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 이○우
대리인 변호사 황철수(국선)
관련사건
: 육군제30기계화보병사단보통군사법원
92고20 군용물절도 등
[주 문]
구 군형법(법률 제3993호, 1994.1.5. 법률 제4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329조의 죄를 범한 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군복무중 육군제30기계화보병사단보통군사법원에 군용물절도 및 군무이탈죄로 구속기소되었는데 그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1992.7.19. 22:10경 경기 파주군 파평면 소재 소속부대 보급창고 내에 들어가 그곳에 보관중이던 케이-2 실탄 14발 조변가 2,240원 상당을 가지고 나와 이를 절취하고,
(나) 같은 달 20. 07:45경 위 같은 소속부대 내무반에서 청구인이 지급받아 소지하고 있던 케이-2 소총(총번 498464) 1정 조변가 338,000원, 탄창집 1개 조변가 6,673원, 탄입대 2개 조변가 9,200원, 개인장구요대 1개 조변가 3,207원, 수통 1개 조변가 1,967원, 수통피 1개 조변가 1,913원, 전투화 1족 조변가 22,073원, 전투복 1벌 조변가 16,786원, 합계금 399,819원 상당을 아래 (다)항과 같이 군무이탈시에 가지고 나가 이를 절취하고,
(다) 위 (나)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선임자인 이○철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군복무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군무를 이탈할 목적으로 소속부대 막사 뒤 목책 사이로 빠져나와 1992.7.22. 18:20경 체포될 때까지 약 59시간 부대를 이탈한 것이다.
(2) 청구인은 위 군사법원에 위 공소사실에 적용된 구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군사법원은 1992.9.24.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함과 동시에 청구인에게 징역 5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은 1992.10.6. 헌법재판소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국선대리인의 선임을 신청하여 같은 달 20. 그 인용결정을 받은 다음, 국선대리인을 통하여 같은 해 11.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대상은 구 군형법(법률 제3993호, 1994.1.5. 법
률 제4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329조(절도)의 죄를 범한 때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라 한다)인바, 위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75조(군용물 등 범죄에 대한 형의 가중)
① 총포·탄약·폭발물·차량·장구·기재·식량·피복 기타 군용에 공하는 물건 또는 군의 재산상의 이익에 관하여 형법 제2편 제38장 내지 제41장의 죄를 범한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1. 총포·탄약 또는 폭발물의 경우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청구인에 의한 소총 1정 및 실탄 몇발의 절취행위만으로는 군전투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절취행위에 대하여 개인의 생명을 침해한 살인죄보다 더 무거운 형벌에 처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은 개인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입법의 한계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2) 절도죄가 재산범죄이고 재산권의 주체로서의 국가는 법률상으로 사인과 동등한 지위에 있다는 법원리에 비추어 볼 때, 군용물절도에 대한 법정형을 지나치게 높게 규정한 것은 재산권의 주체로서의 국가를 부당하게 보호하는 것으로서 그 처벌의 근거 및 정도에 합리성이 없어서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 위반된다.
(3)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에 규정된 군용물 절도죄에 대하여는 법원에서 아무리 선처를 하려고 해도 작량감경 외에 달리 감경의 방법이 없는 탓으로 결국 예외 없이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므로 이는 법원이 가지는 법적용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결국 국민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
나. 국방부장관의 의견
(1) 헌법상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한계와 관련하여 국가의 권력은 무제한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되고 반드시 정당한 목적을 위하여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행사하되,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는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유지되는 이익과 이것을 규제함으로써 확보되는 이익을 비교하여 양자간에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고 해석되는바, 군의 물적 전쟁수행능력인 군용물, 그 중에서도 총포·탄약·폭발물 등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가 개인의 범죄에 이용될 경우 그 위험성은 일반 재산범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며 군전체의 사기저하와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상실까지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 국가목적의 달성을 위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섰다거나 비례의 원칙을 무시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은 군의 전쟁수행능력 보호라는 국가적 법익을 수호하고 보다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제2, 제3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군용물에 관한 범죄는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본질적으로 다른 별개의 범죄라고 보아야 하고, 그렇다면 군용물이 형법상 재산범죄의 대상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며 보호법익 또는 마찬가지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부당하다.
(3)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이라 함은 그 내용에 관한 실체법과 그 절차에 관한 절차법이 합헌적 법률로서 정하여진 재판을 말하며, 형사재판인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므로 그 실체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어야 한다고 해석되는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을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결국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청구인이 주장하고 있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따라서 그 내용까지 적정한 법률이라고 한다면 청구인의 위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3. 판단
가. 입법재량권의 남용인지의 여부
(1)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죄질과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하여 다른 범죄자와의
(2)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 위와 같은 헌법원리에 위배될 정도로 입법자가 입법재량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경우에 해당하는 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고, 군이 이러한 사명을 완수하는 수단은 최종적으로는 무력의 행사, 곧 전투이며, 전투는 승리만을 유일한 목적으로 한다.
군이 전투에서의 승리라는 본래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조직과 규율이 요구될 수밖에 없고, 군형법은 군의 이러한 특수성을 전제로 형벌이라는 제재를 수단으로 하여 군의 조직과 규율을 유지·보전함과 동시에 군이 가지는 전투력을 최대한으로 보존·발휘하게 하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군형법은 군의 유일한 존재의의인 전승을 위한 전투력의 유지·강화에 그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군이 가지는 전투력은 병력으로 나타나는 인적요소와 전투장비 즉 군용물로 표시되는 물적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두 요소의 조화로운 결합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최고도의 전투력이 확보될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군용물은 군의 물적 전쟁수행능력이라고도 표현될 수 있다. 특히 물량전 내지는 과학전의 양상을 띠고 있는 현대전에 있어서 충분한 군용물의 확보와 효율적인 보호는 전쟁의 승패와 직결되는 긴요한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군형법상의 군용물에 관한 범죄는 군의 물적 전쟁수행능력을 침해 내지 위태롭게 하는 것이고, 그 보호법익도 단순한 재산권의 보호 내지는 군용물 자체의 재산적 가치가 아니라 국가적 법익인 군용물의 효용성 즉 군용물이 지니고 있는 군의 물적 전쟁수행능력으로서의 군사적 가치인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 그 목적물로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군용물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심적인 전쟁수행물자라고 할 수 있는 총포, 탄약, 폭발물로서 언제라도 인명의 살상에 이용될 수 있는 고도의 위험성을 지닌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군용물이 절취된다는 것은 군이 전쟁에 대비하여 유지·강화하여야 할 전투력에 대한 치명적인 손실이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를 절취하는 자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그것이 가지는 인명살상의 기능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총포 등 군용물의 절취행위는 그 자체로서 우리 사회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심각한 불안과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고, 이러한 사회적 혼란과 불안은 무장탈영병의 인질극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이다.
한편 남북한의 분단과 군사적 대립상황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아니하는 우리의 국가적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와 같은 군용물의 절취행위는 우리 국가의 존립과 안위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로서 단순한 절도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국가적, 사회적, 시대적 배경하에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전투력의 핵심적 요소인 총포, 탄약, 폭발물과 관련된 범죄에 대한 일반 예방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형사정책적 고려로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 총포 등의 군용물절도죄에 대하여 총포 등이 아닌 군용물의 절도죄나 일반 형법상의 절도죄에 비하여 특히 엄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의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되어 있어, 적어도 그 법정형의 하한에 있어서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살인죄의 법정형보다 더 중한 것은 사실이다.
넓게 규정한 것은 형사법체계상 그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 규정하고 있는 총포 등 군용물의 절취행위는 우선 그 동기나 행위의 유형이 비교적 단순하여 살인죄에 있어서처럼 법정형의 폭을 넓혀 둘 필요성이 그다지 크다고 보여지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보호법익 역시 국가보위를 위한 군전투력의 보존이라는 국가적 법익으로서 개인의 생명이라는 살인죄의 그것과 비교하여 결코 가볍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보호법익이나 죄질이 다르고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여러가지 요소도 근본적으로 같지 아니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의 범죄와 살인죄의 법정형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하여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만약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의 법정형 하한이 살인죄의 그것보다 중하기 때문에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려면 살인죄의 법정형 자체가 객관적으로 또 절대적으로 적정하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나, 그에 대한 검증이 용이하지는 아니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의 법정형의 하한이 살인죄에 비하여 무겁다는 것만으로 그것이 곧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어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평등의 원리에 반한다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함으로써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등 입법재량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거니와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나. 평등권의 침해 여부
그러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이 총포 등의 군용물절취행위를 총포 등이 아닌 군용물의 절취행위나 군용물이 아닌 일반 물건의 절취행위에 비하여 특히 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앞서 본 군형법의 존재의의와 목적, 총포 등 목적물이 가지는 군사상의 가치와 위험성, 남북분단 및 군사적 대립상태의 지속이라는 국가적 상황 등에 비추
어 그 합목적적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를 가리켜 법률상의 차별의 합리적 근거가 결여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단지 총포 등 군용물에 대한 국가의 재산권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 총포 등 군용물이 가지는 전투력의 핵심적 요소로서의 군사적 가치 내지는 그를 통한 국가의 존립 및 안위라는 국가적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를 형법상의 절도죄와 평면적, 산술적으로만 비교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도 원칙적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가지 기준의 종합적 고려에 의하여 입법자가 그 재량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다른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작량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을 정도로 법정형의 하한을 높이 정하였다는 것만으로 곧 법관의 양형판단에 관한 재량권을 쓸모없게 만들음으로써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27조 제1항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이 재판관 조승형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방법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대상의 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나 주문의 표시를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취지에서 달리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으므로 차제에 별개의견을 다음과 같이 개진한다.
가. 문제의 제기
(1)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위헌법률심판사건이나 제68조 제1항 소정의 법령소원 및 제68조 제2항 소정의 이 사건 소원심판사건들은 법률이나 명령·규칙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의 문제를 심판하는 것이므로 인용할 때나 인용하지 아니할 때나 모두 그 결정의 주문형식을 동일하게 취하여야 할 것인가.
(2) 그 중 후 2자의 심판사건들은 모두 같은 헌법소원사건이므로 인용할 때나 인용하지 아니할 때나 모두 같은 주문형식을 취하여야 할 것인가.
(3) 아니면 제68조 제1항 소원사건은 심판의 형식이 소원형식을 빌었을 뿐 위헌법률심판사건이나 동질의 심판사건이므로 위헌법률심판사건 결정의 주문표시와 동일하게 하여야 할 것인가.
(4) 위 각 경우에 동일하게 한다면 주문표시를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아닌가를 문제로 제기한 바 있다.
나. 종전의 주문표시례
(1) 위헌법률심판사건
제청인용시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제청불인용시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법령소원심판사건
소원불인용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하였다가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로 하였으며 그 후 다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복귀한 듯하다.
(3) 이 사건과 같은 제68조 제2항 소정 소원심판사건
소원인용시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다. 문제제기의 동기
나는 재판관으로 취임한지 일천하여 1년여간 종전의 예대로 주문표시를 하여 왔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우리재판소의 결정례집을 일별하면서 나 나름대로 종전결정례들에 대하여 많은 분야에서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게 되어, 평의시에 종종 종전결정을 비판하고 반대의견을 표명한 바 있었다. 즉 재심의 원칙적 불허용에 관한 결정, 헌법불합치 및 불합치 법조항의 일정시한 효력지속 또 적용결정, 고소권 불행사자에 대한 자기관련성을 인정한 결정 등등 나름대로 종전결정에 대한 시정에 관하여 각별하게 노력하여 왔다. 그때마다 종전결정에 따르자는 다수의견 때문에 한번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언젠가는 시정되어야 하겠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또한 경우는 다르지만 복수의 청구인이 있는 헌법소원사건을 각하할 때에 주심마다 각각 다른 문례를 취하고 있으므로 단수이거나 복수이거나 간에 함께 통용될 수 있는 주문례를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로 표시하여 결정문초고를 작성하여 재판관들께 회람시킨바 아무런 이의가 없어서 그대로 간인 서명날인하고 각 재판관의 서명날인을 받아 선고한 바가 있다. 이에 문제제기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라. 가능한 한 주문이 간결하고 각 주심간에 통일되어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며 어떤 헌법조항에 위반되는지는 이유에서 밝히면 족하다는 점도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문이 가능한한 명쾌하고 일견 그 이유까지 짐작할 수 있는 함축성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라는 점이다. 특히 난해한 헌법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결정문을 받아 본 전문인인 법조인조차도 지루한 이유 특히 이런 저런 견해의 표시를 난해하게 거론하여 결론이 과연 무엇인지를 쉽게 알기가 어렵다는 비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실정인바, 하물며 비전문인인 일반 국민들이야말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이 난해할 것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또한 현대인들이 복잡다기한 사회생활로 인하여 간편한 이유와 결론을 먼저 알려고 할 뿐 지루하고 난해한 이유를 들여다 보려하지 아니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인용하는 경우라면 단순하게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문보다는 "……헌법 제○○조에 위반된다"고 하는 이유와 결론이 함축된 주문이 이러한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결정의 이유와 결론을 쉽게 이해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며 그만큼 국민편의를 위하는 것이 될 것인바, 이런 주문형태는 곧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친절봉사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주문형태를 취한다고 하여서 헌법이나 법령·조리 등에 위반됨은 없는 것이므로(이 점만은 재판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더욱 바람직하지 않는가? 진취
적으로 판단할 가벼운 문제일 뿐, 여기에 무슨 우리재판의 편의나 권위를 내세울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는 어떠한 순간도 주권자인 국민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 길을 외면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문제제기의 동기란에서 본 바와 같이 바람직하지 아니한 선례는 과감하게 시정하여 새로운 선례를 확립해 가는 것이 우리가 발전하는 길이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는 새로 취임한 재판관들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들께서 잘 알고 있을 것인데 문제제기만 있으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선례가 어떻다고 하여 잘못된 선례를 금과옥조로 삼는 경우에는 실망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위헌법률심판사건·법령소원사건·제68조 제2항 소정 소원사건 모두가 법률 또는 법령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이므로,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 3종 사건 모두의 주문표시를 함에 있어서 인용하는 경우는 "……법조항(령조항)은 헌법 제○○조 제○항에 위반된다"로, 인용하지 못할 경우는 제청의 경우나 소원심판청구의 경우 모두가 위헌일 것을 기대하고 청구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모두 제청을 기각한다 또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등 기각의 주문표시를 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마. 백보를 양보하여 위헌법률심판사건은 법원이 제청하는 사건이고 나머지 2종 사건은 소원심판청구 사건으로서 각기 다른 주문표시를 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전자는 당해 사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제청의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직권으로 제청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결국 법률전문기관인 법원에 대한 답이라 보아서 앞서 본 국민편의를 위한 주문표시례를 따르지 아니하여도 이의가 없으나, 후 2자의 경우는 모두 청구자가 일반 국민개개인이므로 나의 견해대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바. 다수의 견해는 법령소원의 경우를 제외한 2종사건이 그 성질상 동일하므로 종전례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 줄 것을 구하는 점이나 재판의 전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라 함에 이의가 없으나, 위헌법률심판사건의 경우는 일응 법원(법관)의 긍정적인 위헌소견을 거친 사건이지만 제68조 제2항 소원사건의 경우는 그와는 반대로 부정적인 소견을 거친 사건인 점에서, 또는 전자의 청구인은 제청자인 법원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청구인이 당해 사건의 당사자인 일반 국민개개인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며, 제청사건과 소원사건이란 점에서 또 서로 다르고, 국민편의를 위한다는 관점에서나, 헌법·법령·조리 등에 반함이 없는 주문의 문례를 논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제68조 제2항 소원사건의 주문을 무조
건 위헌법률심판사건의 주문례에 따르자 함은 부당하다. 이유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전자의 경우는 취지가 위헌여부심판을 구하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위헌임만을 구하는 것이므로 전자의 주문례를 따를 수가 없다. 후자의 경우 인용하지 아니할 때에 종전 선례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고 주문표시를 하였으나 이는 큰 잘못이다. 위헌임을 소원하고 있는데 합헌선언이 웬말인가. 당연히 종전에 일부 주심이 하듯이 "기각"주문을 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후자는 같은 류의 소원사건인 법령소원사건과는 위 다른 점과는 달리 서로 같으므로 법령소원사건의 주문례와 통일함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사. 그러나 법령소원사건의 결정에 있어 우리재판소의 주문례를 보면, 창설이래 현재까지 인용하는 경우만은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위헌법률심판사건이나 제68조 제2항 소원사건에 있어서의 주문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중간 중간에 즉 1990.10.15. 선고, 89헌마178 호 법무사법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위헌소원사건과, 1993.5.13. 선고, 92헌마80 체육시설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제5조 위헌소원사건 등 두차례에 걸쳐서, 법 제75조 제2항의, 법 제68조 제1항 소원을 인용할 경우에는 "……인용결정서의 주문에서 침해된 기본권……을 특정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충실하여 "……법조항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즉 나의 견해인 "……헌법 제○○조 제○항과 제○○조에 위반된다"는 주문례와 대동소이한 인용 주문례를 택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인용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위 2종 사건의 주문례를 따르지 아니하고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례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경우도 위 2종 사건의 주문례를 그대로 따른 사례가 두 번이나 있었다. 즉 1991년도부터 1993년까지 사이에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는 문례를 사용한 바 있었다. 살피면 이 경우, 법령 또는 법령조항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하여 소원하는 것이므로 법 제75조 제2항에 충실하여 기본권 즉 헌법상의 조항을 특정하여 헌법에 위반됨을 표시하여야 할 것이므로 인용할 경우는 위 89헌마178 호, 92헌마80 호 사건 결정의 주문례에 따름이 타당하다 할 것이고, 인용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청구가 헌법위반임을 인용하여 달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위 종전례에 따라 "……기각" 주문례를 취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전례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혼용되고 있다.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나는 13대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야3당의 대표로 여당과 헌법재판소법안을 수정확정하는데 협상하였으며 법사위원회와 본회
의의 통과를 주재하였던 두 국회의원 중 한사람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같은 법의 입법취지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처지이다. 그런데 재판관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나는 헌법재판소가 해괴한 한정위헌, 한정합헌, 불합치결정을 하는 등 "위헌 여부만"을 심판한다는 위 규정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고 그 부당함을 기회있는대로 지적한 바도 있었으며 최근에 선고한 우리재판소 92헌가11 , 93헌가8 ·9·10(병합) 특허법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에 대하여 선고할 때에도 반대의견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으므로 재론하지는 아니하겠다. 그러나 오히려 이와 같은 조문을 극소수의 견해처럼 오용한다면 실망이 크기 않을 수 없다.
자.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앞의 바.항 후반부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표시함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그 이유를 앞에서 설시한 바 있으나 특히 강조하고 싶은 바는 2가지로서 먼저 그 하나는, 헌법재판소법은 위헌 또는 인용결정만이 법원 기타 모든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위헌결정이 없는 한 모든 법률은 합헌인 것으로 집행되는 것이며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합헌결정이 선고되더라도 합헌인 효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선고되지 아니하는 한 성립된 법률 자체, 대통령의 공포행위로 인하여 합헌인 효력이 이미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며, 그러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닌 경우는 모두 심판청구를 기각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앞서 본 3가지 심판사건 중 어느 것이나(법원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의 경우는 제외)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하여서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차.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다수의견의 주문표시 방법에 반대하나 이유와 결과에 있어서는 찬성하므로 별개의견으로서 나의 견해를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주심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