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오재준(기소), 김동욱(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은혜(국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00,000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 취업제한명령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미용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공소외 2(여, 27세)는 위 회사의 가맹점인 ○○○○○ △△△△△△점 및 □□□□□ ◇◇◇◇◇◇◇점에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6. 2. 내지 3. 사이 일자불상경 밀양시 (주소 생략)에 있는 ☆☆노래방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피해자를 강제추행할 마음을 먹고, 피해자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힌 후 피해자에게 귓속말로 “일하는 것 어렵지 않냐, 힘든 것 있으면 말하라”고 하면서 갑자기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추고, 이에 놀란 피해자가 “하지마세요”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하여 “괜찮다, 힘든 것 있으면 말해라, 무슨 일이든 해결해 줄 수 있다”라고 하면서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피고인이 갑자기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추었는지 여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갑자기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여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해자는 ‘피고인이 회식을 하던 도중 노래방에서 허벅지를 만지고 볼에 뽀뽀하여 공소외 4가 말렸다’(공판기록 제40쪽)라고 진술하였는데, 당시 노래방에서 같이 회식을 하던 공소외 4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은 보았지만 피해자 얼굴에 뽀뽀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95쪽, 공판기록 제64쪽), 같이 있던 공소외 3도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다리를 쓰다듬고 피해자를 뒤에서 안기도 하였지만, 둘 사이에 입맞춤은 없었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125쪽, 공판기록 제119, 123쪽).
②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점 당시로부터 약 1년 9개월이 지난 후인 2017. 11. 23.에 이르러서야 피고인을 고소하였는데, 이는 피고인과 피해자 가족 사이에 가맹점 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한 2017. 10. 10. 무렵이다.
나. 피고인이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사실은 인정된다.
2) 그런데 우리 형사법은 ①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 형법 제298조 ), ②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형법 제302조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등), ③ 단순추행( 형법 제305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을 각각 구분함으로써 어떠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추행이 폭행·협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위력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등에 따라 그 구성요건과 법정형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체계에 비추어 볼 때,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인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더라도,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주1) 것이다.
3)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노래방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는 추행 경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자신의 오른손으로 제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다, 힘든 것 있으면 말해라, 무슨 일이든 해결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라고 진술하고 있고, 증인 공소외 3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다리를 옷 위로 쓰다듬고 피해자 옆에 기대거나 피해자를 뒤에서 안는 등의 행위를 했으나 피해자는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다는 것은 성추행이 아니지 않느냐’, ‘단순히 친하다고만 생각했던 두 사람인데 피고인이 그런 모습을 보여서 놀랐다. 거기에 대해서 피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었다’라고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제118 내지 120쪽), 증인 공소외 4도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을 보았는데 직후 피해자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64쪽). 이와 같은 증인들의 진술 내용이나 이 사건 회식의 지속 시간, 진행 과정 및 분위기, 피고인의 부적절한 행동의 유형 및 반복성, 피해자의 반응, 다른 회식 참석자들의 상황 인식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위와 같이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만진 행위를 들어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소결론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강제추행에 관한 사실 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아래와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제3항 기재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된 ‘폭행’이라는 유형력의 행사 여부를 엄격하게 인정하지 않고 ‘추행행위에 해당하는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들어 모두 ‘기습추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강제추행죄로 의율할 경우, 강제추행죄와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 단순추행죄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형벌법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심히 훼손하는 결과가 초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