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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법 1995. 5. 30. 선고 94드61780 판결 : 확정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하집1995-1, 438]
판시사항

혼인중의 출생자에 대한 친생자 추정의 적용범위

판결요지

친생추정을 규정한 민법 제844조의 규정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가정이 유지되고 있는 한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하나, 당해 가정이 이미 파탄되어 위 규정의 목적 기반이 상실된 경우라면 부부의 동서(동서)의 결여, 혈액형 배치의 경우뿐만 아니라 나아가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한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근)

피고

피고 1외 1인

주문

1. 피고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이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사실관계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약국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중 같은 건물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피고 1을 알게 되어 1985. 11. 29. 결혼식을 거행하고, 1986. 8. 20. 혼인신고를 경료하였다.

나. 원고는 고등학교 1학년 재학중이던 1980년경부터 소외 인을 알게 되어 1983년까지 교재하였다. 원고가 피고 1과 혼인한 것을 알게 된 소외 인의 요청으로 원고와 소외 인은 1986. 1.경 다시 만나기 시작하여 1986. 6.경 성관계를 갖게 되었다.

다. 원고는 1987. 4. 20.경 아들인 피고 2를 출산하였다. 원고와 피고 1은 피고 2를 혼인중 출생자로 출생신고하였으므로 호적상 피고 2의 아버지는 피고 1로 어머니는 원고로 등재되었다.

라. 원고와 피고 1은 1992. 10. 5. 협의이혼하였다.

마. 원고와 소외 인은 결혼하여 1993. 9. 27. 혼인신고를 경료하였다.

바. 원고와 피고들 그리고 소외 인에 대한 혈액형 및 유전자형 감정결과는 다음과 같다.(원고가 피고 2를 직접 출산하였으므로 원고와 피고 2 사이의 모자관계를 전제로 놓고 본다.)

(1) 혈액형 및 조직적합성 항원형

+----------------------------------------+

|피감정인 | ABO형 | HLA-A형 | HLA-B형 |

|---------|-------|-----------|----------|

| 소외인 | A | A24, A30 | B13, B61 |

|---------|-------|-----------|----------|

| 피고 1 | B | A2, A11 | B38, B51 |

|---------|-------|-----------|----------|

| 원고 | O | A2, A24 | B35, B48 |

|---------|-------|-----------|----------|

| 피고 2 | A | A2, A30 | B13, B35 |

+----------------------------------------+

(가) 혈액형 검사 결과:피고 2의 혈액형은 A형이고 어머니인 원고의 혈액형은 O형이므로 피고 1은 피고 2의 아버지일 수 없고 소외 인은 피고 2의 아버지일 수 있다.

(나) HLA-A형 검사결과:피고 2의 HLA-A형은 A2, A30이고 어머니인 원고의 HLA-A형은 A2, A24이므로 피고 1은 피고 2의 아버지일 수 없고, 소외 인은 피고 2의 아버지일 수 있다.

(다) HLA-B형 검사결과:피고 2의 HLA-B형은 B13, B35이고 어머니인 원고의 HLA-B형은 B35, B48이므로 피고 1은 피고 2의 아버지일 수 없고, 소외 인은 피고 2의 아버지일 수 있다.

(2) 유전자형 검사 결과

+-----------------------------------------------------+

|피감정인 | 소외인 | 피고 1 | 원고 | 피고 2 |

|---------|----------|----------|----------|----------|

|MCT118형 | M33, M24 | M24, M18 | M21, M18 | M33, M18 |

|---------|----------|----------|----------|----------|

|apoB형 | A39, A38 | A39, A37 | A41, A39 | A39, A39 |

|---------|----------|----------|----------|----------|

|YNZ22형 | Y6, Y4 | Y10, Y2 | Y7, Y1 | Y7, Y6 |

|---------|----------|----------|----------|----------|

|TC-11형 | T7, T5 | T5, T5 | T6, T5 | T7, T5 |

|---------|----------|----------|----------|----------|

|vWF형 | F7, F6 | F8, F3 | F6, F5 | F7, F6 |

+---------------------------------------------------- +

+--------------------------------------------------------------+

|피감정인 | 소외인 | 피고 1| 원고 | 피고 2 |

|---------|-------------|---------|-------------|--------------|

|MBP형 | L5, L4 | L5, L1 | L4, L1 | L5, S1 |

| | H8, H6 | H6, H3 | H4, H3 | H8, H3 |

| | 17-12, 16-11| | 16-08, 14-11| 17-12, 16-08|

|---------|-------------|---------|-------------|--------------|

|Co12A1형 | C30, C30 | C48, C30| C50, C30 | C30, C30 |

|---------|-------------|---------|-------------|--------------|

|SE33형 | S17, S8 | S10, S7 | S11, S9 | S17, S11 |

|---------|-------------|---------|-------------|--------------|

|D21S11형 | D3, D3 | D2, D1.5| D3, D2 | D3, D2 |

+--------------------------------------------------------------+

유전자형 검사 결과가 위와 같으므로 피고 1은 피고 2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없다. 반면 우리 나라 일반 남자의 유전자형의 발현빈도를 감안하면 소외 인이 피고 2의 아버지일 가능성은 99.9999997%이다.

사. 현재 원고와 소외 인이 피고 2를 양육하고 있다.

2. 판단 1: 민법 제844조 의 해석에 대한 당원의 입장

가. 혼인중에 포태한 자(자)와 부(부)의 친생자 추정

(1) 민법의 규정

민법 제844조 제1항 은 처가 혼인중에 포태한 자(자)는 부(부)의 자(자)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이어서 같은 조, 제2항 은 혼인 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친생추정을 받는 혼인중의 자에 대하여 부(부)는 자(자)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추정을 깨뜨릴 수 있다. 반면 다른 사람은 그 자를 인지(인지)할 수 없고, 부(부)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몇 가지 예외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심지어는 모나 자 본인의 경우에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방법으로 그 친생추정을 깨뜨릴 수 없다.

(2) 민법의 목적

민법이 위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목적은 다음의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째, 가정의 평화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3자가 평화로운 가정에 뛰어들어 그 부부 사이의 자식이 그 부부 사이의 자식이 아니라거나 자신의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그 다툼을 다루는 재판 과정에서 부부의 비밀스런 사생활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평화롭던 가장이 그로 인하여 파괴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가정의 기본이 되는 부자(부자)의 관계를 조기에 확정시킴으로써 부모의 양육하에 성장할 수밖에 없는 자(자)의 지위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민법의 위 규정들에 대하여는 과학의 발전과 사회 인식의 변화에 따라 시대에 맞지 않은 규정이라는 비판이 있고, 또한 남녀 평등의 관점에서도 비판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헌법 제17조 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6조 제1항 이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의 위 규정들에 대한 비판에 정당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위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보더라도, 가정의 사생활의 보호와 가정평화의 보호 그리고 자녀의 안정된 지위의 보장이라는 민법의 목적은 결코 시대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 친생추정의 범위

혼인중에 포태한 자에 대하여 아무런 예외 없이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한다면(무제한설) 진실한 혈연관계에 어긋나는 부자관계의 성립을 법적으로 강요함으로써 당사자들에게 불필요한 고통만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며, 이는 민법이 위 규정을 두고 있는 목적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은 " 민법 제844조 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가 부(부, 이하 같다)의 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를 포태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부부의 한 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 제844조 제846조 이하의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과 더불어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마련한 것이라 할 것이어서 그 전제사실을 갖추지 아니한 위와 같은 경우에까지 이를 적용하여 요건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에 의하게 함은 도리어 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진실한 혈연관계에 어긋나는 부자관계의 성립을 촉진시키는 등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제한설).

(4) 혈액형 배치 등의 경우에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는지의 여부

제한설의 입장에 서더라도 대법원이 예시로 들고 있는 동서(동서) 결여의 사례 외의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혈액형 배치의 사안이다. 자연과학의 법칙에 따라 혈액형의 검사를 통하여 부자관계(부자관계)의 부존재는 명백하게 밝힐 수 있으므로 혈액형이 배치되는 경우 혈연의 부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외관상 명백하고 따라서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 견해가 있는 반면, 혈액형 배치의 경우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혈액형을 검사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소송과정이 불가피하게 되어 가정의 비밀스런 내용들이 재판과정에 현출되게 되므로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민법의 목적은 형해화하고 만다는 반대설의 입장이 있다.

이 점에 관한 당원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친생추정을 규정한 민법 제844조 의 규정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가정이 유지되고 있는 한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둘째, 당해 가정이 이미 파탄되어 민법 제844조 의 규정의 목적 기반이 상실된 경우라면 부부의 동서(동서)의 결여, 혈액형의 배치의 경우뿐만 아니라 나아가 유전자형의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한다. 민법 제844조 의 규정의 목적 기반이 상실된 경우라면 자연적 혈연관계와 배치되는 결론을 법적으로만 강요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불필요한 고통만을 주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시한다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방법으로 혼인중에 포태한 자(자)의 친생자관계를 다투고자 하는 자(자)는 그 자(자)가 속한 가정이 파탄되었음과 그 부부의 동서의 결여 또는 혈액형의 배치 또는 유전자형의 배치를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그 자(자)가 속하는 가정이 파탄되지 않았다면 부부의 동서의 결여, 혈액형의 검사, 유전자의 검사 등의 심리에 나아갈 필요 없이 소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고, 그 자(자)가 속한 가정이 파탄된 경우에 한하여 나머지 점에 나아가 심리를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부의 사생활의 침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 제844조 제846조 이하의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과 더불어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마련한 것이라 할 것이어서 그 전제사실을 갖추지 아니한 위와 같은 경우에까지"라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가정의 파탄 여부를 민법 제844조 의 적용의 한 요건으로 보아 혼인중에 포태한 자를 당사자로 하는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에 있어서 가정의 파탄을 소송요건의 하나로 해석하는 당원의 입장은 위 대법원의 판결에 반한 것이 아니라, 위 대법원의 판결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3. 판단 2:이 사건 사안의 검토

위와 같은 이론에 입각하여 이 사건 사안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 2는 원고가 피고 1과의 혼인중 포태하여 혼인중 출생하였으나 원고와 피고 1은 1992. 10. 5. 협의 이혼하였다. 또한 혈액형 검사와 조직적 합성 항원형 검사 그리고 유전자형 검사의 결과 피고 1은 피고 2의 아버지일 수 없음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피고 2는 원고와 피고 1의 혼인중 포태한 자이나 민법 제844조 의 친생추정을 받지 아니한다.(이른바 친생추정을 받지 아니하는 혼인중의 자가 된다.)

그밖에 원고가 피고 2의 어머니인 점과 호적의 기재 내용을 고치기 위한 이 사건 소의 목적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의 부존재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는 적법하다.

나아가 본안에 관하여 판단하건대 원고가 피고 1과의 혼인관계 중인 1986. 6.경 소외 인과 성관계를 가지고 1987. 4. 20. 피고 2를 출산하였으며, 원고가 피고 2의 어머니임을 전제로 할 때, 피고 1이 피고 2의 아버지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검사결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 1과 피고 2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4. 결 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이 사건 소송의 원인을 제공한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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