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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6. 5. 27. 선고 2016노619 판결
[재물손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의열(기소), 길선미(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송문희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3의 건물 1층 출입구에 자동문 설치공사를 완료해주었음에도 그 공사잔대금을 약정기한 내에 지급받지 못하였고 이에 2014. 1. 10. 위 자동문에 번호키 자물쇠를 설치하면서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통하여 위 자동문이 10일 후인 2014. 1. 20.부터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도록 설정한 이후 위 설정을 해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피고인이 위 자동문을 손괴한 것은 아니고 피고인에게 손괴의 고의도 없었다.

나. 법리오해

피고인은 위 자동문 설치 당시 또는 위 자동문의 번호키 설치 당시 피해자에게 위 자동문이 2014. 1. 20.부터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을 것이니 2014. 1. 20.까지 공사 잔대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공사잔대금의 지급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였으므로, 위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에 대하여 피해자의 승낙이 있거나 위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재물손괴죄에서 손괴라 함은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인하여 물건의 본래의 목적에 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그 물건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하는 경우에도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105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재물손괴의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계획적인 손괴의 의도가 있거나 물건의 손괴를 적극적으로 희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물의 효용을 상실케 하는데 대한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도1345 판결 참조).

2)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2013. 12. 10. 부산 기장군 (주소 생략) ○○○○ 원룸(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실소유자인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1층 출입구의 자동문(이하 ‘이 사건 자동문’이라 한다) 설치 공사(이하 ‘1차 공사’라 한다)를 대금 187만 원에 도급받아 시공하고, 2014. 1. 10. 추가로 이 사건 자동문에 대한 번호키 설치 공사(이하 ‘2차 공사’라 한다)를 대금 15만 원에 도급받아 시공한 점, ② 피고인은 공소외 1과 사이에 1차 공사대금 187만 원 중 계약금 100만 원을 계약당일에, 잔대금 87만 원을 1차 공사 완료시에 각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는데, 1차 공사가 2013. 12. 10. 완료되었음에도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계약금 100만 원만 지급받았을 뿐 잔대금 87만 원은 지급받지 못한 점, ③ 피고인이 위와 같이 1차 공사 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공소외 1로부터 2차 공사를 도급받자 2014. 1. 10. 2차 공사를 시공하면서 이 사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이용하여 이 사건 자동문이 10일 후인 2014. 1. 20.부터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도록 설정한 점, ④ 이후 피고인은 위 예약기능을 해제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자동문이 2014. 1. 20.부터 자동으로 여닫히지 아니하고 수동으로 여닫히도록 한 점, ⑤ 공소외 1 및 이 사건 건물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공소외 4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자동문이 자동으로 여닫히지 아니하고 수동으로 개폐가 가능하여 결국 이 사건 건물에 도둑이 들었다’라고 진술한 점, ⑥ 이 사건 자동문 제조회사인 △△자동문의 관리부장 공소외 2는 이 사건 자동문을 설치할 당시 일정기간(1~99일) 이후 자동작동이 중지되도록 예약할 수 있고 설치자가 아니면 위 예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자동문을 물질적으로 파괴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이용하여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이 사건 자동문이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게 한 것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이 사건 자동문 위에 설치된 컨트롤박스를 조정하면 다시 본래 용법대로 이 사건 자동문이 자동으로 여닫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으로나마 이 사건 자동문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아니하고 수동으로 개폐가 가능하여 잠금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초래된 이상 피고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은 소유자인 피해자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1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자동문의 효용을 상실케 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도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공소외 1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직원으로부터 이 사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에 대하여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이 사건 건물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공소외 4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직원으로부터 이 사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에 관하여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이 사건 자동문이 2014. 1. 20.부터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아 피고인에게 수차례 고쳐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은 잔금을 지급할 때까지는 고쳐주지 않겠다고 말하여 결국 다른 업체를 불러 이 사건 자동문을 뜯어내고 새로 설치하였다’라고 진술한 점, ③ 한편 피고인의 직원인 공소외 5는 원심 법정에서 ‘자동문 설치공사를 하면서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고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 구매자들에게 위 예약기능을 설명하는 것을 들은 적이 몇 번 있다’라고 진술하였을 뿐,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3 및 공소외 1,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자동문에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이 있고 위 예약기능을 이용하여 이 사건 자동문이 2014. 1. 20.부터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도록 설정하였다라는 취지의 진술은 하지 아니한 점, ④ 이 사건 자동문은 2014. 1. 20.부터 20~30일 동안 자동으로 작동하지 아니하여 잠금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었고, 공소외 1과 공소외 4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자동문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건물에 도둑이 들었다’라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에 대한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의 위 행위는 피고인이 법적절차에 따라 공사잔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이 사건 자동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아니하여 범죄행위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자동문을 설치하고 그 공사잔대금을 변제받지 못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범행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의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동문의 자동작동중지 예약기능을 이용하여 자동문이 자동으로 여닫히지 않도록 하여 자동문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사안이 가볍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와도 합의하지 못한 점, 원심 선고 이후 당심에서 새롭게 참작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환경,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범행 전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문희(재판장) 안희경 박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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