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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원 2018. 2. 8. 선고 2017나2332 판결
[손해배상(지)] 상고[각공2016상,252]
판시사항

갑 외국법인의 자회사인 을 주식회사가 갑 법인의 자회사인 병 외국법인으로부터 병 법인이 특허권을 보유한 중추신경계 질환의 치료에 유용한 화합물인 ‘올란자핀’에 관한 특허발명의 통상실시권을 부여받아 ‘올란자핀’이 함유된 제품을 독점적으로 국내에 수입하여 판매해 왔는데, 위 특허발명의 존속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국내 제약사인 정 주식회사가 을 회사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인 정 회사 제품에 관하여 판매예정시기를 ‘특허만료일 이후’로 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신청을 하였다가 위 특허발명에 관한 등록무효청구사건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자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변경신청을 하여 그 무렵부터 위 제품을 제조·판매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구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을 회사 제품의 약제 급여 상한액을 종전 금액보다 인하하였는데, 그 후 위 판결이 파기되어 파기환송심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자, 을 회사가 정 회사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약가가 인하된 날부터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일까지의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액 감소분과 그 지연배상금 상당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정 회사는 을 회사가 입은 위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외국법인의 자회사인 을 주식회사가 갑 법인의 자회사인 병 외국법인으로부터 병 법인이 특허권을 보유한 중추신경계 질환의 치료에 유용한 화합물인 ‘올란자핀’에 관한 특허발명의 통상실시권을 부여받아 ‘올란자핀’이 함유된 제품을 독점적으로 국내에 수입하여 판매해 왔는데, 위 특허발명의 존속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국내 제약사인 정 주식회사가 을 회사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인 정 회사 제품에 관하여 판매예정시기를 ‘특허만료일 이후’로 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신청(이하 ‘약가등재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가 위 특허발명에 관한 등록무효청구사건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자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변경신청을 하여 그 무렵부터 위 제품을 제조·판매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구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을 회사 제품의 약제 급여 상한액을 종전 금액보다 인하하였는데, 그 후 위 판결이 파기되어 파기환송심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자, 을 회사가 정 회사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약가가 인하된 날부터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일까지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액 감소분과 그 지연배상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와 특허권자인 병 법인 사이의 특수관계, 을 회사의 설립 경위와 목적, 을 회사가 병 법인의 양해하에 국내에서 을 회사 제품의 품목허가를 받아 특허발명의 실시를 독점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을 회사는 병 법인으로부터 특허발명의 국내 수입·판매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부여받았고, 요양급여 대상 의약품 시장의 특징,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로서 을 회사가 가지는 이익, 정 회사 제품의 판매와 약가등재 신청행위의 관련성,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약가등재 신청 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도록 하는 보건복지부 고시의 규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정 회사는 을 회사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인 정 회사 제품을 약가등재 절차를 거쳐 판매할 경우 을 회사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을 회사가 손해를 입게 된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 먼저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 진입하여 이를 선점하는 이익을 얻기 위해 특허발명의 존속기간 만료 전에 약가등재 절차를 거쳐 정 회사 제품을 판매하였고, 이로 인해 을 회사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위 특허발명에 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기하여 을 회사가 가지는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 침해되었는데, 이는 거래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해하며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이므로, 정 회사는 을 회사가 입은 위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한국릴리 유한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회기 외 2인)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명인제약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규진 외 2인)

변론종결

2018. 1. 16.

주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20,188,581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4. 25.부터 2018. 2. 8.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와 피고 사이에 발생한 소송총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원고의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6,950,188원 및 이에 대한 2011. 4. 2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2015. 9. 30.까지는 연 20%,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이 법원에 이르러 청구취지를 위와 같이 감축하였다).

2. 피고의 항소취지

제1심판결의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미국법인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Eli Lilly and Company)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법인으로 인체용 의약품의 수입·제조·판매 및 배포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2006. 11. 6. 설립되었다. 피고는 의약품, 원료의약품, 의약부외품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2010. 7. 5. 설립된 법인이다.

나. 이 사건 특허발명과 원고의 의약품 수입·판매

1) 제1심 공동원고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 리미티드(이하 ‘일라이 릴리’라 한다)는 의약품의 개발 및 그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영국법인으로, 미국법인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의 자회사이다.

2) 일라이 릴리는 중추신경계 질환의 치료에 유용한 화합물인 ‘올란자핀’에 관한 아래 특허발명(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이라 한다)의 특허권자이다. 이 사건 특허발명은 2011. 4. 24. 존속기간이 만료되었다.

가) 발명의 명칭: 약제학적 화합물

나) 우선권주장일/ 출원일/ 등록일/ 등록번호: 1990. 4. 25./ 1991. 4. 24./ 1999. 2. 12./ (등록번호 생략)

다) 청구범위: (기재 생략)

3) 원고는 일라이 릴리의 양해하에 1998년경 식품의약품안전청(2013. 3. 22.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하 ‘식약청’이라 한다)으로부터 올란자핀이 함유된 제품인 ‘자이프렉사정’ 2.5㎎(이하 ‘원고 제품’이라 한다)에 대한 판매허가를 받고, 원고 제품을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하였다.

다. 이 사건 특허발명 관련 분쟁 경과

1) 한미약품 주식회사(이하 ‘한미약품’이라 한다)는 2008. 10. 1. 일라이 릴리를 상대로 특허심판원 2008당2929호 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2009. 12. 31.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되지 아니하고, 명세서 기재 요건도 충족한다는 이유로 한미약품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심결을 하였다.

2) 이에 한미약품은 2010. 1. 26. 특허법원 2010허371호 로 위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특허법원은 2010. 11. 5.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한미약품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 심결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환송 전 특허법원 판결’이라 한다).

3) 일라이 릴리는 2010. 12. 6. 대법원 2010후3424호 로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2012. 8. 23.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파기환송심인 특허법원 2012허8393호 사건에서 특허법원은 2012. 11. 29. 이 사건 특허발명에는 한미약품이 주장하는 등록무효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한미약품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2. 12. 21. 확정되었다.

라. 피고의 ‘뉴로자핀정’ 판매 등

1) 피고는 2010. 3. 31. 원고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으로서 올란자핀을 함유하는 ‘뉴로자핀정’ 2.5㎎ 제품(이하 ‘피고 제품’이라 한다)에 관하여 식약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고, 피고 제품의 판매예정시기를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만료일(2011. 4. 24.) 이후”로 기재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신청을 갈음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피고 제품에 대한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 신청 주1) (약가1) 등재 신청)을 하였다.

2) 그 후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없다는 환송 전 특허법원 판결이 2010. 11. 5. 선고되자, 피고는 2010. 11. 23.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하여 피고 제품의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2010. 12. 6.)”로 변경신청한 후, 2011. 1.경부터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다.

마. 원고 제품의 약가 인하

1) 구 국민건강보험법(2011. 5. 19. 법률 제106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는 인용한 법령을 언급할 경우에는 '구' 표시를 생략한다. 이하 같다) 제39조 제1항 , 제2항 , 제42조 제7항 ,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2011. 6. 30. 대통령령 제229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4조 제3항 ,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2011. 8. 23. 보건복지부령 제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조 제2항 , 제14조 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급여대상인 약제에 대해 보건복지부 고시인 구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2011. 12. 30.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1-1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비용 상환의 기준이 되는 상한금액을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통해 고시하고, 요양기관은 그 고시금액의 범위 안에서 약제 구입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여 상환받을 수 있다.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2010. 12. 10. 원고에게 “피고 제품의 판매예정시기가 ‘등재 후 즉시’로 변경되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별표 1]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및 조정기준 제3호 (가)목 및 (나)목,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기준 제1호 가목의(1) 후단 규정 시행에 관한 세부지침 통보 등에 근거하여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이 조정 시행되며, 추후 제네릭 의약품이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 밝혀져 판매 가능한 제네릭 의약품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경우 조정 신청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3) 보건복지부장관은 2010. 12. 28. 원고 제품의 약제 급여 상한금액을 2011. 2. 1.부터 종전 금액의 80%로 인하한다는 내용으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개정 고시(보건복지부 고시 제2010-130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하였고, 원고 제품의 급여 상한금액은 2011. 2. 1.부터 당초 상한금액보다 20% 인하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 내지 7호증, 갑 제9, 10, 11호증, 갑 제18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2010. 11.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하여 이 사건 특허권을 침해하는 피고 제품의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변경하는 신청을 하고, 그 무렵부터 이 사건 특허발명의 존속기간 만료일인 2011. 4. 24.까지 피고 제품을 제조·판매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고가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던 원고 제품의 급여 상한금액이 2011. 2. 1.부터 기존 상한금액의 80%로 인하되었다.

피고의 행위는 원고가 특허권자인 일라이 릴리로부터 부여받은 이 사건 특허발명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기하여 가지는 영업상 기대이익 또는 약제 상한금액 고시의 근거 법령에 의하여 보호되는 약가에 관한 원고의 영업상 기대이익(근거 법령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률상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2011. 2. 1.부터 이 사건 특허권의 존속기간 만료일인 2011. 4. 24.까지 약가 인하로 인한 원고의 매출액 감소분 46,950,188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다음과 같은 사유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가) 원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통상실시권자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에 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나) 피고의 약가등재 신청은 관계 법령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이고, 신청 과정에서의 허위나 기망 행위도 없었으므로, 피고의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

다)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이 무효라는 특허법원의 판결을 신뢰하였고, 원고가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라는 점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침해행위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

라) 원고 제품의 약가 인하는 보건복지부장관이 피고의 약가등재 신청을 직권으로 인지한 뒤 관계 법령에 따라 심사를 거쳐 원고 제품에 대한 상한금액을 조정한 이 사건 고시에 따른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고시에 대해 불복한 바도 없으므로, 피고의 약가등재 신청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

2) 설령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더라도 손해액 산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정이 고려되어야 한다.

가) 피고로서는 원고가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임을 알기 어려웠고,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됨으로써 피고가 얻은 이익이 없으며, 이 사건 특허발명이 무효라는 특허법원의 판결을 신뢰하여 관계 법령에 따라 피고 제품의 약가등재 신청을 하였을 뿐인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이 감경되거나 과실상계되어야 한다.

나) 원고로서는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됨으로 인해 매출액 감소분에 대한 27%의 실시료 상당액의 지급을 면하고, 원고 제품의 수입가격이 15% 인하 조정됨으로 인해 그 상당액의 지급을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이를 손해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원고가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인지 여부

1) 판단의 필요성

특허권자는 제3자에게 특허발명의 실시를 허락할 수 있는데, 특허권자가 상대방과 사이에 실시권허락계약을 체결하면서 상대방 외의 타인에게 실시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경우 실시권자가 갖는 계약상의 권리를 그렇지 않은 경우와 구분하여 통상 독점적 통상실시권이라 부른다.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부여하는 계약이 체결된 경우 특허권자는 계약상 실시권자 외의 제3자에게 실시권을 부여하지 아니할 의무를 부담하고, 실시권자는 시장에서 해당 특허발명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권리를 가진다. 그로 인해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는 비독점적 통상실시권자와 달리 아래 3. 나. 1)항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독점적 실시로 향유하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제3자에 대하여 그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원고는, 원고가 이 사건 특허발명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근거 법령에 의하여 보호되는 약가에 관한 영업상 기대이익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각호 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이미 고시된 약제의 상한금액을 조정할 수 있고, 원고로서는 위 각호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약가가 유지되리라는 기대이익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위 규칙 제13조 제4항 제5호 에서는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된 약제와 동일성분·동일제형의 약제가 약가등재 신청된 경우를 상한금액 조정 사유로 들고 있는데, 원고가 비독점적 통상실시권자로서 단순히 특허권자에 대하여 자신이 그 특허권을 이용하는 것을 용인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면, 제3자가 원고 제품과 성분과 제형이 동일한 약제를 판매하더라도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제품의 판매 및 약가등재 신청으로 인해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더라도 원고의 위 기대이익이 위법하게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고의 청구는 모두 원고가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부여받았음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이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다.

2) 판단 기준

특허권자와 실시권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부여하는 계약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계약의 내용상 특허권자가 실시권자 외의 제3자에게 통상실시권을 부여하지 아니할 의무를 부담하여야 하고, 단지 특허권자가 어느 한 실시권자에게만 실시권을 부여함에 따라 그 실시권자가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계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등록하여야만 그 효력이 발생하는 전용실시권 설정과 달리, 독점적 통상실시권의 허락은 당사자 간 의사의 합치만 있으면 성립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3) 구체적 판단

가) 다음 각 사실은 갑 제9, 10, 11, 16,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① 원고와 특허권자인 일라이 릴리는 모두 미국 법인인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의 자회사이고, 모회사인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의 한국 및 영국 지역 법인으로 각각 설립되었다. 외국 기업이 특허권자인 경우 의약품의 제조·수입·판매 등의 허가에 필요한 약사법상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그를 통해 의약품을 수입·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고는 모회사인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가 이러한 목적에서 설립한 국내 법인으로, 모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② 일라이 릴리는, 모회사인 미국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와 원고, 일라이 릴리, 아일랜드 법인인 ELSA(Eli Lilly S.A.) 등 자회사들 사이에 1995년 체결된 ‘공급 및 유통에 관한 기본계약(Master Supply and Distribution Agreement)’에 따라, ELSA를 통하여 원고에 올란자핀을 제조·공급하였고, 원고로부터 원고들 제품 국내 수입·판매량에 비례하여 국내 순매출액 27% 상당의 실시료를 지급받았다.

③ 일라이 릴리는 원고에게 ‘원고만이 한국에서 올란자핀을 수입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1998년 한국 식약청으로부터 원고 제품에 대한 판매허가를 받고, 이 사건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어 이 사건 특허권의 효력이 소멸된 2011. 4. 24.까지 한국 내에서 유일하게 원고 제품을 수입하여 이를 독점적으로 판매하였다.

④ 일라이 릴리는 원고 외의 제3자에게 국내에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통상실시권을 부여한 바 없고, 통상실시권을 부여할 의사나 계획이 있었다고 추단할 만한 자료도 없다.

나) 이와 같은 원고와 특허권자인 일라이 릴리 사이의 특수 관계, 원고의 설립 경위와 목적, 원고가 일라이 릴리의 양해하에 국내에서 원고 제품의 품목허가를 받아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실시를 독점해온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일라이 릴리로부터 이 사건 특허발명의 국내 수입·판매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부여받았다고 인정된다.

나. 피고 행위의 위법성

1) 판단 기준

특허권자는 업으로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고( 특허법 제94조 ), 그 특허권에 대하여 타인에게 전용실시권을 설정할 수 있으며, 전용실시권의 설정은 등록하여야만 효력이 발생하고, 전용실시권자는 그 설정행위로 정한 범위에서 그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 특허법 제100조 제1항 , 제2항 , 제101조 제1항 제2호 ). 특허권자로부터 독점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부여받은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는 독점적 권리인 점을 등록할 수 없고 그로 인해 특허권자로부터 실시허락을 받은 제3자에 대항할 수 없는 점에서는 전용실시권자와 차이가 있으나,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특허발명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권리를 가지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는 점에서는 전용실시권자와 다르지 않다. 독점적 통상실시권자가 특허권자로부터 부여받은 권리에 의해 누리는 이러한 경제적 이익은 결국 특허법에 의해 보호되는 특허권자의 독점적·배타적 실시권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하고, 제3자가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이러한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이로써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2) 구체적 판단

가) 요양급여 대상 의약품 시장의 특징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보험자로 하는 건강보험에 강제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은 원칙적으로 요양기관으로 당연 지정되며, 요양기관들은 환자들에게 진찰, 검사, 약제 지급 등의 요양급여를 실시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상환받는다. 한편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급여대상인 약제의 비용 상환의 기준이 되는 상한금액을 정하여 고시하는데, 요양기관은 그 고시된 상한금액의 범위 안에서 약제의 비용을 상환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의무적 국민건강보험제도하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급여 대상 의약품 시장의 수요를 독점하게 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상한금액이 사실상 해당 약제의 실제 거래가격을 결정하게 된다(제약회사로서는 요양기관에 대한 공급가격을 상한금액보다 높게 하면 요양기관이 그 약제를 구매하지 아니할 것이고, 상한금액보다 낮게 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급여대상 의약품 실제 거래내역을 토대로 상한금액을 조정하기 때문에 상한금액 인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실거래가를 상한금액에 가깝게 유지할 강력한 유인이 존재한다. 반면에 구매자인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도 상한금액 범위 내에서 실거래가를 상환받을 수 있어 약제를 낮은 가격에 구입할 동기가 거의 없다).

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원고의 독점적 실시권

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포함되는 ‘올란자핀’ 성분의 약제에 대해서는 특허권자만이 독점적·배타적 실시권을 가지므로, 시장에서의 경쟁이나 거래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성이 낮다.

이 사건 특허발명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인 원고는 ‘올란자핀’ 성분의 약제를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제조·판매할 권리를 가지고, 제3자는 아무런 권원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 제품을 제조·판매할 수 없으며, 이러한 제3자의 권원 없는 실시는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에 의한 원고의 영업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다) 피고 제품의 판매와 약가등재 신청행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 대상으로 등재된 약제에 한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상환하므로, 요양급여 대상 약제를 공급하고자 하는 제조업자나 판매업자·수입자는 약제의 시판 시기에 근접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요양급여대상 여부의 결정을 신청하게 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급여 대상으로 하는 경우 요양급여 대상 여부와 상한금액을 결정하여 고시한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0조의2 제1항 , 제11조의2 제1항 , 제6항 ). 한편 요양급여대상 여부의 결정 신청이 있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판매예정시기를 제출하게 하고, 판매예정시기의 변경이 있을 때에도 이를 즉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약제 상한금액의 산정기준 제1호 가목의(1) 후단 규정 시행에 관한 세부지침].

이 사건에서 피고는 피고 제품을 요양급여 대상 약제로 판매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신청을 갈음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게 피고 제품의 판매예정시기를 “특허만료일(2011. 4. 24.) 이후”로 기재하여 피고 제품에 대한 약가등재 신청을 하였다가, 2010. 11. 23.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2010. 12. 6.)”로 변경신청하였고, 그 직후인 2011. 1.경부터 피고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였다(갑 제4호증, 을 제3호증). 피고로서는 판매예정시기가 ‘등재 후 즉시’로 변경되어야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요양급여대상 결정 및 상한가격 지정을 받아 요양기관들에 약제를 공급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판매예정시기 변경신청은 피고 제품의 판매를 전제한 것으로 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라) 약가 조정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의 규정 및 그 취지 등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제5호 ,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제8조 제2항 제6호 및 [별표 1]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및 조정기준 제3호 (가)목 및 (나)목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급여대상으로 최초등재제품과 성분과 제형이 동일한 약제가 요양급여대상여부 결정신청된 경우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1회에 한하여 80%로 조정하되, 결정신청된 약제가 최초등재제품의 특허를 이유로 판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조정하지 아니할 수 있으며, 다만 결정신청된 제품이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번복하거나 판매할 의사를 표명한 경우에는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위와 같이 조정한다. 만약 판매할 의사를 표명한 제품이 권한 있는 기관의 판단에 의해 최초등재제품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 밝혀져 판매 가능한 제품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경우에는 인하되었던 상한금액을 회복한다.

요양급여대상으로 성분과 제형이 동일한 제품이 복수 개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인하하거나 회복하도록 하는 위 고시 규정의 내용과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약품의 급여대상 여부 및 상한금액 등을 정하도록 한 국민건강보험 관계 법령(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 , 제39조 제2항 ,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4조 제3항 )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위 고시 규정은 시장에 대체재가 존재하게 되면 이를 공급 증가로 보아 시장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가격 하락의 요인을 약가에 적시에 반영하려는 데 기본적인 취지가 있는 조항으로 이해된다. 다만 제네릭 의약품의 실제 판매시기와 그로 인한 가격 인하 요인들을 일일이 파악하여 적시에 약가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편의상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판매 의사 표시라고 할 것인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하는 약가등재 신청이 있으면 시장에 대체재가 존재한다고 보아 최초등재제품(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에서 발령한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기준 제1호 가목의(1) 후단 규정 시행에 관한 세부지침’에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약가등재 신청 시 판매예정시기에 관하여 [별지] 서류(갑 제18호증)를 제출하도록 하고, 판매예정시기의 변경이 있을 때에는 즉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 서류에는 의약품을 등재 후 즉시 판매할 수 있는 사유의 예로 “최초등재제품의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 기존의 특허권과 무관, 특허분쟁 결과 승소 또는 특허분쟁 승소가능성 등”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위 서류는 판매예정시기의 통보와 관련하여 제출되는 서류에 불과하여 위 예시 내용을 들어 요양급여 약가 조정 제도가 특허권의 존속기간 내에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는 것을 조장하거나 이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위 세부지침은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예정시기에 관하여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 후인지 또는 등재 후 즉시인지에 따라 최초등재제품의 약가 인하 규정의 적용시기에만 차이를 두고 있을 뿐인 점, 요양급여 약제의 결정 및 상한금액 산정에 관한 관계 법령에서 제3자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을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등재 또는 최초등재제품의 약가 인하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은 점, 실제로도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약가등재 또는 최초등재제품의 약가 인하를 정함에 있어서 제네릭 의약품이 특허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심사·검토되지 않는 주2) 점 등에 비추어보면, 요양급여 약가 조정 제도에서는 약가등재 및 약가조정 결정과 특허권 등의 침해 여부가 서로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보인다.

마) 피고가 원고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정을 알았는지 여부

원고는 1998년경부터 이 사건 특허권의 존속기간 만료일인 2011. 4. 24.까지 13년간 국내에서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로서 원고 제품을 수입·판매해 왔고, 피고 제품이 출시될 당시 오리지널 의약품인 원고 제품에 대해 다른 제네릭이 출시되지 않고 주3) 있었다. 피고는 1988년 설립되어 30년가량 지속된 제약회사로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또한 피고는 당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점도 잘 알고 있었다(을 제3호증).

나아가 보건복지부장관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해 최초의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될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20% 인하하여 왔고, 2007, 2008년경 이미 이러한 사정 및 특허권의 존속기간 만료 전에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할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인하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등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제약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갑 제8호증의 1, 2).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는 원고 제품과 성분과 제형이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인 피고 제품에 대해 약가등재 신청을 하고 즉시 판매할 경우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고 이로 인해 원고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바)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 및 공공의 이익 등

① 통상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우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안정성·효능을 증명하여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특허발명의 경우 그 존속기간 동안 권리의 독점에 대한 이익을 보장하여 그 분야의 기술발전을 보호·장려할 필요가 더욱 크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제품의 출시로 인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자로부터 독점적 실시권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특허권의 존속기간 동안 독점적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

② 피고는 이 사건 특허권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어 그에 기반한 원고의 독점적 실시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장래 제네릭 의약품 시장을 선점하여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하에 피고 제품을 시판하였고, 이를 통해 2011년 1/4분기에 피고 제품을 비롯한 ‘뉴로자핀정’ 3억 1,600여만 원 어치를 판매하는 등 2011년 동안의 총 매출액이 24억여 원에 이르렀고, 이 사건 특허발명의 존속기간 만료 후 원고 제품에 대한 제네릭 의약품 전체 매출액 중 50% 이상을 점유하는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렸다(갑 제13호증).

③ 특허권이 소송 등을 통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는 권리이기는 하나, 발명의 보호를 통해 기술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특허제도의 목적에 비추어볼 때, 특허권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조성된 특허권자 또는 독점적 실시권자의 이익을 권리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행동한 자의 이익에 비해 더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 비록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에 조기 진입함으로써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재정 건전성 등에 기여하는 바가 있더라도 이러한 공익이 앞서 본 특허권의 보호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을 능가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 종합적 검토

앞서 살펴본 요양급여 대상 의약품 시장의 특징, 독점적 통상실시권자로서 원고가 가지는 이익, 피고 제품의 판매와 약가등재 신청행위의 관련성,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약가등재 신청 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도록 하는 보건복지부 고시의 규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건대, 피고는 원고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인 피고 제품에 대해 약가등재 절차를 거쳐 이를 판매하게 될 경우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원고가 손해를 입으리라는 사정을 잘 알면서, 먼저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 진입하여 이를 선점하는 이익을 얻기 위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존속기간 만료 전에 약가등재 절차를 거쳐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기해 원고가 가지는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 침해되었는바, 이는 거래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해하며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약가제도에 관한 관계 법령에 따라 피고 제품에 대해 약가등재 신청을 하였을 뿐이고, 신청 과정에서 허위나 기망을 한 바도 없으며, 약가등재 신청이 이 사건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행위에 국민건강보험법 및 관련 법령·고시에 위배되는 위법이 없다는 사정에 의해, 피고가 위 법령에서 보호하는 법익과 별개의 권리인 특허권에 기반한 원고의 법적으로 보호 가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고,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 사이에 행정기관의 행위가 개입하였는지 여부는 인과관계의 문제일 뿐이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변경하여 약가등재 신청을 한 것은 피고 제품을 요양급여 대상 약제로 판매하기 위해 반드시 수반되는 행위로서 피고 제품의 판매와 별개로 구분지어 볼 수 없고, 약가등재 신청을 포함하는 일련의 피고 제품의 판매행위로 인해 특허권자로부터 부여받은 원고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기한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같은 취지에서 약가등재 신청행위만을 떼어내어 특허법 제96조 제1항 에 의해 이 사건 특허발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한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피고의 고의·과실

1) 피고가 이 사건 특허권을 침해하는 피고 제품을 제조·판매한 점에 대해서는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특허법 제130조 ), 원고와 특허권자인 일라이 릴리 사이의 특수 관계, 원고의 설립 경위와 목적, 원고가 1998년경부터 이 사건 특허권의 존속기간 만료일인 2011. 4. 24.까지 13년간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고 제품을 수입·판매해 온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는 제약회사로서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독점적 실시권에 기한 영업이익을 침해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 또는 일라이 릴리로부터 아무런 허락을 받지 않고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으므로, 침해행위에 대해 귀책사유가 인정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환송 전 특허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으므로 특허법 제130조 규정에 따른 과실 추정이 번복된다고 주장한다.

특허법 제130조 는 타인의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자는 그 침해행위에 대하여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특허발명을 허락 없이 실시한 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거나 자신이 실시하는 기술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 ).

이 사건에서 보건대, 환송 전 특허법원 판결에서 심결취소소송의 대상이 된 특허심판원 심결에서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신규성과 진보성이 부정되지 아니하였던 점, 피고가 피고 제품들을 출시할 당시에는 환송 전 특허법원 판결에 대해 일라이 릴리의 상고로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특허권의 진보성을 부정한 환송 전 특허법원 판결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피고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이 사건 특허발명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믿은 것을 정당화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증명할 만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고 행위와 원고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1) 판단 기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그 위법한 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발생의 개연성, 위법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구체적 판단

갑 제6, 7호증, 갑 제8호증의 1, 2, 갑 제13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피고 제품에 대해 약가등재 절차를 거쳐 이를 판매한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① 보건복지부장관의 원고 제품에 대한 급여 상한금액 인하는 피고의 약가등재 신청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피고 제품 판매행위가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즉, 피고는 원고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인 피고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가등재 신청을 하고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하였고, 그 직후부터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다. 그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시장에 대체재가 존재하게 되는 가격 하락의 요인을 약가에 적시에 반영하고자,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제5호 ,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제8조 제2항 제6호 및 [별표 1]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및 조정기준 제3호 (가)목에 근거하여,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을 기존 상한금액의 80%로 조정하였다. 결국, 원고 제품에 대한 약가 인하는 피고의 약가등재 신청을 포함하는 일련의 피고 제품 판매행위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2항 의 위임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은 “보건복지부장관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면 이미 고시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및 상한금액을 조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보건복지부장관의 급여 상한금액 조정은 원칙적으로 재량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두314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한편 위 규칙 제14조 에서, 상한금액의 결정·조정에 관한 세부사항 등에 관하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였는데, 보건복지부장관은 위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을 고시하였으므로, 위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은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 등 법령의 내용이 되는 구체적인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정하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1항 , 제2항 ,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4조 제3항 등의 위임에 따라 이를 정한 규정으로서 법령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고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급여 상한금액을 조정함에 있어서 위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에 의하여야 하며, 이를 위배할 경우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17807 판결 ,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두250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상한금액 조정사유 중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약가등재 신청)를 사유로 하는 상한금액 조정에 대해서,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제8조 제2항 제6호 및 [별표 1]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및 조정기준 제3호 (가)목은, “신청제품이 등재되는 경우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은 1회에 한하여 80%로 조정한다. 다만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는 조정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일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재량의 여지 없이 일률적으로 상한금액을 일정 비율 인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른 상한금액 조정사유인 판매 촉진을 위하여 금품을 제공하는 등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 확인된 경우에 대해 “인하율은 상한금액의 20% 이내로 한다.”, “(가)목에 따른 인하율의 100/100을 가중하여 인하할 수 있다.”로 하여 일정한 재량을 둔 것과 차이가 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제12호 ,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제8조 제2항 제10호 및 [별표 5] 유통질서 문란 약제의 상한금액 조정기준 제3호 (가)목, (나)목].

실제로도 위 기준이 도입된 이래 보건복지부장관은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등재 신청이 있는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기준에서 정한 비율만큼 일률적으로 인하하여왔고, 제네릭 의약품이 약가등재 신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권 침해 등의 사정을 들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지 않거나 기준에서 정한 것과 달리 인하율을 적용한 사례는 보이지 주4) 않는다.

③ 한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에 관한 규칙 제11조 제9항 ,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제9조 제1항, 제7조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직권으로 상한금액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건강보험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야 하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평가를 함에 있어 관련 단체 또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원고 제품(기등재된 약제)과 같이 약가 협상대상이 아닌 약제에 대해서는 [별표 1]의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및 조정기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상한금액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고(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제7조 제1항 후문), 위 기준에서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약가등재 신청)를 사유로 하는 경우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을 80%로 조정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일률적으로 위 기준이 적용되어 온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에 앞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의 평가를 거치는 사정만으로 피고 제품의 판매(약가등재 신청) 행위와 원고 제품의 약가 인하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④ 원고 제품에 관하여 피고 제품에 대한 약가등재 신청 후 이 사건 특허발명의 존속기간 만료일까지 제네릭 의약품인 피고 제품의 판매 외에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에서 열거하고 있는 다른 직권 조정 사유가 발생한 바 없다.

⑤ 피고로서는 원고 제품과 동일성분·동일제형의 제네릭 의약품인 피고 제품에 대해 약가등재 신청을 하고 즉시 판매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원고 제품의 약가를 인하하는 조치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원고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피고 제품에 대한 약가등재 신청이 원고 제품의 약가 상한금액 인하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 제품의 약가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발령한 이 사건 고시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인하되었고, 원고가 이 사건 고시의 부당성을 다툰 바도 없으므로, 피고의 약가등재 신청과 원고 제품의 약가 인하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먼저, 원고 제품의 약가 인하가 이 사건 고시에 의해 정해지기는 하였으나, 국민건강보험제도하에서는 요양급여 시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요를 독점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가격(상한금액)을 결정하는데, 보건복지부장관이 피고 제품의 출시로 인해 ‘올란자핀’ 성분의 의약품 시장에 원고 제품 외의 대체재가 발생한 사정을 들어 원고 제품의 가격(상한금액)을 인하한 이상 이는 수요·공급의 원칙이 작동하는 일반 시장에서 피고 제품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원고 제품의 가격이 인하되는 것과 그 구조가 다르지 않고, 단지 시장 가격의 결정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고시를 통해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불법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고시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제5호 ,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제8조 제2항 제6호 및 [별표 1]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및 조정기준 제3호 (가)목의 기준에 따른 것이고, 보건복지부장관이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고시에 대해 불복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고의 불법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피고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원고 제품의 약가를 인하하는 시기에 대해 재량이 있었음을 들어 인과관계가 부정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원고는 약가가 인하된 이후에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고 있고, 인하시기의 결정으로 손해의 발생 및 범위가 달라졌다는 등의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약가 인하시기에 대해 재량을 가지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앞서 본 인과관계의 인정이 방해되지 주5) 않는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가. 매출액 감소로 인한 손해

1) 갑 제21, 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약가가 인하된 2011. 2. 1.부터 특허권 존속기간 만료일인 2011. 4. 24.까지 원고 제품의 매출액은 합계 190,892,711원이고, 2010. 1.부터 2011. 1.까지의 판매량 및 매출액에 기초하여 산정한 평균 판매가격 1,284.4원과 대비할 시 약가 인하 이후의 평균 판매가격이 1,030.8원으로 19.74% 하락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약가 인하가 없었더라면 원고 제품에 대한 매출액은 237,842,899원(구체적인 계산 내역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기재를 생략한다)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약가가 인하되어 원고 제품의 매출액 46,950,188원(= 237,842,899원 - 190,892,711원)이 감소되는 손해를 입었다.

2) 이에 대해 피고는, 특허권자인 일라이 릴리에 특허권 침해로 인한 일실이익의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제1심판결에서 배상을 명한 금원을 지급하였으므로, 이 사건 특허권 침해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추가로 일실이익의 배상을 하는 것은 이중배상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제1심판결에서 일라이 릴리의 주장을 받아들여 특허법 제128조 제7항 에 따라 피고의 특허권 침해로 인해 일라이 릴리가 입은 상당한 손해액으로 피고 제품 매출액에 완제 의약품 제조업 표준소득률을 곱하여 얻은 금액인 87,890,860원을 인정하고, 피고에게 일라이 릴리에 대하여 위 금원의 배상을 명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그러나 먼저, 일라이 릴리의 손해배상청구는 피고가 이 사건 특허권을 침해하는 피고 제품을 판매하여 그와 대체 관계에 있는 원고 제품의 판매량이 감소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 제품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약정한 실시료 수입이 감소한 손해에 대한 것인 반면에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피고의 제품 판매로 인해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었고, 그로 인해 제품 판매에 따른 수익이 감소한 손해에 대한 것이어서 양자는 귀속 주체와 손해의 내용을 달리 하는 별개의 손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특허법 제128조 는 특허권자가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특허권을 침해한 자의 양도수량에 기초한 금액 또는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액 등을 특허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는 특허권을 침해한 자가 침해 제품의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행위를 하여 이익을 얻고 있는 경우에 그러한 침해행위가 없었더라면 특허권자가 스스로 또는 제3자에게 허락하여 위 실시 행위를 함으로써 그 이익 상당액을 얻을 수 있었으리라는 점에 근거하여 침해행위로 인한 특허권자의 일실이익을 추정하는 규정이고, 이로써 특허권자의 손해액 증명의 어려움을 완화하고자 하는 취지이지 특허권자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액의 범위를 위 조항에 의해 산정되는 금액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또한 피고는, 원고 제품이 가격 인하로 인해, 인하 전과 비교하여 물류비·인건비 등 지출비용이 달라졌을 것이어서 매출액 감소분을 곧 원고의 일실이익이라고 볼 수 없고, 리스페리돈 또는 쿠에티아핀 성분 함유 의약품 등 유사한 효능·효과를 가지는 다른 제품과 비교하여 가격 면에서 우위에 서게 되는 등 그 매출액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있으므로, 원고에게 그 주장과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원고의 매출액 감소분은 가격 인하 전 매출액과 인하 후 매출액의 차액을 계산한 것으로 이미 물류비·인건비 등이 반영되어 있고, 가격 인하를 전후하여 지출비용에 차이가 있다고 볼 증거도 없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제도하에서는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보험자가 부담하므로 소비자가 약제의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 원고 제품과 같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정신분열병 및 양극성장애 치료제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처방이 필요하므로 가격 인하가 바로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연결되기도 어렵다. 실제로도 약가 인하 이후 원고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도와 대비하여 오히려 감소하였다(갑 제21호증).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책임의 제한

1)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보건복지부장관이 피고 제품이 시장에 판매된다는 사정만으로 판매량, 판매기간 등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원고 제품의 상한가격을 20% 인하한 점, 피고 제품의 판매기간이 비교적 짧고 매출액도 크지 않은 점, 피고 제품 판매 이후에 다른 제네릭 의약품도 시판된 점, 피고로서는 환송 전 특허법원의 판결을 신뢰하여 침해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 점, 약가 인하로 인한 이득의 상당 부분은 피고가 아닌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급여의 수급자들에게 귀속된 점,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채택하면서 보험의 재정 건전성과 국민 보건의 향상 및 사회보장 증진 등의 공익적 목적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약제의 상한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원고가 자신의 의사로 원고 제품에 대해 요양급여대상으로 등재하여 국민건강보험제도에 편입시킨 이상 원고로서도 보건복지부장관의 약가 조정에 따라 발생하는 부담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

2)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32,865,131원(= 46,950,188원 × 70%,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피고의 공제 주장에 대한 판단

1) 실시료 상당액의 공제

원고가 일라이 릴리에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실시료로 원고 제품 매출액의 27% 상당액을 지급하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침해행위로 인해 매출액이 감소됨으로써 원고는 일라이 릴리에 지급할 실시료 12,676,550원(= 46,950,188원 × 27%)을 지급하지 않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위 금원 상당액이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2) 수입가격 인하분 상당액의 공제

피고는, 원고 제품의 약가가 인하됨으로 인해 원고가 일라이 릴리에게 지급하는 원고 제품의 수입가격 또한 인하되었으므로, 일라이 릴리에 지급을 면한 수입가격 인하에 따른 이익이 손해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어야 하는데, 갑 제2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제품의 수입가격이 2011. 2. 15.자 수입분부터 15% 인하된 사실이 인정되나, 나아가 이러한 수입가격 인하가 원고 제품의 약가 인하를 원인으로 하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 증거에 의하면, 원고와 일라이 릴리는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그로 인한 약가 인하에 대비하여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해의 1. 1. 이후 최초 수입분부터 수입가격을 15% 인하하고 있고, 원고 제품뿐만 아니라 제네릭 제품의 판매로 인한 약가 인하와 무관한 ‘자이프렉사 자이디스 확산정’도 2011. 1. 1. 이후 최초 수입분부터 수입가격이 15% 인하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20,188,581원(= 32,865,131원 - 12,676,55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 종료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1. 4. 2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8. 2. 8.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생략]

판사 김환수(재판장) 윤주탁 장현진

주1) 병원, 약국 등의 요양기관들이 환자에게 약을 지급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한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로 지정하며, 실거래가가 상한금액과 거의 동일한 금액이기 때문에 통상 상한금액을 ‘약가’라고 부른다.

주2) 피고도 2014. 8. 12.자 답변서 7면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최초등재제품과 관련한 특허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실질적인 심사·평가를 하지 않고 약가 상한금액 인하가 이루어진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주3) 한미약품의 올란자정 10mg 및 5mg은 원고 제품의 약가 인하와는 무관하다.

주4) 보건복지부장관은 ‘자이프렉사정’ 5㎎, 10㎎ 제품에 대해서도 한미약품의 ‘올란자정’ 5㎎, 10㎎ 제품에 대한 약가등재 신청이 있음을 이유로 그 상한금액을 종전 금액의 80%로 인하하는 고시를 하였다(을 제15호증).

주5) 한편 보건복지부의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기준 제1호 가목의(1) 후단규정 시행에 관한 세부지침’에는 판매예정시기에 따라 약가 인하 규정의 적용시기를 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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