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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 29. 선고 2011고합1600 판결
[살인][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박철완(기소, 공판), 국상우(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오병주 외 3인

주문

피고인을 징역 20년에 처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1997. 4. 3. 21:30경 서울 용산구 (주소 생략)에 있는 ○○○ 햄버거 가게에서 피고인의 친구인 공소외 1, 공소외 9 등과 함께 위 가게 화장실 옆 복도에 설치된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피고인 등은 그 자리에서 공소외 1로부터 선배들이 아리랑치기를 한 이야기와 함께 “나가서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1997. 4. 3. 21:50경 마침 술에 취한 피해자 공소외 6(당시 22세, 생년월일 생략)이 자신들의 일행 옆을 지나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피고인이 실제로 사람을 칼로 찌를 용기가 있는지 여부를 시험해 보기로 하고, 피고인 또는 공소외 1이 “I'm going to show you something cool. Come in the bathroom with me(뭔가 멋진 것을 보여줄 테니 화장실에 나와 함께 가자)”라고 말한 다음,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뒤따라 남자화장실 쪽으로 가고, 피고인도 공소외 1을 뒤따라 남자화장실 쪽으로 갔다.

1997. 4. 3. 21:50경 공소외 1이 먼저 위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는 척하면서 피고인이 실제로 칼로 피해자를 찌를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고, 피고인은 위 화장실에 들어가 오른쪽 소변기 앞에서 소변을 보는 피해자를 발견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오른쪽 뒤편에 있는 대변기가 설치된 칸의 문을 열어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오른손으로 미리 소지한 접이식 칼(칼날 길이 9.5cm, 칼날을 편 경우 총길이 22cm)을 잡고 피해자의 목 오른쪽을 2회 찌르고 1회 베고, 자신을 향해 돌아선 피해자의 가슴을 2회 찌르고, 오른팔을 휘두르면서 대항하는 피해자의 목 왼쪽을 4회 찔렀다.

피해자는 위와 같이 칼에 찔린 후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1과 주1)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주한미군 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제22조 제9항 (사) 규정과 이에 관한 합의의사록에 따르면, 미합중국 정부대표가 참여하지 아니한 때 피고인이 한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은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군속 또는 미합중국 정부가 지정한 초청계약자에 해당하지 않고, 초청계약자인 피고인 부친의 초청계약 안에 포함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피고인에게 위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1. 증인 공소외 1, 공소외 12, 공소외 13,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8, 공소외 17, 공소외 18의 각 법정진술

1. 각 공판조서, 각 증인신문조서, 각 법원 검증조서

1. 피고인에 대한 각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공소외 9의 진술 기재 부분 포함, 공소외 1의 진술 기재 부분 제외, 제5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수사기록 제2204쪽 제3 내지 6행, 제2205쪽 제7 내지 10행 부분 제외]

1. 피고인에 대한 제3회 일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공소외 1 진술 기재 부분 제외)

1. 공소외 14, 공소외 9, 공소외 19(재전술진술 기재 부분 제외), 공소외 20, 공소외 2, 공소외 5, 공소외 11,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12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15, 공소외 18, 공소외 10, 재전문진술이 기재된 부분은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으므로 증거능력이 있다( 대법원 2004. 3. 11. 선고 2003도171 판결 참조)], 공소외 2(재전문진술 기재 부분 제외), 공소외 8, 공소외 11(재전문진술 기재 부분 제외), 공소외 21, 공소외 22, 공소외 4, 공소외 20, 공소외 23, 공소외 5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공소외 2(재전문진술 기재 부분 제외), 공소외 8, 공소외 23, 공소외 11, 공소외 24(재전문진술 기재 부분 제외)의 각 진술서

1. 경찰 검증조서(수사기록 제2521쪽)

1. 시체 검안서, 각 감정서, 부검감정서

1. 각 수사보고서(혈흔 형태 분석가 공소외 13 면담 결과, 도검 전문가 공소외 14 면담 결과, 참고인 공소외 15 진술 청취, 범행 도구 사용법 관련 사진 첨부)

1. 각 판결문, 혈흔 형태 분석 결과서, 사진 설명서, 범행 현장 내부 약도, 현장 주변 약도, 범행 현장 내부 약도(화장실), 변사자 사진, 사건 현장 사진 기록, 살인 피의사건 발생 및 검거 보고, 자수서, 현장 도면, 각 수용자 신분 카드, 피고인 인도 허가 결정, 피고인 인도 허가 결정 번역문

1. 각 압수조서, 각 압수목록, 증거/소유권 압류 서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공소외 19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공소외 2, 공소외 11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공소외 2, 공소외 24의 진술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의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규정에 따라 공판기일에서 진술을 요하는 원진술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있다.

가.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외국거주’라 함은 진술을 요할 자가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그 진술을 청취하면서 그 진술자의 외국거주 여부와 장래 출국 가능성을 확인하고, 만일 그 진술자의 거주지가 외국이거나 그가 가까운 장래에 출국하여 장기간 외국에 체류하는 등의 사정으로 향후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면 그 진술자의 외국 연락처를, 일시 귀국할 예정이 있다면 그 귀국 시기와 귀국시 체류 장소와 연락 방법 등을 사전에 미리 확인하고, 그 진술자에게 공판정 진술을 하기 전에는 출국을 미루거나, 출국한 후라도 공판 진행 상황에 따라 일시 귀국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하게끔 하는 방안을 확보하여 그 진술자로 하여금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며, 그 밖에 그를 공판정에 출석시켜 진술하게 할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등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예외적으로 그 적용이 있다(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004 판결 참조). 통상적으로 그 요건의 충족 여부는 소재의 확인, 소환장의 발송과 같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만 위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록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법원이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서 신문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으면 그 요건은 충족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도5666 판결 ,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라 함은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3786 판결 , 대법원 2000. 3. 10. 선고 2000도159 판결 ,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도956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314조 에서 외국거주 등의 경우에 참고인이 진술하거나 작성한 진술조서나 진술서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또는 제313조 에서 그 증거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데 대하여 다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그 경우 참고인의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참조).

나.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공판기일에 공소외 19, 공소외 2, 공소외 11, 공소외 24(이하 ‘공소외 19 등’이라고 한다)가 외국거주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되고, 나아가 그 진술 또는 작성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도 있다고 보이므로 이 부분 각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

1) 공소외 19 등에 대한 조사는 1997. 4. 5.부터 같은 해 4. 16. 사이에 이뤄져 이들을 증인으로 소환한 시점으로부터 이미 18년 이상이 경과하였다. 또한 공소외 19는 2003. 12. 23., 공소외 2는 2003. 1. 2., 공소외 11은 1997. 5. 30., 공소외 24는 1997. 7. 24. 출국한 이후 한 차례도 대한민국을 방문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진술자들에 대한 조사 당시 진술자들이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하게끔 하는 방안을 확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조치가 현재 시점까지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공소외 19 등에 대한 조사 당시 진술자들의 외국 주소나 연락처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하게끔 하는 방안을 확보하였는지 여부를 기초로 ‘진술자를 공판정에 출석시켜 진술하게 할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등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 검찰은 미군 범죄수사대(CID)를 통해 미합중국 국가 통합 보고서를 기초로 공소외 19 등의 주소, 연락처, 이메일을 확보하여 그 소재를 파악하는 한편, 이들이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사실을 법원에 알렸다. 법원은 이를 기초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 형사사법공조조약에 따라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이들에게 증인 소환장을 우편 발송한 외에 확인된 연락처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하거나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출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3) 공소외 19 등은 ‘지정된 증인신문기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출석할 수 있는 날짜가 있다면 이를 알려 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음에도 증인 출석을 거부하였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형사사법공조조약 제1조 제2호 가.목 및 마.목, 제10조 및 제11조의 각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미합중국에 소재하는 자의 증언이 필요한 경우 미합중국은 미합중국 소재자가 구금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 그에게 대한민국 법원에 출두할 것을 권유할 수 있을 뿐 이를 강제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진술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거부하는 이상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4) 공소외 24, 공소외 2의 진술서는 선서 진술서(Sworn Statement) 형식으로 작성되었는데, 선서 진술서는 일반 진술서와 달리 작성한 내용이 허위일 경우 형사 처분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 받은 다음 작성한 내용을 큰 소리로 읽고 그 내용이 진실임을 맹세한 후 서명을 하는 절차를 거쳐 작성되고, 공소외 16은 이 법정에서 공소외 24, 공소외 2가 선서 진술서를 작성할 당시 그들의 보호자가 동석하였다고 진술하였다.

5) 공소외 19는 한국어를 읽고 쓸 줄 알았으며 보호자와 미합중국 대표가 동석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공소외 2와 공소외 11은 미합중국 대표와 통역인이 동석한 상태에서 각각 경찰 조사를 받았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 제30조 (무기징역형 선택)

1. 무기징역형의 완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살인 범죄를 범한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을 무기징역형에 처하여야 할 때에는 소년법 제59조 에도 불구하고 20년의 유기징역형으로 완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

가. 주장

이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 완성 여부는 대한민국이 피고인의 신병을 인도받은 2015. 9. 22.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한 것이 아니므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

나. 판단

살인죄는 형법 제250조 제1항 에 따라 그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형사소송법 제250조 , 형법 제50조 , 형사소송법 부칙(2007. 12. 21.) 제3조,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제1항 제1호 에 따라 그 공소시효가 15년이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은 “시효는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53조 제1항 은 “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는 이 사건 범행의 종료일인 1997. 4. 3.로부터 1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1. 12. 22.에 제기되었으므로 시효는 공소제기로 진행이 정지되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공소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주장

이 사건 공소 제기는 공소시효를 정지시킬 목적으로 서류상으로만 이루어져 공소시효 제도의 취지에 반하므로 공소권남용에 해당한다.

나. 관련 법리

검사에게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 피의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어, 위와 같은 재량권의 행사에 따른 공소의 제기는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공소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577 판결 ,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등 참조),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로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인정되려면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그에 관한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9737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검찰이 피고인의 추가 진술 없이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미 선행사건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판시 범행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하여 여러 차례 진술하였고, 목격자의 진술, 현장 사진, 부검 감정서 등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어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검찰은 선행사건에서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고 기소된 공소외 1에 대하여 무죄 판결이 확정된 후 이미 수집되어 있던 증거에 보강 수사를 통해 추가 진술을 확보하고, 혈흔과 범행 도구를 분석하는 등 새로 수집한 증거를 더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제기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함에 있어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확정판결의 효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치는지 여부

가. 주장

이 사건 공소사실과 피고인에 대하여 확정된 판결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 또는 증거인멸죄의 범죄사실은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므로 위 확정판결의 효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친다.

나. 관련 법리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 헌법 제13조 제1항 ),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 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와 증거인멸죄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미치는지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은 형사소송법상의 개념이어서 이것이 형사소송절차에서 가지는 의의나 소송법적 기능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므로 두 죄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그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 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판결 ,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9도4785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위 법리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 및 증거인멸죄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은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와 증거인멸죄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음

가) 시간, 장소가 중복되지 않음

피고인에 대하여 확정된 판결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은 1997. 2. 초순경부터 같은 해 4. 3. 22: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였고, 1997. 4. 3. 23:00경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살해할 때 그곳 화장실에서 살해 장면을 목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 신고도 하지 아니하고 공소외 1이 범행 후 그곳 화장실에 버린 위 휴대용 칼이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사용된 흉기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그 칼을 집어 들고 나와 위 공소외 1의 살인사건의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용산 미8군영 내 하수구에 버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당시 공소외 1은 ‘피고인으로부터 1997. 4. 3. 22:00경 위 칼을 건네받아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로 간 후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공소외 1이 피고인으로부터 휴대용 칼을 건네받아 그 칼을 이용해 피해자를 살해한 후 그 칼을 버리고 도망갔음을 전제로, 공소외 1에게 위 칼을 건네주기 전의 위 칼을 소지한 행위와 공소외 1이 칼을 버리고 도망간 후의 위 칼을 은닉한 행위로 처벌을 받은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상 범행 일시가 1997. 4. 3. 21:50경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확정판결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이 시간, 장소적으로 중복된다고 볼 수 없다.

나) 행위의 태양이 다름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미리 소지한 접이식 칼로 피해자의 목, 가슴 등을 찔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것’인 반면, 확정된 판결의 범죄사실은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피고인이 위 칼을 소지하였다’는 것이거나 ‘피해자가 칼에 찔린 이후 범행에 사용된 칼을 은닉하였다’는 것이므로 그 행위의 태양이 다르다.

2)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음

가) 범의가 다름

살인죄의 범의는 ‘타인을 살해한다’는 것인 반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의 범의는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다’는 것이고, 증거인멸죄의 범의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것이므로 그 범의가 다르다.

나) 보호법익, 피해자의 존재 여부, 죄질, 처벌의 필요성에 큰 차이가 있음

살인죄는 피해자가 있는 범죄로서 개인적 법익인 피해자의 생명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반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나 증거인멸죄는 피해자가 없는 범죄로서 국가의 사법작용 등 사회적 법익을 보호법익으로 하여 그 보호법익에 큰 차이가 있다. 또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폭력행위 등에 처벌에 관한 법률 제7조 ), 증거인멸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형법 제155조 제1항 )임에 반하여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형법 제250조 제1항 )이므로 그 죄질과 처벌의 필요성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3) 살인죄와 증거인멸죄는 양립할 수 없으므로 양자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

형법 제155조 제1항 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것을 증거인멸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타인을 살해한 자가 살해 행위에 사용한 도구를 스스로 인멸한 경우 살인죄와 증거인멸죄가 동시에 성립될 수 주2)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 대한 증거인멸죄의 범죄사실은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는 것이어서 서로 양립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사실관계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논리 필연적으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도 ‘피고인에 대한 법적 안정성의 보호와 국가의 적정한 형벌권 행사의 조화’가 필요하므로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수인의 강도가 사람을 상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후 그 중 1인이 그 장물을 분배받은 경우 그 1인에 대하여 먼저 판결이 확정된 장물취득죄의 범죄사실과 나중에 기소된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4. 3. 22. 선도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4. 살인죄의 성립 여부

가. 관련 법리

1) 유죄 인정을 위한 입증의 정도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도11591 판결 ,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172 판결 등 참조).

2)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따른 진술의 신빙성 판단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 제308조 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175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법관이 진술인의 전체 진술 중 상당한 부분의 진술에 관하여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짐에 따라 그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 나머지 진술 부분은 비록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 등이 직접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의 신빙성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 나머지 진술 부분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과 같이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5. 12. 8. 선고 95도2043 판결 ,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3도9866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인지 여부

1) 전제 사실과 가능한 범행의 모습

피해자는 밀폐된 공간인 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사망하였고, 그 당시 피해자, 피고인, 공소외 1만이 화장실에 있었으므로, 제3자가 피해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없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서로 상대방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자신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였을 뿐이라고 다투므로 위와 같은 전제에서 가능한 범행의 모습을 상정하면 다음과 같다. 즉, ①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공소외 1은 이를 목격하였으며, 공소외 1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②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공소외 1은 이를 목격하였으며, 공소외 1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경우, ③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피고인은 이를 목격하였으며, 피고인이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④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피고인은 이를 목격하였으며, 피고인이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경우, ⑤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모두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서로 ‘상대방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⑥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모두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서로 ‘상대방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경우이다.

2) 인정 사실

가) 피해자가 판시 ○○○ 햄버거 가게(이하 ‘○○○’이라 한다)로 들어오기 전 피고인 등의 움직임

(1) 공소외 5(피고인의 여자친구, 이하 ‘여자친구인 공소외 5’라 한다)에 대한 경찰, 검찰 진술조서, 공소외 20(이하 ‘공소외 20’이라 한다), 공소외 9, 공소외 3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공소외 1, 여자친구인 공소외 5, 공소외 3, 공소외 20, 공소외 9, 공소외 8(이하 ‘공소외 8’이라 한다) 등은 ○○○이 있는 건물 4층의 △△△△△는 술집(이하 ‘△△△△△’라 한다)에 모여 있었다. 공소외 1과 공소외 3이 먼저 ○○○으로 내려와 ○○○ 화장실로 통하는 복도 옆에 위치한 6인용 좌석 중 화장실에 가장 가까운 좌석에 공소외 1이, 그 건너편에 공소외 3이 앉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피고인, 여자친구인 공소외 5, 공소외 20, 공소외 9, 공소외 8이 △△△△△에서 ○○○으로 내려와 공소외 1, 공소외 3과 합석하였다.

(2) 한편 공소외 9, 공소외 20, 공소외 3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피고인에 대한 1997. 4. 11.자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공소외 8, 공소외 18의 법정진술 등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에서 △△△△△로 올라가는 계단은 하나뿐이었고, 위 계단을 통하지 않고 △△△△△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에는 총 3개의 문(도로 방향으로 통하는 정문, △△△△△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통하는 옆문, 베란다로 나가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쪽문)이 있었고, 쪽문 부근에서 정문 부근까지 이어져 있던 베란다는 ○○○ 내부에서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정문과 베란다 사이에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작은 난간이 있었다. 공소외 20과 공소외 8은 ○○○으로 내려온 후 곧바로 베란다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공소외 20과 공소외 8이 나온 이후 공소외 1 건너편에 공소외 3이, 공소외 3 옆에 피고인이, 피고인 옆에 여자친구인 공소외 5가, 피고인의 건너편에 공소외 9가 앉아 있다가 여자친구인 공소외 5가 공소외 20, 공소외 8이 있는 베란다로 나가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3, 공소외 9만이 위 6인용 좌석에 남게 되었다.

나) 피해자가 ○○○으로 들어오기 전 피고인, 공소외 1 등이 한 대화의 내용

아래와 같은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 중 누가 칼을 들고 “가자”라고 말한 사실이 있는지 확정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피해자가 ○○○으로 들어오기 전 공소외 1이 피고인, 여자친구인 공소외 5, 공소외 3, 공소외 9가 있는 가운데 선배들이 아리랑치기를 했던 사실을 이야기하며 “나가서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라는 말을 하면서 피고인 등을 충동하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1) 공소외 1은 ○○○에서 피고인과 나누었던 대화에 관하여, 1997. 7. 4.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선배들이 아리랑치기를 한 것을 이야기해주었더니 피고인이 칼을 꺼내 접어진 것을 펴 보이면서 “가자”라고 말하여 피고인에게 농담으로 “너가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피고인이 화장실로 가기에 피고인이 장난을 하는 줄 알고 마침 손에 기름이 묻어 이를 닦기 위해 함께 화장실로 갔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819쪽). 공소외 1은 1998. 1. 9. 선행사건의 법원 현장검증시 ‘피고인이 칼을 펴면서 ”가자“고 해서 화장실로 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3086쪽), 1998. 6. 19.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고인이 장난하는 줄 알았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3317쪽).

(2) 한편, 여자친구인 공소외 5는 경찰에서 ‘공소외 1이 싸움을 하는 말과 사람을 죽이는 말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마약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았다. 공소외 1이 피고인, 공소외 3, 공소외 9, 본인 등이 있는 가운데 “나가서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라는 말을 하였는데 피고인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나 그런 말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많이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619쪽). 여자친구인 공소외 5는 검찰에서 ‘공소외 1이 마약하는 내용과 싸움을 하는 내용 그리고 누구를 충동질하여 무엇을 하자는 말을 하였다. 공소외 1이 본인, 피고인, 공소외 9, 공소외 3 등이 있는 자리에서 누구를 꼭 지정하여 말을 한 것은 아니고 전부에게 ”나가서 아무나 찔러 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241쪽). 공소외 9도 검찰에서 “공소외 1은 술에 취한 상태로 옛날이야기를 많이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140쪽).

다) 피해자가 ○○○으로 들어와 화장실 방향으로 향할 때의 상황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3, 공소외 9가 있는 가운데 피해자가 ○○○으로 들어와 화장실 방향으로 향하였고,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3, 공소외 9가 모두 피해자를 봤으며, 공소외 3이 △△△△△로 올라가기 위해 ○○○ 옆문 방향으로 가고, 공소외 9가 공소외 5, 공소외 20, 공소외 8이 있는 베란다 방향으로 갈 때 피고인, 공소외 1이 함께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 방향으로 간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 공소외 1이 화장실로 향하는 피해자를 보았는지 여부

피고인은 경찰(3회, 수사기록 제2353쪽), 검찰(제1, 2, 4회, 수사기록 제2089, 2107, 2175쪽) 조사 당시 일관하여 ‘본인과 공소외 1이 지나가는 피해자를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1998. 1. 9. 선행사건의 법원 현장검증시에도 ‘공소외 1이 머리만 우측으로 돌려 누군가를 쳐다봐 본인도 쳐다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3086쪽). 한편, 공소외 1 또한 1998. 1. 9. 선행사건의 법원 현장검증시 “피해자가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피고인이 쳐다보기에 본인도 머리를 우측으로 돌려 피해자를 쳐다봤다”고 진술하였고, 1998. 6. 19.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고인이 앉은 채로 누구를 유심히 쳐다보는 것 같아 본인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그 사람이 아마 피해자였지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였다(수사기록 제3317쪽). 이러한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화장실로 향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목격한 사실이 인정된다.

(2) 피해자가 ○○○으로 들어와 화장실로 향할 당시 공소외 3, 공소외 9의 위치

피고인은 검찰(제1, 2회)에서 ‘피해자는 피고인과 공소외 1만 앉아있을 때 지나갔다’고 진술하였으나, 검찰(제4회)에서 ‘공소외 9가 막 일어서려고 하는 상태에서 피해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였고, 1998. 1. 9. 선행사건의 법원 현장검증시 ‘피해자와 공소외 9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스쳐 지나갔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소외 9는 검찰에서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고 공소외 1과 피고인이 화장실로 따라 가는 것을 보았다. 피해자가 지나갈 당시 여자친구인 공소외 5는 이미 밖으로 나간 상태였고, 공소외 3은 밖으로 나가고 있었으며, 본인은 담배 피는 친구들 쪽으로 가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140, 2150쪽). 한편, 공소외 3은 검찰에서 ‘앉아 있다가 어떤 남자가 화장실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남자가 간 후 공소외 1이 화장실 쪽으로 가고 피고인이 뒤따라갔다. 그 당시 본인은 △△△△△로 올라가기 위해 먹은 것을 치우고 있었고, 공소외 9가 본인보다 뒤에 따라왔는데 무엇을 하였는지는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263쪽). 이러한 진술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3, 공소외 9 또한 피해자가 화장실 방향으로 향하는 장면과 피고인,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 방향으로 향하는 장면을 보았고, 이와 동시에 공소외 3은 △△△△△ 방향으로, 공소외 9는 베란다 방향으로 향한 사실이 인정된다.

라) 피고인과 공소외 1이 ○○○ 화장실에 들어간 이후의 상황

(1) 가해자의 공격 방식과 피해자의 반응

피고인, 공소외 1은 경찰, 검찰 및 선행사건 법정과 이 법정에서 비교적 일치하여 ‘화장실로 들어가자 피해자가 오른쪽 소변기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해자는 피해자 우측 대변기 칸의 문을 열어본 후 피해자의 뒤에서 오른손에 엄지와 시지 방향으로 칼날이 나오도록 칼을 쥐고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을 3회 찔렀고, 목 오른쪽 부분을 찔린 피해자가 왼손으로 목 오른쪽 부분을 잡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며 오른팔 또는 오른손 주먹을 가해자에게 휘두르거나 뻗었으나 가해자는 피해자의 가슴을 2회 더 찌르고, 피해자의 목 왼쪽 부분을 4회 더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진술은 부검 감정서, 법의학자 공소외 12의 진술, 도검 전문가 공소외 14의 진술 등에 부합한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적어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모습에 한해서는 거의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다.

(2) 가해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출혈 형태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을 찌르자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에서 피가 위쪽 방향으로 뿜어져 나왔고, 피해자가 왼손으로 목 오른쪽 부분을 막았음에도 피가 손가락 사이로 분수처럼 나올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세기가 강하였으며, 이후 가해자가 피해자의 목 왼쪽 부분을 찌르자 목 왼쪽 부분에서 목 오른쪽 부분에서 나왔던 피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피가 울컥울컥 나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은 1997. 6. 20. 선행사건 법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을 첫 번째로 공격하자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2773쪽), 1997. 7. 18.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해자가 왼손으로 목 오른쪽 부분을 감싸 쥐었음에도 손가락 사이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세면대에 서있던 본인에게 튈 정도로 피가 나왔다. 피해자가 첫 번째 찔렸을 때 피가 쏟아져 나왔는데, 폭포처럼 아래로 나온 것이 아니고 분수처럼 위로 쏟아졌다. 처음에도 피가 나왔지만 진짜로 많이 나온 것은 목 왼쪽 부분을 찔렀을 때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829쪽). 한편, 공소외 1 또한 1997. 7. 14. 선행사건 법원 현장검증시 “피해자로부터 피가 솟아올랐다”라고 진술하였고, 1998. 6. 19.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때리려고 손을 놓았을 때 피가 튀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3317쪽).

(나) 한편,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오른쪽 귀 2.5cm 아래에 발생한 길이 2.4cm 수평의 자창으로 인해 목동맥의 가지 하나가 완전히 절단되었고, 왼쪽 귀 3.8cm 아래에 발생한 길이 4cm, 수평의 자창으로 인해 목동맥과 목정맥이 완전히 절단되었다. 위 부검 감정서를 작성한 법의학자 공소외 12는 1998. 1. 13. 선행사건 법정에서 ‘경동맥 가지가 잘리는 경우 피가 뿜어져 나오고, 경동맥 본 핏줄이 절단되면 피가 울컥 심장 박동마다 소주잔 1잔 정도 나온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3138쪽). 공소외 12는 또 1998. 7. 15. 선행사건 법정에서 ‘작은 동맥이 절단되는 경우 초기 몇 번은 피가 뿜어져 나오다가 곧 동맥의 수축과 주변 조직의 반응 때문에 잦아지는 형태로 출혈이 진행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3343쪽). 공소외 12는 이 법정에서 ‘목 오른쪽 부분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고, 목 왼쪽 부분에서는 피가 울컥울컥 나왔을 것이다. 동맥의 가지가 절단된 경우 초기에는 상당히 멀리 뿜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가 짧아진다. 하지만 심장이 뛰는 내내 피가 나온다’는 취지로 진술을 일부 변경하였다.

(다) 현장 사진에 따르면, 오른쪽 소변기가 붙어 있는 벽 윗부분과 오른쪽 소변기에 상당량의 혈흔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공소외 12와 혈흔 전문가 공소외 13은 이 법정에서 ‘위 혈흔은 경동맥 절단시 심장 박동에 따라 피가 분출된 흔적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발견 당시 피해자의 모습

공소외 15, 공소외 18의 경찰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 공소외 2(이하 ‘공소외 2’라 한다)의 진술서 등에 따르면, 피해자는 발견 당시 왼쪽 소변기가 붙은 벽과 그 옆 벽면 사이의 모서리에 목을 기댄 채 목을 숙인 형태로 누워 있었고, 배낭을 메고 있었으며, 바지가 내려간 상태였고, 공소외 15가 피해자를 발견했을 당시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부검의 공소외 12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목동맥 가지와 목동맥, 목정맥이 완전히 절단되는 치명상을 입어 많은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 결과 목동맥이 절단된 후 매우 짧은 시간에 의식을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 △△△△△로 올라간 이후 공소외 1의 행적

공소외 24, 공소외 23(이하 ‘공소외 23’이라 한다)의 진술서, 공소외 10(이하 ‘공소외 10’이라 한다), 공소외 22, 공소외 21, 공소외 23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공소외 2, 공소외 4(이하 ‘공소외 4’라 한다)에 대한 경찰, 검찰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공소외 1은 범행 발생 직후 △△△△△로 올라가 공소외 2, 공소외 10, 공소외 22 등이 있는 자리로 가 낄낄대며 큰 소리로 “우리가 방금 재미로 누군가의 목과 가슴을 칼로 찔렀다”라고 말하였고, 자신의 옷에 피가 묻은 것을 보여주며 피가 묻은 것을 불평하였다. 이를 들은 공소외 2는 2분 정도 카드 게임을 하다가 공소외 1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으로 내려갔는데, 잠시 후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 화장실에서 나오며 화장실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이에 ○○○ 직원과 피해자의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피해자의 여자친구는 비명을 질렀고, 공소외 2는 그 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들어가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공소외 2는 다시 △△△△△로 올라가 공소외 1에게 욕설을 하며 “그 남자는 죽었다. 니가 죽였지”라고 소리치며 공소외 1을 때리려고 하였고, 공소외 1은 “나는 아니다”라고 말한 후 △△△△△에서 나와 공소외 24로부터 코트를 빌려 입은 후 택시를 타고 현장을 이탈하였다. 공소외 1은 택시에서 내려 여자친구인 공소외 4를 찾아갔고, 공소외 4에게 “자신은 손을 씻으려고 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라는 말을 하고 잠시 잠을 잔 후 자신의 집으로 갔다. 이후 공소외 1의 상의와 하의는 세탁되었고, 공소외 1은 1997. 4. 8. 경찰서에 자진 출두하였다.

바) △△△△△로 올라간 이후 피고인의 행적

피고인의 일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여자친구인 공소외 5에 대한 경찰, 검찰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 화장실에서 피 묻은 피고인의 셔츠를 공소외 3이 준 셔츠로 갈아입고, 머리, 양손 등에 묻은 피를 씻어낸 후 공소외 3으로부터 검은색 모자를 빌려 머리에 쓰고 공소외 3, 공소외 20, 공소외 8과 함께 미8군 영내로 갔다. 피고인은 공소외 3, 공소외 20 등이 피 묻은 셔츠를 불태우는 것을 본 다음 공소외 11을 만나 공소외 11의 바지와 피 묻은 피고인의 바지를 갈아입었다. 그러고 나서 피고인은 범행 도구인 칼을 도랑에 버리고, □□□ 호텔로 가 여자친구인 공소외 5 등을 만난 후 공소외 20의 집, 여관, 공소외 9의 집 등에 들렀다가 □□□ 호텔로 돌아와 1997. 4. 5. 그곳에서 미군 범죄수사대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3) 판단

위 인정 사실과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아무나 칼로 찔러보라’며 피고인을 충동하고 있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앉아 있던 자리를 지나 화장실로 향하였고, 이를 본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범행을 결심하였음을 알리자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로 향하였고, 피고인도 곧바로 공소외 1을 뒤따라 화장실로 들어간 후 공소외 1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상대방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을 가능성(②, ④)이 있는지 여부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화장실에서 우연히 ‘가해자가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장면’을 목격했을 가능성(②, ④)이 없고, 그 결과 ‘공소외 1이 마약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공소외 1을 따라 화장실로 갔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이나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는 취지의 공소외 1의 진술은 모두 신빙성이 없다.

(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으로 들어오기 전 공소외 1은 “나가서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고 말하며 피고인 등에게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칼로 찌를 것’을 충동하고 있었다.

(2) 피고인과 공소외 1은 피해자가 화장실로 향할 때 다른 일행들과 달리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로 함께 들어갔고, 그곳에서 이 사건 범행이 벌어졌으며, 범행 직후 함께 화장실에서 나왔다.

(3) 피고인은 경찰 현장검증시 ‘피해자가 화장실 쪽으로 가면서 째려봐 기분이 나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2521쪽), 피해자, 피고인, 공소외 1이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모두 지켜봤던 공소외 9는 ‘피해자가 화장실로 향한 후 “뭔가 보여주겠다”는 말이 들렸고,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따라”갔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150쪽). 한편, 공소외 8은 이 법정에서 과거에는 어려서 말하지 않았던 내용이 있었는데, 이로 인하여 지금까지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공소외 9가 본인에게 와서 “어서 가야한다(We've got to go)”는 말을 세 번하고, “피고인이 뭔가를 했다(영문 성명 생략)"는 말을 해 공소외 9 등과 함께 △△△△△로 올라갔다. 당시에는 이를 피고인이 누군가와 싸웠거나 누군가를 때렸다는 의미로 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공소외 1은 이 사건 범행 발생 직후 △△△△△로 올라가 공소외 2 등에게 “우리가 재미로 사람을 찔렀다”라고 말하여 피고인과 함께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칼로 찔렀음을 밝혔다.

(5) 피고인과 공소외 1 중 누구도 범행 당시 피해자를 구호하려고 하거나 경찰에 진범을 신고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과 공소외 1은 범행 현장 부근에서 옷을 바꿔 입거나 빌려 입고, 범행 발생 직후부터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혈흔이 묻은 옷과 칼 등의 증거를 인멸하였다.

나)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모두 피해자를 칼로 찔렀을 가능성(⑤, ⑥)이 있는지 여부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특히 앞서 본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찌른 횟수, 범행도구의 개수, 범행 장소와 시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모두 피해자를 칼로 찔렀을 가능성(⑤, ⑥)이 상당히 희박하다. 따라서 피고인, 공소외 1 중 한 명은 나머지 한 명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목격한 것이고, 그 결과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이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다’는 공소외 1의 진술 중 하나는 진실에 부합한다.

(1) 이 사건 범행 도구는 칼 1개뿐이므로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모두 피해자를 칼로 찌르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칼로 찌르던 자가 가해 행위 도중에 위 칼을 다른 가해자에게 넘겨주고, 이를 넘겨받은 자가 다시 피해자를 칼로 찔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위치를 바꿔야 하는데 범행 장소가 협소하여 그것이 용이하지 아니하고, 그 사이에 피해자가 반항하는 경우 방어흔이 생길 수 있는데, 피해자의 몸에서 아무런 방어흔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은 1998. 9. 11.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공격은 10초가 걸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의 공격이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목 오른쪽 부분을 칼에 찔린 이후 오른팔이나 오른손 주먹을 휘두르거나 뻗는 방식으로 대항하였으나 발견 당시 바지도 올리지 못한 상태였고, 피해자의 몸에서 방어흔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상당히 짧은 시간 동안 연속해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3) 범행 도구로 사용된 칼은 손잡이의 길이가 12.5cm 정도에 불과하고, 도검 전문가 공소외 14는 검찰, 이 법정에서 ‘범행 도구로 사용된 칼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사냥용 칼로서 칼날이 예리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도중에 칼을 잡는 모양을 바꾸기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짧은 시간 동안 칼을 넘겨주고 받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공소외 1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사전에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 현장에 피고인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①)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해자의 몸에는 피가 많이 묻게 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특히 가해자의 오른손과 손목 부분에는 피가 많이 묻었을 것이 명백한데, 공소외 1은 ○○○ 화장실에서 나와 △△△△△로 올라가 손을 씻지 않은 채 바로 공소외 2 등을 만났고, 당시 상의에 많지 않은 양의 피가 뿌린 듯이 묻어 있었을 뿐인 반면, 피고인은 양손, 머리, 상의, 하의 등 온몸에 피가 많이 묻어 ○○○ 화장실에서 나온 직후 △△△△△ 화장실에서 이를 닦아내고 상의를 바꿔 입기도 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자신에게 피가 많이 묻게 된 경위에 관하여 ‘공소외 1로부터 공격을 당하여 피를 흘리고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다가와 이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양손과 온몸에 피가 묻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객관적 증거의 내용과 부합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온몸, 특히 양손에 묻은 피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과정에서 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다’는 공소외 1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

(1) 이 사건과 같은 가해 행위를 한 경우 특히 가해자의 오른손과 손목 부근에 피가 많이 묻게 될 것이 명백함

아래와 같은 사정,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와 근접하여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 양쪽 부분과 가슴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피가 뿜어져 나오거나 솟아 나왔으며, 공격 횟수가 9회에 달하였고, 이미 피가 나오고 있던 부위와 인접한 부위에 수차례 공격이 이뤄졌으며, 오른쪽 소변기 우측 벽이나 세면대 거울에서 이탈 혈흔이 발견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해자의 상의, 하의, 몸에 피가 많이 묻게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칼을 쥔 오른손과 손목 부근에는 피가 많이 묻게 될 것이 명백하다.

(가) 사람이 칼에 찔리게 되면 의식적으로나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 자명하고, 처음 칼에 찔렸을 때의 자세 그대로 계속 서 있을 가능성은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목 오른쪽 부분을 공격당한 순간 왼손으로 목 오른쪽 부분을 감싸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고, 그와 동시에 오른팔이나 오른손 주먹을 가해자에게 뻗거나 휘둘렀다. 그런데 부검 감정서, 사진 설명서 등에 따르면,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에는 오른쪽 귀 0.8cm 아래 자창, 오른쪽 귀 2.5cm 아래 자창, 오른쪽 귀 4.5cm 아래 절창이 발생하였고(수사기록 제1812쪽), 목 왼쪽 부분에는 왼쪽 귀 2.3cm 아래 절창, 왼쪽 귀 3.8cm 아래 자창이 발생하여(수사기록 제1810쪽) 상당히 인접한 부위에 여러 개의 상처가 발생하였고, 가슴에 발생한 상처 또한 방향이 약간 다를 뿐 상당히 인접해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정한 상태에서 공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설령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손잡이를 제외한 칼날의 길이가 9cm에 불과한 만큼, 가해자는 자신의 팔 길이에 9cm를 더한 길이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의 범위 내에서 피해자를 공격할 수밖에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피해자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해자가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을 칼로 찌른 이후 피해자가 왼손으로 목 오른쪽 부분을 감싸 쥐었음에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가해자는 그 이후에도 칼로 피해자의 가슴 부분을 2차례, 목 왼쪽 부분을 4차례 찔렀으며,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의 목 왼쪽 부분을 찔러 목동맥과 목정맥이 완전히 절단된 이후에는 상당히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한편, 오른쪽 소변기 우측 윗벽과 세면대 거울 부근에는 피 묻은 물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이탈 혈흔이 남아있다. 피고인, 공소외 1은 일치하여 가해자가 오른손으로 칼을 쥐고 피해자를 찔렀다고 진술하였다.

(2) 공소외 1은 ○○○ 화장실에서 나온 후 곧바로 △△△△△로 올라와 공소외 2 등을 만났으며, 그 사이에 손을 씻지 않았음

(가) ○○○ 화장실에서 나온 순서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공소외 9는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로 향할 때 공소외 20, 공소외 8, 여자친구인 공소외 5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소외 20은 경찰, 검찰에서 ‘공소외 9가 본인과 공소외 8에게 4층으로 올라가자고 하여 ○○○ 입구에 들어갈 때 공소외 1이 화장실에서 나온 후 피고인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224, 2514쪽). 그러나 공소외 20의 진술만으로 공소외 1이 피고인보다 먼저 화장실에서 나왔다고 확정할 수 없고, 그 무렵 공소외 1과 피고인이 함께 나온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나) △△△△△로 올라간 순서, △△△△△ 화장실에 들어간 순서 등

공소외 3은 검찰에서 ‘본인은 △△△△△에 올라가 있었는데, 공소외 1이 먼저 △△△△△로 올라와 화장실로 갔다가 △△△△△로 들어갔고, 1분 정도 후에 피고인이 올라와 화장실로 들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263쪽). 공소외 9는 검찰에서 ‘공소외 1이 △△△△△로 올라온 이후에 피고인이 올라왔고, 공소외 1이 먼저 △△△△△ 화장실에 들어갔고, 이후 피고인이 △△△△△ 화장실에 들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140, 2150쪽).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공소외 3, 공소외 9의 검찰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피고인 등은 ① 피고인, ② 공소외 3, ③ 공소외 1, ④ 공소외 9, 공소외 20, 공소외 8, 여자친구인 공소외 5 순서로 거의 동시에 △△△△△로 올라갔고, 피고인은 △△△△△로 올라가 공소외 3과 함께 곧바로 △△△△△ 화장실로 들어간 후 머리, 양손 등을 씻고 상의를 갈아입은 반면, 공소외 1은 △△△△△ 화장실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공소외 2 등이 있는 곳으로 갔다가 공소외 9의 이야기를 듣고 △△△△△ 화장실로 간 사실이 인정된다.

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소외 3은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따라 ○○○ 화장실로 향할 때 이미 △△△△△ 방향으로 가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9, 공소외 20, 공소외 8, 공소외 3, 여자친구인 공소외 5 중 공소외 3이 가장 먼저 △△△△△로 올라가고 있었다.

② 피고인은 검찰에서 “2층 부근에서 공소외 3을 앞질러 △△△△△로 올라가 화장실에 갔다”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2175쪽), 1998. 9. 11. 선행사건 법정에서도 “공소외 3을 앞질러서 △△△△△로 올라가 공소외 3보다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3433쪽). 한편, 피고인은 경찰에서 ‘△△△△△ 화장실에서 피고인의 셔츠를 벗고 공소외 3이 준 셔츠로 갈아입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2353쪽), 검찰에서 ‘△△△△△ 화장실에서 손과 얼굴을 씻었고, 공소외 3, 공소외 20, 공소외 8이 화장실로 따라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089쪽). 그리고 공소외 1과 피고인이 ○○○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였던 공소외 20은 검찰에서 “공소외 1은 ○○○에서 나온 후 어디로 갔고, 피고인은 4층 △△△△△ 화장실로 피를 씻으러 가는 것 같았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9, 공소외 20, 여자친구인 공소외 5와 함께 △△△△△로 올라간 공소외 8은 이 법정에서 ‘공소외 9와 함께 4층 △△△△△에 올라가보니 피고인이 화장실에 있었고, 이미 셔츠를 바꿔 입은 상태였으며, 머리를 씻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 화장실에서 나와 △△△△△로 올라가던 공소외 3을 앞질러 가장 먼저 △△△△△로 올라가 화장실로 들어간 사실이 인정되고, 공소외 3이 피고인을 뒤따라 화장실에 들어갔으며, 공소외 9, 공소외 20, 공소외 8, 여자친구인 공소외 5가 △△△△△로 올라와 그 중 공소외 20과 공소외 8이 화장실로 들어간 사실이 인정된다.

③ 공소외 1은 경찰 현장검증시 ‘△△△△△로 뛰어 올라가던 중 2층 계단에서 여자친구인 공소외 5를 만나 “피고인이 사람을 찔렀다”고 말하고 △△△△△로 올라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521쪽). 당시 여자친구인 공소외 5와 함께 △△△△△로 올라가고 있었던 공소외 9 또한 1997. 8. 18. 선행사건 법정에서 “△△△△△로 올라갈 때 공소외 1이 계단을 앞질러서 올라갔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에 위 ②항에서 살펴본 공소외 20의 검찰 진술을 더해 보면, 공소외 1이 공소외 9, 공소외 20, 공소외 8, 여자친구인 공소외 5가 △△△△△로 올라가던 무렵 △△△△△로 올라간 사실이 인정된다.

④ 공소외 1은 1998. 6. 19. 선행사건 법정에서 ‘○○○ 화장실에서 나와 △△△△△ 화장실로 바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에 갔더니 친구가 “피고인이 누군가와 4층 화장실에 있다”고 하여 △△△△△ 화장실에 들어간 것이다. △△△△△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3317쪽).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 화장실로 들어갈 때 이미 화장실 내부에 있었던 공소외 25는 1997. 10. 2. 선행사건 법정에서 ‘화장실에서 피고인을 보았으나 공소외 1은 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907쪽). 공소외 9는 1997. 8. 18.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고인이 △△△△△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보았고, 공소외 1이 화장실에 들어간 것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범행 발생 직후 △△△△△에서 공소외 2와 함께 공소외 1을 본 공소외 10은 경찰에서 ‘공소외 9가 공소외 1에게 “피고인이 피를 닦고 있으니 너도 피를 닦아”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368쪽). 이러한 진술에 피고인이 공소외 1보다 먼저 △△△△△로 올라가 화장실로 들어갔다는 사정과 위에서 본 공소외 2와 공소외 1 간의 대화 내용을 더해보면, 공소외 1이 범행 직후 △△△△△ 화장실에 먼저 들르지 않고 공소외 2 등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장소로 간 사실이 인정된다. 또 ‘아이들이 다들 뛰어서 올라갔다’는 여자친구인 공소외 5의 검찰 진술과 피고인이 △△△△△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공소외 20, 공소외 9의 앞선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공소외 3, 공소외 1, 공소외 9, 공소외 20, 공소외 8, 여자친구인 공소외 5는 범행 발생 직후 모두 뛰어서 거의 동시에 △△△△△로 올라간 것이므로, 공소외 1이 △△△△△에 도착하기 전에 다른 곳에서 손을 씻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3) 피고인은 양손, 머리, 상의, 하의, 양말 등에 피가 많이 묻은 반면, 공소외 1은 상의에 적은 양의 피가 묻었을 뿐임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옷이 밝은 색이었고, 공소외 1의 옷이 어두운 색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 화장실에서 나올 당시 공소외 1은 상의에 스프레이로 뿌린 듯한 물방울 모양의 피가 소량 묻어 있었던 반면, 피고인은 머리, 얼굴, 양손, 상의, 하의, 양말 등에 많은 피가 묻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의 피 묻은 모습에 관한 진술로는 다음과 같은 진술이 있다. 피고인은 경찰(3회)에서 ‘양손에 많은 피가 묻어있었다. △△△△△ 화장실에서 손과 얼굴을 씻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2353쪽), 검찰에서 ‘△△△△△ 화장실에서 피 묻은 손과 얼굴을 씻었고, 다음날 가방 속에 피 묻은 바지, 양말, 셔츠 등을 넣어 □□□ 호텔 보관함에 숨겨두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089쪽). 그리고 피고인은 1997. 7. 18.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고인의 몸에 피가 많이 묻었고, 셔츠와 바지에도 피가 묻은 것이 사실이며, 친구들이 피가 묻은 곳을 알려줘 닦아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829쪽). 한편, 피고인과 바지를 바꿔 입은 공소외 11은 미군 범죄수사대에서 ‘피고인과 바지를 바꿔 입고 집에 와보니 바지에 많은 피가 묻어있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수사기록 제2324쪽). 공소외 20은 경찰에서 ‘피고인의 머리, 상의와 바지에 피가 묻어 있었다. 피고인은 화장실에서 피 묻은 얼굴과 손을 씻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514쪽).

(나) 공소외 1의 피 묻은 모습에 관한 진술로는 다음과 같은 진술이 있다. 공소외 3은 검찰에서 ‘공소외 1의 상의 앞가슴과 배, 어깨 부분에 피가 뿌린 듯이 묻어있었다. 어깨보다는 앞쪽에 피가 더 많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263쪽). 그러나 범행 발생 직후 공소외 1을 가까운 거리에서 봤던 공소외 2는 검찰에서 ‘공소외 1은 “우리가 재미로 어떤 남자를 칼로 찔렀다”고 하고, 자신의 나우티카 티셔츠에 피가 묻은 것을 좀 보라고 하며 티셔츠를 두 손으로 약간 들춰보였다. 상의 옷 앞부분에 스프레이로 뿌린 것처럼 핏자국이 있었다. 어깨 부위와 뒷부분에 있는 피는 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233쪽). 공소외 2는 1997. 8. 18. 선행사건 법정에서 ‘가슴 부위에는 피가 조금 묻어 있었고,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어깨에 많이 묻어 있었다. 뒤쪽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흐르는 것 같았다. 가슴 부위에는 살짝 묻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2876쪽). 당시 공소외 2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공소외 10은 경찰에서 ‘공소외 1의 옷에는 피가 많이 묻어있지 않았고, 오른쪽 가슴 쪽으로 핏방울 자국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368쪽). 당시 공소외 2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공소외 22는 경찰에서 ‘공소외 1 상의 셔츠에 조금 핏방울이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470쪽). 한편, 건물 밖에서 공소외 1을 만났던 공소외 23은 미군 범죄수사대에서 ‘△△△△△에서 내려와 문밖으로 나갔는데 누가 “사람이 칼에 찔렸다”며 소리를 질렀고, 공소외 1이 주3) 기겁하며 나와서 그의 셔츠에 피가 묻었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그 피를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봐서 그렇게 많이 묻은 것은 아니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공소외 1을 가까운 거리에서 봤던 공소외 4는 경찰에서 ‘공소외 1의 셔츠에 조그마한 핏방울이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2482쪽), 검찰에서 ‘셔츠 오른쪽 어깨 부위 쪽에 피가 튀긴 것처럼 핏자국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275쪽).

(4) 피가 묻게 된 경위와 범행 목격 장소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피고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음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세면대 부근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외 1의 진술은 비교적 일관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 내용과 부합하여 신빙성이 있고, ‘세면대와 왼쪽 소변기 사이에서 세면대 우측과 세면대가 붙어 있는 벽 사이의 모서리 공간에 기대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은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 내용과 부합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

(가) 공소외 1은 피가 묻게 된 경위와 범행 목격 장소에 관하여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였다. 공소외 1은 경찰 현장검증시, 1997. 7. 14. 선행사건의 법원 현장검증시 ‘세면대 거울을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521, 2819쪽). 공소외 1은 1998. 1. 9. 선행사건의 법원 현장검증시 ‘세면대 거울을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는데, 피해자가 칼에 찔린 목 오른쪽 부분을 잡고 있던 왼손을 놓아서 피가 세면대 등에 튀었다. 본인은 이를 보고 물러섰다’는 취지로 진술하여(수사기록 제3086쪽) 범행을 목격한 위치를 보다 구체화하였다. 공소외 1은 1998. 6. 19. 선행사건 법정에서 ‘세면대 거울을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고, 세면대 쪽으로 가까이 온 피해자가 180도 돌면서 오른손을 휘두르는 순간 목 오른쪽 부위에서 나온 피가 본인 쪽으로 튀어 한 걸음 물러났다.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오른쪽 어깨 등 뒤 부분과 앞부분 및 앞가슴에 묻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수사기록 제3317쪽) 자신의 몸에 피가 묻게 된 경위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나) 반면 피고인은 자신의 양손, 머리 등에 피가 많이 묻게 된 경위에 관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하였다. 피고인은 경찰(3회)에서 ‘칼에 찔린 피해자가 피고인을 잡으려고 하여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소변기 쪽으로 피해자를 세게 밀어 붙여서 또 피해자의 목에서 피가 나오면서 피고인의 옷에 피가 묻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353쪽). 피고인은 검찰(1회)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붙잡아 팔을 위로 제쳐 밀어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여(수사기록 제2089쪽) 피해자를 뿌리친 방법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검찰(2회)에서 ‘손에 묻은 피는 공소외 1이 버리고 간 칼을 주울 때 묻은 것이고, 얼굴과 옷에 묻은 피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을 때 피해자의 손이 피고인의 얼굴 가까이 왔기 때문에 묻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여(수사기록 제2107쪽) 피고인의 손, 얼굴, 옷에 피해자의 피가 묻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1997. 7. 14. 선행사건의 법원 현장검증시에는 ‘피해자의 몸이 피고인에게 쏠렸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가슴으로 살짝 밀어서 피해자가 좌측 소변기 앞에 앞을 보고 쓰려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여(수사기록 제2819쪽) 피해자를 밀어낸 세기와 피해자를 밀어낸 방법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였다. 피고인은 1997. 7. 18. 선행사건 법정에서 ‘공소외 1이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을 찌르자 피해자가 왼손으로 목 오른쪽 부분을 감아쥐었는데, 피해자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와 그 피가 세면대에 있던 피고인에게까지 튀어 피고인의 몸에 피가 묻었고, 공소외 1이 피해자의 목 왼쪽 부분을 찌를 때에도 피고인의 몸에 피가 묻었으며, 나중에 피해자가 넘어질 때 피고인에게 기댈 때에도 피가 묻었다. 피해자를 아주 세게 밀지는 않았지만 좌측으로 밀어 피해자가 좌측 소변기 쪽으로 넘어졌다’는 취지로 피해자가 공격을 받을 때에도 피고인의 몸에 피가 묻었다는 내용을 추가하여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829쪽). 이후 피고인은 1998. 1. 9. 선행사건의 법원 현장검증시 ‘피고인을 덮쳐 다가오는 피해자를 두 손으로 뒤로 밀었고, 피해자는 좌측 소변기가 있는 모서리 쪽으로 넘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여(수사기록 제3086쪽) 피해자를 밀어낸 방법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였다. 피고인은 1998. 9. 11. 선행사건 법정에서 ‘세면대에 뒤로 기대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힘껏 밀었다. 양손의 피는 피해자의 가슴을 밀 때 묻었고, 이때 피해자의 양쪽 목에서 나온 피가 몸에 묻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수사기록 제3433쪽) 피해자를 밀어낸 세기와 양손에 피가 묻게 된 경위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였다.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목 양쪽 부분을 막지 않은 채 피를 많이 흘리면서 양손을 뻗어 피고인이 서있는 방향으로 쓰러지듯 몸을 기울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양손으로 밀쳤고, 그 과정에서 손에 피가 묻었으며, 화장실을 나오면서 조끼를 벗었는데 그때 얼굴에 피가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얼굴에 피가 묻은 경위에 관하여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진술하였다.

(다) 앞서 본 인정 사실에 따르면, 세면대 앞에 서 있던 목격자의 상의에 스프레이나 물방울 형태로 소량의 피가 묻게 되고, 가해자의 온몸에 피가 많이 묻게 되는 상황은 그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반면, 세면대 우측과 세면대가 붙어 있는 벽 사이의 모서리 공간에 기대 서 있던 목격자의 온몸에 많은 피가 묻게 되고, 가해자의 상의에 스프레이나 물방울 형태로 소량의 피가 묻게 되는 상황은 그 발생 가능성이 낮다. 즉, 피해자는 목 오른쪽 부분을 공격당한 직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고,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에서는 손으로 막아도 피가 손가락 사이로 분수처럼 나올 정도로 피가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세면대 앞과 오른쪽 소변기 앞 사이의 거리가 가로 90cm(=40cm + 50cm), 세로 127cm(=152cm - 25cm)에 불과하였으므로(수사기록 제1725쪽), 피해자의 목 오른쪽 부분에서 나온 피가 세면대 앞쪽에 서 있던 공소외 1의 상의 오른쪽 부분에 스프레이를 뿌린 듯이 묻을 수 있다. 또 세면대 거울에까지 이탈 혈흔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세면대 앞쪽에 서 있던 공소외 1의 상의에도 물방울 형태의 이탈 혈흔이 묻을 수 있다. 한편, 위 (나)항 기재 진술 내용과 이 법원의 현장검증 당시 피고인의 재연 행위에 따르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상당히 짧은 시간 동안만을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짧은 접촉만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머리, 양손, 상의, 하의, 양말 등에 피가 많이 묻게 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해자와 근접하여 피해자를 칼로 찌르고 있던 공소외 1의 옷에 소량의 피만 스프레이나 물방울 형상으로 묻고 공소외 1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던 피고인의 온몸에 피가 많이 묻게 되기도 어렵다.

(라)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공소외 1은 피해자가 ○○○으로 들어오기 전에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나가서 아무나 빨리 쑤셔버려”라고 말하며 피고인 등을 충동하고 있었고, 피고인과 공소외 1은 피해자가 화장실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러한 전제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서는 공소외 1이 피고인 등에게 범행을 부추겼으나 피고인 등이 이를 거절하여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내가 뭔가를 보여주마’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앞장서 화장실로 들어간 후 피해자를 칼로 찔렀거나, 피고인이 범행을 결의하며 공소외 1에게 ‘가자’라는 말을 하여 화장실로 들어갔으나 피고인이 화장실 내부에서 범행을 거절하여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어야 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특히 범행 직후 공소외 1은 범행을 과시하려고 한 반면,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지 않은 채 앞서 본 바와 같이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사정을 더해 보면,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범행을 부추겼으나 피고인이 이를 거절하여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가능한 범행의 모습 ③’은 제외된다.

① 피해자가 ○○○으로 들어와 화장실 방향으로 향할 때 피고인, 공소외 1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공소외 9는 검찰에서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고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I'm going to show you something cool. Come in the bathroom with me"라고 하면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140쪽). 그러나 공소외 9는 같은 날 검찰에서 피고인, 공소외 1과 대질조사를 받으면서 ‘누군가가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말하였는지는 모른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다(수사기록 제2150쪽). 공소외 9는 1997. 8. 18. 선행사건 법정에서 ‘위와 같은 말을 들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본인의 등 뒤에서 말하여 누가 말하였는지는 모르고, 공소외 1이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여(수사기록 제2864쪽) 번복 진술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공소외 9의 최초 검찰 진술만으로 공소외 1이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② 공소외 1은 범행 직후 △△△△△에서 공소외 2 등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낄낄대고 웃으며 “우리가 방금 재미로 누군가의 목과 가슴을 칼로 찔렀다”라는 말을 하고, 피 묻은 부분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이후 공소외 1은, 자신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 화장실을 다녀온 공소외 2로부터 ㉠ 피해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음과 동시에 ㉡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이 아닌지를 추궁당하자 그 시점부터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자신은 피고인의 범행을 우연히 목격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공소외 1은 △△△△△에서 나왔고, 이때 공소외 1을 만난 공소외 23은 미군 범죄수사대와 경찰에서 ‘공소외 1이 기겁하며 △△△△△가 있던 건물에서 밖으로 나왔고, 미친 것처럼 보였으며, 당황한 것 같았고, 몸을 떨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은 타인을 칼로 찌른 행위에 자신이 개입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며 재미로 위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고 과시하다가 피해자가 죽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극도로 당황하여 자신의 개입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충동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여 자신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이라면, 공소외 1이 친구들에게 범행을 과시하는 한편, 범행을 거부하고 이를 목격한 것에 불과한 피고인을 포함하여 “우리가” 범행을 하였다고 말하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다수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방금 재미로 누군가의 목과 가슴을 칼로 찔렀다”라고 말하는 경우 자신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우므로 공소외 1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줄이기 위하여 “우리가” 범행을 하였다고 말하였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③ 한편,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공소외 8은 이 법정에서 ‘공소외 9가 “피고인이 뭔가를 했다”는 말을 하며 본인을 △△△△△로 데리고 올라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여자친구인 공소외 5는 경찰에서 ‘범행 당일 □□□ 호텔에서 피고인을 만나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피고인은 그냥 일이 일어났다는 말만하고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241쪽). 공소외 20은 경찰에서 ‘본인과 다른 친구들이 피고인에게 누가 피해자를 칼로 찔렀는지 물어봤지만 피고인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514쪽). 한편 공소외 19는 1997. 9. 8. 선행사건 법정에서 ‘공소외 9가 “여자친구인 공소외 5로부터 피고인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여 여자친구인 공소외 5에게 직접 물어보았더니 “맞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5는 자술서에 그렇게 쓰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2888쪽).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9, 공소외 20, 공소외 5, 공소외 8 등은 범행 직후부터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한다거나 ‘공소외 1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는 말을 하지는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다. 공소외 1과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공모하였는지 여부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피고인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충동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물론 공소외 1 또한 사람의 목을 수회 칼로 찌르는 경우 그 부위에 따라 칼에 찔린 사람이 사망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출혈량이 상당함에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2) 공소외 1은 ‘장난으로 피고인에게 범행을 부추겼을 뿐 피고인이 실제 범행을 수행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다. 그러나 공소외 1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수차례 공격하였음에도 이를 말리지 않았고, 피해자가 목과 가슴을 칼에 찔려 상당한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친구들에게 범행 사실을 과시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충동하고, 앞장서 ○○○ 화장실로 들어갔다는 사정을 더하면, 공소외 1은 화장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를 것이란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였다고 인정된다.

3) 공소외 1은 범행 직후 친구들에게 범행을 과시하며 ‘재미로’ 사람을 찔렀다고 하여 범행 동기를 밝혔는데, 위 범행 동기는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충동한 내용과 일치한다.

4) 공소외 18, 공소외 15의 경찰 및 이 법정진술에 따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에 손님이 많지 않았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대중음식점 화장실의 특성상 피고인만 피해자를 따라가 범행을 하는 경우 제3자가 화장실로 들어와 피고인을 제압하거나 피고인의 범행을 목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해자가 반항하는 경우 이를 제압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사정에 공소외 1이 범행 직후 “우리가 누군가를 칼로 찔렀다”라고 말하였다는 사정을 더해보면, 공소외 1은 단순히 피고인의 범행을 구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이 화장실에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거나 피고인과 함께 피해자의 반항을 제압하기 위하여 피고인과 함께 화장실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라. 그 밖의 주장에 관하여

1) 키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이 범인이라는 주장

부검 감정서를 작성한 공소외 12는 1998. 1. 13. 선행사건 법정에서 ‘가해자의 키가 180cm 이상으로 크고 힘이 상당했을 것이고, 정신이상자나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한 사실이 있다. 범행 당시 피고인의 키는 172cm, 몸무게는 60kg에 불과하여 피해자의 목 부위를 위에서 아래로 찌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동맥 가지가 잘리는 경우 피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 부분을 막고 있으면 피가 뿜어져 나오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공소외 12는 또, 1998. 7. 15. 선행사건 법정에서 ‘반항한 흔적이 없다는 것은 힘의 크기가 세거나 또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범행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오른쪽 목에 상처를 입은 후 왼손으로 막았다가 놓으면 피가 뿜어져 나오지 않는다. 현장에 피가 뿜어졌다고 볼만한 부분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12는 1998. 1. 13. 선행사건 법정에서 ‘가해자의 키가 클 것이라고 추론한 것은 단언할 수 없고, 일반적으로 추론한 것이다. 소변을 보는 자세에 따라 키는 가변적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고, 검찰 및 이 법정에서 ‘과거 증언은 일반적인 가정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배낭을 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목 오른쪽 부분을 가격당한 다음 이를 손으로 막고 있다가 떼면 피가 분출될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당시 피해자의 혈중 알콜 농도가 0.14%였고, 범행 도구인 칼의 칼날이 상당히 날카로워 찌르는데 큰 힘이 들지 않으며, 피고인이 손을 들어 피해자의 목을 찌르는 경우 둘의 신장 차이는 큰 의미가 없고, 가해자의 공격으로 피해자의 중심도 상당히 무너졌으리라는 사정을 더해보면, 단순히 체격만으로 누가 가해자인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살해한 것이고, 공소외 1은 마약을 취급하는 자였으며, 범행 후 이상 행동을 하였으므로 공소외 1이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

피고인과 공소외 1에 대한 모발, 소변 감정 결과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관련자들의 진술 중 범행 당일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마약을 한 것을 보았다거나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환각상태에 있었음을 나타내는 진술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했다면, 가해자는 피해자가 바지도 올리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인접 부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정확한 공격을 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공소외 1은 현저한 거짓 반응을 보인 반면, 피고인은 거짓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의 진술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주장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전제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상당한 정확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검사 결과가 항상 진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고, 전제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도 그 검사 결과는 검사를 받는 사람의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서의 기능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도968 판결 참조). 따라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다수의 직접, 간접 증거들이 있는 상황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피해자에게 거짓 반응이 나타나고, 피고인에게 거짓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공소외 1이 미 헌병대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제보하고, 범행 다음날 바비큐파티를 열어 친구들에게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소문을 내 그 결과 미군 범죄수사대가 편견을 갖고 피고인을 수사한 것이므로 소문의 내용과 선서 진술서의 내용을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주장

공소외 1이 미 헌병대에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제보하였다는 사실이나 공소외 1이 바비큐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그리고 공소외 16은 1998. 1. 13. 선행사건 법정에서 ‘피고인을 조사할 당시 화장실에 공소외 1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공소외 1도 용의자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선서 진술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허위의 내용을 작성하는 경우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 받은 후 작성된 것이며, 대체로 직접 경험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20년

2. 양형기준의 적용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군 〉 비난 동기 살인(제3유형)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이상, 무기 이상(가중영역)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20년

피고인은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생면부지의 피해자를 뒤에서 재크나이프로 공격하여 별다른 이유 없이 살해하였다. 이 사건 범행은 위 칼로 피해자의 오른쪽 목 부분을 3회, 가슴 부분을 2회, 왼쪽 목 부분을 4회 찔러 피해자를 과다출혈로 즉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그 범행 수법이 너무나 끔찍하고 범행의 방법이나 위험성, 범행의 결과 등에 있어서도 죄질이 매우 나쁘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22세의 젊은 나이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생명을 잃게 되었고, 그 결과 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모든 기회를 한순간에 전면적으로 박탈당하게 되었다.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부모는 사랑하는 아들을, 누나들은 남동생을 잃게 되었고, 피해자의 존재 자체가 주는 행복 및 피해자와의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도 모두 사라졌다. 사랑하는 부모, 누나들과 여자친구를 남겨두고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을 피해자의 원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이 사건 범행으로 겪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도 19년이 지난 현재까지 오롯이 남아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와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1997. 4. 5. 최초 진술시부터 현재까지 공범인 공소외 1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후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피해 변상은 물론 진심어린 위로도 없다.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의 처벌을 강력하게 탄원하고 있다. 비록 피고인이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이었고, 이 사건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들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을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한 형벌로 처벌함이 마땅하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이므로 무기징역형을 선택하더라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에 따라 20년의 유기징역을 선고해야 하므로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심규홍(재판장) 전용수 박철홍

주1) 헌법 제1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은 한 번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것으로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헌법재판소 1994. 6. 30. 선고 92헌바38 결정),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는 위와 같은 취지를 구체화한 규정이다. 그런데 공소외 1는 이 사건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이미 무죄 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어 더 이상 동일한 사건으로 처벌받을 우려가 없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범죄사실에서 공소외 1를 공범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13조 제1항이나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의 규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주2)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피고인은 재심이나 형사보상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주3) 수사기록 제2081쪽에는 “마약으로 인한 환각 상태인 것처럼”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공소외 23의 경찰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는 수사기록 제2083쪽의 “freaking out"을 오역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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