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어음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원인채권이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음발행인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약속어음은 무인증권으로서 어음의 발행인은 발행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하여야 하나, 약속어음은 어디까지나 원인관계의 결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배서의 원인관계가 소멸하여 어음소지인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구할 경제적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그 어음을 보유할 정당한 권한은 없어졌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어음소지인에게는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실질적 이유가 없는바, 어음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원인채권이 모두 소멸된 이상 어음금 채권도 소멸하여 어음소지인이 그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실질적 이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음소지인이 단순히 어음을 보유하고 있음을 이유로 발행인에게 그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어음소지인이 가지는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원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우정상호신용금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해룡)
피고, 항소인
재영실업 주식회사
주문
1. 원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29,92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피고는 1994. 10. 5. 소외 박병열에게 액면 금 29,920,000원, 발행일 위 같은 날, 지급기일 1995. 1. 30., 발행지 및 지급지 각 서울특별시, 지급장소 주식회사 제일은행 무역센터지점, 수취인 위 박병열로 된 약속어음 1매(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이라고 한다)를 발행·교부하였다.
나. 위 박병열은 소외 박기화에게, 위 박기화는 소외 주식회사 쉐르담(이하 소외 회사라고만 한다)에게, 소외 회사는 원고에게 위 약속어음을 순차 배서·양도하여 원고가 최종소지인으로서 1995. 2. 2. 위 지급장소에서 위 약속어음을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이 거절되었다.
2. 피고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융통어음 항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이 융통어음임을 알면서도 소외 회사에게 위 어음할인을 해주었거나 또는 소외 회사와 원고 사이에 위 약속어음을 형식적 보증수단으로만 사용하기로 약정한 바 있어 원고가 피고에게 위 약속어음금의 지급을 구함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타인의 금융 또는 채무 담보를 위하여 대가 없이 약속어음, 이른바 융통어음을 발행한 자는 피융통자에 대하여는 어음상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나 그 어음을 양수한 제3자에 대하여는 그 제3자가 융통어음인 사실을 알았거나 몰랐거나를 불문하고 융통어음이었다는 항변으로 대항할 수 없어 이 사건 어음이 설사 융통어음이라고 하더라도 그 발행인인 피고는 그 양수인인 원고에게 이로써 대항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고, 또한 원고가 위 약속어음을 형식적 보증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로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변제 항변
(1) 주 장
피고는, 원고는 소외 회사가 부도를 내자 소외 회사가 제3채무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채권 중 약 금 500,000,000원 상당의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고 또한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박병열 소유의 부동산상에 설정하여 놓은 근저당권에 기해 위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여 금 212,863,869원을 배당받음으로써 이 사건 약속어음채권을 포함한 원고가 소외 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채권을 모두 변제받았으므로, 변제된 위 약속어음의 현재 소지인임을 근거로 피고에게 또다시 위 약속어음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2)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호증의 1 내지 20, 갑 제3호증의 1 내지 18, 갑 제4호증, 을 제7호증, 을 제9 내지 18호증, 을 제19호증의 1 내지 3, 을 제19호증의 4 내지 4의 4, 을 제21호증, 을 제42호증, 을 제43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 당심 증인 현병주, 정병욱, 방건호, 김현숙의 각 증언(다만 당심 증인 현병주, 정병욱의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당심 증인 현병주, 정병욱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상호신용계업무, 신용부금업무, 어음의 할인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상호신용금고이고, 소외 회사는 의류를 제조·판매하는 주식회사이다.
(나) 원고는 소외 회사와 사이에 1993. 8. 6. 금 100,000,000원의 한도 내에서 1993. 8. 6.부터 1994. 8. 6.까지 소외 회사가 발행, 배서, 인수하는 어음에 관하여 어음 대출, 어음 할인 기타 어음 거래를 하기로 하는 내용의 어음거래약정을 한 후 그 거래로 인하여 소외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될 일체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소외 회사로부터 1993. 9. 6. 소외 회사가 발행한 액면 금 100,000,000원의 약속어음 1매에 대하여 공증인가 현대합동법률사무소 1993년 증서 제2595호로 어음공정증서를 작성·교부받고, 또한 1994. 9. 27. 금 400,000,000원의 한도 내에서 1994. 9. 27.부터 1995. 9. 27.까지 소외 회사가 발행, 배서, 인수하는 어음에 관하여 어음 대출, 어음 할인 기타 어음 거래를 하기로 하는 내용의 어음거래약정을 한 후 그 거래로 인하여 소외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될 일체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소외 회사로부터 1994. 11. 1. 액면 금 400,000,000원의 약속어음 1매에 대하여 공증인가 현대합동법률사무소 1994년 증서 제1935호로 어음공정증서를 작성·교부받았으며, 위 각 어음공정증서와는 별도로 소외 회사에 대한 위 각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1994. 9. 27. 당시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박병열 소유의 서울 강서구 화곡동 931의 14 대 553.2㎡에 관하여 근저당권자 원고, 채무자 소외 회사, 채권최고액 금 60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다) 원고는 위 어음거래약정에 터잡아 1994. 10. 7.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배서·양도받고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 액면금인 29,920,000원 상당을 대출하여 주면서 소외 회사와 사이에 위 약속어음의 지급기일 전일까지 위 대출금을 변제하지 아니하는 경우 지급기일로부터 위 금액에 대하여 연 23%의 지연손해금을 더하여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
(라) 원고는 위 (다)항의 어음대출 이외에도 위 어음거래약정에 터잡아 소외 회사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어음 거래로 인한 채권이 있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소외 회사의 부도시 소외 회사에 대하여 합계 금 413,487,463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금 액 이행기 지연손해금률
14,217,463원 1994. 12. 16. 연 23%
23,870,000원 1994. 12. 12. 연 23%
25,870,000원 1994. 12. 27. 연 23%
24,130,000원 1994. 12. 12. 연 23%
34,860,000원 1994. 12. 23. 연 23%
39,410,000원 1995. 1. 2. 연 23%
23,800,000원 1995. 1. 12. 연 23%
20,068,000원 1995. 2. 5. 연 23%
34,312,000원 1994. 12. 30. 연 23%
39,410,000원 1995. 2. 16. 연 23%
18,430,000원 1995. 1. 23. 연 23%
10,000,000원 1995. 1. 10. 연 23%
29,250,000원 1995. 1. 29. 연 23%
35,940,000원 1995. 3. 2. 연 23%
10,000,000원 1995. 2. 15. 연 23%
(마) 그런데 소외 회사는 1994. 12. 13. 부도를 낸 후 그 다음날인 같은 달 14. 원고에게 위 각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소외 회사가 그 의류대리점 업주들 중 별지 변제현황표 (3) 업주성명란 기재 중 제1번 내지 제12번, 제19번 내지 제21번, 제23번 내지 제25번 업주들에 대하여 가지는 위 별지 (4) 채권양도란 기재의 각 의류판매대금 채권을 양도하고 같은 달 15. 위 각 대리점 업주들에게 위 양도사실을 각 통지하였다.
(바) 또한 원고는 소외 회사를 상대로 위 각 공정증서에 기하여 채무자인 소외 회사가 제3채무자인 별지 변제현황표 (3) 업주성명란 기재 각 대리점 업주들에 대하여 가지는 위 별지 (5) 전부명령란 기재의 각 물품대금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1994. 12. 20. 서울지방법원 94타기11877, 11878호로 위 각 채권을 압류하고 이를 채권자인 원고에게 전부한다는 내용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고, 동 명령은 그 무렵 위 각 대리점 업주들에게 송달되어 확정되었다.
(사) 원고는 위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송달된 후 1994. 12. 29. 위 각 대리점 업주들에게 소외 회사의 위 대리점에서는 위와 같이 양도 및 전부된 의류판매대금 채무의 대물변제로 1995. 1. 29.까지 소외 회사로부터 매수한 의류를 대 고객 판매가의 50%의 금액으로 평가한 물량을 원고에게 현물로 반품하고 나머지 채무에 대하여는 같은 해 2. 10.까지 현금으로 입금하라는 내용의 통지(을 제19호증의 4)를 하여, 이에 따라 위 대리점 업주들은 그 대표인 소외 방건호가 운영하는 춘천특약점 창고로 반품할 의류들을 모은 후, 1995. 2. 7. 위 춘천특약점 창고에서 원고의 직원인 소외 현병주, 소외 회사의 이사인 소외 양현규, 위 방건호 등 대리점 업주 대표 3인이 동석하여 위 대리점 업주별로 반품된 의류의 수량 및 그 액수를 확정하고 위 현병주가 이를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을 제19호증의 4의 1)를 작성한 다음 위 방건호로부터 위 의류의 인도를 위하여 위 창고 열쇠를 교부받았는데, 이 때 위 현병주가 확인한 금액은 별지 변제현황표 (7) 원고확인란 기재와 같은 합계 금 349,405,100원이었다.
(아) 그런데 원고는 1995. 2. 10. 위 각 대리점 업주들에게 위 반품은 무효이고 의류인수로써 위 전부채권을 정산하는 것은 불가하니 위 채권은 현금으로 변제하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자) 그 후 원고는 1995. 7. 5. 위 대리점 업주 중 소외 주식회사 태화쇼핑으로부터 위 채권양수금 중 금 22,393,894원을 변제받았고, 또한 위 박병열 소유의 위 부동산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하고 원고의 위 (라)항 기재 채권원금인 금 413,487,463원에 같은 해 8. 3.까지의 지연손해금 52,055,885원을 합한 금 465,543,348원이 원고의 채권액임을 기재한 채권계산서를 위 경매법원에 제출하여 같은 해 8. 4. 그 중 금 212,863,689원을 배당받았다.
(3) 판 단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 회사와 어음거래 약정을 하면서 그로 인하여 취득하게 될 채권의 담보로 소외 회사가 발행한 액면 합계 금 500,000,000원의 어음공정증서를 교부받고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박병열의 소유의 위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으며, 위 채권의 담보 목적으로 소외 회사가 그 대리점 업주들에 대하여 가지는 각 의류판매대금 채권을 양수받았고 나아가 위 채권의 추심을 위하여 위 어음공정증서에 기하여 소외 회사가 위 대리점 업주들에 대하여 가지는 물품대금 채권을 전부받는 한편 위 박병열 소유의 위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을 실행하여 채권액의 일부를 배당받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전부명령의 피전부채권 중 별지 변제현황표 (5) 전부명령란 기재 중 제1번 내지 제12번, 제19번 내지 제21번, 제23번 내지 제25번 기재의 각 채권은 원고가 위 전부명령 이전에 이미 소외 회사로부터 양수받은 의류판매대금 채권과 동일한 것이므로, 위 채권 부분에 관한 압류 및 전부명령은 이미 위 채권양도로 소멸한 채권을 전부받은 것이므로 무효이고, 그 나머지 채권(위 별지 (6) 유효 피전부채권란 기재 부분)에 대한 압류 및 전부명령만이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고가 1994. 12. 29. 위 업주들에게 위 인정과 같이 대물변제를 내용으로 하는 통지를 하여 위 업주들과 사이에 위 양도 및 피전부채권에 관한 대물변제의 청약을 하였고, 위 업주들이 이를 승낙하고 1995. 2. 7. 의류를 반품하기로 하여 그 보관창고의 열쇠를 원고를 대리한 위 현병주에게 교부함으로써 위 의류를 인도한 이상 대물변제는 유효하게 성립하여 그 해당 부분의 각 채권은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 후에 원고가 위 (아)항 기재와 같이 대물변제의 무효를 통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이 유효하게 성립한 대물변제의 효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결국 원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채권을 변제받은 것이 된다.
㉮ 1994. 12. 20.자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채권 중 유효한 금 132,951,726원
㉯ 1994. 12. 14.자 채권양수금 중 1995. 2. 7. 대물변제받은 금 260,480,529원
㉰ 1995. 7. 5. 제3채무자인 소외 주식회사 태화쇼핑으로부터 변제받은 금 22,393,894원
㉱ 1995. 8. 4.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금 212,863,689원
그런데, 원고가 위와 같이 변제받을 당시 원고 또는 소외 회사가 위 (라)항 기재 채권들 중 어느 채권에 충당할 지에 관한 어떠한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는 법정충당의 법리에 따라 각 변제시 그 변제액을 이행기가 도래한 채권에 관한 변제시까지의 이자에 먼저 충당하고 남은 금액이 있으면 이를 원금에 충당하는 방법으로 별지 계산표 기재와 같이 충당하면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위 채권은 모두 소멸하게 된다.
약속어음은 무인증권으로서 어음의 발행인은 발행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하여야 할 것이나, 약속어음은 어디까지나 원인관계의 결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배서의 원인관계가 소멸하여 어음소지인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구할 경제적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그 어음을 보유할 정당한 권한은 없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이러한 어음소지인에게는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실질적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어음을 교부받고 대출한 채권을 포함한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위 채권이 모두 위 인정과 같이 소멸된 이상 이 사건 어음금 채권도 소멸하여 원고가 그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실질적 이유는 없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단순히 이 사건 어음을 보유하고 있음을 이유로 발행인인 피고에게 그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어음소지인이 가지는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원판결은 부당하므로 원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총비용은 민사소송법 제89조 , 제96조 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