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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5. 10. 13. 선고 95구13298 판결 : 확정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하집1995-2, 479]
판시사항

회사 회식 후 회사의 출·퇴근용 차량을 이용하여 귀가중 당한 교통사고가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소정의 업무상 재해는 당해 재해가 업무에서 기인하여야 하고 이러한 업무 기인성이 인정되려면 먼저 그 근로자가 근로관계에 기초하여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는 상태 즉 업무 수행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바,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하여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였다가 귀가중 재해를 당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가 그 모임이 끝나고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귀가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퇴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바, 원고가 참가한 회식은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고 그 행사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않은 채 회식이 끝난 후 사업주가 제공한 차량으로 귀가중 교통사고를 당하였으니 그 퇴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그 교통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

원고

김양기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원 외 1인)

피고

근로복지공단

주문

피고가 1994. 8. 16.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원고가 1993. 7. 20. 서울 강동구 성내동 433 소재 소외 주식회사 경남텍스타일(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근무하여 오던 중, 1994. 6. 30. 23:50경 소외 회사 소유의 서울 7코3254호 화물차를 운전하여 하남시 풍산동 방면으로 가다가 그 다음날 00:10경 서울 강동구 상일동 436 앞길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추돌하여 안면부 좌상, 우측 5, 6, 7 늑골 골절 및 기흉, 우측 경골 및 비골 개방성 분쇄골절, 좌측 경골 및 비골 개방성 분쇄골절, 좌측 2, 3, 4, 5 중족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 및 이에 따라 원고가 1994. 7. 21. 서울동부지방노동사무소에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서울동부지방노동사무소장은 1994. 8. 16. 이를 업무상의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노동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서울동부지방노동사무소장의 행위는 1995. 5. 1.부터는 1994. 12. 22. 법률 제4826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법률 부칙 제7조에 따라 피고가 행한 것으로 보게 되었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위 교통사고는 소외 회사 사장이 주최하는 회식에 참석하였다가 귀가 중 발생한 것으로 이는 통근상의 재해라 할 것인데, 원고가 운전한 차량은 소외 회사가 원고에게 업무용 및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게 한 것이므로, 위 교통사고는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의 출·퇴근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발생한 재해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사업주가 마련한 1차 회식 후 원고 등이 자리를 옮겨 2차 회식에 참석하였다가 귀가중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2차 회식에는 참석이 강제되었다고 볼 수 없고, 근로자 개개인의 여흥을 위한 것에 불과하여, 그 회식에 참석하였다가 귀가중 일어난 교통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벗어난 사적 행위 중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 을 제1호증의 2, 3의 각 기재(다만 을 제1호증의 2의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와 증인 박미아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1호증의 2, 갑 제2호증의 2, 갑 제3호증의 2, 을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부분은 이를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원고는 1993. 11. 21. 소외 회사에 운전기사로 입사하여 서울 7코 3254호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소외 회사의 경기 광주 공장과 하청업체 및 염색업체 등을 순회하면서 원사 또는 원단의 입·출고시 운반업무를 담당하여 왔다.

(2) 위 회물차는 소외 회사 소유로 차량의 연료, 세금, 보험료, 수리비 등 유지비를 소외 회사가 지급하였고, 원고는 업무상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아니하고 출·퇴근 장소도 수시로 변경되는 관계로 소외 회사 사장의 지시에 따라 위 화물차를 운전하여 출·퇴근을 하여 왔다.

(3) 소외 회사는 매월 1회 정도 노무관리차원에서 본사직원 전체가 참석하는 회식을 하는데, 1994. 6. 30.에도 상반기 사업성과가 좋아 사장의 지시로 회식을 갖게 되었다.

(4) 원고는 같은 날 08:30경 출근하여 광주공장에 갔다가 같은 날 19:00경 본사로부터 무선호출을 받아 위 화물차를 운전하여 소외 회사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회식장소인 서호정이라는 음식점으로 가 술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사장의 지시에 따라 다시 위 화물차를 운전하여 차량으로 10분 거리인 서울 강동구 천호동 소재 로얄박스라는 술집으로 이동하여 1차 회식에 참석하였던 전 직원과 함께 술을 마시며 놀다가, 회식이 끝나자 같은 날 23:50경 위 화물차를 운전하여 하남시에 있는 집으로 귀가하던 중 그 다음날 00:10경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위와 같이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게 되었다.

(5) 위 회식시 1, 2차 모두 소외 회사의 사장을 포함하여 본사 근로자 12명 중 9명이 참석하였고, 비용은 소외 회사가 부담하였다.

다. 판 단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은 "이 법에서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가 성립하려면 당해 재해가 업무에서 기인하여야 하고 이러한 업무기인성이 인정되려면 먼저 그 근로자가 근로관계에 기초하여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는 상태, 즉 업무수행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하여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였다가 귀가중 재해를 당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우선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가 그 모임이 끝나고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귀가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퇴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인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참석하였던 회식은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고, 원고는 그 행사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않은 채 회식이 끝난 후 사업주가 제공한 차량으로 귀가중 교통사고를 당하였으니, 그 퇴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위 교통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상당하고, 따라서 위 교통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부상을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하고 요양신청을 불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전제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오섭(재판장) 김문석 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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