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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민사지법 1993. 9. 24. 선고 91가합89214 제42부판결 : 소취하
[손해배상(기)][하집1993(3),186]
판시사항

검사의 지시를 받은 경찰관이 구속영장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피의자를 강제로 연행하여 불법구금하면서 자백을 강요하여 구타등 가혹행위 한 데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울 인정한 사례

원고

원고

피고

대한민국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89.10.25.부터 1993.9.24.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89.10.25.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사실관계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10,12,13,15 내지 34,37, 갑 제3호증의 1 내지 6,13,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 갑 제9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다만, 갑 제2호증의 23의 일부 기재내용 중 뒤에서 배척하는 부분 제외), 증인 정병수, 소외 2, 김인홍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갑 제2호증의 14,23,25,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의 일부 기재내용, 증인 전태남, 최 영무, 임광기의 일부 증언내용은 이를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1985.2.10.경 소외 영화교통주식회사에 입사하여 1989.10.23.경까지 영업용 택시 운전사로 일하고 있던 자인데, 피고 소속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인 소외 1의 지시를 받은 건장한 체격의 경찰관 3명은 1989.10.23. 10:00경 서울 성동구 성수2가 4동 79의 3에 있는 원고의 집으로 찾아가서, 원고에게 구속영장을 제시하지도 아니하고,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거나 변명의 기회를 주지도 아니한 채, 원고를 서울지방검찰청으로 강제연행하였다.

그런데 위 경찰관들은 그 당시 원고와 함께 있던 원고의 처 소외 2에게는, 자신들이 동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인데 교통사고(도주차량)에 관한 신고가 접수되어 원고를 조사할 필요가 있어 데리고 간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나. 그 후 원고는 1989.10.23. 오후경 소외 1 검사로부터 신문을 받게 되었는데, 위 검사는 원고가 보험회사와 소멸성 보장보험계약을 체결한 후에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서 보험금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원고를 추궁하였고, 원고는 그 혐의내용을 부인하였는바, 원고는 이 시점에 이르러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혐의내용을 알게 되었다.

다. 그러자 소외 1 검사는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에 파견근무 중이던 소외 3 등 수명의 경찰관들에게 원고를 위 검사실 옆에 있는 빈 방으로 데리고 가서 조사할 것을 지시하였고, 이에 위 경찰관들은 원고를 빈 방으로 데리고 가서 "위 혐의사실을 순순히 자백하라, 만일 자백하지 않으면 골병 들지도 모른다." 라고 위협하면서 원고에게 자백할 것을 강요하였는바, 원고가 이에 불응하자 위 경찰관들은 원고에게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시킨 다음, 주먹으로 원고의 얼굴 등을 수회 때렸고, 원고의 무릎을 꿇린 후에 발로 허벅지 등을 짓밟았으며, 원고를 콘크리트바닥에 내던진 후에 정강이, 옆구리, 앞가슴 등을 수회 걷어차는 등의 방법으로 같은 달 24. 09:00경까지 잠도 재우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가혹행위를 하면서 자백을 강요하였다. 그 후 원고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무런 조사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에서 위 경찰관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는데, 같은 달 24. 오후부터 위 경찰관들은 다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밤늦게까지 원고에게 가혹행위를 한 다음 위 사건에 관한 자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였으며, 이에 원고는 몸이 아파서 우연히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이지 고의적인 사고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자술서(갑 제3호증의 4)를 작성한 다음 위 경찰관들을 통하여 이를 소외 1 검사에게 제출하였다. 그런데 위 자술서의 내용이 원고에 대한 혐의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위 경찰관들은 즉시 원고에게 되돌아와서 다시 같은 달 25. 새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가혹행위를 하였고, 이에 원고는, 가족 등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되고 원고의 진술내용은 전혀 무시되는 위와 같은 강압적인 분위기하에서는 차라리 허위자백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자포자기적인 심정으로 원고에 대한 혐의사실을 전부 자백하는 취지의 자술서(갑 제3호증의 5)를 작성하였으며, 그 직후에 위 자술서의 기재내용에 터잡아 검사 작성의 원고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갑 제3호증의 6)가 작성되었다.

라. 그 후 소외 1 검사는 1989.10.25. 위와 같이 작성된 자술서 및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소명자료로 첨부하여 원고가 소외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 등과 4건의 소멸성 보장보험계약을 체결한 후에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서 피해자인 소외 4에게 상해를 가하고, 위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금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였거나 편취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사기죄 등의 범죄사실로 원고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형사지방법원에 청구하였고, 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을 같은 날 14:00경 집행하였다.

마. 그리고 소외 1 검사는 1989.11.10. 위와 같은 죄명으로 원고에 대한 공소를 제기하였는바, 제1심에서는 1990.2.23. 원고를 유죄로 인정한 다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으나(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단8364호 판결), 제2심에서는 원고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임의성 및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1991.5.15. 원고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위 법원 90노2134호 판결),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1991.9.24. 상고기각판결(대법원 91도1684호 판결)을 선고하였다.

2. 판 단

(1) 불법 체포의 점

(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경찰관들이 1989.10.23. 10:00경 원고에게 구속영장을 제시하지도 아니하고,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거나 변명의 기회를 준바도 없이 원고를 강제연행한 것은 불법한 체포행위라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이 사건에 있어서 위 검사의 지시를 받은 경찰관들이 위와 같은 법규정에 터잡아 원고의 집으로 찾아가서 원고에게 동행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이를 승낙한 원고가 임의로 수사기관에 출두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정당한 임의 수사절차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것이라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므로 보건대, ① 원고가 형사피의자로서 수사기관의 동행요구에 대하여 임의로 승낙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최소한 원고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개략적인 혐의사실을 고지받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위 경찰관들이 원고에게 혐의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아니한 채 원고를 연행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자신에 대한 혐의사실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였던 원고로서는 그 당시 위와 같은 수사절차에 대한 승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② 만일 피고가, 검사는 피의자에 대하여 구체적인 혐의사실 및 동행장소 등을 전혀 고지하지 아니한 채 막연히 동행할 것을 요구할수 있으며, 이에 피의자가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아니한 채 수사관들과 동행하는 것이 바로 임의수사절차에 있어서의 승낙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취지라면, 이는 형사절차에 있어서 피의자의 방어권 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헌법 제12조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천명하면서, 피의자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도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피의자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에 그 이유와 일시, 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부득이한 사유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 구속하여야 하는 강제수사의 경우에 있어서도 피의자 및 그 가족 등에게 혐의사실, 구금장소, 변호인선 임권 등을 고지함으로써 그들로하여금 최소한도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는 취지라 할 것이고, 따라서 피의자의 승낙하에 진행되는 임의수사절차에 있어서는 위에서 본 피의자 등의 최소한도의 방어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이 임의수사절차에 따라 피의자에 대하여 동행을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피의자에게 그 혐의내용을 알려 주어야 할 것이고(피의자가 자신의 혐의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어권행사를 할 수 없다), 피의자는 물론 독자적인 변호인선임권이 있는 가족 등에게도 그 혐의내용 및 동행장소 등을 반드시 알려 주어야 할 것이며(동행장소를 알아야만 변호인이 피의자를 접견할 수 있다), 만일 수사기관의 동행요구 당시에 피의자의 가족 등이 이를 알 수 없었던 경우, 피의자는 언제든지 전화 등을 통하여 가족 등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알릴 수 있어야 하고, 피의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라도 자유롭게 퇴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만일 위와 같은 방어권행사를 위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를 임의수사절차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③ 더욱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경찰관들은 원고의 처인 소외 2에게 자신들의 소속과 원고의 혐의내용 등에 관하여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고지하면서 원고를 연행하였고, 그 후 원고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위와 같은 수사과정이 임의수사절차임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할 것이다.

(2) 불법 구금의 점

(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검사 및 경찰관들은 1989.10.23. 10:00경 원고를 강제연행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시킨 상태에서 원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그 후 같은 달 25.에 이르러서야 법원으로부터 원고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같은 날 14:00경 이를 집행하였으므로, 결국 원고는 구속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의하여 약 52시간 동안 불법구금당하였다고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경찰관들이 1989.10.23. 10:00경 원고를 강제연행한 것을 형사소송법 소정의 긴급구속으로 볼 수 있고, 그 후에 검사가 같은 달 25. 14:00경 법원으로부터 원고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하였으므로, 결국 원고에 위와같은 구금행위는 적법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므로 보건대, ① 우선 형사소송법 제206조, 제209조, 제72조의 규정에 의하면 검사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긴급구속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위 경찰관들이 원고를 강제연행할 당시에 위 고지의무 등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② 또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긴급구속한 다음 그 구속을 계속할 괼요가 있을 때에는 법원으로부터 형사소송법 제207조 소정의 사후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검찰사건사무 규칙 제24조 참조), 갑 제2호증의 7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소외 1 검사가 1989.10.25.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은 형사소송법 제201조 소정의 사전구속영장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위 규칙 제19조 참조), 결국 수사기관의 원고에 대한 구금행위가 적법한 긴급구속절차에 기한 것임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항쟁도 이유 없다.

(3) 가혹행위의 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경찰관 등이 1989.10.23. 오후경부터 같은 달 25. 새벽 무렵까지 원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혐의사실에 대한 자백을 강요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원고를 구타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다만, 원고는 더 나아가, 위 경찰관들은 원고의 양팔을 양무릎 밑으로 모으게 한 다음 쇠파이프로 양팔 겨드랑이와 앞가슴을 끼워 책상 위에 얹어 놓고, 물에 젖은 수건을 원고의 코와 입부분에 덮은 다음, 그 위에 겨자를 탄 물을 들이붓는 등의 가혹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제2호증의 8, 13의 일부 기재내용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가혹행위의 점에 관한 원고의 주장 중 위 제1항에서 인정한 사실 이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배상책임

가. 그렇다면, 피고 소속 경찰관 등이 원고를 불법으로 체포, 구금한 다음 자백을 강요하면서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에게 막대한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그 소속경찰관 등의 위와 같은 직무수행상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불법체포되어 구금된 경위, 원고가 자백을 강요당하면서 받았던 가혹행위의 태양, 그 후에 법원이 검찰에서의 원고의 자백이 임의성 및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한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 사항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00,000원을 위자료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1989.10.25.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1993.9.24.까지는 민법 소정의 법정이율인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법정이율인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제92조를, 가집행선고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창구(재판장) 김시철 전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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