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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2019. 4. 17. 선고 2018고단3585 판결
[강제추행] 항소[각공2019상,640]
판시사항

사진작가인 피고인이 사진작가 지망생으로서 모델 일을 막 시작한 갑(여, 21세)의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어 갑에게 얼굴과 어깨를 중점적으로 촬영하겠다고 제의하여 갑이 동의하였는데, 모텔 방의 욕조 안에서 나체 상태로 갑의 얼굴과 어깨, 음부와 유두 등을 촬영하던 중 침대에서 쉬고 있는 갑에게 다가가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갑의 허리를 만지다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 갑의 등, 허리, 배와 허벅지 안쪽 음부 부근까지 만지고, 갑이 “하지 말라.”라며 거부하자 이불 밖으로 나와 다시 갑의 입술을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혀를 끄집어내어 빠는 등의 방법으로 갑을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사진작가인 피고인이 사진작가 지망생으로서 모델 일을 막 시작한 갑(여, 21세)의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어 갑에게 얼굴과 어깨를 중점적으로 촬영하겠다고 제의하여 갑이 동의하였는데, 모텔 방의 욕조 안에서 나체 상태로 갑의 얼굴과 어깨, 음부와 유두 등을 촬영하던 중 침대에서 쉬고 있는 갑에게 다가가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갑의 허리를 만지다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 갑의 등, 허리, 배와 허벅지 안쪽 음부 부근까지 만지고, 갑이 “하지 말라.”라며 거부하자 이불 밖으로 나와 다시 갑의 입술을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혀를 끄집어내어 빠는 등의 방법으로 갑을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갑은 이른바 ‘미투 운동’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사진계에도 피해가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한 이후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법원에서도 증언을 하였는데, 구체적인 시간 순서나 행위양태, 경위 등에 관하여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갑의 진술은 그 동기 및 뒤늦은 고소 이유, 사실에 대한 재현 등에서 일관성이 있는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부인과 그 번복 과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이 같은 행위가 갑과의 호의적인 감정에서부터 비롯되어 갑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아래 이루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나, 당시 갑이 처음에는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행위를 용인하고 있는 듯 보였다든가 또는 사건 직후나 그 이후 상당 기간 동안 피고인과 친근한 메시지 대화를 나누거나 사적으로 만나고 촬영을 2회 더 진행한 점들이 피고인 행위의 강제성을 뒤엎을 만한 근거는 되지 못하며, 나체 상태로 모텔 방에 단둘이 있던 범행 장소에서 갑으로서는 그렇게 가만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큰 해악이 올까 염려되었을 것이 당연하고, 사건 이후에도 혹시 이 일이 밝혀질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사진계에서의 나쁜 평판이 두려워 되도록 부드럽고 원만하게 피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나름대로의 절박한 상황이 엿보인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조희영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해송 담당변호사 정호건 외 2인

주문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게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의 취업제한을 명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사진작가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주소 1 생략)빌딩에 있는 ‘△△△△△’ 스튜디오에서 사진실장으로 근무하였다.

피고인은 2013. 6.경 피해자 공소외인(가명, 여, 21세)의 페이스북에서 피해자의 사진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어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에게 촬영을 제의하였고, 욕조 안에서 촬영을 하는데 얼굴과 어깨를 중점적으로 촬영하는 것으로 말하여 피해자는 이러한 사진촬영을 동의하였다.

피고인은 2013. 6. 30. 18:30경 서울 (주소 2 생략) 상호 불상의 모텔에서, 피해자에게 옷을 벗고 나체로 욕조에 들어가라고 한 다음 피해자의 얼굴과 어깨 등을 촬영하고 카메라에 방수커버를 씌워 물속에 담근 후 피해자의 음부와 유두 등을 촬영하던 중 쉬었다 하자며 촬영을 중단하고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고 쉬고 있는 피해자에게 다가가 피해자의 옆에 드러누워 “눈으로 보는 것보다 손으로 만져서 감을 터득하는 게 사진이 더 잘 나온다.”라며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피해자의 허리를 만지다가 이불 속으로 들어와 피해자의 등, 허리, 배와 허벅지 안쪽 음부 부근까지 만지고, 피해자가 “하지 말라.”라며 거부하자 이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피해자의 입술을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손으로 혀를 끄집어내더니 갑자기 입으로 혀를 빨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추행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공소외인(가명)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범죄사실 중 행위 자체는 인정’하는 취지)

1. 공소외인(가명)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고소장

1. 카톡 문자메시지 출력물 중 일부

피고인 측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측 주장의 요지

① 피해자는 2016년경부터 자신의 기존 사진들 이미지 때문에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비난받는 입장이 되자 피고인에게 그 사진들을 삭제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 후 미투 운동이 본격화되자 뒤늦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동기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②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피고인과 계속 친근한 메시지를 교환하고 사적 만남을 가졌으며, 2차, 3차 촬영까지 나아갔고, 이 사건 당시 촬영한 사진을 분실했다는 피고인의 요구에 자신이 갖고 있던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런 피해자의 태도는 당시 피고인과의 접촉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에 의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대법원 1992. 2. 28. 선고 91도3182 판결 , 대법원 1994. 8. 23. 선고 94도630 판결 등).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742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은 오직 피고인과 피해자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이를 부인하는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먼저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아래의 점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그 동기 및 뒤늦은 고소 이유, 사실에 대한 재현 등에서 일관성이 있는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부인과 그 번복 과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

① 피해자는 이른바 미투 운동이 가속화되고 있던 2018. 2.경 사진계에도 피해가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한 이후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법원에서도 증언을 했다. 그런데 구체적인 시간 순서나 행위양태, 경위 등에 관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② 반면 피고인은 언론 보도 후는 물론 경찰 조사 시에는 피해자와 사이에 이 사건 범죄사실과 같은 접촉이 일체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8. 10. 8. 검찰 조사 시에도 처음에는 “공소외인의 신체 부위를 만진 적 없다.”, “공소외인의 혀를 빤 사실이 없다.”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에서 피해자와의 카톡 대화 내용을 보여주자 그 후 점심시간 후 이어진 조사에서 “1차 사진촬영이 끝나고 공소외인과 뽀뽀를 한 것 같은데, 공소외인의 혀를 빤 건 아닌 것 같다.” “공소외인이 옷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뽀뽀를 했다.”라고 진술했다. 그 후 옷을 입기 전에 접촉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되자 뒤늦게 “설령 공소외인의 엉덩이 등을 만졌다고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만졌을 것이다.”, “피해자에게 뽀뽀를 한 것은 맞는데, 피해자의 입이 벌어졌고, 저의 혀로 피해자의 혀를 만지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 행위 후 피해자의 거부 의사가 느껴져서 더 이상의 행위를 그만두었다.”라는 취지로 행위는 있었으되 동의하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강제추행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의 뼈대를 계속 변경했다.

③ 피고인 측은 2013년에 있었던 일을 2018년에 이르러 뒤늦게 문제제기한 점을 들어 피해자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피고인은 당시에도 널리 알려진 유명 사진작가였던 반면, 피해자는 사진작가 지망생으로서 모델 일을 막 시작하던 참이었고, 또 대학생으로서 부모의 경제적 도움 아래 살고 있었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에도 자신의 중학교 때 친구 등 친한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계에서 앞으로의 역할을 찾으려 애쓰던 당시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에 맞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일이 힘들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피해자는 사회 각 영역에서 미투 운동이 이어지자 이제는 모델 일 대신 독자적인 사진작가 일을 하고 있는 당신이 나서 달라는 주위 동료들의 부탁을 받고 언론 인터뷰에 이르게 되었고 그 후 수사까지 진행되자 부득이 조사에 응하게 됐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경위에 달리 피고인에 대한 고의적인 음해 의도나 피해자 개인의 보복 감정 등이 앞서 사건을 왜곡했다고 볼 여지는 적다.

3.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여부 판단

피고인 측은 이 사건 범죄사실과 같은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한 후에는 이 같은 행위가 피해자와의 호의적인 감정에서부터 비롯되어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아래 이루어진 일일 뿐 강제추행이 아니라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나 아래의 점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처음에는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행위를 용인하고 있는 듯 보였다든가 또는 이 사건 직후 또는 그 이후 상당 기간 동안 피고인과 친근한 메시지 대화를 나누거나 사적으로 만나고 촬영을 2회 더 진행한 점들이 피고인 행위의 강제성을 뒤엎을 만한 근거는 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나체 상태로 모텔 방에 단둘이 있던 이 사건 범행 장소에서 피해자로서는 그렇게 가만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큰 해악이 올까 염려되었을 것이 당연하고, 사건 이후에도 혹시 이 일이 밝혀질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사진계에서의 나쁜 평판이 두려웠으므로 되도록 부드럽고 원만하게 피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나름대로의 절박한 상황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① 이 사건 당시에도 피고인은 업계에선 유명한 사진작가였고, 페이스북을 보고 연락해 온 피고인의 제의에 응한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호감을 얻어 앞으로도 계속 사진작업 기회를 얻고 싶어 함이 당연했다. 미리 정확한 정보가 없던 상태에서 나체로 욕조에 들어가 사진을 찍게 된 후 이와 같은 경험이 처음이었던 피해자로서는 사진작가인 피고인에게 당당해 보이고 싶고 또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고, 이에 서로 ‘만져 봐야 사진이나 그림이 잘 나온다’는 취지로 대화가 오가던 중 범죄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몸을 만지기 시작할 때 피해자는 처음엔 거부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이는 혼란스러움과 자존감 사이에서 피해자가 제때에 제대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탓이었다고 볼 수 있다. 피해자로서는 당시 자신이 모텔 안에 나체로 있었고, 피고인의 사진 피사체가 되어 이미 수동적인 자세로 자신의 치부 등이 포함된 사진들을 찍힌 상태였다. 그러나 대신 약간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조금 더 감수해 내면 유명 사진작가인 피고인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피해자로서는 강제적인 추행 여지가 있을지라도 웬만하면 참아 낼 마음 상태였을 가능성도 있다.

② 그러나 피고인의 접촉이 계속되자 피해자는 “이러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정도로 소극적인 거부 의사를 표시하게 됐다. 행위를 중단했던 피고인이 다시 “욕조에서 넣어본 대로 손가락을 넣고 싶다, 입에서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싶다.”라면서 피해자의 혀를 만지기 시작했을 때도 그 이전 이미 혀를 움직여 보라면서 피고인의 손가락을 물게 한 채 촬영을 했었기 때문에 모델이었던 피해자로서는 거부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기에 응했고, 저항할 여지 없이 피고인으로부터 혀를 빠는 추행을 당하게 됐다. 피해자는 이때는 분명히 즉시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이런 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피고인은 “미안하다, 너무 빨아보고 싶어서 그랬다, 무슨 맛인지 궁금했다.”라고 말했고, 더 이상 촬영은 진행되지 않았다.

③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직후 당일부터 상당 기간 카톡 메시지 대화를 나눴다. 당일 피고인이 ‘재밌었어요!! ㅋㅋㅋ ㅠ ㅠ’라고 문자를 보내자 피해자가 ‘네! 위험했지만’, 피고인이 ‘ㅋㅋ 죄송합니다 ㅠㅠ’, 피해자가 ‘오늘 남은 작업 파이팅!’ 등으로 대화가 이어졌고, 그 며칠 뒤에도 ‘혀 ㅜㅜ 맛이 생각나’, ‘무슨 맛?이었어요?’, ‘음 딸기촉감이였고, 맛은 달고나’, ‘진짜로?’ … ‘진짜 깜짝 놀랐었는데’, ‘죄송 ㅜㅜ 합니다 ㅠㅠ’ … ‘옥토양 배 만지고 싶어졌음ㅋ’, ‘으응? 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에 만져보셨잖아요’, ‘더 만질께’, ‘왜!’, ‘ㅜ .. ㅠ’, ‘그릴 수 있다면서!’, ‘응 그릴수잇음’, ‘만지는건 별개’ … ‘그래도 안돼영’, ‘ㅜㅜㅜㅜㅜㅜㅜ’, ‘끝끝끝’, ‘왜! ㅠ’, ‘흐흥 위험해요’, ‘ㅠ ㅠ’, ‘등 허벅지 안쪽 엉덩이 팔 다 만졌으면서 ㅋㅋㅋㅋㅋ’, ‘기억하고있다!’, ‘응 그니까 끝!!!!’, ‘죄송합니다 ㅠ ㅠ’ … ‘손이랑 얼굴 빼곤 금지여요 위험한 ○○님’ 등의 대화가 이어졌다. 메시지 내용 중에는 물론 피고인과 피해자가 친한 사이처럼 막역한 대화를 나누는 부분도 있고, 이는 피해자의 동의에 의해 접촉이 이루어졌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에도 일부 부합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위 문자 내용들을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경계심을 품게 하지 않으면서도 피고인과 작업은 계속하거나 또는 차차 원만하게 거리를 두고 정리하고자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위험한 일은 피해 보겠다는 피해자의 복합적인 의사가 정확히 드러나고, 특히 피해자의 고소 이후 진술처럼 만약의 경우 이 사건의 증거를 확보해 두고자 하는 피해자의 의도도 엿보인다.

④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사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있고, 2013. 12. 14.과 2014. 4. 5. 2차, 3차 사진촬영을 했다. 또 피고인이 이 사건 촬영 당시 사진을 잃어버렸다면서 보내 달라고 하자 피해자가 응하기도 했고, 2014년 중반까지 피해자는 피고인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피고인을 태그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진업계의 영향력 있는 1인이었던 피고인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끝낼 수 없었던 피해자가 이와 같은 후속적 관계를 가졌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당시의 강제성이 상쇄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만약에 내가 피고인이 그 후 보내는 카톡 문자 등을 받고서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 사람과의 촬영을 더 이상 하지 않고 그런 반응을 보였다면 피고인이 대체 어떻게 생각을 했을지 오히려 여쭙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진술했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98조 (징역형 선택)

1. 이수명령

1. 취업제한명령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이 사건 범죄사실이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유명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피고인으로서는 다수의 여성 모델들을 쉽게 동원할 수 있었고, 이 사건과 같이 단둘이 밀폐된 장소에서 나체 또는 그에 가까운 상태로 촬영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호의를 보이면서 그 어떤 형태의 접촉이든 표면적으론 불쾌한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여성 모델들을 자주 경험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피해자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접촉을 용인한 사람이었다는 믿음에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의 경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의 허리, 배 등을 만지거나 혀를 빨거나 하는 추행행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방적으로 피고인이 우위에 선 강제적 상황이었고, 그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감정 역시 극도로 심했을 것으로 추단된다. 피해자는 나체 상태였던 데다가 자신의 유두와 음부 등까지도 촬영됐을지 모를 사진을 피고인이 이미 보유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델로 나선 이상 피고인에게 항의하면서 촬영을 중단하기엔 그 업계에서의 평판에 치명적이었다. 그런 심리적 상황에서 꼼짝 못 할 상태의 피해자에게 가해진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그 불법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피고인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온 최근 1년여 간은 이른바 전 사회적인 미투 운동의 여파로 많은 남성과 여성들이 자신의 기존 행위가 상대방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추행은 아니었는지, 권력이나 힘에 의한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면서 반성하던 격동의 시기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일체의 진지한 성찰이나 사과 없이, 위에서 본 것처럼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기에 이에 응한 것이었는데 한참 지난 후 미투 운동 분위기에 피해자가 편승했을 뿐이라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피고인에 대한 원칙적인 처벌이 주1) 불가피하다.

신상정보의 등록 및 제출의무

등록대상 성범죄인 판시 범죄사실에 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 에 따라 관계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 면제

피고인의 연령, 직업, 재범위험성, 이 사건 범행의 종류, 동기, 범행과정,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 제49조 제1항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신진화

주1) 성범죄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은 일반강제추행의 기본영역인 징역 6월~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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