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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3. 3. 11. 선고 92헌마163 결정문 [불기소처분취소]
[결정문]
청구인

의 고소사실(告訴事實) 중 경계침범(境界侵犯)의 점은 피의자(被疑者)가 자신과 청구인의 집 사이의 경계담을 헐어버린 사실은 인정되나 철거의 흔적이 뚜렷하여 구 경계담의 흔적이 인식불능의 결과가 되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혐의없다는 검사의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에 대하여 검사가 고소사실에 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다거나 헌법의 해석ㆍ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의 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검사의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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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가 관여할 만큼의 자의적인 처분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基本權)이 침해(侵害)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反對意見)

피의자(被疑者)였던 자가 자신의 무고함을 들어 헌법소원(憲法訴願)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이유 있다고 인용하면서 고소인(告訴人)이었던 자가 피의자(被疑者)의 “혐의없음”의 처분을 다투어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을 청구(請求)한 사건에 있어서 피의자에게 기소유예(起訴猶豫) 사유가 있다고 하여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 모순일 뿐만 아니라 형평의 원칙 내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므로 피의자에게 설사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을 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혐의없음”의 처분이 정당하지 못할 때에는 의당 헌법재판소에서 지적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청구인 : 최○옥

대리인 변호사 이석태 외 3인

피청구인

: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검사

[주 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청구외 박○숙에 대한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91형제48029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1991.8.29. 청구외 박○숙을 상대로 재물손괴 및 경계침범죄 등으로 고소하였다.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고소인(청구인)은 서울 강서구 ○○동 612의 142 소재 대지 91평 및 동 지상 시멘트 목조 세멘와즙 평가건주택 건평 12평 1동을 소유하는 자이고 피의자(박○숙)는 같은 동 612의 100 소재 대지 43평의 소유자로서 고소인과는 접하여 있는 이웃인 바 피의자는 1991.7.경 그 소유 대지에 건물신축 허가를 얻어 그 공사를 실시함에 있어서 피고소인 소유 대지가 고소인 소유대지에 경계선을 넘어 들어와 있는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고소인의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측량을 하여 고소인의 대지내에 피의자 소유대지가 들어 있다고 주장을 하고 함부로 고소인과 피고소인 주택 경계에 설치된 피의자 소유건물과 세멘브록크조 담장을 허물어 버린 다음, 고소인 대지를 침범하여 가옥과 담장을 신축함으로써 공유재물(담

장) 및 고소인의 주택의 효용을 일부 해하고 아울러 구 경계담의 흔적을 제거하여 식별불능하게 함으로써 경계를 침범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1991.11.29. 재물손괴의 점에 대하여는 “기소유예”, 경계침범의 점에 대하여는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재물손괴의 점은 피의자가 청구인의 집과의 경계담을 철거하게 된 경위 및 그후 원상복구를 한 점에 비추어 가벌성이 없어 그 소추를 유예한다는 것이고, 경계침범의 점은 피의자가 자신과 청구인의 집 사이의 경계담을 헐어 버린 사실은 인정되나 철거의 흔적이 뚜렷하여 구 경계담의 흔적이 인식불능의 결과가 되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혐의없다는 것이다.

다.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검찰청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항고ㆍ재항고를 한 뒤 적법한 청구기간 내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관련기록을 검토해 보아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고소사실에 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다거나 헌법의 해석ㆍ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의 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달리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만큼의 자의적인 처분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양균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3.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 불기소처분 중에서 경계침범의 점에 대하여서는 재판관 김양균은 다수의견에 따를 수 없어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제시한다.

경계침범죄는 토지의 경계를 불명하게 하여 토지에 관한 권리관계의 안정을 침해하는 죄이다. 형법이 경계침범죄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토지는 고정성ㆍ인접성 등의 특징이 있어

그 자체로는 경계의 식별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토지의 경계를 외관상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보호함으로써 사권의 보호에 기여함과 아울러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도모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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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침범죄에 있어서 계표라 함은 종전부터 시설되어 온 경계표지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실제 권리관계와 부합하는 것이 통례이겠지만 설사 그러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계표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소장이 없는 것이다. 즉 비록 실제상의 경계선에 부합되지 않는 경계표라 할지라도 그것이 종전부터 일반적으로 승인되어 왔다거나 이해관계인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이라면 그와 같은 경계표는 형법 제370조 소정의 계표에 해당된다 할 것이고 반대로 기존경계가 진실한 권리상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어느 한쪽이 기존경계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경계측량을 하여 이를 실체권리관계에 맞는 경계라고 주장하면서 그 위에 계표를 설치하더라도 이와 같은 경계표는 위 법조에서 말하는 계표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대법원 1986.12.9. 선고, 86도1492 판결 참조).

개발되고 있는 도시지역 특히 서울의 변두리 지역에서는 경계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은데 그것은 시골의 경우처럼 오랜 세월 경계가 구획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새로이 도시구획정리가 되어가면서 건물이 신축되어감에 따라 경계가 설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소유자가 자기나름대로 측량을 의뢰하여 그 결과에 따라 토지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계표를 이동하려 한다면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니 그것은 측량의 결과는 측량의 의뢰자와 측량자의 수하(誰何), 측량의 방법의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1991년 형제48029호 수사기록(이하 수사기록이라 한다) 49정 참고인 이병권의 진술 및 58정 참고인 권명식의 진술 참조).

그 때문에 비록 측량의 결과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민사소송의 방법에 의하여 권리관계가 확정되기 전에 함부로 토지의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하는 행위는 이를 처벌하는 판례(대법원 1956.12.7. 선고, 4289형상272 판결 참조)가 일찍부터 확립되고 있는 것이며, 당연한 결과로 위와 같이 함부로 설치한 경계표는 이를 훼손하더라도 경계침범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경계표지는 담장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겠으나 건물의 벽면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 양자가 혼합될 수도 있겠는데 이 사건의 경우는 양자가 혼합된 사례이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인 최○옥의 주장은 인근가옥의 소유자인 박○숙(피의자)이 자신

의 가옥을 신축하면서 종래의 가옥과 담장을 헐어 버리고 새로운 가옥과 담장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청구인의 토지를 침범하여 건물과 담장을 축조하였으며 청구인과의 종래의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하였다는데 있다.

즉 청구인이 제출한 고소장의 기재와 그에 편철된 건축현장사진(수사기록 16정)을 보건대 피의자가 가옥을 신축하면서 당초에는 그 신축건물의 연통부분이 청구인의 기존건물의 물받이와 기와 반장정도의 범위까지 그 경계를 침범하고 있고 (청구인의 항의로) 다시 고쳐 축조한 것도 청구인의 지붕의 물받이 부분이 일부 찌그러들 정도로 침범하고 있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바(수사기록 179정 사진 참조) 그것이 비록 담장이 아니고 건물의 벽면이라거나 연통의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그 부분이 신축때문에 기존의 경계를 인식불능케 하였다면 경계침범에 해당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피의자는 경계표지를 이루고 있는 것이 대부분 건물이고 담장은 그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담장의 길이에 대하여서는 5미터라고 주장하기도 하고(수사기록 27정) 1미터 60센치미터라고 주장하기도 하여(수사기록 62정) 일정하지 않지만 담장의 길이가 얼마이든 이 사건의 경우처럼 기존 건물의 벽면이 경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고 따라서 새로이 축조한 건물의 벽면도 경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경계침범의 여부는 담장만을 기준으로 하여 가리는 것이 아니고 아울러 건물부분을 기준으로 하여서도 가려져야 하는 것이다. 경계침범죄의 성립여부는 종래의 계표가 인식불능의 상태가 되었느냐의 여부에 의하여 가리는 것이고 그것이 실제 권리관계와 부합하느냐의 여부는 상관이 없는 것이므로 참고인 임수상, 김희수, 이병헌, 장상섭, 권명식 등의 진술은 본건 경계침범죄의 성립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다. 건물을 축조함에는 특별한 관습이 없으면 경계로부터 반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민법 제242조 제1항)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는 청구인의 기존의 건물의 지붕의 일부(수사기록 16정) 또는 지붕의 물받이의 일부(수사기록 179정)가 훼손될 정도로 바짝 붙여 건축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청구인이 피의자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으로서 상린관계에서 요구되는 당연한 수인의무를 감내하지 않고 송사를 일삼고 있는 경우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피청구인의 “혐의없음”의 결정이유는 건축현장사진의 영상에 의할 때 구 경계담의 흔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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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이 남아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토지경계의 인식불능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인식불능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 근거로 1991.10.6.자 강서경찰서 수사과 조사계 경장 이○모가 제출한 보고서(수사기록 69정)에 첨부된 현장사진(수사기록 70정)을 들고 있는데 그 보고서가 작성된 당시 구 경계담의 흔적이 식별할 수 있었다는 점은 위 사진을 통해서 보건대 의문의 여지가 없는 듯 하다.

그런데 그러한 흔적이 불기소결정일까지 지속되고 있어 식별에 지장이 없었겠느냐의 점은 별개의 문제이며 피청구인이 불기소결정을 한 1991.11.29.자에는 동 결정서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새로운 담이 쌓여진 사실을 알 수 있으니 그것은 피청구인이 담장의 원상복구를 이유로 하여 재물손괴의 점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문제로 제기하고 싶은 것은 피청구인이 불기소결정을 한 일자에도 구 경계담의 흔적이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남아 있었겠느냐의 점이다. 그것은 피청구인의 불기소결정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렇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하여서는 복구된 담장이 구 경계담의 흔적을 침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인이 점유(소유와는 별개의 문제이다)하고 있는 토지 위에 설치되었거나 피의자가 점유하고 있는 토지 위에 설치되었거나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의자의 점유토지 위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라면 경계표지에 있어서 청구인은 종래보다 오히려 유익한 입장이 되는 것으로서 정신이상자가 아닌 한, 고소ㆍ항고ㆍ소원 등의 구제절차에 호소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결국 청구인의 대지를 침범하여 축조하였거나(이 때에는 원래의 계표는 인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와 동일한 계표를 다른 위치에 설치한 셈이 되고 그 때문에 어느 것이 기존의 계표인지 식별불가능하게 된다면 역시 본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종래의 구 경계담 위에 축조하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청구인은 피의자와 자신의 토지를 구 경계담에서 14~24센치미터 정도 침범하여 새로이 담장을 설치하였고(수사기록 80정 항고장 기재내용 및 90정 항고인 진술조서 참조) 종래의 담장의 흔적은 완전히 없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불기소처분 일자에 구 경계담의 흔적이 식별될 수 있는 상태로 존속하고 있었느냐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점을 밝히는데 있어서는 피청구인의 실황조사가 필수적이라 하겠지만 실황조사에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피의자소유 대지의 넓이가 43평에 불과한데 3층 건물을 건축하고 있는 점과 신축건물의 연통부분이 경계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것이 청구인이 기존가옥의 지붕의 일부 또는 지붕 물받이의 일부가 훼손될 정도로 침범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16정, 179정에 편철된 건축현장사진 참조) 등을 종합해 보면 건물의 신축 및 담장의 신축으로 인하여 원래의 계표는 식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보여지며 그것은 피의자 자신이 제출하고 있는 현장사진(수사기록 74정 및 75정)에 의하더라도 의문의 여지없이 명백한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위와 다른 인정을 하려면 실황조사가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것이고 그러한 절차없이 흔적이 남아 있다고 인정하였다면 그것은 자의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과연 그러하다면 가벌성의 유무는 별론 이 사건 피의자에게 경계침범죄에 관한 한 그 혐의가 없다고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피청구인이 불기소결정을 함에 있어서는 불기소결정 당일까지의 사정을 모두 통털어 그 기초자료로 하여야 할 것이며 경계침범에 대하여 적용한 기준(담장이 헐려진 흔적사진, 수사기록 70정)과 재물손괴에 대하여 적용한 기준(담장이 새로이 축조된 사진, 수사기록 16정 등)을 달리하여 이중기준에 의거하였다면 그것은 올바른 것이라 하기 어려운 것이다.

요컨대 피청구인은 구 담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경계침범의 점은 그 혐의가 없다고 하고 있고 새로운 담장이 쌓아져 복구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재물손괴의 점은 그 처벌가치가 없다(기소유예처분)고 하고 있는바, 과연 구 경계담의 흔적잔존 및 신축담의 축조로 인한 원상복구필이라는 사정이 불기소처분 일자에 병존하고 있었겠느냐의 점은 의문이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에 적시한 바와 같이 병존하는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 요컨대 경계침범죄에 있어서 경계는 종래부터의 경계를 의미하는 것이며 경계표지가 설사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소 상이하게 설치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민사소송을 통하여 이를 바로 잡는 것은 별론 토지소유자가 함부로 계표를 손괴, 이동 또는 제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토지의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할 수 없는 것이며 그 이론은 경계가 전부 담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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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루어졌건 담장과 건물의 벽 일부로 이루어졌건 건물의 벽만으로 이루어졌건 상관이 없다고 할 것이다. 왜냐 하면 경계침범죄의 존재이유는 경계표지가 설사 실제의 권리관계와 부합하지 않을 때라고 할지라도 토지소유자가 함부로 계표를 손괴하는 등으로 자력구제 방법에 호소하는 것을 금지하려는데 있는 것이며 그것이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본건에서 피의자의 토지의 일부가 청구인의 토지 중에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별도로 민사소송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적어도 피의자가 새로 건물과 담장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종래의 계표를 식별 불능하게 한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보여지며 그러한 의미에서 재기수사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믿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피의자의 혐의가 설사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그 가벌성이 희박하여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듯한데 똑같은 불기소처분이라고 할지라도 기소유예처분과 “혐의없음”의 처분은 그 의미에 있어서 천양지차인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는 과거 기소유예처분된 사건에 있어서 당사자가 “혐의없음”을 주장하고 있는 헌법소원에서 이를 인용하는 판례를 많이 남기고 있는데 그것은 기소유예와 “혐의없음”은 그 의미가 달라서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만한 사유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기소유예처분이란 공소제기함에 충분한 혐의가 있고 소송조건도 구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처분인 것으로 범죄혐의가 없음이 명백한 사안을 기소유예처분 하였다면 헌법이 금하고 있는 차별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된다고 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89.10.27. 선고, 89헌마56 결정; 1992.6.26. 선고, 92헌마7 결정; 1992.11.12. 선고, 91헌마146 결정 등 참조).

그런데 피의자였던 자가 자신이 무고함을 들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이유있다고 인용하면서 고소인이었던 자가 피의자의 “혐의없음”의 처분을 다투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에 있어서 피의자에게 기소유예 사유가 있다고 하여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고소인이 청구인이냐 피의자가 청구인이냐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달리하고 있는 결과가 되는 것으로서 그 자체 모순일 뿐만 아니라 형평의 원칙 내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피의자

에게 설사 기소유예처분을 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혐의없음”의 처분이 정당하지

못할 때에는 의당 헌법재판소에서 지적되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인은 피의자가 함부로 쌓아 놓은 벽을 청구인이 스스로 실력으로 허물어 버리더라도 경계침범의 책임을 지지 않는데도(대법원 1986.12.9. 선고, 86도1492 판결 참조) 그러한 실력행사에 나서지 않고 법에서 해결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법질서를 존중할 줄 아는 시민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법에서 당연히 가려져야 할 사항이 가려지지 않으니까 답답한 나머지 관련자를 상대로 수차에 걸쳐 고소를 하고 있고( 92헌마16492헌마306 관련 수사기록 참조) 그것이 헌법재판관에게 좋지 않게 인상지워진 듯 한데 당초에 피청구인이 이 사건 경계침범에 대한 법리를 오해함이 없이 일단 혐의는 인정되는 것으로 처리하였더라면 고소인의 고소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겠지 않겠는가 하는 점에서 반대의견을 쓰는 것이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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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1993.03.11,92헌마163,공보제1호,71,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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