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민법 제847조 제1항 규정의 위헌 여부
결정요지
민법 제847조 제1항 중 "부인의 소는 자 또는 그 친권자인 모를 상대로 하여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가정의 평화와 자(자)의 지위를 조속히 안정시키려는 목적 때문에 진실한 혈연관계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고,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및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참조조문
신 청 인
신청인
상 대 방
상대방
본안사건
서울가법 94드93084 친생부인
주문
아래 본안사건에 관하여 민법 제847조 제1항 중 "부인의 소는 자 또는 그 친권자인 모를 상대로 하여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는 규정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
사건 94드93084 친생부인
원고 위 신청인
피고 상대방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 소외 1
이유
신청인의 위헌제청신청 이유는 별지 기재와 같은바, 민법 제847조 제1항 의 규정이 모든 국민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의 정신을 침해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 에 위반된다는 신청인의 주장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별 지]
위헌제청이유
1.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해석되는 법률의 조항
민법 제847조 제1항 은 "부인의 소는 자 또는 그 친권자인 모를 상대로 하여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본안사건의 개요
원고의 이 사건의 청구원인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와 피고의 생모인 소외 1은 1992. 4. 6.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의 부부관계에 있던 중 같은 해 12. 17. 피고를 출산하였다.(단 호적부에는 피고가 1993. 2. 17. 출생한 것으로 등재되어 있다.)
나. 그 후 원고와 위 소외 1은 혼인생활의 불화로 1993. 4. 30. 협의이혼하였다가 같은 해 7. 24. 재결합하여 다시 혼인신고를 마쳤다.
다. 원고와 위 소외 1은 재혼한 이후에도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여 심한 불화를 겪던 중 1993. 11.말경 위 소외 1은 원고에게 피고는 원고의 친생자가 아니라고 태연하게 말하여 원고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으나 그때까지만 하여도 원고는 위 소외 1이 부부간의 불화끝에 홧김에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지나갔다.
라. 그러나 위 소외 1은 그 후에도 계속 "피고는 민씨 핏줄이 아니다, 수년 후에 친부의 호적에 올릴 것이다"라는 말을 되풀이 하여 원고는 차츰 피고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던 중 원고가 1994. 초순경 위 소외 1의 직장을 찾아갔을 때 피고가 동녀의 직장상사인 소외 2와 매우 닮았음을 보고 피고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같은 해 8. 21. 이 사건 본안소를 제기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본안소제기 이후인 같은 해 12.경 다시 위 소외 1의 직장을 찾아 갔는데 이때 피고가 원고를 발견하고 "아빠"라고 부르자 위 소외 1은 피고에게 원고를 가르키며 "저 사람은 가짜 아빠다"라고 말하여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3. 이 사건에의 현행법 해석적용결과
가. 문제의 발생
(1) 민법 제844조 는 "처가 혼인중에 포태한 자(자)는 부(부)의 자로 추정하고, 또한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에 의한 친생추정을 받는 자에 대한 친자관계를 다투기 위해서는 오직 부(부)만이 모(모) 또는 자(자)를 상대로 민법 제846조 에 규정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민법 제847조 제1항 은 그 제척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여 제소권자와 제소기간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그 결과 원고의 이 사건 본안청구는 제척기간 경과 후에 제기된 것으로서 각하를 면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위와 같은 친생추정을 받지 않는 자를 상대로 친자관계를 다투는 경우에 인정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의 소의 경우는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이면 누구나 제소권자가 될 수 있고, 그 제소기간 또한 부자(부자)가 모두 생존한 경우에는 제한이 없고,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도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검사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민법 제865조 ) 제소권자와 제소기간 등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친생추정을 받는 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자에 비하여 매우 강력한 법적인 보호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민법이 친생부인의 소에 관하여 위와 같이 단기의 제척기간을 두고 있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부모의 양육하에 성장할 수밖에 없는 자(자)의 지위를 보호하는 동시에 부자간의 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신분관계의 조속한 안정과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그 저변에는 여자의 정절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3) 그러나 친자관계는 원래 자연적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한 혼인중 포태한 자가 자신의 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받아들인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부(부)가 자녀의 출생 후 1년이 경과된 후에 그 자녀가 자신의 자녀가 아님을 알게 되거나 자신의 자녀인지 여부에 관하여 의심을 갖게 된 경우에도,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혈연관계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이와 같은 경우 진실에 반하는 부자관계를 법에 의해 유지되도록 한다고 해서 가정의 평화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친생부인의 소의 경우 그 제척기간에 대하여 과거부터 많은 논란이 있어 왔고 각국의 입법례 또한 다양한 편이다.
나. 문제해결을 위한 제 견해
위와 같은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주장되고 있는 견해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민법 제847조 제1항 의 취지를 부(부)에게 실질적으로 1년의 숙려기간(숙려기간)을 주어야 한다는 데 있다고 보아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를 "자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가 아니라 "그의 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는 민법 규정의 문리해석에 명백히 배치되는 것으로서 해석에 의하여 법규정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므로 해석에 의한 법률개정에 해당하여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대법원 역시 "위 1년이라는 기간은 그 자가 부(부)의 자가 아님을 안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기산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므73 판결 등 참조)
(2) 다음으로 민법 제844조 에 규정된 친생자추정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 굳이 친생부인의 소에 의하지 않고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서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다툴 수 있도록 하자는 견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외관설로,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외관상 동서(동서)의 결여(결여)가 객관적으로 보아 명백한 경우에 그 혼인기간 중 포태한 자에 대하여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인바, 우리 대법원도 이 견해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판결 등 참조)
둘째 혈연설로, 부(부)의 생식불능(생식불능) 또는 혈액형(혈액형)의 배치 등의 경우와 같이 과학적인 시험결과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명백히 된 경우에 그 혼인기간 중 포태된 자에 대하여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셋째 파탄설로, 원칙적으로 외관설에 입각하여 해석하면서도 가정의 평화와 진실주의와의 조화를 꾀하여 이미 지켜야 할 가정이 파탄되어 있고 부자간에 진실한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에 그 혼인기간 중 포태한 자에 대하여도 예외적으로 혈연주의를 우선 적용하여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살피건대, 위 각 해석론 중 외관설 이외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즉 민법 제844조 의 취지는 부부간의 정상적인 혼인생활 중 포태한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부부의 일방이 장기간에 걸쳐서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부부간에 정상적인 혼인생활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가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제소권자나 제소기간의 폭이 친생부인의 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넓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 법률상 친자관계를 다툴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나, 그 이외의 경우 즉 외관상 정상적인 혼인생활 중 포태한 자의 경우에도 혈액형이 배치된다는 등의 이유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하면 이는 결국 민법 제844조 의 효력이 미치는 자의 범위를 너무 심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되어 다툼이 있는 대부분의 친자관계에 있어서 친생추정을 받는 자는 거의 없게 되는 결과가 됨으로써 결국 친생부인의 소가 아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의 형태로 친자관계를 다툴 수 있게 되어 자의 권익을 지나치게 해치는 결과가 되고, 심지어는 부자관계에 제3자가 부당하게 간섭하게 될 소지가 있게 되어(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의 소의 경우는 부의 의사에 반하여 조부, 숙부 등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이면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능히 예견가능하다) 결국 예외가 원칙이 되고, 원칙이 예외가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부자간의 혈액형이 배치되는 경우나 가정이 파탄되어 있는 경우 등에 있어서 그 자에 대하여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 가족법의 가장 중요한 이념의 하나인 모자보호의 원칙을 훼손한 채 사실상 제척기간의 제한이 없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허용함으로써 앞서 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현행 민법 제847조 제1항 에 규정된 극히 단기간의 제척기간 자체가 과연 혈연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보장 조항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점을 심도 있게 검토하여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새로 합리적인 제척기간을 정하여 자와 부의 권익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3) 입법례
여기에서 참고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본다.
(가) 독 일
혼인 후 출생한 자녀는 처가 혼인 전 또는 혼인중에 포태하고 부가 처의 포태기간 내에 동거한 때에는 친생자이다. 다만 제반 사정에 비추어 처가 부의 자를 포태했다는 것이 명백히 불가능한 때에는 친생자가 아니다.( 독일 민법 제1591조 제1항 ) 부는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은 부가 자의 적출이 아님을 알게 된 사정이 있는 때로부터 기산하며, 빨라야 자의 출생시로부터 개시된다( 독일 민법 제1594조 )고 규정하고 있다.
(나) 프랑스
(다) 일 본
4. 당원의 견해
민법 제847조 제1항 을 둔 취지는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민법 제844조 의 친생추정을 받는 자의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극히 단기간에 제한하여 부자간의 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자의 권익을 도모하고 아울러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와 같이 자만의 권익을 위하여 일본을 제외한 다른 어느 나라의 입법례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단기간의 제척기간을 규정함으로써 부가 자의 친생자 여부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도 전에 그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버려 결과적으로 부로 하여금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는 기회를 극단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진실한 혈연상의 친자관계에 따라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확정시킬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된다. 이는 혈연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반할 뿐만 아니라 진실한 혈연관계에 대한 애착이 일본 등 외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관념에도 심히 배치된다고 보여져 결국 민법 제847조 제1항 은 다음과 같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헌법 제10조 는 신청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자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의 출생 후 1년이 지나서 그의 자가 아님을 알게 된 자로 하여금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친생부인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친자관계를 부인하고자 하는 자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에 반할 소지가 있다.
나.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침해
헌법 제36조 제1항 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하여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지 않고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친자관계를 부인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아니하고 친생부인권을 극히 단기간 내에 박탈하여 버리는 것은 인간의 존엄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5. 결 론
친생부인의 소를 자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는 민법 제847조 제1항 의 규정은, 가정의 평화와 자의 지위를 조속히 안정시키려는 목적 때문에 진실한 혈연관계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고, 이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 혼인생활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 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또 이러한 문제의 시정을 위해서는 법원의 법해석에 의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적당하다고 판단되어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 여부의 심판을 받기 위하여 이 사건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의 제청에 이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