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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북부지원 1995. 9. 15. 선고 93가합10549 판결 : 항소
[채무증서무효확인 ][하집1995-2, 32]
판시사항

부정한 이익 취득을 목적으로 한 형사상의 고소가 강박행위가 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위조한 차용증을 근거로 미국에서 회사를 경영하다 일시 귀국한 을을 사기죄로 고소하여 을이 경찰서에 유치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이에 겁을 먹은 나머지 우선 구속을 면하고 출국하기 위하여 각서를 작성하여 준 경우에, 그 각서상의 의사표시는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강박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종수)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언)

주문

1.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1990. 10. 2.자 채무지급각서에 의한 원금 6억 원 및 이에 대한 이자 기타 일체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및 당사자들의 주장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 및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2 회사의 대표이사인 원고 1은 1990. 10. 2. 피고에게 "금 6억 원을 같은 달 10.부터 1993. 6. 30.까지 8회에 걸쳐 분할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 각서는 피고가 원고 1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받아낸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약정으로서 무효이거나 피고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각서에 의한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의 확인을 구하고, 피고 소송대리인은 이를 다툰다.

2. 이 사건 각서의 작성경위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각서의 작성경위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3호증의 2, 갑 제4호증의 1, 갑 제5호증의 12, 16, 갑 제6호증의 1 내지 3, 5, 6, 10, 11, 을 제1호증의 6, 7, 9 내지 11, 을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갑 제5호증의 16, 갑 제6호증의 5, 10, 11, 을 제1호증의 6의 각 기재 중 뒤에서 배척하는 부분 각 제외)와 증인 백병옥, 성기종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1990. 9. 29. 원고 1을〈피고 귀하, 원고 1은 1987. 7. 피고로부터 동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 1억 5,000만 원을 차용하였으며, 위 차용금을 1989. 7.까지 변제할 것을 약속한다. 1988. 12. 11. 각서인 원고 1〉라고 기재되고 위 원고의 서명이 있는 차용증(이하 '이 사건 차용증'이라 한다)을 근거로 강서경찰서에 사기죄로 고소함으로써, 미국에서 원고 2 회사를 경영하다가 같은 달 21. 일시 귀국하였던 원고 1은 같은 달 29. 17:00경 김포공항에서 출국하려다가 강서경찰서 경찰관에게 연행되어 같은 달 30. 02:50경부터 같은 해 10. 2. 22:00경까지 67시간 동안 위 경찰서 보호실에 유치되어 조사를 받았고 출국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여권을 압수 당했으며, 같은 달 30. 위 경찰서에서 사기혐의가 있다고 인정하여 위 원고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위 원고는 피고가 고소를 취소하여 주지 않으면 구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겁이 난 나머지 같은 해 10. 2. 피고와 사이에 고소를 취소하여 주는 조건으로 동인의 요구에 따라 위 대여금으로 인한 위 담보부동산의 피해보상조로 금 6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그러한 내용의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한 사실, 이에 따라 같은 날 피고가 고소를 취소하고, 합의된 점 등을 이유로 불구속수사 지휘가 내려진 사실, 그러나 같은 달 8. 위 피의사건이 검찰로 송치될 때까지도 위 원고는 압수된 여권을 환부받지 못하다가, 같은 달 8. 과 19. 피고에게 각 금 1,000만 원을 지급하고, 같은 달 23. 무혐의 처분을 받아 같은 달 26. 출국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3. 강박행위의 위법성

이 사건 각서의 내용인 약정이 피고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인가에 관하여 보건대, 일반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고소는 정당한 권리행사가 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그것이 부정한 이익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위법한 강박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위 원고에 대하여 정당한 채권을 갖고 있었는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차용증의 위조여부

먼저 위 고소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차용증이 진정하게 성립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갑 제3호증의 1, 갑 제8호증, 갑 제11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백병옥, 황일식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1은 피고와 내연의 관계로 한국에서 원고 2 회사를 대리하여 로비활동 등을 하던 소외 인에게 백지 4매(빛에 비추어 보면 'Classic Linen 25% cotton fiber'라는 글자가 나타남)에 위 원고의 사인만 하여 주고 사업상 적당한 문언을 기재하여 거래처에 제출하라고 위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는바,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위 차용증이 위 사인만 한 백지를 이용하여 피고와 소외 인이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5호증의 12 내지 14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차용증의 작성일자인 1988. 12. 11.에 원고 1은 미국에, 피고와 소외 인은 한국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으므로, 위 차용증이 그 기재된 일자에 작성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 소송대리인은, 위 차용증은 피고가 1988. 9.경 미국 LA 강서면옥에서 원고 1을 만나 소외 인이 한국에서 미리 작성일자 등을 타자해 간 차용증서에 위 원고의 사인을 받은 것이고, 위 차용증 원본은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분실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갑 제5호증의 16의 일부 기재는 피고가 1990. 9. 29. 위 고소사건의 고소인진술과 1991. 4. 2. 위 원고로부터 고소당한 사문서위조 등 피의사건의 피의자신문시 일관하여 "위 차용증을 1988. 12. 11. 미국 LA 강서면옥에서 원고 1로부터 받았다. 차용증상의 발행일자는 당일 날짜로 하여 받은 것이 틀림없으며, 당시 미국에 체류중이었던 사실은 원고 1에게서 위 차용증을 받기 위하여 일부러 LA에 갔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하다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일시에 피고는 미국에 없었던 사실을 추궁을 받자 비로소 위 차용증을 받은 날짜가 1988. 9.경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갑 제5호증의 16, 갑 제6호증의 10의 각 기재) 위 차용증서를 1988. 9. 이전에 원고 1과 상의 없이 미리 타이핑하면서 작성일자를 같은 해 12. 11.로 명기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피고가 위 차용증 원본을 제출하지 못하는 점(피고는 "위 차용증 원본을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제출했었는데 조사받던 중 화장실에 갔다 오니까 원본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나 위 차용증이 위 고소사건의 유력한 증거인 점 등에 비추어 위 주장은 믿기 어렵고 위조사실을 감추기 위해 원본제출을 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차용증은 피고와 소외 인에 의해 위조되었다고 볼 것이다.

나.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채권의 존부

더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금 1억 5,000만 원을 대여한 사실이 있는가에 관하여 본다. 피고 소송대리인은, 피고가 1987. 5. 중순경 롯데호텔 커피ㅅ에서 원고 1로부터 금 1억 5,000만 원을 빌려주면 대출이자를 계산하여 3개월 후에 변제하고 사업이 잘 되면 차용금의 2배까지 갚아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같은 해 6. 11. 피고 소유인 서울 종로구 당주동 (상세지번 생략) 대 258. 5m2, 같은 동 165의 2 대 6.3m2, 위 양지상 벽돌조 슬래브지붕 3층 음식점 및 보일러실(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담보로 사채업자인 소외 고정식 외 3인으로부터 금 3,000만 원을 차용하여 위 원고에게 대여하였고, 같은 해 7. 20. 위 부동산을 담보로 소외 주식회사 사조상호신용금고(이하 '소외 금고'라 한다)로부터 금 1억 8,000만 원을 대출받아 그 중 금 9,000만 원은 그 시경 소외 백병옥을 통하여 원고에게 금 3,000만 원은 같은 해 8.경 직접 원고에게 대여하였다고 주장한다.(대여일자 및 경로에 관한 위 주장은 이 사건 소송에서 처음 주장된 것으로 다음에 보는 피고나 소외 인의 각 진술과도 모순된다)

살피건대, 위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갑 제5호증의 16, 갑 제6호증의 5, 10, 11, 을 제1호증의 6의 각 일부 기재가 있는바, 대여일시나 금액, 경위 등에 관하여 피고는 1990. 9. 29. 진술에서는 1987. 7. 초 소외 금고로부터 금 1억 8,000만 원을 대출받아 소외 인과 같이 살고 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원고 1에게 금 1억 5,000만 원을 직접 대여하였다고 하다가 1991. 4. 2. 진술에서는 금 1억 1,000만 원은 소외 인을 통하여 대여하고, 금 4,000만 원은 위 일시에 위 아파트에서 원고 1에게 직접 대여하였다고 하고, 소외 인은 피고로부터 금 1억 1,000만 원을 받아 원고 2 회사의 소외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입금하고, 금 3,000만 원은 피고가 1987. 8. 하순 위 아파트에서 원고 1에게 직접 대여하였다고 하며, 원고 1도 위 고소사건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위 소외인의 진술과 동일하게 진술하고 있어, 그 대여일시나 금액, 경위 등에 관하여 불일치하는 점이 많고, 또한 갑 제2호증의 1, 갑 제5호증의 11, 갑 제7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증인 백병옥의 증언 및 이 법원의 소외 금고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피고가 소외 금고로부터 금 1억 8,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은 1987. 7. 20.이므로 위 대여일시로 주장된 같은 해 7.초는 대출이 이루어지기 이전인 점, 피고는 위 대출받은 금 1억 8,000만 원으로 같은 달 21. 한국상업은행에 대한 근저당권부채무(채권최고액 금 3,900만 원)와 소외 고정식 외 3인에 대한 근저당권부채무(채권최고액 금 1억 500만 원)를 각 변제하였으므로 원고 1에게 합계 금 1억 5,000만 원을 대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원고 1은 같은 해 7. 13. 출국하여 같은 해 11. 4. 귀국하였으므로 위 대여일시로 주장된 같은 해 8.경 원고 1은 한국에 없었던 점, 소외 인이 같은 해 7. 29. 원고 2 회사를 위하여 소외 한국전력공사에 입금한 액수는 미화 60,994$(한화로 금 50,747,008원 정도)이므로 위 소외인 등이 주장하는 금 1억 1,000만 원에 훨씬 못미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각 부합증거는 믿기 어렵고, 달리 원·피고간에 직접적인 금전대차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원고 1의 위 진술도 이 사건 차용증이 있는 이상 즉시 위조된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우선 구속을 면하고 출국하기 위해 부득이 허위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소송대리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서는 위 원고가 피고로부터 금 1억 5,000만 원을 차용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조한 이 사건 차용증을 근거로 사기죄로 고소하여 위 원고가 경찰서에 유치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급기야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이에 겁을 먹은 나머지 우선 구속을 면하고 출국하기 위하여 부득이 위 각서를 작성하여 준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위 원고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강박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소장으로 위 하자 있는 의사표시를 취소한 이상, 소장송달로 위 각서상의 지불약정의 의사표시는 적법히 취소됨으로써, 이 사건 각서에 의한 원고들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확인의 이익도 있다 하겠으므로, 그 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서태영(재판장) 정태학 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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