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무죄
서울지법 1996. 8. 27. 선고 93노8195 판결 : 확정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변경된 죄명:반공법위반) ][하집1996-2, 718]
판시사항

[1] 실종선고의 효과가 형사사건에까지 미치는지 여부(소극)

[2] 전 A부장 B의 반공법위반의 점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27조 소정의 실종선고는 실종자의 종래의 주소 또는 거소를 중심으로 하는 실종기간 만료시의 사법적 법률관계만을 종료케 하는 것으로서 그 범위 내에서만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여 상속을 개시시키고 혼인을 해소시키는 등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일 뿐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실종선고 심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형사사건에 있어서까지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어 당사자능력을 상실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2] 전 A부장 B의 반공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C의 8·15 저격사건 및 인혁당사건을 마치 정부가 날조한 사건인 것처럼 거짓 선전하는 내용의 회고록 원고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실종되기 전까지 그 출간을 막으려 노력했고 실종된 지 1년 이상이 경과한 후에야 그 회고록이 출간된 점에 비추어, 그 회고록이 피고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출간되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B

항 소 인

피고인의 처

변 호 인

변호사 D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의 변호인이 주장하는 항소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고인은 1979. 10. 7. 이후 생사불명으로 생존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1991. 3. 6. 서울가정법원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1984. 10. 8.자로 사망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실종선고까지 난 상태에 있으므로 현시점에서 볼 때 피고인은 사망하였다고 보는 것이 건전한 사회통념에 부합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생존하여 있다는 사실은 당사자능력에 관한 문제로서 소송조건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생존에 대한 입증이 없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2호 에 의하여 공소기각의 결정이 선고되어야 할 것인데도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그릇 인정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둘째, 원심이 적용한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법률이므로 동법을 적용한 원심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

셋째, 원심판결은 위 특별조치법 제8조 를 적용하여 피고인의 재산에 대한 몰수형을 병과하였는바, 이 과정에서 실제로 피고인의 재산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이 피고인의 명의가 아닌 타인 명의의 재산에 대하여까지 몰수형을 선고한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사실을 그릇 인정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넷째, 원심은 법령을 적용함에 있어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에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형법 제127조 (공무상비밀누설죄)를 거시하고 있는바, 이는 검사가 공소제기를 하지 아니한 범죄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

다섯째, 원심판결은 피고인에 대하여 위 특별조치법 및 형법 제104조의2 (국가모독죄)를 적용하여 상상적 경합에 의하여 피고인을 처단하였는바, 그 중 형법 제104조의 2 는 1988. 12. 31. 형법 개정으로 폐지되었으므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여섯째, 원심판결 선고 이후인 1991. 5. 31. 개정된 국가보안법 제7조 에서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한 자는 징역 7년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인에게 적용된 같은 내용의 종전 규정인 반공법(법률 제643호) 제4조 제1항 보다 구성요건을 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위 개정 후의 신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에게는 위 신법상의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이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먼저 위 첫째의 항소논지에 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공판기록에 편철된 서울가정법원의 실종선고사건 기록 및 그 실종선고 심판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1979. 10. 7. 프랑스 파리에서 행방불명된 이래 현재까지 그 생사가 불명한 상태에 있으며 1991. 3. 6. 서울가정법원 90느3444호로 피고인은 1979. 10. 7. 이후 5년간 생사가 불명하여 1984. 10. 7. 그 실종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인의 실종을 선고하고 1984. 10. 8.에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실종선고 심판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민법 제27조 소정의 실종선고는 실종자의 종래의 주소 또는 거소를 중심으로 하는 실종기간 만료시의 사법적 법률관계만을 종료케 하는 것으로서 그 범위 내에서만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여 상속을 개시시키고 혼인을 해소시키는 등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일 뿐,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실종선고 심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형사사건에 있어서까지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어 당사자능력을 상실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사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위 첫째의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

다음으로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죄명을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에서 "반공법위반"으로 변경하고, 이에 따라 그 적용 법조도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 제8조, 동법 부칙 제2항,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반공법 제4조 제1항, 형법 제104조의2 제1항, 제40조"에서 "반공법 제4조 제1항, 국가보안법 부칙 제2조"로 함께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하여 당원이 이를 허가하였는바, 결국 변경 전의 공소사실 및 적용 법조에 터잡은 원심판결은 위 항소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이에 당원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3.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61. 5. 16. 육군중령으로 육군본부 E에 근무하던 당시 5. 16 군사혁명에 가담, 같은 해 5. 27. 국가재건최고회의 F위원회 최고위원을 거쳐 1963. 1. 26.에는 동 G분과 위원장을, 같은 해 2. 21.에는 동 H분과위원장을 각 역임한 다음 같은 해 7. 12. A부장에 취임하고, 1969. 10. 22. 대통령 I담당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후 1971. 5. 25. 제8대 국회의원 선거시 J정당 소속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되어 재직하는 등 국가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다가 1972. 10. 이후 공직에서 물러나게 되자 정부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극심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중 1973. 4. 15.경 자유중국의 초청을 받게 됨을 기화로 소지중이던 문화여권을 이용 출국하여, 자유중국을 경유 미국으로 도피한 후 출국 목적과는 달리 미국에서 영주권을 획득, 극렬한 반국가 활동을 자행하면서 귀국하지 아니하는 자인바, 북한 공산집단은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불법 구성된 반국가단체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80. 12. 15.경 일본 동경도 소재 K출판사에 의뢰, 피고인이 해외 도피중 집필한 "L(부제:전 A부장 B 수기)"라는 자작수기 책자를 발간하였는바, 그 내용 중

O 제18장 "C 사건의 배경"이라는 제하에

-C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범행했다는 정부 발표에는 너무나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적십자회담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상대방의 수반을 암살하기 위한 테러리스트를 보낼 정도로 북한 당국이 상식 밖의 일을 한다고 보는 것은 도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따라서 북한 지령설은 한국 검찰의 날조이거나 그가 일본에 있는 진짜 배후관계를 감추기 위해 허위진술을 했거나 둘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11. 5.에 가졌던 남북적십자 제5차 실무회의에서는 8. 15. 사건에 따른 진상요구 등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으면서도 한국측은 뻔뻔하게도 신년도 1월에는 이산 노부모의 면회를 제의했다. M이 정말로 북한이 보낸 테러리스트에 의해 저격당하고 처를 살해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아무런 응답도 받지 않은 채 이와 같은 회담을 계속시킬 까닭이 있을까.

-C 같은 중대 범인을 무엇 하나 뚜렷한 증거 없이 자백만을 근거로 하여 사형선고를 했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

고 기재하고,

O제19장 "인혁당 사건의 내막"이라는 제하에

-M과 N의 지령을 받은 O, 그리고 O의 심복이었던 P는 10년 전에 문제가 되었으나 증거가 없어 석방한 인혁당 관련 사람들을 다시 정부전복 음모를 도모했다는 혐의로 투옥했다.

-A가 발표한 혐의사실로 보아 P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결정적인 증거를 잡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이 사건이 날조된 것임에 틀림없다고 직감했다.

-M은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는 타산하에 그들을 속죄양으로 처벌함으로써 국민이 더 이상 반항할 수 없도록 하려는 속셈이었다.

-인혁당 사형수들은 최후 순간까지 그들에게 씌워진 혐의가 날조된 것이고 사실무근이라고 외쳤다. Q의 "R"에 잘 묘사되고 있듯이 당국은 사건관련자 8명에게 최후까지 거짓말을 했다.

-불친절로 악명 높은 한국경찰이 정부전복을 기도했던 소위 빨갱이 시체를 화장까지 시켜준다고 하는 격에 맞지 않는 위선적 선행을 보였던 것도…… 친절을 베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후까지 증거인멸을 위해 시체까지도 멋대로 모독하려 한 폭력집단의 또 하나의 범행행위였다.

라고 기재함으로써 위 C가 북한 공산집단의 지령하에 감행한 8. 15. 저격사건 및 역시 북한공산집단의 지령하에 조직된 반국가단체인 소위 인혁당사건을 마치 정부가 날조한 사건인 것처럼 거짓 선전함으로써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고무, 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고,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증인 S의 당심 법정에서의 증언과 수사기록(제7정 내지 26정)에 편철된 외무부장관의 자료송부서의 기재, 공판기록에 편철된 판결문사본 3통 및 서울지방검찰청 주사보 T 작성의 수사보고서의 각 기재와 "B 회고록"이라는 제하의 책자 사본 및 일본어로 된 "L"이라는 제하의 이 사건 책자를 들고 있다.

4. 당원의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L"이라는 책자의 원고를 작성한 사실, 다음 피고인이 그 작성된 원고에 기하여 1980. 12. 15.경 일본국 동경도 소재 K출판사에 그 발간을 의뢰함으로써 피고인의 의사에 기하여 위 책자가 발간된 사실, 끝으로 그 내용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고무, 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인 사실 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위 증인 S의 증언과 위 "L"이라는 책자 및 위 자료송부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7.경부터 1979. 9. 30.경까지 사이에 미국에서 자신의 회고록의 원고를 집필하기 위하여 위 S에게 의뢰하여 피고인은 회고록의 내용이 될 사실에 대하여 구술하고 위 S는 이를 녹취하여 그 내용을 다듬어 초고를 작성한 후 피고인이 이를 수정하는 작업을 통하여, 위 회고록의 원고를 작성한 사실, 위 "L"이라는 책자는 1980. 12. 15. 일본국(일본국) 동경도(동경도) 소재 ●K출판(K출판)이라는 출판사에서 일본어로 발간된 것인데 그 중 제18장 "C 사건의 배경" 제19장 "인혁당 사건의 내막"이라는 제하에 위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 사실 및 그 책자의 말미에 "저자=B"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위 책자에 수록된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부분은 일부 축약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당초 피고인과 위 S가 작성한 위 회고록 원고의 내용과 일치하는 사실은 인정된다.

나아가 과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1997. 10. 7. 실종 후 1년이 넘게 경과된 1980. 12. 15.경 위 출판사에 위 책자의 발간을 의뢰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들고있는 위 증거들에 의하면 위 "L"이라는 책자의 말미에 "저자=B"라고 인쇄되어 있고, 또한 위 S가 국내에서 발간한 "B 회고록"이라는 책자의 발문에 피고인과 S가 상의하여 위 회고록 원고의 상당 부분을 일본으로 반출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뒤에서 인정하는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회고록의 출판을 위하여 위 K출판사에 위 회고록의 원고를 넘겨주고 위 K출판사에서는 피고인의 의사에 기하여 위 "L"이라는 책자를 발간하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나머지 검사의 전입증을 통하여도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S의 당심 법정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초 자신의 회고록을 일본에서 발간할 계획을 가지고 일본국 소재 U(U)라는 출판사에 그 발간을 의뢰한 다음 원고가 작성될 때마다 수시로 위 출판사에 그 원고를 넘겨주어 위 출판사에서 이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출판 준비를 하던 중, 그 번역작업이 거의 완료될 무렵 위 출판사에서 당시 한국정부와의 관계 등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출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통보를 함으로써 출판계약이 파기된 사실, 그러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위 출판사로부터 원고를 회수하지 못하고 있던 사이에 당시 일본에서 위 회고록 원고의 번역 작업에 참가했던 사람들 또는 그 주변인물 등을 통해 그 원고가 외부로 유출되자 이를 입수하게 된 성명불상자들이 피고인으로부터 아무런 승낙을 받음이 없이 당초 3권 정도되는 원고의 분량을 1권으로 요약하여 위와 같이 K출판이라는 출판사 명의로 "L"이라는 제목을 붙여 책자를 발간한 사실, 당시 피고인은 위 회고록의 원고가 외부로 유출되어 신원이 확실치 않은 자들이 이를 입수하여 임의로 출간하려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분개하며 당초 위 U와의 출판계약에 중간역할을 하였던 재일교포 공소외 V를 힐책하며 그를 통하여 그 출간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하였으나 결국 이를 막지 못하였고 그 후 피고인이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지 1년 이상이 경과한 1980. 12. 15.경 위 K출판사 명의의 위 책자가 발간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자신의 회고록 원고를 위 K출판사에 넘겨 그 발간을 의뢰함으로써 위 책자가 피고인의 의사에 기하여 발간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점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책자의 내용이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고무, 동조함으로써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에 당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철(재판장) 박종훈 유승룡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