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의 주관적 요건인 ‘범죄수익 등이라는 정의 인식’의 정도 및 범죄수익 등을 수수하였다고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 그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판단 방법
[2] 국회의원이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소속 정당의 사무총장으로부터 선거활동비 명목의 돈을 전액 현금으로 수수하였다는 등의 사유만으로는, 그 당시에 당연히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사정을 알았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의 ‘정을 알면서 범죄수익 등을 수수’하는 행위에 있어서 주관적 요건인 범죄수익 등이라는 정의 인식은 반드시 확정적인 것을 요하지 않고, 범죄수익 등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다. 그러나 범죄수익 등을 수수하였다고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 그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교부자 및 교부를 받은 사람의 신분과 서로의 관계, 수수의 경위, 시간과 장소, 수수되는 재물의 성질과 형태, 대가성의 유무 등 범죄수익 등이 수수될 당시의 모든 객관적인 상황을 참작하여 이를 인정하여야 한다.
[2] 국회의원이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소속 정당의 사무총장으로부터 선거활동비 명목의 돈을 전액 현금으로 수수하였다는 등의 사유만으로는, 그 당시에 당연히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사정을 알았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도5288 판결 (공2007상, 321)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및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정귀호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고 한다) 위반의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범죄수익인 정을 알면서 합계 1억 원을 더 수수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라고 판단하였는바, 관계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의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 사무총장인 공소외 2로부터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수수한 정치자금(이하 ‘불법정치자금’이라고 한다)인 대선자금 5,000만 원을 그 정을 알면서 교부받아 범죄수익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교부받은 5,000만 원은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모금한 후 공식적인 계좌에 입금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던 대선자금 중 일부로서 전액 현금이었다는 점, ② 피고인이 위 돈을 교부받은 시기는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시점이었다는 점, ③ 중앙당에서 지구당 등에 공식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만든 후 회계처리를 하고 이를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하나 공소외 2는 위 돈을 교부하면서 그러한 절차를 요구하지 않았고, 피고인 역시 현금을 수령하면서도 아무런 공식적인 회계처리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 ④ 피고인 스스로도 검찰에서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가 있다는 점, ⑤ 피고인은 공소외 3 (당 이름 생략)당 사무총장을 지낸 재선 국회의원으로서 정당의 재정 및 사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고 그 자신이 지구당을 운영해 왔으므로 정당의 공식적인 자금 용처나 그 집행방법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고 여겨지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일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 수수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피고인이 범죄수익인 정을 알면서 위 돈을 수수한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1)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 의 ‘정을 알면서 범죄수익 등을 수수’하는 행위에 있어서 주관적 요건인 ‘범죄수익 등이라는 정’의 인식은 반드시 확정적인 것을 요하지 않고, 범죄수익 등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범죄수익 등을 수수하였다고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 그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교부자 및 교부를 받은 사람의 신분과 서로의 관계, 수수의 경위, 시간과 장소, 수수되는 재물의 성질과 형태, 대가성의 유무 등 범죄수익 등이 수수될 당시의 모든 객관적인 상황을 참작하여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한편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공소외 2로부터 위 돈 5,000만 원을 교부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위 돈을 받을 당시에는 그것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범의를 부인하고 있다.
(3) 그런데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범의 인정의 근거로 삼은 위 ①, ②의 사유와 관련하여 보건대, 기록의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소속 국회의원 수가 가장 많은 정당으로서 가장 많은 국고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었고, 또한 가장 유력한 대통령후보를 내세우고 있는 정당으로서 당비, 후원금 등이 쇄도하여 피고인이 입당하였던 시기에는 대통령선거비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상당한 규모의 합법적인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는바, 대통령선거 직전에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에 입당한 피고인으로서는 그 선거일에 임박하여 사무총장인 공소외 2가 선거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하여 준 위 5,000만 원 역시 위와 같은 경위로 합법적으로 조성된 자금 중의 일부라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 사무총장실에서 공소외 2로부터 위 돈을 지급받은 것으로서 그 수수방법이 특별히 은밀한 것도 아니었고, 또한 그 근접한 시기에 전국의 모든 지구당이나 피고인과 같이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에 입당하였던 다른 의원들에게도 비슷한 규모의 선거자금이 현금으로 지급된 바가 있어, 피고인으로서는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고 생각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위 돈을 지급받을 당시는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때였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면, 선거운동을 위한 지출의 신속성과 편의성을 위하여 선거활동비를 현금으로 지급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 공소외 2나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의 재정국장인 공소외 4 등 그 누구도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고지하여 준 바가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현금으로 위 돈의 수수가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 피고인도 당연히 그 교부 당시에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사정을 알았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 원심이 든 위 ③의 사유와 관련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에 입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한 지구당위원장을 맡지도 아니하여 중앙당으로부터 공식적인 절차를 통하여 자금을 지원받았던 전례가 없었으므로, 공소외 1 (당 이름 생략)당의 합법자금과 불법자금의 규모나 지출방식 등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중앙당은 매년 12. 31. 현재의 지출내역 등을 다음해 2. 15.까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선거기간 중의 정치자금의 지출내역 등은 당해 선거일 후 40일까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면 되는 것이었으므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1항 , 제2항 }, 피고인이나 공소외 2 등이 반드시 정치자금을 교부받거나 지출한 즉시 영수증 등 회계서류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 통상 회계처리에 필요한 영수증 등의 서류는 필요한 경우에 당직자나 회계책임자 사이에서 작성·교부가 이루어져 왔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사정을 알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심이 든 위 ④의 사유와 관련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에 검사로부터 “피의자는 공소외 5 (당 이름 생략)당에서 부총재를, 공소외 3 (당 이름 생략)당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는데 피의자가 공소외 2 사무총장으로부터 받은 이런 자금이 당에서 공식회계처리 할 수 없는 자금이란 사실 정도는 알고 있지 않나요”란 질문을 받고 “글쎄 저는 공소외 2 총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 그런 생각까지 하지는 못하였지만, 당에서 선거경비와 당무비용으로 회계처리 할 수 있는 용처는 규정에 정해져 있어 이런 비공식 활동비는 대개 회계처리하기 곤란하다는 생각은 듭니다.”라고 답변한 다음에, 다시 검사로부터 “피의자는 사업도 해 보았지만 당은 기업과 달라 비용을 가공계상하거나 수익을 누락하여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할 수도 없으므로 결국 이렇게 회계처리 할 수 없는 자금은 당에서 비공식적으로 모금한 헌금일 수밖에 없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정당에서 지출하는 활동비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정치의 원죄이지요”라고 답변한 사실이 있기는 하나(수사기록 제397-398면), 위 진술의 전체적인 취지 및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불법정치자금의 수수에 대한 수사 당시의 피고인의 생각 내지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위 돈을 교부받을 당시에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심이 든 위 ⑤의 사유는, 정당의 사무총장을 지내거나 지구당을 운영하여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중앙당으로부터 교부받게 되는 자금이 불법정치자금일 수 있다는 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나, 그와 같은 전제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는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당연히 피고인도 위 돈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범죄수익인 정을 알면서 위 돈을 수수한 것이라고 단정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한 사실오인의 잘못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3. 파기의 범위
4.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