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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두42904 판결
[업무정지처분취소][공2024상,232]
판시사항

요양기관 내지 의료급여기관이 이미 서류보존의무를 위반하여 요양·약제의 지급 등 보험급여 내지 진료·약제의 지급 등 의료급여에 관한 서류를 보존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서류제출명령에 응할 수 없는 경우, 처분청이 요양기관 등에 서류제출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예외적으로 제재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경우 / 처분청의 서류제출명령과 무관하게 급여 관계 서류가 폐기되었다는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요양기관 등)

판결요지

구 국민건강보험법(2019. 12. 3. 법률 제167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과 의료급여법은 요양기관 내지 의료급여기관(이하 ‘요양기관 등’이라 한다)의 서류제출명령에 응할 의무와 서류보존의무를 별도로 규정하면서 각각의 위반 정도를 달리 보고 있다. 따라서 구 국민건강보험법의 제97조 제2항 , 제98조 제1항 제2호 , 제116조 ,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 , 제32조 제2항 , 제35조 제5항 의 내용, 체계와 함께 서류제출명령의 실효성 제고 등을 위한 구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요양기관 등이 이미 서류보존의무를 위반하여 요양·약제의 지급 등 보험급여 내지 진료·약제의 지급 등 의료급여에 관한 서류(이하 ‘급여 관계 서류’라 한다)를 보존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서류제출명령에 응할 수 없는 경우에는 처분청이 요양기관 등에 서류제출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를 할 수 없음이 원칙이지만, 요양기관 등이 서류제출명령을 받을 것을 예상하였거나 실제 서류제출명령이 부과되었음에도 이를 회피할 의도에서 급여 관계 서류를 폐기하는 경우에는 처분청이 요양기관 등에 서류제출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항고소송에서 해당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에 있지만, 처분청이 주장하는 해당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은 정당하고,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상대방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따라서 급여 관계 서류의 보존행위가 요양기관 등의 지배영역 안에 있고, 요양기관 등이 서류보존의무기간 내에 이를 임의로 폐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요양기관 등이 서류제출명령의 대상인 급여 관계 서류를 생성·작성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해 처분청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했다면, 처분청의 서류제출명령과 무관하게 급여 관계 서류가 폐기되었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측인 요양기관 등이 증명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공2012하, 1312)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현 담당변호사 성낙송 외 1인)

피고,상고인

보건복지부장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권용진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4. 21. 선고 2021누7488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제출명령 위반 여부에 관하여(제1 상고이유 관련)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구 국민건강보험법(2019. 12. 3. 법률 제167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7조 제2항 , 제98조 제1항 제2호 , 제116조 ,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 , 제32조 제2항 , 제35조 제5항 의 각 규정에 따르면, 처분청은 요양기관 내지 의료급여기관(이하 ‘요양기관 등’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요양·약제의 지급 등 보험급여 내지 진료·약제의 지급 등 의료급여에 관한 서류(이하 ‘급여 관계 서류’라고 한다)의 제출을 명할 수 있고(이하 ‘서류제출명령’이라고 한다), 이를 위반한 요양기관 등은 업무정지라는 행정적 제재처분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요양기관 등이 5년간 급여 관계 서류를 보존하지 않을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을 뿐이다(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6조의2 제1항 , 제119조 제4항 제4호 , 의료급여법 제11조 제1항 , 제37조 제2항 ).

2) 이처럼 구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은 요양기관 등의 서류제출명령에 응할 의무와 서류보존의무를 별도로 규정하면서 각각의 위반 정도를 달리 보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규정들의 내용, 체계와 함께 서류제출명령의 실효성 제고 등을 위한 구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요양기관 등이 이미 서류보존의무를 위반하여 급여 관계 서류를 보존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서류제출명령에 응할 수 없는 경우에는 처분청이 요양기관 등에 서류제출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를 할 수 없음이 원칙이지만, 요양기관 등이 서류제출명령을 받을 것을 예상하였거나 실제 서류제출명령이 부과되었음에도 이를 회피할 의도에서 급여 관계 서류를 폐기하는 경우에는 처분청이 요양기관 등에 서류제출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한편 항고소송에 있어서 해당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에 있지만, 처분청이 주장하는 해당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은 정당하고,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상대방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급여 관계 서류의 보존행위가 요양기관 등의 지배영역 안에 있고, 요양기관 등이 서류보존의무기간 내에 이를 임의로 폐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요양기관 등이 서류제출명령의 대상인 급여 관계 서류를 생성·작성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해 처분청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이를 증명하였다면, 처분청의 서류제출명령과 무관하게 급여 관계 서류가 폐기되었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측인 요양기관 등이 증명하여야 한다.

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일일마감표에는 이 사건 전산상 수납내역 등 다른 진료비 수납내역 관련 서류에는 나타나지 아니하는 비급여 진료비 수납내역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사실, 원고가 이 사건 현지조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이 사건 조사대상기간(2017. 7.~2018. 8.) 동안 생성·작성된 이 사건 일일마감표를 폐기하여 보관하고 있지 않아 제출할 수 없다.’고 하였다가 이후 현지조사팀의 거듭된 요구에 2018. 8.분 일일마감표 3장을 제출하면서 ‘나머지는 모두 폐기하여 제출할 수 없다.’고 밝힌 사실, 이에 현지조사팀이 다시 제출을 요구하자 2017. 7.분 26장, 2017. 8.분 25장, 2017. 9.분 21장과 2018. 8.분의 일부를 추가로 제출하면서도 ‘나머지는 모두 폐기하여 제출하지 못한다.’고 밝힌 사실, 그런데 이 사건 미제출 서류 부분은 이 사건 일일마감표 중 이 사건 조사대상기간의 중간 시점에 생성·작성된 것에 해당하는 데다가 이 사건 전산상 수납내역과 실제 발견된 카드전표의 내용에 불일치하는 부분도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미제출 서류 부분을 포함하여 이 사건 일일마감표를 생성·작성하였다는 사정은 이 사건 현지조사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제출명령과 무관하게 이 사건 미제출 서류 부분이 폐기되었다는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이 사건 각 처분의 상대방인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미제출 서류 부분이 이 사건 제출명령과 무관하게 폐기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제출명령 당시 이 사건 미제출 서류 부분을 소지하고 있었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제출명령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하여 이 사건 미제출 서류 부분을 폐기하거나 멸실시켰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미제출 서류 부분에 관하여 이 사건 제출명령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 등 관계 법령상의 서류제출명령의 대상과 급여 관계 서류 부존재의 경위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하여(제2 상고이유 관련)

가. 관련 법리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그 위반의 정도, 그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두5422 판결 ,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두41689 판결 등 참조). 다만 행정청이 처분상대방에게 존재하는 법령상의 임의적 감경사유까지 고려하고도 감경하지 않은 채 개별 처분기준에서 정한 상한으로 처분을 하였다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두5298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증명책임 분배의 일반원칙에 따라 일반적으로 항고소송에서는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 행정청에 그 처분사유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으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두5298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일일마감표의 내용 및 원고가 그중 일부분만을 제출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이 사건 일일마감표 폐기행위 등이 단순히 착오나 부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조사대상기간 동안 작성된 이 사건 일일마감표 중 이 사건 제출명령을 위반하여 제출되지 않은 서류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출명령 위반행위의 위법성은 그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도 없다.

다) 구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이 서류제출명령을 위반한 경우를 업무정지처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요양기관 등이 급여 관계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 비용청구의 적정성에 관한 행정청의 사후 통제 및 감독을 회피하고자 하는 시도를 방지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서류제출명령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원고의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라) 결국 원심이 든 사유만으로 이 사건 각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이동원 천대엽(주심) 권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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