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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북부지원 1997. 4. 18. 선고 96가합10304 판결 : 확정
[사해행위취소][하집1997-1, 84]
판시사항

채무자가 특정채권자에게 자신의 채권을 전부받도록 공증된 어음을 발행한 경우, 다른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긍정)

판결요지

채무자가 이미 채무 초과 상태에 있었음에도 특정 채권자에게 자신의 채권 모두가 전부되도록 공증된 어음을 발행한 것은, 그 약속어음의 발행으로 인하여 그 채무자의 소극재산이 증가한 것은 아니나,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직접적으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더라도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를 초래함에 있어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면, 그와 같은 채무자의 법률행위는 사해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봄이 사해행위취소 제도의 입법 취지 및 법적 기능에 비추어 합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일반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사해행위를 구성한다.

원고

삼성시계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원외 2인)

피고

피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흥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오수외 2인)

주문

1. 소외 1이 1995. 12. 18. 한 액면 금 226,200,000원, 수취인 피고, 발행지 및 지급지 각 서울, 지급기일 일람출급으로 된 약속어음의 발행행위를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원고는 청구취지로 " 소외 1이 피고에게 위 약속어음을 발행 및 공증하여 금 226,200,000원의 채무를 부담한 행위의 취소를 구한다."고 하고 있는바, 공증에 관련된 집행수락행위는 소송행위로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원고의 청구취지는 결국 소외 1이 주문 기재의 약속어음으로 인해 지게 된 채무의 발생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 즉, 어음 발행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본다. 덧붙여, 원고는 예비적 청구로서 금 86,470,000원을 초과한 부분에 대한 위 소외 1의 위 약속어음 발행 및 집행수락행위의 취소를 구하나 이는 청구취지의 감축에 불과하다).

이유

1. 인정 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 내지 7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10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2, 3의 각 증언(다만, 갑 제10호증의 5, 7, 10의 각 일부 기재와 위 증인들의 각 일부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가. 소외 1은 1993. 1.경 원고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상호 생략)라는 상호로 시계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원고로부터 시계 및 관련 부품을 공급받아 왔고, 위 거래관계로 소외 1이 원고에게 부담하게 된 물품대금 채무는 1995. 12. 18.경 약 470,000,000원에 이르는 반면에(그 후로도 거래가 계속되어 1996. 2. 29. 당시 물품대금 채무는 금 552,695,759원으로 증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소유의 재산으로는 물품 재고와 거래 소매점에 대한 대금 채권 합계 약 400,000,000원 상당이 있었다.

나. 소외 1은 1995. 12. 18. 피고에게 주문 기재의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하였고, 같은 날 위 소외 1과 피고는 공증인가 광주중앙합동법률사무소에 위 어음의 공증을 촉탁하여 위 사무소 증서 1995년 제9115호로 위 어음상의 청구권에 기하여 즉시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정증서가 작성되었으며, 피고는 그 무렵 소외 1로부터 소매점 거래카드를 건네받아 그가 거래하는 소매점들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관계를 파악한 후, 위 공정증서에 기하여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소외 1의 소외 4 등 185인의 시계 소매상에 대한 금 230,362,158원의 대금 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1996. 2. 29. 위 법원의 결정으로 위 채권들을 모두 압류·전부받았다.

다. 소외 1은 1996. 2.경 위 대금조로 원고에게 발행한 어음을 만기에 지급하지 못하여 부도를 내고, 당시 보관중이던 시계 등의 재고도 반품하지 않고 빼돌린 상태로 잠적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사해행위의 성부

(1) 원고는 소외 1에 의한 위 약속어음의 발행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소외 1이 자신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위 약속어음이 발행되었으므로 이는 사해행위가 될 수 없다고 다툰다.

(2) 그러므로 살피건대, 갑 제10호증의 6,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14, 을 제3호증의 1 내지 6, 을 제4호증의 1 내지 3, 을 제5호증, 을 제6호증의 1 내지 5, 을 제7호증, 을 제8호증의 1 내지 9, 을 제9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① 소외 1의 형인 피고는 소외 1의 요청에 따라 1993. 2. 1.부터 1996. 2. 10.까지 원고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기도 하고(자신이나 위 (상호 생략) 또는 소외 1의 명의로), 소외 1의 계좌로 송금(자신이나 그의 처 소외 3의 명의로) 또는 소외 원천석의 계좌로 송금하여 그로 하여금 소외 1에게 전달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외 1에게 금원을 대여하여, 그 합계액이 1995. 12. 18. 당시 금 86,474,000원이고, 1996. 2. 29.경에는 금 96,074,000원에 이른 사실, ② 또한 피고는 1993. 3. 2.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소유의 전남 해남군 화원면 (이하 생략) 임야 151,936㎡에 관하여 원고를 근저당권자, 소외 1을 채무자로 한 채권최고액 금 91,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 ③ 그 밖에 피고 또는 그의 가족이 관련된 사항으로 ㉠ 소외 1이 1994. 2. 25. 국민은행 목포지점에서 금 30,000,000원을 대출받음에 있어 피고가 연대보증하였던바, 소외 1이 동 대출금 중 금 6,000,000원만을 변제하여 위 은행으로부터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독촉받게 되자 그의 다른 동생인 소외 5가 1995. 3. 20. 은행에서 금 24,000,000원을 대출받아 동 대출금 등으로 위 나머지 원금 24,000,000원 및 연체이자 1,500,000원을 대위변제하였고, ㉡ 소외 1이 같은 해 3. 15. 금 20,000,000원을 대출받음에 있어 그의 모 소외 6(피고의 모이기도 하다.)이 이를 연대보증하였던바, 소외 1이 이 중 금 4,000,000원만을 변제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10호증의 5, 7, 10의 각 일부 기재와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렵고, 달리 반증이 없다.

(3)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1은 위 어음을 발행할 무렵 자신의 부도를 예상하고, 부도가 날 경우 원고가 채권의 확보를 위하여 자신이 가진 물품 재고와 거래 소매상들에 대한 대금 채권을 인수받게 될 것이어서 피고에 대한 채무의 변제는 어렵게 될 것을 우려하여, 위 소매상들에 대한 대금 채권으로부터 피고측의 채권(피고의 기존 채권 및 피고 또는 가족의 장래의 구상 채권 등, 다만 장래의 구상 채권의 액수는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로도 분명하지는 않다.)이 우선적으로 변제되도록 꾀하고 피고에게 위 어음을 발행·교부하면서 공증까지 하였다고 보여지는바, 소외 1이 이미 채무 초과 상태에 있었음에도(앞서 본 자산 상태와 아울러 피고에 대한 채무 등을 고려하면 채무 초과 상태였음은 명백하다.) 특정 채권자인 피고에게 위 대금 채권 모두가 전부되도록 위 어음을 발행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외 1에 대하여 채권자의 지위에 있는 원고와의 관계에서 사해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피고는 위 약속어음의 발행으로 인하여 소외 1의 소극 재산이 증가하지 않은 이상 이를 사해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다투나,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직접적으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더라도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를 초래함에 있어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면 그와 같은 채무자의 법률행위는 사해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봄이 사해행위 취소 제도의 입법 취지 및 법적 기능에 비추어 합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소외 1이 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공증받은 후 피고가 위 압류·전부명령을 받음으로 인해 다른 채권자인 원고를 실질적으로 해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바, 설사 피고의 기존 및 장래의 채권이 위 어음 액면금에 달하고, 위 어음 발행이 피고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루어져 직접적으로는 소외 1의 소극 재산의 증가를 초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위 어음 발행행위가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속단하여서는 아니될 것이고, 위 어음의 발행행위에 이은 제반 사정 즉, 채무명의를 만들기 위한 어음의 공증과 소매점 거래카드의 교부 및 이를 기초로 소외 1의 위 소매점 채권을 피고가 전부받은 경위 등을 전체적으로 함께 파악하여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상황하에서 소외 1이 자신의 법률행위로 인하여 다른 채권자인 원고를 해하게 된다는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였고, 또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결과가 발생한 이상(이는 실질적으로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를 위하여 자신의 채권을 양도한 경우와 동일시된다.), 소외 1이 원고를 배제한 채 피고의 채권만을 우선적으로 만족시킨 결과의 주인(주인)이 되는 위 어음의 발행행위는 사해성이 충분이 인정된다고 판단된다.

나. 피고의 선의 여부

피고는 소외 1이 원고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할 당시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소유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91,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바 있어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물품 공급의 한도가 채권최고액 정도라고 생각하였고,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채권 중 318,391,514원은 다른 대리점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를 원고가 소외 1에게 인수하게 한 것이며, 소외 1 또한 피고에게 위 대리점의 매출 실적이 좋다고 말하였고, 원고가 물상보증인인 피고나 소외 1의 다른 보증인들에게 소외 1의 채무에 대하여 전혀 알린 사실이 없어, 자신은 위 어음 발행 당시에 소외 1이 채무 초과 상태라는 것도 몰랐으므로 채권자인 원고를 해하게 됨을 알지 못한 선의의 수익자라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피고가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물품 거래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그 소유의 부동산에 위 주장과 같은 금액을 채권최고액으로 한 근저당권을 원고에게 설정해 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갑 제4호증의 기재와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의하면,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채권 중 금 318,391,514원은 소외 1 이전에 대리점을 경영하던 자의 소매점에 대한 채권을 원고가 인수받아 이를 다시 소외 1에게 인계하면서 원고에 대하여 그 채권 상당의 채무를 소외 1이 부담하게 되었고, 원고가 물상보증인인 피고와 다른 보증인들에게 소외 1의 채무관계를 알리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만으로는 피고가 선의의 수익자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위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10호증의 6의 일부 기재와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위 항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갑 제1호증, 갑 제8호증의 1 내지 4, 갑 제9호증의 1 내지 4, 갑 제11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2, 3의 각 일부 증언에 의하면, 소외 6( 소외 1과 피고의 모), 소외 7( 소외 1의 동서, 소외 7의 처 소외 8은 위 소외 1의 처형임), 소외 9( 소외 1의 처남)는 모두 원고와 소외 1 사이의 위 대리점계약으로 인하여 위 소외 1이 원고에게 부담하게 될 시계 및 부품대금 채무의 연대보증인인데, 위 소외 6은 1995. 12. 18. 그녀 소유의 거의 유일한 재산인 광주 북구 풍향동 (지번 생략) 연립주택 1채에 관하여 같은 날 증여를 원인으로 소외 5( 소외 6의 막내 아들이자 피고와 소외 1의 동생)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위 소외 7은 1995. 12. 23. 그의 소유인 안양시 안양동 (지번 생략) 대지와 그 지상 주택에 관하여 같은 달 22. 증여를 원인으로 자신의 처인 소외 8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위 소외 9는 1995. 4. 4. 그 소유의 광주 서구 봉선동 128 소재 아파트 1채에 관하여 1995. 3. 20. 매매를 원인으로 소외 10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각 경료해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본 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위 어음 발행행위로 인하여 다른 채권자인 원고를 해한다는 인식을 하면서 소외 1과 통모하여 위 어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흥섭(재판장) 김기현 양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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