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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8. 3. 19. 선고 96구21241 판결 : 항소
[유족보상금지급부결처분취소 ][하집1998-1, 355]
판시사항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를 받으면서 적체된 업무처리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고혈압으로 사망한 경우,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23년 이상 집배원으로서 공무를 수행하여 오면서 고혈압 증세가 악화되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까지 진행되어 있었으므로 과로를 삼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외 근무까지 하며 직무를 수행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계속하여 왔고,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를 받으면서 업무처리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오다가 고혈압으로 인한 자발성 뇌출혈이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원고

최영분 (소송대리인 변호사 채종훈)

피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주문

1. 피고가 1995. 12. 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3, 4호증, 갑 제5호증의 1·2,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소외 망 유광우(1943. 10. 1.생)는 1972. 4. 6. 우체국 집배원으로 임용되어 원주우체국 소속 집배원으로 근무하여 오다가 1995. 6. 26. 뇌출혈을 일으켜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기독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같은 달 27. 01:30경 직접사인 뇌간마비에 의한 심폐기능정지, 중간선행사인 중증 뇌부종으로 사망하였다.

(2) 위 망인의 처인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위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과로로 인한 것이었음을 이유로 유족보상금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위 망인이 자신의 신체적 조건 등 공무외적 요인으로 발병·자연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어 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1995. 12. 1. 유족보상금지급부결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위 망인이 23년여 동안 집배원으로 재직하면서 우편물 분실을 막기 위한 긴장과 계속된 초과근무 등 격무에 시달려 오다가 1995. 5.경부터는 같은 달 27. 실시되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관련 우편물의 급증으로 과로하였는데, 이러한 과로가 위 망인의 지병인 고혈압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이는 공무상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되는 사실

위에 든 증거들과 갑 제7호증의 1·2, 갑 제8호증, 을 제6호증의 1·2, 을 제7, 8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기독병원, 한일정형외과,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부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위 망인은 우체국 집배원으로 임용된 이래 23년 이상 계속 원주우체국에서 근무하면서 소포 및 우편물을 배달하는 업무에 종사하여 왔다. 망인의 근무시간은 평소 07:30경에 출근하여 19:00∼21:00경에 퇴근하는 등 매일 12시간 정도 되었고, 업무형태는 오토바이를 타고 원주시내 담당 구역을 순회하며 일일 평균 60∼70개의 소포 및 우편물을 배달하는 것이었는데, 기상에 관계없이 근무일에는 정상근무를 하여야 했다. 또한 원주시내에 대단위 주택단지가 조성되고 우편물량도 계속 증가하여 업무량이 가중됨에 따라, 위 망인은 1995년 1월에는 52시간, 2월에는 104시간, 3월에는 65시간, 4월에는 89시간, 5월에는 80시간, 6월에도 42시간의 시간외 근무를 하였다.

(2) 위 망인은 정기 건강진단결과 혈압이 1990년에는 150/90 mmHg, 1992년에는 170/120 mmHg에 이르렀고, 1994년에는 고혈압(150/100 mmHg)으로 치료가 필요하며 간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계속 업무에 종사해 왔다. 위 망인은 소포 배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일반 우편물에 비하여 도난 및 분실의 우려가 커 특히 주의를 필요로 했고, 원주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소포 배달 업무를 담당하면서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항상 긴장된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하여야 했다. 실제로 위 망인은 1995. 5. 26.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 배달 업무를 수행하던 중 유리 대리점 앞에 세워진 삼각유리대가 쓰러지는 바람에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여 치료를 받기도 했다.

(3) 위 망인은 1995. 6. 4. 친척집을 방문한 후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가 넘어져 왼쪽 6∼8 늑골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고, 이로 인하여 같은 달 5.부터 병가를 얻어 원주시에 있는 한일정형외과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후 같은 달 10. 퇴원하여 자택에서 요양하였다. 그런데 위 망인은 오랜 요양으로 인한 업무의 적체를 염려하던 중 1995. 6. 26. 뇌출혈을 일으켜 위와 같이 사망하였다.

(4) 위 망인을 진료한 원주기독병원 신경외과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위 망인은 우측 기저핵 부위의 자발성 뇌실질내 혈종과 뇌실질내 출혈로 인한 뇌부종으로 뇌간이 마비됨으로써 심폐기능이 정지되어 사망에 이르렀는데, 자발성 뇌출혈의 원인은 고혈압인 경우가 가장 많으며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외상이 뇌출혈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의 소견도 자발성 뇌출혈은 대부분 고혈압이 원인이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과중하고 지속적인 정신·육체적 스트레스가 고혈압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 판 단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 에 의하면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재직 중에 사망하거나, 퇴직 후 3년 이내에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사망한 때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상 유족보상금 지급 요건이 되는 공무상의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이 공무집행중 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공무와 그 사망 원인이 되는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직무상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과로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9. 6. 선고 96누610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은 23년 이상 집배원으로서 공무를 수행하여 오면서 고혈압 증세가 악화되어 1994년경에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까지 진행되어 있었으므로, 과로를 삼가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외 근무까지 하며 직무를 수행하는 등 위 망인의 건강상태로 보아서는 과중한 업무를 계속하여 왔으며, 교통사고로 인하여 치료를 받으면서 업무처리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오다가 고혈압으로 인한 자발성 뇌출혈이 원인이 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위 망인의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위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욱(재판장) 강일원 유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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