이 내려질 당시 채무자인 대우자동차에 대한 기업구조개선작업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협약’(갑 제48호증, 부실기업의 정리와 희생을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국내의 236개 금융기관이 가입되어 있음)에 가입하지 않은 이른바 ‘비협약 채권자’나 해외채권단 등에 대한 처리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갑 제4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금융기관협약에 가입한 채권금융기관의 경우 채권행사 유예기간인 2004. 12. 31.까지 대우자동차의 부동산, 채권 등 모든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보류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③ 그러던 중 대우자동차가 2000. 9.경 채권금융기관의 승인을 얻어 원금의 90.3%를 지급받는 데 동의한 대우자동차 기업어음의 개인보유자들에게는 먼저 그 해당금액을 지급하여 그들의 손실을 상당 부분 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음에도 원고는 이에 불응하였던 점, ④ 대우자동차에 대한 비협약 CP 채권자들 중의 일부가 피고 대우자판을 제3채무자로 한 추심명령을 받고 그에 따라 피고 대우자판을 상대로 추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다음, 그 판결에 기하여 다시 피고 대우자판이 거래 금융기관(LG 캐피탈, 삼성캐피탈, 조흥은행, 한빛은행 등)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에 대한 전부명령 또는 추심명령을 받는 방법 등을 통하여 채권을 실현한 경우가 있기는 하나, 원고와 같이 피고 대우자판에 대하여 추심명령만을 받은 상태에서는 피고 대우자판이 자발적으로 추심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었던 점(제1심은 대우자동차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기록 제1382, 1383쪽 참조), ⑤ 이 사건 추심명령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대우자동차에 대한 채권은 소멸하지 않고 정리채권으로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점, ⑥ 한편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입은 손해는 대우자동차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이 사건 추심명령이 취소됨으로써 비로소 발생한 것인데, 회사정리절차의 개시 여부는 정리법원이 해당기업의 재정상태, 회생가능성 등 회사정리법 제38조 각호 소정의 사유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하여 합목적적인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고, 그 부수적인 절차인 추심명령의 취소 역시 개별집행절차에 의한 독점적인 채권의 추심을 금지함으로써 회사정리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동종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타 채권자들과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리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이를 결정 하는 것인 점 및 ⑦ 을가 제14, 15호증(갑 제11, 12호증과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추심명령뿐만 아니라, 피고 대우자판을 채무자로 한 대우자동차의 채권자들이 받은 추심명령 중 당시까지 강제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것은 모두 위 정리법원에 의하여 일괄적으로 취소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피고 대우자판의 추심금지급 거절이 사회통념상 채무불이행의 정도를 넘어 고의적인 채무면탈을 기도한 적극적인 채권침해로 평가할 정도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원고가 입은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3) 따라서, 원고의 피고 대우자판에 대한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피고 한국산업은행이 피고 대우자판 등 대우 계열사의 기업개선작업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전담은행인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앞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25, 29, 5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한국산업은행이 대우자동차의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것을 미리 예상하고 피고 대우자판에 대하여 추심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지시하였다거나 피고 대우자판의 원고에 대한 추심금 지급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설사 피고 한국산업은행이 채권금융기관 전담은행의 지위에서 피고 대우자판의 이 사건 추심금 지급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한 바가 있다 하더라도, 피고 대우자판의 추심금 미지급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상, 피고 한국산업은행만이 원고에 대하여 독자적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피고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재홍(재판장) 강인철 안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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