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red_flag_2
서울고등법원 2004. 1. 20. 선고 2003누2245 판결
[시정조치명령등취소청구][미간행]
원고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임영철외 1인)

피고

공정거래위원회(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두환)

변론종결

2003. 12. 23.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2. 7. 20. 의결 제2002-155호 및 의결 제2002-156호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갑제1호증의 1 내지 4, 갑제2호증의 1, 2, 갑제3, 4, 9호증, 을제1호증, 을제2호증의 의 1 내지 10, 을제3 내지 7호증, 을제8호증의 1, 2, 을제9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건설업의 등록)의 규정에 의하여 건설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의 사업자이고, 그 일반현황은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원고의 일반현황 (2001. 12. 말 기준, 단위 : 억원)

본문내 포함된 표
자본금 매출액 당기순이익 시공능력(순위)
3,769 26,073 △961 20,624(5)

나. 2001. 5. 2.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발주하고 조달청이 실시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903공구 및 909공구 건설공사에 대한 입찰(이하 이 사건 각 입찰이라 한다.)은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시행령 제79조 제1항 제5호 에 의하여 정부가 제시하는 일괄입찰기본계획 및 지침에 따라 입찰시 그 공사의 설계서 기타 시공에 필요한 도면 및 서류를 작성하여 입찰서와 함께 제출하는 설계·시공 일괄입찰이고, 건설업계에서는 일명 턴키(Turn-Key)입찰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일반입찰은 주로 가격조건에 의해 낙찰자를 결정하나, 일괄입찰은 가격뿐만 아니라 공사수행능력과 설계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낙찰자를 결정한다.

이러한 일괄입찰은 위 시행령 제87조 의 규정에 의하여 입찰자 중 설계점수가 높은 순으로 4명을 선정하고, 그 중 재정경제부 회계예규인 적격심사기준에 의하여 당해공사 수행능력, 설계평가, 입찰가격점수 등 평가요소 평점합계가 가장 높은 업체가 실시설계적격자로 결정되며, 실시설계적격자는 실시설계서를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또는 설계자문위원회에 제출하여 적격통지를 받아야 낙찰자로 확정된다. 이 사건 입찰에서의 적격심사기준에 의한 항목별 배점기준은 아래 〈표 2〉와 같다.

〈표 2〉 배점기준

본문내 포함된 표
공사수행능력 입찰가격 설계평가 합 계
30점 30점 40점 100점

다. 원고와 소외 두산건설 주식회사(이하 두산건설이라 한다.)는 2001. 5. 2. 위 지하철 9호선 903공구 및 909공구 건설공사에 대한 입찰에 참가하였는데, ⑴ 903공구에 대한 입찰(이하 903공구 입찰이라 한다.)에서는 아래 〈표 3〉과 같이 소외 주식회사 대우건설(이하 대우건설이라 한다.)과 공동수급체(컨소시엄)를 구성한 원고가 실시설계 적격업체로 선정되었고, ⑵ 909공구에 대한 입찰(이하 909공구 입찰이라 한다.)에서는 아래 〈표 4〉와 같이 소외 현대건설 주식회사(이하 현대건설이라 한다.)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두산건설이 실시설계 적격업체로 선정되었다.

〈표 3〉 903공구 입찰결과 현황

본문내 포함된 표
참여업체 적격점수 공동수급사
공사수행능력(30점) 입찰가격(30점) 설계평가(40점) 계(100점)
원고 29.93 30.00 37.12 97.05 대우건설(45%)
두산건설 27.75 29.67 35.72 93.14 ?

〈표 4〉 909공구 입찰결과 현황

본문내 포함된 표
참여업체 적격점수 공동수급사
공사수행능력(30점) 입찰가격(30점) 설계평가(40점) 계(100점)
두산건설 28.77 30.00 35.71 94.48 현대건설(49%)
원고 27.75 29.80 33.44 90.99 ?

라. 피고는 2002. 7. 20. 의결 제2002-155호 및 제2002-156호로, 원고와 두산건설은 이 사건 각 입찰 개시 전에 상호 의사연락을 통하여 입찰정보를 교환한 바 있고, 두산건설이 위 903공구 건설공사의 입찰에 참가한 행위와 원고가 위 909공구 건설공사의 입찰에 참가한 행위는 당해 공사를 수주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참가한 것이 아니라 미리 수주예정업체를 정해 놓고 그 입찰이 유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판단되며, 기타 원고와 두산건설이 서로 합의하여 미리 수주예정업체를 정해 놓고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증거가 있다는 이유로 위 다.항 기재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입찰분야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공동행위로 인정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 에 규정에 의거 같은 조 제1항 제1호 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다음, 같은 법 제21조 , 제22조 의 규정을 적용하여 원고에 대하여 별지 기재와 같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마. 피고가 원고 등의 위 다.항 기재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⑴ 원고, 두산건설을 비롯한 12개의 대형건설사의 토목팀장들은 2000. 9. 이전부터 매월 둘째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모여서(목요회라 한다.) 서울시 지하철 9호선 각 공구에 대하여 각사의 입찰참여정보 등을 교환하였고, 원고, 두산건설을 비롯한 10개 대형건설사의 영업팀 과장 또는 차장들은 2000. 12.부터 2~3개월에 1번씩 모여서(영업기획협의회라 한다.) 각사의 수주실적 및 수주계획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였다.

⑵ 이 사건 각 입찰에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설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낙찰을 원하는 사업자는 지하철분야의 우수설계사를 선점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또한 기본설계는 통상 5개월 전부터 시작하며, 설계용역을 받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합동사무실에 자기의 전문기술인력을 파견하여 감독한다.

903공구의 경우 탈락자인 두산건설은 입찰을 불과 1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위 공구의 입찰참여를 결정하고 주식회사 에스오씨건설엔지니어링(이하 에스오씨건설엔지니어링이라 한다.)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설계용역대금은 위 공구 낙찰자인 원고의 설계용역대금의 약 1/3수준인 531,000,000원에 불과하여 과학기술부의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기준」에 의하여 산정된 기본설계비(1,253백만원, 추가업무비용 제외)보다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발주처에서 설계비의 일부로 보상해 주는 설계보상비(탈락자가 1명인 경우)와 같은 수준이고, 909공구의 경우도 탈락자인 원고는 입찰을 불과 1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위 공구의 입찰참여를 결정하고 주식회사 한조엔지니어링(이하 한조엔지니어링이라 한다.)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설계용역대금은 위 공구 낙찰자인 두산건설의 설계용역대금의 약 1/5수준인 735,000,000원(성공보수금 제외)에 불과하여 위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기준에 의하여 산정된 기본설계비(1,887백만원, 추가업무비용 제외)보다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발주처에서 설계비의 일부로 보상해 주는 설계보상비(탈락자가 1명인 경우)와 같은 수준이다.

이러한 행위는 위 각 공구에 있어서 원고와 두산건설을 제외하고는 입찰에 참가할 업체가 없다는 전제가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행위이고, 설계보상비는 통상적인 설계비의 20~30%에 불과하여 이러한 금액으로는 정상적인 설계용역수행이 어려우며, 위 〈표 3〉, 〈표 4〉에서 본 바와 같이 실제 설계평가에 있어서 903공구의 경우 낙찰자인 원고는 37.12점, 탈락자인 두산건설은 35.72점을 받아 1.40점의 점수 차이를 보이고 있고, 909공구의 경우 낙찰자인 두산건설은 35.71점, 탈락자인 원고는 33.44점을 받아 2.27점의 점수 차이를 보이고 있다.

⑶ 공사수행능력의 평가항목은 시공경험, 기술능력, 경영상태, 신인도로 구성되고, 공동수급을 한 경우 평가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2001. 5. 2. 실시한 지하철 9호선 5개 공구 12개사의 공사수행능력 평가점수를 살펴보면, 공동수급을 한 9개사 중 7개사가 30점 만점을, 2개사가 29.93점과 28.77점을 받은 반면, 단독으로 입찰한 3개사는 25.67 ~ 27.75점을 받는데 그쳤다.), 903공구의 경우 탈락자인 두산건설은 단독으로 입찰하여 공사수행능력에서 27.75점을 받아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낙찰된 원고가 받은 점수 29.93점보다 2.18점 낮았고, 909공구의 경우 탈락자인 원고는 단독으로 입찰하여 공사수행능력에서 27.75점을 받아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낙찰된 두산건설이 받은 점수 28.87점보다 1.02점 낮았다.

⑷ 입찰가격평가에 있어서, 903공구의 경우 낙찰자인 원고는 103,965백만원으로 응찰(예산대비 응찰율 97.80%)하여 30점을 받은 반면 탈락자인 두산건설은 그보다 높은 105,135백만원으로 응찰(예산대비 응찰율 98.90%)하여 29.67점을 받았고, 909공구의 경우 낙찰자인 두산건설은 160,216백만원으로 응찰(예산대비 응찰율 99.10%)하여 30점을 받은 반면 탈락자인 원고는 그보다 높은 161,300백만원으로 응찰(예산대비 응찰율 99.77%)하여 그보다 낮은 29.80점을 받았다.

⑸ 기타 정황증거

원고와 903공구를 공동수주한 대우건설의 토목사업본부 토목국내견적팀은 “2001년도 대형공사 입찰결과(T.K/대안입찰)”라는 문건에서 2001. 1.부터 2001. 7.까지의 공사에 대한 입찰결과를 정리하면서 각각의 공사에 대하여 ‘자유경쟁’, ‘설계경쟁’, ‘협의’라고 구분하여 표기해 놓았는데, 이 사건 각 공구는 ‘협의’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의 토목사업본부에서 작성한 2000. 10. 10.자 “9월 사업진척 점검보고(10월 중점보고사항)”에는 ‘최근 턴키공사의 변화와 대응수주전략이라는 주제로 경쟁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고 턴키 상위 선두업체들과 계속적 자율조정 노력’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대우건설은 2000. 7.경 903공구의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해 11. 21. 주식회사 대본엔지니어링(이하 대본엔지니어링이라 한다.)과 에스오씨건설엔지니어링에게 설계용역을 의뢰하여 수행하게 하였는데, 그 후 낙찰자인 원고와 공동으로 위 공구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약 80% 정도 완성된 기본설계서 등 성과품의 소유권을 포기하였고, 탈락자인 두산건설이 이를 이용하여 입찰에 참가하였다. 현대건설은 2000. 10.경 주식회사 청석엔지니어링(이하 청석엔지니어링이라 한다.)에게 909공구의 설계용역을 의뢰하여 수행하게 하였는데, 그 후 낙찰자인 두산건설과 공동으로 위 공구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상당한 정도로 완성된 기본설계서 등 성과품의 소유권을 포기하였고, 원고가 이를 이용하여 입찰에 참가하였다.

원고의 토목설계팀이 작성한 ‘서울지하철9호선 9-3공구 T/K설계관련 D사와의 업무협의 사항’에 의하면 “DS(두산)가 입찰참여 신청 및 입찰도서 제출을 수행할 때 HS(현대산업)가 협조”라고 기재되어 있다.

2. 관계법령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여서는 아니된다.

1.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⑤ 2 이상의 사업자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제1항 각호 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 동 사업자 간에 그러한 행위를 할 것을 약정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제21조 (시정조치)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의 규정에 위반하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당해 행위의 중지, 법위반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제22조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의 규정에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행한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5를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매출액이 없는 경우 등에는 10억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3. 당사자들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이 위 처분사유와 관계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는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가. 부당한 공동행위 해당성에 관한 부분

⑴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 1의 다.항 기재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

㈎ 원고와 두산건설은 그 실무자들이 참석하는 목요회나 영업기획협의회를 통하여 건설업계의 일반적 동향이나 기타 업계의 공통의 관심사항 및 다른 회사들의 입찰동향에 관한 정보를 탐색하고자 하였을 뿐, 상호 입찰참여 여부, 수주실적, 수주계획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사실이 없다.

㈏ 이 사건 각 입찰은 도급금액이 1,0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공사이고, 시공과 함께 설계까지 일괄하여 입찰에 붙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입찰에 참가하기 위하여 투입하여야 하는 설계비용이 일반공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도급순위 상위에 있는 일부 대형업체만이 시공능력을 가지게 되고, 공사수행능력 또한 중요한 심사기준이 되므로 이를 높이기 위하여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설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므로 설계의 비중이 높고, 입찰 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금액을 증액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예정금액도 낮게 책정되어 있어서 낙찰금액이 낮으면 공사 자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더라도 적자를 면할 수 없으므로 덤핑입찰을 하기 어렵다.

이 사건 각 입찰의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소수의 대형 건설업체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뿐 아니라 이들 상호간에 이합집산을 거쳐 공동수급체를 구성하게 되고, 공사금액의 증액이 어려워 낙찰률이 높아지며, 설계평가가 중요한 변수인 반면 그 평가점수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적으므로 담합이 어렵고, 입찰참가 전에 그 참가를 준비하던 건설업체들이 공동수급체를 구성하게 되면 이를 주도하지 못한 업체의 설계를 담당하였던 설계사로서는 설계 기성고에 상응한 대금을 받을 수는 있으나 설계가 완성단계에서 파기되고 성공보수금 등 낙찰에 따른 기대이익도 상실하기 때문에 매우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고, 기왕의 설계서 또한 사장되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이러한 설계사들로서는 위와 같은 기대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기회를 잡기 위하여 다른 대형 건설회사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데, 이미 전 건설업체로부터 기성금을 받았으므로 새로운 건설업체로부터는 저렴한 설계용역대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어 설계보상비 수준에서 설계용역대금 결정되며, 새로운 건설업체로서는 입찰에서 탈락하더라도 발주처로부터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아 위 설계용역대금을 지급하면 되므로 별달리 손해가 없다.

위와 같은 이유로, 903공구 입찰의 경우 원고가 대우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함에 따라 두산건설이 대우건설의 설계를 담당하였던 에스오씨건설엔지니어링과 사이에 설계보상비 상당액을 대금으로 하여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제공받은 설계서로 위 입찰에 참가하였고, 909공구 입찰의 경우 두산건설과 현대건설이 공동수급체를 구성함에 따라 원고가 현대건설의 설계를 담당하였던 청석엔지니어링의 요청으로 한조엔지니어링과 사이에 설계보상비 상당액을 대금으로 하여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제공받은 설계서로 위 입찰에 참가한 것이지 이 사건 각 입찰이 유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두산건설과 원고가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각 입찰의 낙찰률이 97.80%, 99.10%로 높다고 하여 이를 두고 원고와 두산건설이 담합한 결과라고 볼 수도 없다.

㈐ 기타 피고가 담합의 정황증거로 주장하는 두산건설 직원 임병세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현대건설 및 원고와 청석엔지니어링 사이의 설계비 관련내용), 2001. 3. 16.자 중역회의록, 주요잔무추진일정, 2001년도 대형공사 입찰결과 등도 이 사건 입찰이 담합이라는 점과는 무관한 자료들일 뿐이다.

⑵ 지하철공사 일괄입찰의 경우 준비기간이 4 - 6개월 이상 소요되므로 최초 입찰에서 경쟁자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입찰을 하더라도 다른 경쟁업체가 설계서를 준비하여 입찰에 참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903공구의 경우 두산건설이, 909공구의 경우 원고가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낙찰률이 하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1인의 수요자와 다수의 공급자가 있는 수요독점시장이므로 입찰참가자들이 높은 가격에 응찰한다 하더라도 공사예정가격으로 통제되기 때문에 초과이윤을 누릴 수 있을 정도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며, 제조업에서의 독점 또는 담합과 같은 가격의 왜곡도 없으므로, 경쟁제한성도 없다.

나. 재량권의 일탈, 남용 주장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원고와 같은 목요회, 영업기획협의회의 멤버이고, 특히 대우건설은 지하철 9호선 4개 공구의 입찰에 참가하여 2개 공구에서 주간사로, 1개 공구에서 공동수급체로 낙찰 받았고, 2001년도 대형공사 입찰결과라는 문건을 직접 작성하는 등 주도적으로 활동하였다는 의심을 받았으며, 삼성물산과 한일건설도 907공구에서 이 사건 입찰과 동일한 구조 하에서 행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들에 대하여는 제재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무혐의처분을 하고 원고와 두산건설에 대해서만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고 징계의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

4.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부당한 공동행위 해당 여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 은 “2 이상의 사업자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제1항 각호 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 동 사업자 간에 그러한 행위를 할 것을 약정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각호의 1 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는 두 가지 간접사실을 입증하면 이에 추가하여 사업자들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합의 또는 양해를 추정하게 할 정황사실을 입증할 필요 없이 그 사업자들이 그러한 공동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다( 대법원 2003. 5. 27. 선고 2002두464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부당한 공동행위 추정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입찰에 있어서도 2 이상의 사업자들이 외형상 입찰가격을 결정, 유지, 변경하는 등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각호의 1 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그 입찰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입증하면, 그 사업자들이 입찰가격을 결정, 유지, 변경하는 등의 공동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이다.

⑵ 이 사건 각 입찰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이 사건 각 공구에 낙찰된 건설업체(903공구 : 원고와 대우건설, 909공구 : 두산건설과 현대건설)의 경우 최소한 입찰기일 5 - 6개월 전부터 위 각 공구의 입찰참여를 결정하고, 설계사들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입찰에 대비한 준비를 해 온 반면, 903공구에서 탈락한 두산건설과 909공구에서 탈락한 원고의 경우 입찰기일 1개월여 전에 비로소 해당 공구 입찰참여를 결정한 점, ② 903공구에서 탈락한 두산건설의 경우 에스오씨건설엔지니어링과의 계약을 통하여, 위 공구에 대한 입찰을 준비해 오다가 원고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대우건설의 대본엔지니어링과 에스오씨건설엔지니어링에 대한 설계용역의뢰에 따라 약 80% 정도 완성된 기본설계서를 그대로 이용하여 위 공구의 입찰에 참가하였고, 909공구에서 탈락한 원고의 경우 한조엔지니어링과의 계약을 통하여, 위 공구에 대한 입찰을 준비해 오다가 두산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현대건설의 청석엔지니어링에 대한 설계용역의뢰에 따라 상당한 정도로 진척된 기본설계서를 그대로 이용하여 위 공구의 입찰에 참가한 점, 위 각 설계용역대금이 과학기술부의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기준에 의하여 산정된 기본설계비보다 훨씬 낮을 뿐 아니라 탈락시 발주처로부터 지급받을 설계보상비와 같은 금액이었으므로 두산건설이나 원고가 위 각 입찰에서 탈락한다 하더라도 별다른 손해가 없는 점, ③ 903공구에서 탈락한 두산건설과 909공구에서 탈락한 원고는 모두 공사수행능력 평가에 유리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지 아니하여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상대 업체에 비하여 낮은 점수를 받았고, 설계평가 또한 상대 업체에 비하여 낮은 점수를 받았을 뿐 아니라 입찰가격에서도 상대 업체에 비하여 높은 금액으로 응찰하여 상대 업체에 비하여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이러한 여러 부문에서 받을 평가를 예측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④ 이 사건 각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1개 업체에 불과하면 유찰되어 재입찰을 실시하여야 하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903공구 입찰에 있어서 원고는 위 공사를 낙찰받기 위하여 대우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반면, 두산건설은 위 공사를 낙찰받기 위하여 입찰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위 입찰이 유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대우건설의 설계서를 이용하여 형식적으로 참가하였고, 909공구 입찰에 있어서 두산건설은 현대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반면, 원고는 위 공사를 낙찰받기 위하여 입찰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위 입찰이 유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현대건설의 설계서를 이용하여 형식적으로 참가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고와 두산건설은 이 사건 각 입찰이 유찰되는 것을 방지하고 903공구 입찰에서는 원고가 응찰한 가격이, 909공구 입찰에서는 두산건설이 응찰한 가격이 그 낙찰가격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

또한, 원고 및 두산건설이 이 사건 각 입찰에서 실질적으로 경쟁하였다면 낙찰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었을 것이고, 형식적인 입찰참가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재입찰이 실시되어 다른 경쟁업체가 입찰에 참가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쟁을 통하여 낙찰가격이 결정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두산건설이 함께 위 각 입찰에 형식적으로 참가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쟁 없이 1개 업체만의 입찰에 참가에 의하여 낙찰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여 낙찰가격이 상승하고 실질적인 경쟁을 통하여 낙찰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소멸하였으므로, 원고 및 두산건설이 이 사건 각 입찰에 형식적으로 참가한 행위는 결국 입찰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최초 입찰에서 경쟁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일정한 준비기간을 거쳐 재입찰을 실시한다면 다른 경쟁업체가 설계서를 준비하여 입찰에 참가하여 실질적인 경쟁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입찰시장이 수요독점시장이고 공사예정가격으로 응찰가격이 통제된다고 하여 위와 같은 행위에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는 두산건설과 이 사건 각 입찰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이다.

⑶ 다음,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903공구 입찰의 경우 두산건설이 에스오씨건설엔지니어링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로부터 제공받은 설계서로 입찰에 참가하고, 909공구 입찰의 경우 원고가 한조엔지니어링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로부터 제공받은 설계서로 입찰에 참가한 것이 위 각 입찰이 유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독자적인 경영상 판단에 기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갑제14, 17, 19 내지 21호증의 각 일부기재는 앞서 인정한 여러 사실관계{특히 원고, 두산건설 등 건설회사들이 이 사건 각 입찰 이전부터 입찰에 관한 정보를 상호 교환해 온 점, 903공구 입찰의 경우 두산건설이 원고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대우건설과 설계사 사이의 설계용역계약에 기하여 작성된 설계서를 이용하여 입찰에 참가하고, 909공구 입찰의 경우 원고가 두산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현대건설과 설계사 사이의 설계용역계약에 기하여 작성된 설계서를 이용하여 입찰에 참가하려면 원고(또는 대우건설)와 두산건설(또는 현대건설) 상호간의 양해 또는 묵인이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이고(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설계사들에게 기왕의 설계작업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설계사들이 이러한 설계작업으로 생긴 결과물을 위 회사들의 양해 또는 묵인 없이 그들의 이익에 반하여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서 본 입찰참여결정의 시기, 준비과정 및 응찰내용에 비추어 보아도 903공구 입찰에서 두산건설이, 909공구 입찰에서 원고가 낙찰될 것을 기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두산건설(903공구)과 원고(909공구)가 입찰에 참가한 것이 그들의 독자적인 경영상 판단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나. 재량권의 일탈, 남용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가 원고 등과 함께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를 낙찰받은 업체 중 대우건설, 삼성물산, 한일건설 등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담합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제재처분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무혐의 처분을 하고, 원고와 두산건설에 대해서만 담합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등의 처분을 하였다 하여 이를 두고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거나 징계의 비례원칙에도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위 1의 다.항 기재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같은 법 제21조 , 제22조 에 기하여 한 피고의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동흡(재판장) 양현주 하종대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