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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법 2005. 6. 16. 선고 2005르47 판결
[인지] 상고[각공2005.9.10.(25),1451]
판시사항

[1] 민법 제844조 의 친생추정제도의 취지

[2] 민법 제844조 제2항 에 의한 친생추정의 효력을 제한하고 자( 자 )의 제3자에 대한 인지청구를 인용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844조 의 친생추정제도는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 자 )가 진실로 모( 모 )의 부( 부) 의 자( 자 )라고 하는 사실과 혼인중에 포태하였다는 것을 개별적으로 입증케 한다면, 가정의 평화가 불안하게 되므로 부자( 부자 )관계를 조기에 확정함으로써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이는 그 바탕에 정상적인 부부생활과 처의 정절을 전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2] 민법 제844조 제2항 에 의한 친생추정의 효력을 제한하고 자( 자 )의 제3자에 대한 인지청구를 인용한 사례.

원고,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성룡 외 1인)

피고,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오섭)

변론종결

2005. 6. 2.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원고는 피고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아래 각 사실은 갑 제1호증, 갑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대한 유전자감정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1967. 4. 1. 소외 1과 혼인신고를 마친 남자이고, 원고의 모인 소외 2는 1987. 8. 29. 소외 소외 3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 부부로 지내다가, 2003. 2. 14. 협의이혼신고를 마친 여자이다.

나. 위 소외 2는 혼인 중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고객으로 피고를 만나게 되어, 2001. 6.경부터 피고와 수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었고, 2003. 3. 5.경(호적에는 2003. 12. 11.생으로 출생신고가 됨)에는 피고와 사이에서 원고를 출산하였다.

다. 피고는 2004. 1. 5.경 위 소외 2가 있는 조치원에서 소외 2와 함께 생활하던 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치료를 받다가, 소외 2의 연락을 받은 위 소외 1에 의해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고, 현재 소외 1의 보호하에 의식불명인 상태로 위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이다.

라. 한편, 원고는 소외 2의 호적에 등재되어 있는데, 호적상 부(부)란은 공란으로, 모(모)란은 소외 2로 기재되어 있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주 장

원고는 자신이 피고의 친생자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인지를 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소외 2의 전 남편인 위 소외 3과의 혼인 중에 포태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제3자인 피고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인지청구는 소외 2와 소외 3이 피고의 재산을 빼앗을 목적으로 공모하여 제기한 것으로써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다툰다.

나. 판 단

(1) 이 사건의 쟁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와 소외 2 사이에서 출생한 딸이라는 사실은 인정되나, 그 실제 출생일이 소외 2와 소외 3의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이내이므로 민법 제84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고는 소외 2와 소외 3의 혼인중에 포태된 것으로 추정되는바, 이로 인하여 원고가 민법 제844조 제1항 에 따라 소외 3의 자(자)로 추정됨으로써 친생부인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는 제3자인 피고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없는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2) 민법 제844조 의 친생추정제도의 취지

우리 민법은 친생자에 혼인중의 자(자)와 혼인외의 자(자)가 있음을 상정하고, 그 중 혼인중의 자(자)에 관하여 정의규정을 두는 대신 민법 제844조 를 통해 혼인중의 자(자)로 추정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민법 제844조 의 친생추정제도는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자)가 진실로 모(모)의 부(부)의 자(자)라고 하는 사실과 혼인중에 포태하였다는 것을 개별적으로 입증케 한다면, 가정의 평화가 불안하게 되므로 부자(부자)관계를 조기에 확정함으로써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이는 그 바탕에 정상적인 부부생활과 처의 정절을 전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3) 친생추정의 범위

또한, 이때의 추정은 다른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거의 결여로 처가 부(부)의 자(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을 뿐이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자)가 부(부)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같은 추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위 추정과 달리 다른 남자의 친생자라고 주장하여 인지를 청구할 수 없으며, 오로지 이와 같은 추정을 번복하기 위하여는 부(부)가 민법 제846조 , 제847조 에서 규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재판례이다(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므566 판결 ,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 등 참조). 즉, 외관상 처가 부(부)의 자(자)를 포태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상 처가 제3자와 내연관계를 맺어 그 사이에서 자(자)를 출산하였다고 하더라도 부(부)가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위 추정을 번복하지 않는 이상 그 자(자)와 친부인 제3자 사이의 친생자관계는 법률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민법 제844조 의 친생추정 범위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위 규정의 요건에 부합하는 한 어느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기존의 견해에서 진일보하여 처가 부(부)의 자(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친생추정의 효력을 제한함으로써 가정의 평화를 기대하는 위 규정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예외적 사안에서 구체적인 혈연진실의 발견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나, 성도덕이 문란해지고 유전자검사 등을 통한 과학적인 친생자 판별이 손쉬어진 현대의 사회현실을 감안할 때 여전히 친생추정의 제한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특히,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가정의 평화보호와 혈연진실주의의 요청이 조화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자(자)가 진실의 혈연관계를 법률상의 친자관계로까지 고양하려고 하는 경우 또는 이미 부부가 이혼하고 있거나 처가 자(자)의 진실의 부(부)와 동거하면서 진실의 부(부)가 그 자(자)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이미 지켜야 할 가정이 붕괴된 경우에는 앞서 본 친생추정제도의 취지가 상당부분 그 의미를 상실한 반면, 상대적으로 혈연진실주의를 우선시켜야 할 필요성이 높아져,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2가 2001. 6.경부터 피고와 내연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2003. 3. 5.경 원고를 출산한 점, 원고가 소외 2의 호적에 부(부)란이 공란인 채로 등재되어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소외 2와 소외 3의 혼인관계가 형식적으로는 위 협의이혼신고일까지 유지되었으나, 그 오래전부터 이미 소외 2와 소외 3은 사실상 이혼한 상태에서 별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로 인하여 소외 2가 소외 3의 자(자)를 포태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와 소외 3 사이에는 민법 제844조 제1항 에 의한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설령 소외 2가 소외 3의 자(자)를 포태할 수 없었다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소외 2와 소외 3의 이혼으로 가정이 이미 파탄되고, 이혼한 소외 3이 원고를 자신의 호적에도 등재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신의 자(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상태에서 과학적인 유전자감정 결과에 의하여 원고와 제3자인 피고가 친자관계에 있음이 명백하게 밝혀졌으므로, 이미 붕괴된 가정의 평화보호보다는 혈연진실주의를 우선하여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해야할 필요성이 높다고 할 것이고, 또한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외관상 명백하게 소외 2가 소외 3의 자(자)를 포태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와 소외 3간의 친생추정을 인정한다면, 친생추정을 통하여 이미 붕괴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거나 회복할 수 없고, 이혼한 소외 3이 원고를 자신의 자(자)로 인정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소외 3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원고가 인지청구 등을 통하여 진실한 친자관계를 법률상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차단되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원고와 소외 3 사이에는 민법 제844조 제1항 에 의한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권리 남용

또한, 피고는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인지청구가 권리남용이라고 항변하나, 권리남용의 근거로 삼고 있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선종(재판장) 김매경 시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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