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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16. 2. 17. 선고 2015노1172 판결
[업무상배임(인정된죄명배임)][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우재훈(기소), 이선화(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기덕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유치물보관위탁을 받지 않았고, 설령 위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이미 이 사건 아파트에서 퇴거당하는 등 위탁관계가 소멸되었으므로, 피고인의 응소행위는 ‘피해자들을 위한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기초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공소외 2 등은 공소외 4 주식회사로부터 서울 광진구 구의동 소재 ○○○○ 아파트 신축공사에 대한 인테리어 공사를 하도급받거나 이와 관련된 물품공급계약 등을 체결하였는데, 위 인테리어 공사는 2008. 6. 1.경 마무리되었다.

(2) 2008. 5. 20.경 위 ○○○○아파트 703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의 소유권을 공소외 4 주식회사가, 위 ○○○○아파트 702호의 소유권을 공소외 4 주식회사 대표 공소외 7이 각 취득하였는데, 당시 공소외 2 등은 위 인테리어 공사에 관한 대금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관리하였다.

(3) 인테리어 공사업자 등의 대표였던 공소외 2·공소외 5·공소외 6은 2008. 6. 1.경 공소외 3에게 ‘유치물인 이 사건 아파트의 보관을 위탁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유치물보관위탁서’를 작성해 주었고, 공소외 4 주식회사와 공소외 7은 2008. 6. 1.경 공소외 2·공소외 5·공소외 6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점유를 유치권 행사 목적으로 이전한다. 공소외 2 등은 유치물의 보관을 공소외 3에게 위탁하였고 공소외 4 주식회사 및 공소외 7은 공소외 3 또는 공소외 3이 지정하는 사람이 직접 점유하여 사용·수익하는 것을 승낙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유치물 점유이전 및 사용수익 승낙서’를 작성해 주었다.

(4) 공소외 7은 공소외 2에게 전세계약서를 작성해주었고, 공소외 2는 2008. 7. 25. 이 사건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하였다.

(5) 공소외 2는 2009. 4. 1. 공소외 8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유치물로서 점유·관리함을 근로조건의 내용으로 포함하는 고용계약을 체결하였고 공소외 8은 그 무렵부터 위 ○○○○아파트 702호에 거주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를 함께 관리하였다.

(6) 공소외 8은 2009. 5.경 위 ○○○○아파트 401호에 거주하는 피고인을 알게 되었는데, 2009. 8.경 피고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해달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가 유치물인 사실을 알고서 2009. 8. 24.경부터 약혼자인 공소외 9와 함께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기 시작하였다.

(7) 공소외 2·공소외 5·공소외 6과 피고인 사이에서는 2009. 8. 24.자로 ‘피고인에게 유치물인 이 사건 아파트의 보관을 위탁한다.’라고 기재된 ‘유치물보관위탁서’가, 공소외 2와 피고인 사이에서는 같은 일자로 피고인의 선관주의의무, 계약기간, 보수 및 지급시기, 손해배상 등을 정한 ‘유치물보관위탁계약서’가 각 작성되었다.

(8) 공소외 1은 임의경매절차에서 2009. 9. 4. 이 사건 아파트를 경락받았고, 같은 달 11. 피고인과 공소외 9를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같은 달 16. 집행하였는데, 이후 공소외 2, 공소외 3은 2009. 10.경 이 사건 아파트에서 피고인의 가재도구 등을 빼내는 방법으로 피고인을 이 사건 아파트에서 퇴거하게 한 후 다시 공소외 8로 하여금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관리하도록 하였다.

(9) 이후 피고인은 2010. 3.경 유치물위탁계약해지통지를 받았고, 공소외 3은 공소외 8의 뒤를 이어 2010. 4. 무렵부터 이 사건 아파트와 위 ○○○○아파트 702호를 점유·관리하였다.

나. 관련법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또 그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권한이 소멸된 후에 사무를 처리하거나 그 사무처리자가 그 직에서 해임된 후 사무인계 전에 사무를 처리한 경우도 배임죄에 있어서의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 등 참조).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① 피고인은 공소외 8의 부탁으로 이 사건 아파트를 유치물로서 점유·관리하기 위해 거주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해자들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유치물 점유·관리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하였다.

② 이후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점유위탁이 사실상 해제된 것으로 본다 할지라도, 피고인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채무자의 지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아파트와 관련하여 자신을 피고로 한 소송이 제기되어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점유위탁관계 해소 이후에도 여전히 신의칙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와 관련한 소송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직접 응소하거나 피해자들의 응소에 협조하는 등으로 점유위탁 관계 해소 이후 잔존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라. 당심의 판단

원심이 인정한 위 각 사정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관련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체결한 유치물보관위탁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1이 제기한 소송에 응소하여야 할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위 소송에 대하여 피해자들에게 응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응소하여야 할 것임에도 재판상 자백을 함으로써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이상, 이는 그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①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 및 점유 변경 경위에 비추어, 공소외 1과 같은 경락자가 위 아파트를 사실상 점유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건물인도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그 소송의 결과에 따라 피해자들의 점유권 및 유치권의 존부가 결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위하여 위 소송에 응소하는 것은 피고인이 체결한 ‘유치물보관위탁계약’에 정한 ‘선관주의의무’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그런데 유치물보관위탁계약이 존속하고 있던 중 피고인이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은 이상, 이후 유치물보관위탁계약이 어떠한 사유로 종료되고 피고인이 사실상의 점유를 상실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을 상대로 한 건물인도청구소송에서 원고인 공소외 1에 대하여 피고인의 점유사실이 부인될 수 없으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응소하여야 할 피고인의 의무가 변경 또는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만일 이와 달리 본다면, 피해자들은 유치물보관위탁계약 종료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피고인의 배신적 응소행위가 발생할 경우 점유권 및 유치권 상실 가능성이라는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피해자들은 위 계약의 존속을 강제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인적 신뢰관계에 기초한 위임계약의 특성상 허용될 수 없다. 한편 피고인에게는 유치물보관위탁계약에 기초한 보수·비용상환청구권 등이 인정되므로, 불이익한 지위에 처해진다고 볼 수 없다).

③ 한편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공소외 1의 건물인도청구의 소에 대하여 유치권의 존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어 그 청구의 당부에 의문이 있었고(실제 관련 민사소송에서 유치권의 존재는 인정되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가 유치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피해자들은 피고인을 위하여 변호사까지 선임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응소하도록 하였으나, 피고인은 자신의 도장이 도용되었다는 등의 사유로 공소외 1 측 변호사와 상의하여 피해자들이 선임하여 준 변호사와 사이에 소송위임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공소외 1의 주장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이전에 동종 범죄전력이 없고 집행유예 이상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들의 대응으로 유치권이 상실되지 아니하여 실질적 피해는 크다고 보이지 않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응소행위를 지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1과 결탁하여 저질러진 것으로 그 죄질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당심에서 원심의 형을 변경할 특별한 사정이 제시되지 않은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경력, 가족관계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종두(재판장) 권태관 신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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